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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정치
[2625호] 2020.09.14

야권주자 딜레마… 김종인이 생각하는 윤석열은?

photo 뉴시스
대선이 1년 반 앞으로 다가왔지만 야당에서는 두각을 나타내는 대선주자가 나오지 않고 있다. 1년 반이란 시간이 길다면 긴 시간이지만, 뚜렷한 대선주자가 없이는 ‘세(勢)’를 일으키는 데 한계가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국면에서도, 부동산 문제로 인한 국정 난맥상에서도 야당이 반사이익을 누리지 못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대선주자의 부재 때문이란 분석이 많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당의 지지율이 오르다가도 급락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유승민 전 새로운보수당 대표, 오세훈 전 서울시장, 원희룡 제주지사 정도가 현재 대선주자군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지만 5%를 넘기는 후보가 없다. 지지율 측면에서 대동소이한 후보들이 경쟁을 하지만 당내에서 대권주자가 될 만한 새로운 인물은 좀처럼 나타나지 않고 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권교체’를 확신하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대선주자급 인물이 나와야 하는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후보로 초선인 윤희숙 의원이 거론되는 것이 당의 현실이다. 지리멸렬한 당내 상황은 지지자들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당 외부로 시선을 돌리게 만들고 있다.
   
   김종인 위원장은 자신의 역할이 정권교체를 위한 대선주자를 찾는 것이란 점을 명확히 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맥락에서 김 위원장은 대권주자들이 경쟁할 ‘링’을 확장시키고 있다. 지난 9월 3일 김 위원장은 취임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우리가 당을 국민에게 사랑받을 수 있도록 만들면 자연발생적으로 당 내부에서 대통령 후보가 나올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며 “밖에 계신 분들이 관심이 있으면 우리 당에 흡수돼서 대통령 후보가 될 수 있는 여건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말을 유력 주자들에게 “일단 우리 당내로 들어와서 경쟁해 보라”는 메시지로 보고 있다. 외부인사들의 국민의힘 진입과 대권후보들 간 경쟁이 일종의 ‘컨벤션 효과’를 일으키면서 유권자들의 이목 집중, 당과 후보들의 동반 지지율 상승을 꾀하자는 것이다.
   
   
   “유리구슬처럼 다루는 형국”
   
   김종인 위원장은 현재 대권후보로 거론되는 주자들 중 윤석열 총장을 특히 의중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윤 총장은 현직 검찰총장임에도 불구하고 대선주자 지지도에서 야권후보 중 유일하게 10%를 넘나드는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국민의힘 한 PK지역 의원은 “정치권에 입문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지지율이 10%인데 이 바닥에 들어와서 쓸고 다니기 시작하면 20%대로는 금방 올라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내에서 윤 총장은 현재 거론되는 많은 주자에 비해 출발선상에서 이미 50m는 앞서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얼마 남지 않은 대선을 위해 필요한 레이스에서 반드시 가져야 할 인지도라는 측면에서 다른 후보들에 비해 우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당내에서는 김 위원장이 공식석상에서 대권후보에 대해 알듯 말듯한 말들로 혼란을 주지만 후보들에 대한 발언의 행간을 잘 보면 그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고 말한다. 실제 김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서울시장과 대권후보로 오르내리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 대해 기자들이 자꾸 질문을 하자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안 대표에 대해 “앞으로 어떤 생각으로 정치활동을 하는지 저는 알지 못하고 알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반면 윤 총장을 대하는 화법은 상대적으로 따뜻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검찰총장이 무슨 대통령 후보냐, 할 수가 없지 않나. 검찰총장을 그만둔 다음에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를 봐야 한다”고 했지만 “이 정권이 저러다가 진짜 윤 총장을 대권주자로 만들어줄 수도 있다”고도 했다.
   
   김 위원장은 윤 총장의 아버지인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와도 잘 아는 사이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과거에는 김 위원장이 윤 총장을 종종 만난 적도 있다고 한다. 다만 윤 총장이 정치적 중립을 필요로 하는 검찰조직의 수장이라는 점에서 최근에는 만나거나 통화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에서는 김 위원장이 윤 총장을 “조심조심 깨질 수 있는 유리구슬처럼 다루는 형국”이라고 보고 있다. 정치적 중립성이 중요한 현직 검찰총장이라는 측면에서 유리를 다루듯 너무 꽉 쥐지 않고 관망하지만, 그래도 전체적으로 봤을 때 ‘온기가 있는 관망’이라는 것이 사정을 잘 아는 이들의 표현이다. 윤 총장 본인도 출마 가능성에 대해 ‘노’보다는 ‘예스’ 쪽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점쳐진다.
   
   한 의원은 “윤석열이란 카드를 향해 거칠게 구애를 했다간 검찰총장 중립성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에 지금은 다소 거리를 유지하는 형국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초대 경제부총리 출신인 김동연 전 부총리 역시 잠재적 야권 후보로 거론된다. 이력과 스토리 측면에서 국민의힘의 다른 후보들에게는 없는 많은 정치적 자산을 가진 후보로 평가된다. 김 전 부총리는 실제로 대권을 위한 조직도 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좌우명이자 부총리 퇴임 후 근거지로 삼고 있는 사단법인 ‘유쾌한 반란’이 메인 조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부총리 때도 그랬지만 지금도 시장 등 민생 현장을 자주 다닌다고 한다. 현재 김 전 부총리는 기자들과의 접촉은 꺼리고 있다. 김종인 위원장이 김 전 부총리를 만났던 것도 이미 수년 전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위원장이 만약 김 전 부총리가 지닌 매력을 간파했다면 충분히 더 만났을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 지난 9월 10일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공감능력? 검찰 출신이 갖는 한계
   
   윤 총장과 김 전 부총리 등 야권에서 대권주자로 언급되는 외부 인사들은 검찰총장과 경제부총리 등 현 정부 고위 관료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관료 출신은 과거에도 민주당과 언론의 의혹 제기를 버티지 못하고 낙마한 기억이 있다. 대표적 인물이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이다. 반 전 총장은 2017년 대선을 앞두고 보수 주자로 나섰지만 계속되는 의혹 제기에 얼마 버티지 못하고 꿈을 접었다. 자유한국당 당대표를 지낸 황교안 전 대표도 마찬가지였다. 황 전 대표는 대표로 선출되자마자 총리 때 보고서 받던 식의 보고 행태를 보좌진에게 요구하는 등 정무 감각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다 총선에서 대패했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 의원들은 관료 출신이 대권후보가 됐을 때 상대 측의 파상공세에 버틸 수 있을지를 우려하고 있다. 한 초선 의원은 “이 바닥에 와서 10년은 굴러 봐야 하는데 정치권 경험이 없는 사람은 리스크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국민의힘은 검찰 등 법조인 출신 후보의 경우 대선후보로 결국 성공하지 못했다는 일종의 트라우마도 갖고 있다. 대법관 출신인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법무부 장관 출신인 황교안 전 대표 등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특히 검찰 출신이 정치인으로 성공하려면 정무감각과 친화력, 약자와 서민 편에 설 수 있는 공감능력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검찰은 기득권에 속하는 집단이기 때문에 검찰 출신 정치인으로 국민 전체를 포용하기 위해서는 약자와 서민 편에 설 수 있는 공감능력이 절실하다는 것이 정치권의 분석이다. 윤 총장의 경우 이런 측면에서의 능력이 검증된 바가 없기 때문에 일종의 장벽을 넘어 정치인으로 안착할 수 있을지는 아직까지 베일에 싸여 있다.
   
   
   링을 넓혀 자유 경쟁 유도가 김종인 생각
   
   당내에서는 현재 유승민 전 새로운보수당 대표, 오세훈 전 서울시장, 원희룡 제주도지사 정도가 대권주자로 언급된다. 이 중 유승민 전 대표의 경우 현재 당내 세력을 어느 정도 구축하고 있다고 평가된다. 3선의 유의동 의원, 초선의 강대식·김희국 의원이 유승민계로 분류된다. 원외에 포진한 오신환·이종훈·민현주 전 의원 등도 유승민계로 분류된다. 당초 9월부터는 현안 관련 메시지를 내고 활동을 재개할 것이라는 게 측근들의 전언이었지만,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수도권을 중심으로 모든 행사 개최가 불투명해지면서 활동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정치인이 메시지를 내려면 각종 행사 개최나 참석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지금 추미애 법무부 장관 관련 이슈 때문에 원희룡 지사, 홍준표 전 대표 등이 메시지를 내도 다 묻힌다”며 “코로나19로 각종 행사가 다 취소된 상황이라 유 전 대표가 복귀 타이밍을 잡기도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유 전 대표는 현재 정책설명서 형식의 책을 쓰고 있다고 한다.
   
   차기 부산시장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지지도 1위를 달려온 김세연 전 의원도 정치적 존재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 김 전 의원은 최근 돌연 내년 보궐선거 불출마를 선언해 화제가 됐다. 지난해 11월 “자유한국당은 죽었다. 자기가 죽은지도 모르는 좀비 정당”이라는 말을 남기고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김 전 의원은 과거 김종인 위원장이 대권주자의 자질로 언급한 “40대, 경제통, 경영감각이 있는 이”에 얼추 들어맞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차기 유력 후보군에 새로 편입되기 시작했다. 현재 김 전 의원은 서울 여의도에 사무실을 두고 정치활동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국민의힘에서 가장 큰 힘을 가진 사람은 김종인 위원장이지만 자신의 손으로만 단 한 명의 대권후보를 고를 수는 없다. 대권후보를 선출하기 위해서는 당원들과 국민들의 의사가 주가 되는 경선을 거쳐야 한다. 이 때문에 김 위원장 역시 현재는 주자들이 뛸 수 있는 ‘링’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윤석열 총장, 김동연 전 부총리 등 외부 인사들이 실제 대권주자 후보로 합류해 무대를 넓힌 후 자유 경쟁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김 위원장의 생각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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