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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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만난 김병민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정강정책 개정특위 위원장)은 최근 당명과 정강정책 개정작업을 주도했다. 그 결과 ‘국민의힘’이라는 조금 낯선 당명과, 기본소득을 기본정책 1호에 집어넣는 파격이 있었다. 김 위원은 국민의힘이라는 당명에 대해 “국가가 아닌 국민이 중심”이라고 그 의미를 설명하며 “이제 국민의힘은 보수만을 위한 정당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2022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중도 확장 전략이 필수라는 것이다.

만 28세에 서초구의회 의원으로 당선되고, 시사방송 패널로 이름을 알리다가 올해 초 당에 영입된 김 위원은 지난 총선에서 광진갑에 출마해 낙선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아무리 잘못해도 우리가 변하지 않으면 대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며 당 리모델링은 대선 승리를 위한 사전작업임을 분명히 했다.

- 왜 ‘국민의힘’이라고 당명을 정했나. “보수정당의 지난 역사를 보면 신한국당, 한나라당, 새누리당, 자유한국당 등 대체로 국가와 나라를 당명에 담았다. 물론 나라와 국가공동체도 중요한 가치지만, 시대가 원하는 것은 국민 개개인의 큰 버팀목이 될 수 있는 정치공동체라고 뜻을 모았다. 국가가 아닌 국민을 중심에 두자는 뜻이다.”

- 당명이 ‘국민의당’과 비슷하다. 야권 연대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닌가. “전혀 아니다. 국민의당과의 짧은 연대를 위해 당명을 만드는 것은 너무 한심한 일이다. 김종인 위원장이 100년 가는 정당을 만들자고 했다.”

- 보수 정체성이 모호해 ‘산토끼 잡으려다 집토끼 놓친다’는 비판이 있다. “보수의 가치와 철학을 편협하게 해석하는 경우가 있다. 보수라고 하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두텁게 하고 안보를 중시해야 한다고 보통은 생각한다. 헌법 가치 수호도 중요시한다. 하지만 과연 대한민국 국민 가운데 이러한 생각을 부정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의문이다. 국민 모두를 아우르지 않고 편을 가르고 진영 논리에 빠지게 되면 우리가 지켜야 할 소중한 가치를 결국은 잃어버린다.”

- 보수정당에 익숙하지 않은 표현이 정강정책에 많은데도 당내에서 큰 반발이 없다. 구성원들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 그냥 넘어가는 것은 아닐까. “우리 당 의원들은 위기감을 갖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대선, 지방선거, 총선 모두 참패했다. 마지막 남은 것이 2022년 대통령 선거다. 아무리 문재인 정부가 잘못해도, 우리가 변화하지 못하면 승리할 수 없다는 생각에 김종인 비대위가 출범했다. 1년의 임기도 보장했는데, 그 정도면 대통령 선거를 위한 기초작업이 끝날 것으로 본 것이다. 당이 변화할 수 있도록 자리를 깔아준 것이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도 오르고 있다. 한번 해볼 만하다는 기대감이 생기고 있다.”

- 기본소득을 기본정책 1호로 규정했는데 최근 이재명 경기지사가 ‘기본대출권’까지 들고나왔다. 퍼주기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내일을 위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끝없이 과거로만 갔다. 한 번도 미래를 대비하면서 변화를 선도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미래 변화를 선도하는 유능한 정당으로 가기 위한 정책 제시가 기본소득이다. 퍼주기식 복지정책이 아닌, 급격한 사회 변화로 인한 국가공동체 위기 극복의 해법을 제시한 것이다.”

- 기본소득을 이야기하면 결국 ‘얼마나 줄 것인가’라고 묻게 되는데 계획이 뭔가. “지금까지의 복지정책은 공급자(정부)가 수요자(국민)에게 일방적으로 나눠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국민들마다 상황이 가지각색이다. 국민들의 필요에 맞게 나눠야 한다. 또 복지가 전달되기까지의 행정비용도 엄청나다. 이를 줄이는 것도 필요하다. 내년 대선에서 국민들에게 가장 효율적으로 나눠줄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할 것이다. 대선공약으로 심판받을 것이다.”

- 증세 없이 기본소득이 가능할까. “문재인 정부 슈퍼예산으로 늘어난 것이 100조원이다. 노인 일자리 80만개를 만들려고 1조3000억원을 쓴다고 하는데, 효과가 크지 않은 일에 돈을 쓰는 것이다. 현 정부 들어 방만하게 늘어난 항목만 제대로 쓰더라도 가능하다. 충분히 증세 없이 할 수 있다.”

- 1차 재난지원금이 내수를 살리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보나. “단기 경기부양에는 도움이 되었다. 다만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는 신중해야 했다. ‘언 발에 오줌 누기’처럼 조금 나아진다고 경기부양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1~2년 긴 터널을 뚫고 가야 하는데 한 달 경기를 반짝 살리는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이 정부는 8~9월이 되면 코로나19가 좋아질 것으로 생각한 것 같다. 그러지 않고서야 소비 쿠폰을 뿌리는 정책을 내놓을 리가 없다. 정부가 2.5단계를 선언해 가게 문을 닫은 곳의 경우처럼 정부 시책을 따르다 피해를 입은 이들을 먼저 도와줘야 한다. 세상이 멈춰도, 임대료는 멈추지 않는다.”

- 지난 총선에서 패배한 이유 가운데 재난지원금 지원에 망설인 것이 영향을 주었다고 보나. “코로나19 정국과 재난지원금이 총선에 영향을 준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이 절대적이었다고 볼 수는 없다. 여러 가지가 복합적이다. 김종인 위원장이 지난 총선 당시 정부 예산 400조원 가운데 100조원을 코로나19 대책 비용으로 돌리자고 했다. 이러한 주장에 당이 일사불란하게 따라갔어도 총선 결과는 달랐다고 본다.”

- 이제 국민의힘은 보수정당인가 아니면 중도정당인가. “보수정당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보수만을 위한 정당은 아니다. 국민 모두를 위한 정당이다. 민주당은 자신들의 정체성과 이념을 분명히 하면서 국민들에게 이를 강요한다. 싫다는 사람에게 생각을 강요하는 꼰대 정당이다.”

- 일부 보수단체가 개천절 집회를 개최하려 하는데 당이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나. “모든 국민은 정치활동과 표현의 자유가 있다. 자유를 중요시하지만, 그렇다고 공공의 이익을 훼손하면서까지 자유를 보장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는 진보, 보수 이념하고는 상관이 없는 문제다.”

- 내년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승리한다면 김종인 위원장이 대선까지 자리를 계속 맡게 될까. “내가 비대위에 있어 언급하기는 힘들다. 국민의힘의 운명은 국민이 결정할 것이라고 말하겠다.”

- 김 위원장이 대선후보로 ‘40대 경제전문가’를 말했는데 특정인을 고려한 것인가. “젊은 지도자가 나왔으면 좋겠다는 국민들의 희망을 표현한 것이다. 그런 사람들의 ‘놀이터’가 되는 정당이 되어야 한다. 일부에서는 김 위원장이 대선후보를 지정할 것이라고 하는데 불가능하다. 이명박 대통령도 박근혜 대통령이 좋아서 지지한 것이 아니다. 국민의 지지를 받는 사람이 자연스럽게 후보가 되는 것이다. 거론되는 젊은 후보뿐 아니라 안철수 대표, 김동연 전 부총리 등 철학이 같으면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 지난 총선에서 광진갑에 출마해 40.6%로 선전했다. 바로 옆 광진을은 오세훈-고민정이 격돌한 지역으로 여당의 화력이 집중되었는데, 이런 이유로 피해를 보았다고 생각하나. “총선을 한번 겪어 보니, 개인적 역량도 있지만 정당 지지세가 미치는 영향이 훨씬 크다는 것을 알았다. 서울 전체가 묶여 있었다. 강북에서 권영세 의원(용산) 한 명만 살아남았다. 우리 당은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한 상태였다. 당을 살려야겠다는 생각 때문에 비대위에 참여해 달라는 요청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 왜 정치 신인을 험지로 보냈나. 자갈밭이 아닌 꽃밭으로 보내야 우수 인력 영입이 가능한 것 아닐까. “총선 전략이 부족했다. 선거가 끝나고 진중권 교수가 우리 당이 머리가 없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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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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