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이한솔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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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2일과 4일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은 두 차례에 걸쳐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황제복무 의혹 관련 녹취록을 공개했다. 이번 의혹과 관련해 신 의원 측이 군 관계자들과 통화한 내용이었다. 이 통화 녹취록으로 인해 추 장관 아들 특혜 휴가 사건은 새 국면을 맞았고, 새로운 의혹을 제기하는 보도가 쏟아졌다. 국방부가 ‘문제없다’는 입장을 밝히던 지난 9월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신 의원은 다소 지쳐보였다. 인터뷰를 하는 와중에도 그의 전화기는 쉴새없이 울렸다. 신 의원은 “저쪽에서 너무 뻔뻔하게 나오니 대응하는 것 자체가 피곤하다”며 특유의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그는 추 장관에게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려운 분위기로 가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했다.

“그건 수사를 해봐야 알겠지만, 휴가 관련해서 현재까지 드러난 것만 해도 2017년 6월 21일 추 장관(당시 민주당 대표) 보좌관이 지원장교 A대위에게 전화했다는 것은 이미 밝혀졌다. A대위는 검찰에서 같은 내용을 진술했다고 했다. 그 다음은 추 장관 아들 서씨가 최초에 휴가를 어떻게 나갔느냐는 것이다. 기록도 없는데 휴가를 나갔다. 추 장관이 국방부 민원실에 민원을 넣은 기록은 현재 국방부에서 파기한 상태다. 검찰이 사실 관계를 밝히는 수밖에 없다. ”

추 장관 아들의 ‘특혜 의혹’과 관련해 불거진 논란은 크게 3가지다. 휴가 및 병가 연장, 평창 올림픽 통역병 차출 청탁, 용산 부대로의 보직 청탁 의혹이다. 신 의원은 이 3가지 특혜 의혹이 밝혀지는데 사실상 모두 관여했다.

“통역병 차출 청탁 관련 증언은 녹취록과 이철원 전 대령 성명서에도 나온다. 또 당시 송영무 국방부 장관실의 A정책보좌관, B정책보좌관 모두 공통적으로 당 대표실로부터 연락 부탁을 받았다고 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증언은 송영무 전 장관이 그런 연락이 오갔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그런데도 추 장관 아들 측 변호인은 거짓말이라고 한다.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봐야 하나.

보직 청탁 역시 용산 (부대 근무) 분류 때부터 청탁이 들어왔다고 녹취록에도 나왔다. 이철원 대령의 성명서에도 명확히 정리가 됐다. 보직 분류 전부터 모처에서 참모들에게 전화가 왔고, 참모들이 이런 전화가 온다고 자신에게 보고했다고 밝혔다. 그래서 이 대령은 안 된다, 청탁 받지 말라고 부하들에게 교육했다고 한다. 누구 말이 맞는지는 이미 드러난 것이나 다름없다.“

국방부가 ‘절차상 문제는 없었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병사들이 휴가 복귀하지 않고 아프다면서 ‘나는 왜 휴가 연장을 해주지 않느냐’고 군에 따지면 어쩔 것인가”라는 우려가 나왔다. 휴가와 병가는 특히 사병들에게는 군생활의 전부와 다름없을 만큼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국방부가 뒷감당이 어려운 일을 저질렀다는 비판도 많았다. 이에 대한 신 의원의 생각은 이랬다.

“국방부는 당시 카투사 미 2사단 지역대에다가 행정 착오의 책임을 밀어둔 거다. 어차피 국방부는 법적으로 질 책임이 없다. ‘앞으로 지도 감독 잘하겠습니다’ 정도로 정리하면 그만이다. 국방부에 아쉬운 것은 도대체 집권당 대표의 아들이 아무런 휴가 명령도 없이 19일의 병가를 갔고, 그 뒤에 4일간의 개인 연가도 냈고, 연가를 하고 있을 당시에는 휴가 명령지도 없었다. 나중에 사후로 정리했다. 지휘관의 구두 승인이 있었다고 해도 군의 행정 명령은 명령지가 있어야 최종 완결된다. 영내 생활하는 병사는 영외로 나갈 때 기본적으로 증빙서가 있어야 한다. 그게 바로 휴가증, 외출증, 외박증이다. 이것들이 나오기 위해선 명령지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아무것도 없었다. 법적으로 보면 지휘관의 구두 승인만으로는 휴가를 갈 수 없다. 그래서 ‘군의 행적착오’로 덮어씌우려는 것이다. ‘추 장관 아들의 휴가는 적법했다. 지휘관의 단순 행정착오였다’ 이렇게 정리하려는 것이다.”

신 의원은 이 대목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정경두 장관에게 묻고 싶다. 대체 추미애 장관의 권력이 얼마나 강하길래 그 아들을 위해 우리 군의 기강과 행정체계를 무력화시키는 건가. 그걸 다 바꿔도 될 만큼 군의 기강이 가벼운 것인가. 국민의 생명 재산을 지키고 대한민국의 안전을 지키는 군보다 추미애 아들 지키는 게 더 중요한 것인가. 대한민국보다는 추미애 아들이 우선하는 것인가.”

‘정경두 장관도 내심 괴로워하고 있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그는 “개인적 감정에 대한 질문에는 답하지 않겠다”고 잘라 말했다. 다만 그는 “정 장관이 지금은 도덕적 비난 정도만 받을지 몰라도, 나중에 법적 책임을 피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언젠가 정상적 나라가 되면, 이 조치로 인해 정 장관은 단순히 잘못된 국방정책 외에 직권남용을 비롯해 구체적인 형사적 책임을 묻게될 날이 올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이번 주 예정된 국회 대정부질문만 잘 넘어가면 추 장관 아들 특혜 의혹은 대충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일각에선 나온다. 야당 의원들의 총공세에 추 장관이 ‘국민께 송구하다’‘그러나 절차상 문제는 없었다’고 일관하면 별 수가 없지 않냐는 것이다. 친문 지지자들은 추 장관 아들 관련 의혹들이 ‘검찰개혁’에 반대하는 세력의 음해라고 주장하면서 ‘내가 추미애다’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조국 사태’와 유사하게 흘러가는 모양새다.

“국민들께서 판단과 선택을 잘 하셔야 한다. 눈에 보이는 불법과 부정을 자기가 좋아하는 정치 세력이라고 해서 힘을 실어주면, 우리나라는 어떻게 되나? 법치와 공정, 정의가 없어져도 내편이면 그만인가? 국민이 그런 나라를 원한다고 마음먹으면 대책은 없다. 일개 정치인이 무슨 방법이 있나. 국민이 이런 문제에 점점 무덤덤해지면 정치도 방법이 없다. 그냥 나락으로 같이 떨어지는 수밖에 없다. 저는 감히 말씀드린다. 이런 문제를 만든 근본적인 원인은 국민에 있다. 정치인은 국민에게 책임을 돌리는 걸 굉장히 두려워하지만, 나는 정치적 미래를 꿈꾸지 않기 때문에 단호히 말할 수 있다. ‘분노할 때 분노하지 않으면 죄다. 자유민주주의는 국민이 주인이다. 그러나 주인이 주인다워야 한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곽승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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