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추미애 법무부 장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우상호 의원. 박주민 의원. ⓒphoto 조선일보
(왼쪽부터) 추미애 법무부 장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우상호 의원. 박주민 의원. ⓒphoto 조선일보

내년 4월 치러질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가 약 6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여야 후보들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대체로 서울은 여당이, 부산은 야당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것이 현 판세를 바라보는 정치권의 관측이다. 두 곳 모두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로 인한 궐위로 치러지기 때문에 명분은 야당이 앞서지만 서울시장은 여당이 판세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서울 지역구 의원의 80%, 시의원 90%, 구의원 80%가 여당 소속이라 서울시장 선거는 여당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선거를 위해 필요한 조직과 세(勢)라는 측면에서 서울시장 선거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박원순 충격파, 결국 여성 후보로?

현재 민주당과 국민의힘 양당 모두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어디에도 후보군을 확정하지 않은 채 치열한 눈치싸움을 하고 있다. 서울시장 후보 선정을 위해서는 아직까지 ‘박원순 효과’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모두 해당 지방 자치단체장의 ‘미투’로 인해 치러지는 선거인데, 특히 서울시장의 경우 여성 인권을 위해 목소리를 높였던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고발되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유권자들에게 던진 충격파가 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여당은 서울시장 선거에 여성 후보를 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진즉부터 나왔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이름이 계속 오르내리는 중이다.

특히 박 장관은 현재 여당의 서울시장 후보 중 1순위로 꼽힌다. 국회 한 관계자는 “박영선 장관은 원래부터 서울시장을 노리고 장관을 맡았을 것”이라며 “중기부 장관 하면서 각종 직능단체에 교부금을 많이 지원하고 접촉면을 늘렸는데 이들이 당내 경선 때 조직 역할을 톡톡히 할 것”이라고 했다. 추석 연휴 들어 박 장관의 미디어 노출 빈도가 늘어난 것 역시 이와 무관치 않다는 설명이다.

박 장관의 서울시장을 향한 권력의지는 서울시장직 도전사를 보면 알 수 있다. 가깝게는 2018년 지방선거 때 3선에 도전하는 박원순 전 시장과 당내 경선에서 맞붙었고, 멀게는 2011년에도 야권 단일화 경선에서 박 전 시장과 맞붙은 경험이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역시 잠재적 서울시장과 대권 후보로 꾸준히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5선에 당대표를 지낸 ‘거물급’ 의원이 일종의 ‘하향 지원’인 법무부 장관을 맡았다는 점에서 친문의 숙원인 ‘검찰개혁’의 선봉을 맡아 차기 행보를 위한 친문의 지지를 노렸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추 장관의 경우 아들의 이른바 ‘황제 군복무’ 의혹으로 인해 정치적으로 상처를 많이 입으면서 당장 6개월 앞으로 다가온 서울시장 선거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거란 관측도 힘을 얻고 있다. 검찰이 불기소 처분을 하긴 했지만 해명 과정에서 많은 의혹을 양산했기 때문이다.

당초 민주당 쪽에선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선 박영선이 유리, 본선에선 추미애가 유리하다’는 관측이 나왔었다. 박영선 장관 역시 4선의 중진 의원 출신이지만 본선에 올라가면 야당 측에서 걸고넘어질 만한 약점이 꽤 있다는 얘기도 나왔다.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당시에는 크게 이슈화가 되지 않았지만 박 장관의 신상과 관련된 약점이 향후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박 장관은 일본에 소유한 부동산까지 합쳐 3주택자로 구설에 오른 적도 있다.

물론 박 장관 역시 대통령이 ‘놓아 줘야’ 다음 행보를 노릴 수 있는 현직 장관이다. 추석 연휴 기간 박영선 장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서울시장 출마설에 관한 질문을 받자 “‘아직’ 출마설은 오보”라는 ‘뼈 있는’ 한마디를 던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현직 장관인 만큼 출마를 확정 지으려면 청와대가 개각을 통해 새 장관부터 임명해야 한다는 의미다.

누가 더 친문 눈에 드나?

현재 여당에서는 어떤 선거든 승리하려면 우선 당내 주류인 친문의 눈에 들어야 한다. 민주당은 ‘시스템 정당’을 표방한 이해찬 전 대표 시절부터 주요 선거에 나설 주자를 뽑는 당내 경선에서 대의원, 권리당원, 일반 당원과 국민 투표를 일정 비율씩 반영한 제도를 정착시켰다. 이 중 권리당원 대부분이 친문 성향이기 때문에 당내 경선에서 승리하려면 친문의 지원이 필수다. 실제로 이낙연 대표가 선출된 지난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 후보로 나선 이원욱 의원은 대의원 투표에서는 17.39%를 기록해 1위를 차지했지만 권리당원 투표에서 다른 후보들에 밀리면서 최고위원 자리에 오르지 못했다. 이 의원은 정세균계로 꼽힌다.

이 지점에서 정치인 출신인 추미애·박영선 두 장관 모두 다선을 일궈낸 지역구를 각각 친문 인사들에게 물려줬다는 것도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서울 구로을에서 세 번 연속 당선된 박영선 장관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초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내면서 문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한 윤건영 의원에게 지역구를 물려줬다. 당시 윤 의원은 부산과 경남 일대로 가라는 제안이 있었음에도 구로을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고, 야당 주자로 나선 김용태 전 의원을 상대로 무난히 승리했다. 구로을은 공단이 있고 젊은 유권자들이 대다수를 차지해 전통적인 민주당 텃밭으로 꼽히는 지역이다.

추미애 장관 역시 문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하는 인사에게 지역구를 물려줬다. 추 장관이 5선을 한 지역구인 서울 광진을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변인 출신인 고민정 의원이 현재 지역구 의원으로 있다. 고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야당의 거물급 인사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맞붙어 승리했다.

물론 박 전 시장을 고발한 피해자 관련 수사 결과에 따라서는 굳이 여당이 여성 후보를 내지 않아도 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야당 역시 서울시장 후보에 여성 후보를 낼 거라고 한정 짓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 한 핵심 관계자는 “박원순 미투로 치러지는 선거라 해도 어차피 저쪽이 여성 후보를 내면 우리가 여성 후보를 낸 게 상쇄되는 것”이라며 “맞춰서 여성 후보를 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럴 경우 여당에서도 남성 후보들이 상대적으로 부각된다. 이들 중 당장 손에 꼽히는 인물은 우상호 의원과 박주민 의원이다. 4선의 우상호 의원 역시 서울시장 후보군에 꾸준히 이름을 올려온 인물이다. 우 의원도 2018년 지방선거 때 3선에 도전하는 박원순 전 시장과 당내 경선에서 맞붙은 바 있다. 우 의원은 당 원내대표를 지낸 대표적인 586 인사다.

박 의원은 지난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 당대표 후보로 뒤늦게 합류해 3위를 차지했지만 득표율로 따지면 2위를 한 김부겸 전 의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선전했다는 평을 받았다. 애초부터 이낙연·김부겸 2파전으로 치러지던 당대표 선거에 뒤늦게 합류한 것 자체가 서울시장 출마를 위한 체급 올리기 차원이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박 의원은 강성 친문 세력들과 초선의 지지를 받고 있다.

배용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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