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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26호] 2020.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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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쿼드 플러스’ 압박에 흔들리는 文정부의 ‘안미경중론’

이장훈  국제문제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 미국·일본·호주·한국 함정들이 지난 9월 12일 괌 인근에서 퍼시픽 뱅가드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photo US Navy
“한·미 관계가 어느 시점에는 군사동맹과 냉전동맹을 탈피해 평화동맹으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 9월 2일 진보성향 개신교 연합단체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를 방문해 한·미 동맹을 ‘냉전동맹’이라고 규정한 발언이다.
   
   ‘냉전동맹’이라는 표현은 중국과 북한이 그동안 주장해온 용어다. 특히 중국은 일관되게 ‘한·미 군사동맹은 냉전시대의 유물’이라고 주장해왔다. 중국의 의도는 한·미 동맹과 미·일 동맹으로 이뤄진 한·미·일 연대에서 가장 약한 고리인 한국을 자국 쪽으로 끌어당기려는 것이다. 중국의 전략적 목표는 한반도 전체를 자국 영향력 아래 두는 동시에 미국을 태평양 동쪽으로 밀어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때문에 중국은 한·미 동맹을 눈엣가시처럼 간주해왔다.
   
   북한도 한·미 동맹과 주한 미군이 없어져야 한반도를 적화(赤化)통일 할 수 있다고 생각해왔다. 북한이 그동안 한·미 동맹에 대해 “외부 세력의 이익을 위해 민족의 운명과 이익을 해치는 범죄행위”라고 비난해온 것도 이 때문이다. 이인영 장관이 1980년대 후반 반미(反美)·주사파(主思派) 단체인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1기 의장 출신이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 장관의 이런 발언은 중국과 북한의 의도를 대변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미국 자극한 이인영 장관의 ‘냉전동맹’론
   
   이 장관은 또 지난 8월 19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를 만나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과 중국의 한반도 정책의 유사성을 강조했다. 당시 이 장관은 중국 정부가 △한반도 비핵화 △한반도 평화·안정 △대화·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이라는 3개의 기본원칙하에서 한반도 문제에 접근해왔다면서 이는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정책과 일맥상통한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또 “남북관계에 새로운 진전이 이뤄질 수 있도록 중국이 계속해서 건설적인 협력을 해줄 것을 부탁드린다”고 말하기도 했다.
   
   반면 이 장관은 지난 8월 18일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를 만난 자리에선 한·미 워킹그룹 조정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이 장관은 “한·미 워킹그룹에서 논의할 것과 우리 스스로가 할 것을 구분해서 추진해야 한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는 점을 수차례 말해 왔다”며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 평화정책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한·미 워킹그룹을 재조정하자”고 주장했다. 한·미 워킹그룹은 북한 비핵화와 대북 제재, 남북 협력사업 등을 수시 조율하는 양국의 협의체이다. 이 장관을 비롯한 문재인 정부 주요 인사들은 한·미 워킹그룹이 대북 제재 저촉 가능성을 이유로 금강산 관광 등 남북 협력사업에 지나치게 간섭하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한·미 워킹그룹을 현재처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미국 조야는 중국과의 본격적인 패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 장관을 비롯해 문재인 정부의 주요 인사들이 이처럼 친중(親中)·친북(親北) 발언을 서슴지 않고 하는 것에 불쾌감을 보이고 있다.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 미군사령관은 “중국은 미·한 동맹의 질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며 “한국이 당장 사용할 수 있는 중국에 대한 레버리지는 미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상원 외교위 동아태소위원장인 코리 가드너 의원(공화)은 “혈맹으로 맺어진 미·한 동맹은 미국의 경제·국가안보 이익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하원 외교위원장 엘리어트 엥겔 의원(민주)도 “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라는 가치는 미·한 동맹과 보다 안전하고 번영하는 한반도의 기반”이라고 강조했다.
   
   
▲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클린 네트워크 프로그램에 한국 등이 참여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photo DOS

   양자택일 요구하는 폼페이오
   
   특히 미국 국무부 대변인실 고위관리는 지난 9월 4일 미국의소리(VO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 장관의 발언과 관련해 “미·한 동맹은 1953년 체결된 상호방위조약의 범주를 뛰어넘는 훨씬 깊은 관계”라면서 “경제, 에너지, 과학, 보건, 사이버 안보, 여권 신장을 비롯해 지역과 국제적 사안 전반에 걸친 협력을 포함한다”고 밝혔다. 이 관리는 “우리가 공유하는 자유, 민주주의, 인권, 법치주의의 가치는 확고한 양국의 유대관계를 더욱 강화해왔다”면서 “미·한 동맹은 인도·태평양전략 지역의 안보와 안정, 번영의 핵심축”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국무부가 상대국, 특히 동맹국 장관의 발언을 직접적으로 논평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미국 국무부가 이런 논평을 내놓은 것은 문재인 정부가 대북 포용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지나치게 친중 노선을 추구하는 입장에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 정부는 더 나아가 문재인 정부에 자국이냐 아니면 중국 편에 설 것이냐 양자택일(兩者擇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 주도의 연대에 동맹 국가들이 참여하고 있다며 한국을 직접 거론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9월 2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을 지낸 세바스찬 고르카가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우리는 다른 나라들이 미국에 합류하는 것을 보기 시작한다”며 호주와 일본, 한국을 콕 짚어서 언급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전날에도 폭스뉴스에 출연해 한국과 일본, 호주, 인도를 언급하며 “그들이 모든 전선에서 (중국을) 밀쳐내기 위해 미국과 협력하는 것을 볼 것”이라고 말했다. 미·중 갈등 사이에서 모호한 입장을 보여온 문재인 정부에 선택을 요구한 셈이다.
   
   미국 정부는 현재 반중 경제블록인 경제번영네트워크(EPN)에 동맹의 동참을 주문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또 유럽과의 집단안보체제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처럼 인도·태평양 지역에서도 집단안보체제를 구축하겠다는 입장이다.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은 지난 8월 31일 미국·일본·호주·인도의 4자 안보대화체인 ‘쿼드(Quad)’를 나토처럼 집단안보동맹으로 만들고, 차기 행정부에서라도 한국·베트남·뉴질랜드 등 3국까지 포함한 ‘쿼드 플러스(Quad Plus)’도 출범시킬 계획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 서훈 청와대 안보실장(왼쪽)이 지난 8월 22일 양제츠 중국 정치국원과 악수하고 있다. photo 청와대 사진기자단

   ‘쿼드+한국·베트남·뉴질랜드’
   
   문재인 정부는 이런 미국 정부의 요청에 낡아빠진 ‘안미경중(安美經中)론’을 내세우면서 모호한 입장만을 고수하고 있다.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안미경중론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전개되는 새로운 국제질서에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전략이다. 이미 안미경중론은 사실상 폐기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지적이 많다. 대표적 사례로는 한·미 양국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안보’ 문제였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를 배치하자 중국은 자국의 안보를 위협한다면서 한국에 ‘경제’ 보복조치를 내렸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10월 중국 정부에 사드를 추가배치하지 않고,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MD)에 가입하지 않으며, 한·미·일 군사동맹을 체결하지 않는다는 등 이른바 ‘3불(不)’을 약속했다.
   
   그럼에도 중국 정부는 지금까지 보복조치를 철회하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의 연내 방한을 통해 보복조치 해제를 모색하고 있지만, 한국 기업들은 중국 기업들과의 협력을 꺼리고 있다. 게다가 한국 국민들의 반중 정서도 누그러질 가능성이 거의 없다.
   
   미국 정부가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이자 스마트폰 제조업체인 화웨이에 대해 제재조치를 내린 이유도 ‘안보’에 위협이 되기 때문이라고 명분을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중국과 ‘경제’ 전쟁의 일환이다. 미국 정부의 ‘화웨이 죽이기’는 미래 기술 산업의 핵심 인프라인 5G 네트워크의 주도권을 중국에 넘겨줄 수 없다는 강력한 의지에서 비롯됐다. 화웨이는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차 등 4차 산업혁명 핵심 인프라 기술인 5G 네트워크 분야에서 선두주자이다. 때문에 미국 정부는 동맹국들은 물론 각국에 5G 네트워크 구축 사업에서 화웨이를 배제할 것을 강력하게 요청하고 있다. 특히 미국 정부는 앞으로 화웨이에 그치지 않고 중국의 모든 정보·통신(IT) 기업들을 배제하기 위한 ‘클린 네트워크(Clean Network)’ 프로그램 구축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미국 정부의 화웨이 제재로 인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 한국 주요 기업들은 9월 15일부터 화웨이에 각종 제품을 수출할 수 없다.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화웨이에 반도체를 공급하지 못하면 시련을 겪게 될 것”(9월 11일 자)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국제 반도체 전문가들은 한국 기업들이 단기적 손실은 불가피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 9월 7일 미국 1위 통신사업자이자 이동통신 매출 기준 세계 1위 통신사업자인 버라이즌과 66억4000만달러(7조9983억원) 규모의 5G 네트워크 장비 공급계약을 맺었다. 이 금액은 한국 통신장비 산업 역사상 최대 규모의 단일 수출 계약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계약을 토대로 글로벌 5G 시장에서 점유율을 더욱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분기 삼성전자의 5G 통신장비 시장의 점유율은 13.2%로 화웨이(35.7%), 에릭슨(24.6%), 노키아(15.8%)에 이어 4위였다.
   
   만약 문재인 정부의 입장대로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한국 기업들이 반도체 등을 화웨이에 계속 공급한다면 미국 정부의 제재조치로 자칫하면 엄청난 피해를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게다가 한국 기업들은 미국 시장에 발을 디디기도 어려울 것이 분명하다. 중국의 기술력은 아직 반도체 등 주요 분야에서 미국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미국 정부의 강력한 제재조치에 제대로 반격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중국은 반도체·전자·조선·철강·원전 등 주요 경제 분야에서 한국의 경쟁국이다. 중국은 한국이 우위에 있는 분야에서 기술을 빼먹기 위해 경제협력이란 당근을 제시하고 있지만, 자국이 유리한 분야에선 한국에 ‘갑질’을 해왔다.
   
   한국이 중국 경제에 종속되지 않으려면 세계 최첨단 기술력을 가진 미국과의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미국 정부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중국을 배제하고 미국과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을 묶어 글로벌 공급망을 짜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선 문재인 정부의 안미경중론은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한국이 미국과 동맹을 유지하면서 미국이 적으로 간주하는 나라와 경제적으로 가까워지는 건 앞뒤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과 경제적으로 더 깊게 얽혔다가는 미국은 물론 미국과 가까운 유럽과 아시아 시장 등을 잃을 수 있다. 중국과의 경제적 밀착에 따른 리스크는 그 어느 때보다 크기 때문이다.
   
   
▲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왼쪽)과 최종건 외교부 제1차관이 지난 9월 10일 한·미 동맹 등을 논의했다. photo 외교부

   북한 급변 사태 언급한 ‘중국 군사력 보고서’
   
   안보 분야에서 미국과의 동맹 관계를 강화하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무엇보다 중국은 북한에 급변사태가 발생할 경우 한반도 통일을 저지하겠다는 속셈이다. 다시 말해 중국은 자국의 국익을 위해 한반도의 현상유지(status quo)를 원할 뿐만 아니라 북한 정권이 붕괴할 경우 군사개입을 통해 북한에 진주하겠다는 의도도 갖고 있다. 미국 국방부가 의회에 제출한 ‘2020 중국 군사력 보고서’(9월 1일 자)에 따르면 중국은 1961년 북한과 맺은 조·중 우호협력 및 상호원조 조약을 근거로 내세워 북한에서 급변사태가 발생할 경우 한반도에 군사력을 투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조약은 조약 당사국이 다른 국가의 공격을 받아 전쟁이 발생하면 조약의 다른 당사국이 바로 군사원조를 제공하는 내용의 ‘전쟁 자동개입 조항’을 담고 있다. 즉 북한이 미국의 공격을 받으면 중국이 바로 참전해 북한과 함께 미국에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국방부는 이 보고서에서 중국 인민해방군이 항공·육상·해상 훈련과 화학방어 훈련 등 한반도 비상사태에 대비한 군사훈련을 실시하고 있으며, 중국 지도자들은 위기 발생 시 북한을 담당하는 북부전구사령부에 다양한 작전을 명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런 작전에는 난민 유입을 막기 위한 북·중 국경 통제, 대북 군사개입 등이 포함될 수 있다고 밝혔다. 중국은 그동안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 강력한 제재조치를 하지 않는 등 북한 비핵화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중국은 또 북한은 물론 러시아 등과 함께 미국에 대항하는 체제를 구축해왔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문재인 정부는 미국이 추진하는 ‘쿼드 플러스’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 중국·러시아·북한의 3각 동맹에 맞서려면 이런 전략밖에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국은 기존 국제체제와 룰을 존중하지 않고 자국이 주도하는 새로운 질서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시진핑 총서기가 입만 열면 강조하는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체제’를 통해 실현하려는 이른바 중국몽(中國夢)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중국이 지향하는 새로운 질서라고 볼 수 있다.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는 마르크스·레닌주의, 중화민족주의, 공산당 일당독재, 국가주도 경제, 자유와 인권이 없는 사회를 말한다. 한국이 지향하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및 법과 인권을 존중하는 가치와는 전혀 다른 세계다. 한국으로선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에 동참함으로써 중국을 견제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또 북한 비핵화를 위해서도 중국의 영향력을 제어해야 한다.
   
   아무튼 문재인 정부는 더 이상 안미경중이라는 전략적 모호성과 양다리 걸치기에 집착하지 말고 당당하게 미국과 동맹임을 선언해야 한다. 일본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미국과의 동맹 관계를 강화할수록 중국에 대한 더 큰 지렛대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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