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김종민(왼쪽부터), 김종철, 배진교, 박창진 당대표 후보자들이 지난 9월 17일 당대표 후보자 토론회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정의당 김종민(왼쪽부터), 김종철, 배진교, 박창진 당대표 후보자들이 지난 9월 17일 당대표 후보자 토론회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정의당의 ‘포스트 심상정’ 체제를 책임질 차기 당대표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9월 초부터 가시화된 당대표 경쟁은 4파전 양성을 보이고 있는데, 당 안팎에선 개인의 역량보다 소속 계파의 경쟁력으로 차기 당대표를 가늠하는 분위기다.

정의당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제6기 전국동시당직선거 당대표 후보군엔 김종민 전 부대표, 김종철 전 선임대변인, 박창진 전 갑질근절특별위원장, 배진교 전 원내대표 총 4명이 올랐다. 이들 개개인의 정치 경력만 두고 보면 배진교 후보가 우위를 보인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배 후보는 유일한 21대 현역 국회의원에 2010년 지방선거 당시엔 제10대 인천시 남동구청장으로 당선되기도 했다. 후보들 중에선 가장 많은 공직 경험을 가진 셈이다.

하지만 김종철 후보, 김종민 후보가 정의당에서 쌓은 입지를 고려하면 배 후보의 당선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시선도 나온다. 김종철 후보의 경우 고 노회찬 전 의원과 윤소하 전 의원의 비서실장을 맡으며 당내에서 잔뼈가 굵은 인사로 평가받아왔다. 김종민 후보는 2010년대 중반 정의당 대변인직을 맡았고 2018년 지방선거 당시엔 정의당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하며 존재감을 보이기도 했다. 박창진 후보는 이들에 비해 정치 경력은 짧지만 지난 ‘땅콩회항’ 사건으로 후보들 중엔 가장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보이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는 분위기다. 지난 8월 31일 그가 당대표 출마를 선언했을 당시 진보 대중정치에 대한 당원들의 바람이 그를 당대표로 추대할 거란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정의당 안팎에선 개개인의 이런 정치 경험 등과는 달리 소속 계파 간 힘겨루기로 당대표가 결정될 거란 분석이 상당하다. 정의당은 당내 각종 경선 때마다 ‘계파 밀어주기’ ‘계파 사람 꽂기’ 등으로 공정성 논란을 자초하기도 했다. 이번 당대표 선거를 앞두고는 당내 여론몰이를 위해 당 게시판의 올라온 특정 후보 추천 게시글 조회 수, 추천 수 밀어주기 등의 물밑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는 의심도 적지 않게 제기되고 있다. 정의당 한 전직 관계자는 “사실 당 밖에서 보기엔 굳이 인지도 높은 인물은 꼽자면 박창진 후보이겠지만 그 안을 보면 전혀 다르다”며 “계파 지지와 당내 기반이 당대표 선거를 좌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배진교 후보의 경우 당내 최대 계파로 분류되는 NL(민족해방)의 인천연합 계열로 분류된다. 2017년 4기 전국동시당직선거 당시 이정미 전 의원이 당대표직에 오르는 데에 인천연합 계열 당원의 지지가 한몫했던 것처럼, 인천연합이 이번엔 배 후보의 뒷배를 봐줄 거란 관측이 적지 않다. 일각에선 배 후보가 2010년 인천 남동구청장직에 오를 수 있던 것도 결국 이런 계파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종철 후보는 대학 시절부터 노동 운동에 앞장섰던 당내 대표적인 PD(민중민주)계로 사회주의 성향의 평등사회네트워크의 지원을 받아왔다. 여기엔 2019년 당대표 선거 후보로 출마했던 양경규 전 민주노총 공공연맹 위원장도 포함돼 있는데, 그는 이번 선거에서 김 후보와 단일화해 그를 밀어줬다고 한다.

김종민 후보는 인천연합의 서울 조직인 ‘함께서울’ 쪽으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고 박창진 후보 또한 옛 국민참여계로부터 지지받는다는 시선이 적지 않다. 이와 관련해 정의당의 한 권리당원은 “박창진 후보 선거본부엔 참여계라 불리는 인사도 몇몇 참여해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참여계는 통합진보당의 전신(민주노동당·국민참여당·진보신당) 중 하나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이끄는 그룹이다.

이를 두고 또 다른 권리당원은 “정파가 내부시스템을 통해 사람 검증, 육성이 이뤄지면 좋겠지만 지금의 정파는 우리 편 만드는 데 급급하며 조직의 우위를 끌어올리는 데 급급하다”고 지적했다. 바꿔 말하면 이번 선거가 또다시 계파에 의해 좌지우지될 경우 정의당은 발전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이번 선거에서 청년정의당 창당준비위원장 후보로 출마했던 성현 전 혁신위원은 지난 9월 13일 갑작스런 사퇴의사를 밝히며 “‘우리는 조직도 없는데 어떻게 하냐’ ‘어차피 안 된다’, 이당의 기득권 정파들이 원하는 절망의 말들이다. 우리와 같은 생각을 가진 수많은 평범한 시민 당원들을 믿고 당당하게 맞서자. 우리가 함께 그 절망에서 빠져 나온다면 우리 당은 살아날 것이고, 빠져나오지 못한다면 우리 당은 1%의 수렁에 빠지게 될 거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정의당은 오는 9월 26일까지 진행되는 온라인 투표와 27일 예정된 ARS 투표를 합산해 27일 저녁 차기 당대표를 선출할 계획이다. 이날 부대표 5인과 청년정의당 창당준비위원장 1인, 전국위원 53인, 대의원 343인도 정해진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이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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