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이경호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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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선거와 부산시장 선거는 분리된 선거가 아닌 만큼 부산시장에도 전국적으로 (알려진), 서울시장 선거에도 도움이 되는 후보가 나오는 게 좋고, 마찬가지로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부산시장에 도움이 되는 후보가 나오는 게 좋다.”

지난 총선에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지냈던 박형준 동아대 교수는 당의 대표적 전략통으로 꼽힌다. 총선 직전 차명진 전 의원 등의 막말 파동이 번진 뒤 박 교수는 방송에 출연해 “100석이 위태롭다” “엄살이 아니다”라고 말했는데, 통합당이 103석을 얻으며 박 교수의 전망은 현실이 됐다. 지난 11월 4일 서울 광화문에서 주간조선과 만난 박 교수는 내년 4월 있을 서울·부산시장 선거에 대해서도 두 선거가 별개의 선거가 아닌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사실상의 전국단위 선거가 될 것으로 봤다.

그는 서울시장 후보에 대해서는 “정말 이길 수 있는 후보를 내야 하는 만큼 사람을 넓은 테두리에서 찾아야 하고, 국민의힘만 생각할 게 아니라 바깥의 범야권으로 접근하는 게 좋다”라며 “이를 위해 서울·부산 모두 경선이 흥행할 수 있도록 정치적 이벤트로 만들어서 어떻게 흥행시킬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보수진영 서울시장 후보로 떠오르고 있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 대해서는 “연대가 됐든 통합이 됐든 함께 후보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연대를 해서 권력을 교체하고 그 안에서 권력을 공유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방법론에 대해서는 “단일화보다는 연대해서 함께 후보를 선출하는 게 갈등을 줄이는 방법일 것”이라며 “자칫 어긋날 수 있는 방법을 택하기보다는 비교적 예측 가능한 방법을 택하는 게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박 교수는 부산시장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 때문인지 부산시장 후보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최근 발표된 프라임경제-싸이리서치 여론조사에서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이 17.3%로 1위, 박형준 교수가 16.6%로 2위, 이언주 전 의원이 15.7%로 3위로 나타났다. 그는 “아직 (출마를) 확정짓지는 않았지만 거의 그런 방향으로 생각하고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부산시장? “그 방향으로 준비하고 있다”

박 교수는 서울시장 선거에 이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호남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는 현재 국민의힘 내에서 매우 민감한 문제다. 현재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체제는 당내 중진들의 반발에 부딪혀 있다. 여기에다 김 위원장이 ‘호남 챙기기’ 행보에 나서면서 일부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은 텃밭인 대구경북에서 더불어민주당보다 오히려 낮은 지지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인데 지난 총선 때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이 수도권에 호남 출신 후보를 민주당 못지않게 많이 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에는 호남으로부터 정말 배척을 당하는 바람에 지금 호남 기반은 거의 없어진 상태다. 그러면 서울시장 선거도 어려울 수밖에 없다.”

박 교수는 김 위원장의 ‘호남 챙기기’ 행보에 대해 “전통적 보수층이 이해를 하셔야 할 것이 영남이 인구가 많으니 영남 지지만 받으면 된다는 정서를 빨리 넘어서야 한다”라며 “여당도 지역적으로는 호남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정권을 잡기 위해 영남 후보를 계속 찾아서 매칭해서 정권을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호남의 지지를 받는 민주당이 PK 출신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을 내세워 정권을 잡은 것을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친문이 밀고 있는 차기 대선주자 중 하나인 김경수 경남지사 역시 경남 고성 출신이다.

박 교수는 현재 김 위원장의 호남 챙기기 행보를 비판하고 있는 당내 여론에 대해서도 “확장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불가피한 과정”이라며 “나라 전체로 보더라도 이게 맞고 정당으로서의 명분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공학적으로 보더라도 서울에 있는 호남 출신 인구가 상당한 만큼 호남을 배제하고 서울시장 선거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이 박 교수의 주장이다. 박 교수는 “다만 보수 유권자들이 김종인 체제에 대해 실망한 것은 지난번 경제 3법 같은 사안에서 당내 의원들을 너무 간과하고 과소평가한 측면이 있었다. 이 때문에 비판여론이 형성됐지만 최근에는 또 김 위원장이 이해를 하고 접근을 하려고 하니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호남 버리고 서울시장 얻을 수 없어”

박 교수는 집권 4년 차가 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아직까지 40%를 상회하는 현상에 대해 “문 정권의 가장 중요한 정치적 기반인 30~40대 화이트칼라는 문 정권에 실망하더라도 보수야권에 좀처럼 눈길을 주지 않고 있다”라며 “아직 대안세력이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그걸 극복하기 위해 통합과 혁신을 추진했던 건데 통합은 가까스로 이뤘지만 혁신은 국민 눈높이와 기대에 상당히 못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수야권이 위기에 처한 만큼 당이나 의원들 개개인이 위기의식을 갖고 한 사람 한 사람이 뛰어난 전사이자 스타가 되어야 하는데 과거의 웰빙의식에 젖어 있는 모습이 당의 활력을 떨어뜨린다는 설명이다.

박 교수는 반면 민주당에 대해서는 “현재 90% 이상의 지방권력과 국가권력을 가지고 광범위한 이익 공동체를 형성해 놓았다”라며 “이제 저들은 옳으냐 그르냐의 문제가 아니라 이익과 밥그릇의 문제로 접근을 하는 만큼 필사적으로 정권을 유지하고 재생산하는 쪽으로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민주당이 서울·부산시장 선거에 당내 후보들을 공천하겠다고 밝힌 것 역시 명분보다 실익을 중시하는 민주당 현 주류의 경향을 보여준다는 것이 박 교수의 설명이다.

박 교수는 최근 8년 만에 국민의힘에 복당했다. 박 교수는 지난 2012년 박근혜 새누리당 대표를 필두로 한 당시 지도부가 유재중 전 의원을 부산 수영구에 공천하면서 이에 불복해 탈당한 바 있다. 박 교수의 복당이 발표된 날은 공교롭게도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징역 17년형을 선고받고 수감된 날이기도 했다. 박 교수는 MB 정부 청와대에서 정무수석과 사회특별보좌관을 지냈다. 그는 이 전 대통령의 징역형에 대해 “굉장히 마음이 안 좋고 사실 MB 입장에서는 억울한 점도 많다”라며 “이 정권의 적폐청산이란 게 나중에 평가하면 결국 정치보복의 프레임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복수심이 결국 두 전직 대통령을 감옥으로 갈 때까지 몰아붙인 결과를 낳았다는 설명이다. 박 교수는 “법리와 판결 등을 다 떠나 전직 대통령들을 구속시켜 이렇게 오랫동안 감옥생활을 시키는 건 국민 통합의 관점에서 전혀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라며 “정치적 프레임으로 여기까지 왔다면 이 정권이 끝나기 전에 사면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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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용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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