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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25호] 2020.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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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지금 ‘문’이 ‘추’를 놓을 수 없는 이유

신지호  평론가·전 국회의원 jayho63@gmail.com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월 2일 청와대 본관에서 추미애 신임 법무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후 함께 환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민주당 지도부와 청와대는 추미애 장관 아들의 병역 비리 의혹에 대해 극도로 입조심을 하고 있다. 장관 아들의 병역과 관련한 말 한마디가 자칫 2030세대의 ‘공정성 역린’을 건드려 여론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진행한 여론조사(8월 31일~9월 4일) 결과, 20대의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은 전주 대비 7.1%포인트 하락한 39.0%를 기록했다.
   
   이러한 기류를 반영한 것이었을까. 친여 성향의 경향신문은 지난 9월 7일 ‘추미애 아들 의혹 ‘제2 조국 사태’ 될라… 민주당 ‘곤혹’’이라는 기사를 게재했다. 일부 강성 친문 의원들이 추 장관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 제기를 검찰개혁을 흔들려는 불순한 정치 공세라고 역공을 취한 것과 달리, 민주당 내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이 기사는 현실을 잘못 짚었다. ‘제2 조국 사태 우려’는 뒷북치는 한가한 대응일 뿐이다. 추미애 아들 의혹은 이미 ‘추미애 사태’로 번졌다. 추미애 사태는 조국 사태보다 휘발성이 더 강하다. 이른바 ‘죄질’이 더 안 좋기 때문이다.
   
   
   ‘가족 수사’를 대하는 다른 자세
   
   두 전·현직 법무부 장관은 각각 자녀의 입시와 병역에서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내면서 국민적 역린을 건드렸고 가족이 수사대상이 되었다. 이 점에서는 막상막하였다. 그런데 법무부 장관으로서의 처신은 달랐다. 조국은 가족 수사와 관련한 보고를 받거나 관여하지 않겠다고 일찌감치 선언하였다. 조국이 가족 수사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정황은 드러난 것이 없다. 실제 조국은 영혼까지 탈탈 털렸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조국 일가는 여러 명이 기소되어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그러나 추미애는 완전히 달랐다. 수사 상황을 보고받았다는 정황이 드러난 것은 없지만, 수차례에 걸친 인사를 통해 수사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올 1월 자유한국당의 고발로 서울동부지검에서 수사가 개시되었는데, 추미애는 4월에 고기영 동부지검장을 법무부 차관으로 승진시켜 특별관리(?) 하였다. 지난 8월 신임 동부지검장으로 대검 형사부장 시절 채널A 기자 사건에서 노골적으로 정권 편을 든 김관정을 임명하였다. 그 밑 차장검사는 전북 익산의 원광고 출신이고, 담당 부장검사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전주고 후배다.
   
   동부지검 수사팀은 지난 6월과 7월 추미애 아들 부대 장교들로부터 보좌관이 전화를 걸어왔다는 진술을 확보하고도 진술 조서에 누락시켜 은폐 조작 의혹을 받고 있다. 미복귀 의혹을 공익제보한 당직 사병은 검찰이 참고인 조사에서 “미복귀를 입증할 서류가 있느냐”고 다그쳐 황당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지난 8월 인사에서 사건담당 검사는 서울중앙지검 부부장검사로, 수사관은 대검으로 승진, 영전하였다. 가관인 것은 김관정 동부지검장이 최근 이 두 사람의 수사팀 파견을 요청해 성사되었다는 사실이다. 어떻게든 사건을 틀어막겠다는 것으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이렇듯 불공정 편파 수사라는 비판 여론이 확산하자, 추 장관은 지난 9월 7일 저녁 아들 관련 의혹 수사에 대해 그동안 보고받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보고받지 않을 것이라고 뒤늦게 밝혔다. 하지만 무소불위의 인사권을 휘두른 후 여론에 밀려 나온 발언이라 진정성과 실효성이 의심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법무부 장관은 구체적 사건에 대한 보고를 받으면 안 된다. 따라서 야당이 요구하는 독립적 특임검사나 특별수사팀이 아니면 의미가 없다. 오죽하면 한동훈 검사장을 동부지검장으로 임명하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등장했겠는가.
   
   조국 일가는 기소돼 재판받고 있지만, 추미애 아들에 대해 공정한 수사가 이루어질지는 지극히 불투명하다. 작년 10월 박은정 국민권익위원장은 조국 일가에 대한 수사로 이해충돌이 발생하면 법무부 장관의 직무배제나 일시적인 직무정지가 가능하다고 했지만, 민주당 국회의원 출신인 전현희 현 국민권익위원장은 국회의원들의 이해충돌 여부 질의에 묵묵부답이다. 조국이 보면 배 아파할 대목이다. 추미애는 조국이 하지 못한 법무부 장관의 지위와 권한의 사적 남용을 마음껏 했다.
   
   그렇다면 문재인 대통령은 추미애 사태를 어떻게 처리할까. 일각에서는 대통령이 조국에게는 ‘마음의 빚’이 있었지만, 추미애에게는 그런 게 없으니 적절한 시기에 ‘손절’에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과연 그럴까.
   
   문 대통령은 취임하면서 ‘구중궁궐’이라 불렸던 청와대 본관을 떠나 비서진이 있는 여민관에 집무실을 마련했다. 참모들과 격의 없이 소통하면서 다수 국민이 공감하는 국정을 펼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이 같은 소통 행보의 변곡점은 조국 사태였다. 조국의 표리부동과 이율배반에 대한 원성이 하늘을 찌름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는 “법적인 하자가 없다”고 맞섰다. 저잣거리의 민심으로 사안을 이해하려 하지 않고, 진영논리로 고집을 피웠다. 결과는 지지율 하락과 장관 사퇴였다.
   
   그러나 4월 총선에서의 압승은 집권 세력에 조국 수호 전략이 옳았다는 확신을 심어주었다. ‘여기서 밀리면 끝’이라는 비타협적 인식과 갈라치기로 지지층을 결집해 버티는 전략은 이제 현 정권의 고정 스타일이 되었다. 국민의 평균적 감정에 대한 공감과 포용은 사실상 포기한 것이다. 외연확장보다는 내부결속을 중시한다. 현 정권은 이런 전략을 윤미향 사태 때도, 박원순 파문 때도 구사했다. 추미애 사태라고 달라질 이유가 없다.
   
   
   이번에도 ‘여기서 밀리면 끝’?
   
   이제 문 대통령의 임기는 3분의 2를 넘어섰다. 레임덕이 슬슬 시작되는 시기가 된 것이다. 이럴 때 추미애를 ‘손절’하면 뒷감당이 어려워진다. 추미애가 무너지면 이 정권이 그토록 부르짖었던 검찰개혁은 사실상 좌초하게 된다. 남은 시간을 고려할 때, 재정비해서 추진동력을 되살리기에는 역부족이다. 여론에 밀려 추미애를 교체하게 되면 “이 정권의 가장 큰 잘못은 삼권분립과 법치주의의 파괴”라는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의 주장을 사실상 인정한 꼴이 된다.
   
   그 누구도 자기 사건에서 재판관이 될 수 없다는 것이 고대 로마법 이래의 확고부동한 원칙이다. 역대 대통령들은 수사대상이 된 가족을 구하기 위해 측근을 법무부 장관에 앉히거나 검찰 수사팀을 해체하지 않았다. 그러나 현 정권은 지난 30여년간 쌓아온 법치주의의 성과를 일거에 무너뜨리고 있다.
   
   결론적으로 ‘추미애 손절’은 ‘조국 손절’보다 더 어려울 전망이다. 지난 9월 9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과 민주당 신임 지도부와의 간담회에서 추미애의 ‘추’ 자도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법의 지배’라는 공화국의 대원칙은 갈수록 멀어져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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