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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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23일 오후 1시30분 서울 여의도 국민의당 당사에서 주간조선과 만난 안철수 대표는 야권연대에 대해 “올해 12월까지는 혁신 경쟁을 하면서 야권 지지층을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이유로 “지금으로서는 야권 단일 후보가 나와도 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며 올해 말까지는 국민의힘과 “사안별 정책연대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안 대표는 ‘정치에 꽃길은 없다’는 것이 만 8년 정치 경험에서 나온 교훈이라며, 누가 뭐래도 나의 길을 가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혔다.

이날 오전 10시 안 대표는 국회 인근 켄싱턴호텔에서 ‘대한민국의 미래와 야권의 혁신과제’라는 주제로 미래혁신포럼 주최 초청 강연에 나섰다. 이 강연은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이 주도해온 것으로 그동안 원희룡 제주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대선후보급 야권 인사들이 잇따라 초청됐다. 이날 강연에서 안 대표가 야권연대와 관련해 어느 정도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할까에 관심이 쏠렸지만 안 대표는 기대와 달리 연대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강연의 큰 흐름은 “문재인 정부가 전체주의 정부가 되고 있다”면서도 “그렇다고 국민들이 야권을 대안으로 여기지는 않고 있다”는 분석이었다. 동시에 국민의힘과 연대 가능성을 보이면서도 한편으론 강한 거부감도 보였는데 강연 직후 인터뷰에서 안 대표는 “일부 언론이 이번 강연에 대해 내가 국민의힘에 먼저 다가간다고 하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 내년 4월 서울시장, 부산시장 선거에서 야권 연대를 하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당선 가능성이 없는 것 아닌가. “그거야 알 수가 없는 것이다. 국민들이 정해줄 것이다. 지금은 선거에 대해 고민할 시기가 아니다. 정치 일정이 그렇다. 10월은 국감이 있고, 11월은 예산 통과에 관심이 집중된다. 12월이 되어야 본격적인 논의가 가능하다. 내년 4월이 보궐선거인데, 아직 많이 남았다. 사실 다음 주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도 상상이 안 된다. 올해 말 벌어질 일을 지금 고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이것이 합리적이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자는 것이다.”

- 국민의힘과 정책연대는 어떤가. “그것은 가능하다. 사안별로 가능하다. 다만 다른 것도 있다. 흔히 ‘공정 경제 3법’이라고 하는데 이는 잘못 이름 붙여진 것이다. ‘기업 규제 3법’이 맞다. 우리는 이것이 국가적 경제위기라는 지금 상황에선 옳지 않다고 본다.”

- 오늘 강연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주축이 된 행사다. 삼고초려해서 강연에 모셔왔다고 하는데 상대방이 안 대표의 가치를 높게 평가한다고 생각하나. “정치는 힘을 합쳐서 세력이 많아질수록 힘을 가지게 된다. 원래 아주 일찍 강연 요청을 받았는데, 9월쯤 하자고 해서 오늘 하게 된 것이다. 일부 언론에서 내가 ‘(국민의힘에) 다가간다’는 표현을 쓰는데, 저쪽에서 먼저 다가온 것이다. 먼저 강연을 하겠다고 한 것은 아니다.”

- 안 대표의 메시지에는 공감을 하지만 이제는 구체적인 국정 관련 직을 맡아 담론을 현실화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지지자들도 있다. “그것도 국민들이 만들어주는 것이다. 내가 만드는 것이 아니다. 열심히 설득하고 동의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당선되는 것이다. 상황이 어렵다고 타협하지 않는다. 어려운 길만 골라 걸었다. 거기에 많은 사람이 동의하면 좋은 일이다. 만약 많은 사람의 동의를 얻지 못한다면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고 나의 생각을 바꿀 생각은 없다.”

-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그래도 정치 공학적으로 승리할 수 있는 길을 선택해야 하지 않을까. “승리할 수 있는 길이 있으면 당선되는 사람만 있을 것이다. 정치에 꽃길은 없다. 꽃길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 곳이 정치판이다. 쉬운 방법이 없다. 이럴 때일수록 더욱 자신의 신념을 이야기하고 그것이 받아들여지면 그 일을 하면 되는 것이다. 그게 아니라고 한다면 할 수 없는 것 아닐까.”

- 서울시장 선거에서 야권 단일 후보가 되면 될 것 아닌가. “지금은 누가 단일 후보가 되어도 떨어진다. 지금 선거를 준비한다는 것은 허망한 일이다.”

- 지난 8년간 큰 선거를 많이 치렀다. 끝을 보지 못하고 물러났다는 비판에 대한 생각은. “초반 두 번뿐이다. 국민의당을 처음 창당했을 때 민주당과 연대를 하자고 당내 반란이 일어났지만 다 진압하고 38석을 만들었다. 이것으로 충분히 돌파력을 보여줬다고 본다. 이번 총선도 의미가 있다고 본다. ‘조국 사태’ 등으로 나라가 양극단으로 갈라져 중도층도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했다. 제3당으로 살아남기 힘든데도 국민들이 살려준 것이다.”

- 안 대표를 믿고 당에 들어온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내년 보궐선거를 위해 야권 연대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주장에 대한 생각은. “올해 12월부터 하면 된다. 남은 몇 달간에 걸쳐 국민들의 동의를 모으고, 야권 지지층이 넓어지면 선택의 길이 열릴 것이다. 그것이 아니라면 아무 선택도 못 한다. 아무 길도 없다. 바늘허리에 실을 묶어서 쓸 수는 없는 것이다. 일에는 순서가 있다.”

- 국민의힘에서 “안철수 대표와 무엇이든 할 수 있다”며 러브콜을 보내는데 대답은 무엇인가. “혁신 경쟁을 하자고 말한다. 정치 공학적으로 접근하면 도저히 여당을 이길 수 없다. 지금 여당과 프레임 경쟁에서 지고 있다. 서민 대 기득권, 민주 대 적폐 등의 구도를 탈피해야 한다. 이를 미래와 과거, 정의와 불공정으로 구도를 바꿔야 한다.”

- 혁신 경쟁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경쟁하자는 것인가. “오늘 강연에서 예를 들었다. 인공지능이 중요하다면 법안을 만들고 예산안 배정을 늘리자는 것이다. 광고 한 방으로 이미지를 만들자고 생각하면 안 된다. 이를 위해서는 정치를 하는 구성원들이 유능한 디지털 세력으로 바뀌어야 한다.”

- 국민의힘과 정당 연합이나 합당 등을 시도하면 어떤가. “그건 경쟁이 아니다. 그렇게 해서 이길 수 있으면 좋겠는데 그럴 수 없다는 것이 결론이다. 워낙 비호감과 무관심층이 많아서 제1 야당이 무슨 말을 해도 들리지 않는다. 유일하게 관심을 끌 수 있는 것이 경쟁하는 것이다. 그래야 비호감이 호감으로 바뀐다.”

- 혁신 경쟁은 야권 연합으로 가는 대안인가. “경쟁을 통해 지지기반을 넓히자는 것이다. 서로 합하건 안 하건 아무 소용없다. 내일 선거에 합해서 나간다 해도 질 것이다.”

- 정치는 현실 아닌가. 그것이 현실적인가.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유일한 방안이기도 하다.”

- 국민의힘은 김종인 위원장이 중도로 외연확장을 하고 있지 않나. “여론조사를 통한 객관적 지표를 보면 된다. 면접원 조사 등을 통한 신뢰도가 높은 조사를 보면 김종인 대표 취임 때나 지금이나 큰 차이가 없다. 김 위원장 혼자 노력한다고 될 일도 아니다. 조직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

- 김종인 위원장 이후 국민의힘 지지율이 올라서 민주당을 이긴 적도 있지 않나. “그것은 적극 지지자들의 여론이 과하게 들어간 조사다. 면접원 조사를 통한 좀 더 정확한 조사 결과는 그렇지 않다.”

- 김 위원장은 안 대표를 저평가하는 발언을 하는 반면 주호영 원내대표는 함께하자는 우호적인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서로 역할을 나눠서 통합을 유도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나. “어떤 제스처도 나의 관심사가 아니다. 혁신 경쟁 말고는 대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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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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