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주호영 원내대표 등 비상대책위원들이 지난 10월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주호영 원내대표 등 비상대책위원들이 지난 10월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최근 집값 급등과 고용 부진 등 경제 실정(失政)뿐만 아니라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군복무 특혜 논란, 북한의 해양수산부 공무원 살해 사건, 라임·옵티머스 금융사기 사건 등 정부·여당에 각종 악재가 쏟아졌다. 하지만 국민의힘 지지율은 9월 이후 20% 안팎의 박스권에 갇혀서 좀처럼 상승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10월 3주 차 한국갤럽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17%로 더불어민주당의 35%에 비해 절반에 그쳤다. 엠브레인·케이스탯·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4개 조사회사가 지난 10월 22~24일 실시한 10월 4주 차 전국지표조사에서도 국민의힘 지지율은 21%로 민주당(35%)과 차이가 여전히 14%포인트였다.

야당 지지율은 부진하지만 최근 각종 정치적 이슈와 관련해선 여권(與圈)에 등을 돌린 국민이 많다. YTN·리얼미터가 지난 10월 26일 발표한 조사에서 라임·옵티머스 등 금융사기 사건과 관련해 ‘특검을 추진해야 한다’며 야당 주장에 공감하는 의견(43.9%)이 ‘공수처 출범을 서둘러야 한다’며 여당 주장에 공감하는 의견(38.9%)보다 많았다. KBS·케이스탯리서치의 9월 26~27일 조사에선 해수부 공무원 살해 사건과 관련한 정부 대응에 대해 ‘잘못했다’(68.6%)가 ‘잘했다’(21.8%)보다 훨씬 높았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선 지난 8월 갤럽 조사에서 ‘잘못하고 있다’(65%)가 ‘잘하고 있다’(18%)를 압도했다.

보수층 26% ‘지지정당 없다, 모르겠다’

정부·여당에 대한 민심은 좋지 않지만 국민의힘이 반사이익을 얻지 못하는 이유는 보수층이 결집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란 지적이 많다. 최근 4개 조사회사의 전국지표조사에서도 보수층 중에서 국민의힘 지지자는 절반(50%)에 그쳤다. 보수층의 26%는 지지 정당이 ‘없다·모르겠다’고 답했고, 민주당 지지자도 13%였다. 진보층 중에서 민주당 지지자가 61%인 것과 비교하면 진보층에 비해 보수층의 결집력이 취약하다. 중도층에서도 민주당(29%)보다 국민의힘(17%) 지지율이 훨씬 낮았다. 국민의힘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체제가 들어선 이후 중도 쪽으로 당의 좌표를 이동시키고자 했지만, 보수층에선 절반이나 외면하고 중도층의 관심도 끌지 못하고 있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김종인 위원장은 중도층 또는 3040세대에게 지지를 호소하는 전략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지만, 기존 지지층인 5060세대와 비교적 정파성이 약한 20대부터 확실하게 묶어두는 전략이 효과적일 수 있다”고 했다. “지지층은 묶어두고 중도층을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20% 안팎의 국민의힘 지지율과 달리, 내후년 대선에서 야당으로 정권교체를 원하는 친야(親野) 성향 유권자가 40%로 결코 적지 않은 것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갤럽의 10월 2주 차 조사에서 내후년 대선에 대한 기대를 물은 결과, ‘현 정권 유지를 위해 여당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좋다’가 44%였고 ‘현 정권 교체를 위해 야당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좋다’가 39%였다. 차이는 5%포인트로 오차범위(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이내였다. 전문가들 중에는 “정권 교체를 원하는 유권자가 40%가량에 달하지만 국민의힘 지지율이 20% 정도에 그치는 것은 ‘국민의힘’이란 정당의 호감도가 너무 낮기 때문”이란 지적이 많다. 정당 지지율은 정당 호감도와 상관관계가 매우 높기 때문이다. 갤럽의 9월 말 정당 호감도 조사에서 국민의힘에 대해 응답자들은 ‘호감이 간다’가 25%에 머물렀고, ‘호감이 가지 않는다’가 두 배 이상인 60%였다. 국민의힘 호감도(25%)는 민주당(40%)뿐만 아니라 정의당(27%)에 비해서도 낮았다. 보수층에서도 국민의힘에 ‘호감이 간다’는 응답이 절반(49%)에 그쳤고, 나머지 절반은 ‘호감이 가지 않는다’(42%)와 ‘모름·무응답’(9%)이었다.

“야당 정권 잡아도 별수 없을 것”

국민의힘의 정당 호감도가 낮은 이유는 “지난 4년 동안 당의 명칭이 새누리당, 자유한국당, 미래통합당, 국민의힘 등으로 계속 바뀌었지만 과거 탄핵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고 체질이 근본적으로 변화했다는 인식을 국민에게 주지 못했다”는 분석이 있다. 또 다른 원인으로는 유력한 대권 주자가 떠오르지 않고 있기 때문이란 지적도 많다. 대권 주자가 안 보이는 정당에 호감을 지니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유력한 대권 주자의 출현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는 견해도 있다. 허진재 한국갤럽 이사는 “2016년 탄핵 정국 이전까지 민주당은 당시 문재인 후보가 차기 주자 선호도에서 선두권이었지만, 당 지지율은 지금의 국민의힘처럼 20%대 박스권에서 수년간 머물렀다”며 “당의 인물도 중요하지만 유능한 정당으로 탈바꿈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실제로 부동산이나 일자리 문제 등과 경제 이슈와 관련해 “야당이 정권을 잡아도 별수 없을 것”이란 여론이 지배적이다. 지난 8월 말 4개 조사회사의 전국지표조사에서 ‘집값 안정 등 부동산 정책’에 대해 가장 잘할 것 같은 정당을 물어본 결과, ‘없다’(32%)가 가장 많았고 다음은 민주당(23%)에 이어 국민의힘 전신(前身)인 미래통합당(21%)이었다. ‘일자리·고용 정책’에 대해서도 민주당(31%)이 더 잘할 것이란 의견이 미래통합당(17%)보다 높았다. 보수층 중에서도 야당이 부동산과 고용 문제를 잘 해결할 것으로 보는 비율이 35~40%에 그쳤다. 야당은 비판만 하고 해결 능력은 오히려 더 떨어질 것으로 본다는 것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정부의 정책이 좋지 않다면 국민이 고를 수 있는 다양한 정책 메뉴를 야당이 내놓아야 한다”며 “국민의 마음을 움직일 ‘신제품’이 없다는 것이 야당의 위기”라고 했다. 부동산과 일자리 문제처럼 생활밀착형 이슈와 관련해 민심을 흡수할 창조적 프레임으로 여권과 맞서지 못한다면 지지율이 오르기 힘들다는 것이다.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후를 주목하는 견해도 많다. 선거 결과에 따라 국민의힘의 미래가 완전히 달라질 것이란 전망이다. 갤럽 조사에서 전국적으로는 내후년 대선에 대한 기대가 정권 유지 44% 대(對) 정권 교체 39%였지만, 서울에선 37% 대 45%로 정권 교체를 원하는 비율이 더 높았다. 현재로선 서울에서 야당의 지지 기반이 더 단단하다는 조사 결과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서울시장 보선까지 남은 시간이 많지 않아서 여야 모두 인지도가 높은 인물로 승부하는 게 유리할 것”이라며 “야당으로선 서울시장 선거 승리로 보수층 결집의 계기를 마련하는 데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고 했다.

홍영림 조선일보 여론조사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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