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다. ⓒphoto 뉴시스
지난 9월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다. ⓒphoto 뉴시스

국민의힘이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경제3법(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을 두고 내홍에 휩싸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를 필두로 한 영남권 중진들이 이 법안을 둘러싸고 충돌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민주화’를 필생의 화두로 삼고 있는 김 위원장은 여당의 현 ‘경제 3법’에 반대하지 않는 반면 다른 국민의힘 중진들은 이 법이 ‘기업규제 3법’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이번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은 다중대표소송제도 신설, 감사위원 분리선임, 3% 의결권 제한규정 개편, 지주회사 지분율 규제 강화, 사익편취 규제대상 확대, 전속고발권 폐지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다. 금융그룹감독법은 아예 새로운 법을 제정하는 것이다. 현재 지주회사 형태의 금융그룹은 금융지주회사법이, 개별 금융회사는 개별 금융업법이 규제하지만 비지주 금융그룹의 경우 규제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 삼성,현대차그룹 등 국내 수위권 대기업 그룹이 비지주 금융그룹에 해당된다.

재계에서는 이 중 특히 다중대표소송제도와 감사위원 분리선임제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다중대표소송제는 자회사의 이사가 배임 행위를 저질렀을 때 모회사와 자회사가 소송을 제기하지 않으면 모회사 주주들이 대신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제도가 도입될 경우 여러 기업들이 다양한 형태의 소송에 노출될 확률이 증가한다. 반면 제도 도입을 찬성하는 측에서는 대기업 오너가 자회사를 통해 사익을 얻거나 무분별한 출자로 기업 가치를 하락시킬 경우 손해를 입은 주주들이 방어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고 주장한다.

감사위원 분리선임제 역시 이번 개정안에서 주목받는 규정이다. 현재 기업 활동을 감시·감독하는 감사는 이사회 구성원 중 한 명을 선출하도록 되어 있다. 이 때 지배주주(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는 지분이 아무리 많아도 3%이상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이사회의 독립성을 보장하면서도 대주주의 영향력을 어느 정도 선에서 유지시켜주는 장치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감사는 이사회에서 선출되는게 아니라 따로 뽑힌다. 이 경우에도 최대주주 의결권은 똑같이 3%로 제한된다. 대주주의 영향이 아예 미치지 않는 감사가 별개의 통로로 진출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 제도가 도입될 경우 국내 기업들이 해외 투기자본의 목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속고발권 폐지에 대해서도 재계에서는 우려하고 있다. 전속고발권은 가격 담합 등 공정거래 분야 법 위반 행위는 공정거래위원회가 고발을 해야만 검찰 수사가 가능한 제도다. 일반 시민, 주주 등의 고발권 남용으로 기업 경영활동이 위축되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됐다. 이 제도를 폐지할 경우 기업들은 앞으로 소액주주나 일반 시민들의 소송에 노출될 확률이 높아진다.

이처럼 전반적으로 기업 입장에서는 규제 강화로 받아들일 수 있는 내용들이 많아 재계에서는 여야 대표를 찾아나서면서 적극적으로 우려를 전달하고 있다. 지난 9월 22일에는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23일에는 손경식 한국경영자총연합회 회장이 국회를 찾아 재계의 우려를 전달했다. 자유로운 기업 활동을 중시하는 국민의힘 중진들도 비슷한 분위기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를 만나 “경제3법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재차 밝힌 것으로 전해지면서 국민의힘 내부적으로 갈등은 더욱 깊어질 조짐이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배용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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