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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33호] 2020.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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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대선판 흔든 윤석열, 제3지대 정계개편 도화선 되나

정치인을 바라보는 관점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을 본다면 그는 장단점이 뚜렷하다. 기존 정치인들에게 볼 수 없던 강직한 캐릭터를 갖고 있으면서 나름대로의 스토리를 갖고 있다는 것은 장점이다. 알려진 것보다 탄탄한 인적 네트워크도 장점 중 하나다. 그의 캐릭터는 국가정보원 댓글사건 때부터 지금까지의 행보에 잘 드러나 있다. 소신이 뚜렷하지만 신중하고, 결심이 서면 거침없이 행동한다. 이런 모습은 사석에서도 다르지 않다. 사석에서 말을 아끼기보다는 자신의 판단을 거침없이 말하는 편이다.
   
   본인은 ‘정무적 감각’이 없다고 말하지만, 일련의 과정들을 보면 그의 판단력과 소신 등이 정무적 능력으로 발휘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인사권을 통해 그의 수족을 자르고, 지휘권을 행사해 검찰총장의 권한을 무력화했을 때 윤 총장은 이를 빠르게 수용했다. 윤 총장에 대해 기대가 컸던 사람들은 이런 모습을 보면서 실망감을 표했다. 그런데 윤 총장은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 나와 상황을 일거에 역전시켰다. 결정적 순간에 추 장관과 각을 세우면서 한순간에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에서 1위에 올랐다. 추 장관은 계속해서 자신이 검찰총장보다 위에 있다면서 힘을 과시하지만, ‘부하가 아니다’라는 말로 윤 총장이 짜놓은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미 현실적으로 두 사람 사이에는 수평적 구도가 만들어졌다.
   
   
   충청과 강원, 지역적 확장성
   
   윤 총장을 정치인으로 가정하면 그는 지역적 확장성 면에서도 장점을 가지고 있다. 윤 총장의 고향은 서울이다. 충암고를 졸업했다. 하지만 그는 범충청권 주자로 분류된다. 아버지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가 충청남도 공주 출신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이 윤 총장이 수세에 몰리자 “고향 친구를 지켜내겠다”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 때문이다. 그런데 윤 총장의 모친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다. 윤 총장의 모친은 이화여대 교수로 재직한 바 있으며 강원도 강릉 출신이다. 윤 총장이 사법고시를 여러 차례 떨어지는 동안 함께 공부했던 친구들을 집으로 데려와 밥을 먹이고 보살폈던 인물이다. 그래서 윤 총장 모친의 돌봄을 받았던 지인들이 사법고시에 합격한 후에도 명절이면 윤 총장 모친에게 인사를 갔었다고 한다.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서 윤 총장에게 독설을 쏟아냈던 여당의 한 의원도 윤 총장 모친에게 인사를 오던 인물 중 하나였다. 그래서 과거부터 윤 총장과 가까웠던 사람들은 그의 부친보다는 모친에 대한 기억이 더 많다.
   
   윤 총장의 부친과 모친이 각각 충청도와 강원도 출신이란 점은 윤 총장에게 남다른 정치적 의미를 갖게 한다. 충청과 강원은 영남과 호남이 양분하던 대선에서 비교적 소외되어 왔다. 김종필, 박태준, 이인제, 반기문 등이 충청 민심을 등에 업고 대권에 도전하려 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강원은 아예 대선급 주자를 찾아보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그가 만약 범보수 내지 반문연대의 대표주자로 대선에 나온다면 반문 정서가 강한 영남 쪽 지지에 충청과 강원 그리고 수도권 유권자들의 표심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이미 윤 총장이 1위를 기록한 이번 여론조사에서 그는 부산·울산·경남, 대구·경북 그리고 충청권에서 가장 높은 지지율을 나타냈다. 그가 실제로 대선에 나선다면 이런 지역적 확장성은 분명 장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윤 총장의 탄탄한 인적 네트워크 역시 장점이다. 앞서 언급했듯 윤 총장은 충암고-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는데 현재 윤 총장과 가까운 인사들이 국회는 물론 정부 각 부처와 기업 등에 포진해 있다.
   
   하지만 어떤 면에서 이런 장점들은 신기루에 불과하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30%가 넘는 지지율을 기록하며 대선 출마를 준비했을 때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처음 정치권에 발을 내디뎠을 때는 지금 이상의 신드롬이 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그들의 지금 현실은 어떤가.
   
   
   검증 필요한 미완의 우량주
   
   윤 총장 역시 정치권에 발을 들이는 순간 장점보다 단점이 더욱 부각될 수 있다. 일단 그는 검사로 수십 년간을 지내왔기 때문에 국제, 외교, 경제, 안보 문제에 있어서 검증된 것이 전혀 없다. 물론 대통령이 모든 면에서 뛰어날 수는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어떤 분야에 특출해서가 아니었다. 부친이 대통령이었단 이유로 그가 가까이에서 많은 것을 보고 배웠을 것이라고 받아들이는 것이 대한민국 민심이다. 윤 총장 역시 시장경제나 자유민주주의 등에 대한 신념이 확고하다. 기자가 과거 윤 총장을 사석에서 만났을 때도 그가 “우리나라의 외교가 한·미 동맹 위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말을 한 것이 인상 깊게 남아 있다. ‘역사의식’이란 단어도 자주 사용했다.
   
   그가 빠른 시간 내에 대선주자로 떠오른 만큼 고강도 검증이 기다리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법조 분야를 제외한 다른 분야에서도 국민들에게 믿음을 줄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특히 다음 대선의 화두가 경제살리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윤 총장이 시대적 흐름에 맞는 인물인지도 미지수다. 더불어민주당 한 의원은 “결국 부동산 가격, 일자리, 세금 등의 문제들이 다음 대선에서 이슈로 떠오를 것이 분명한데, 이런 분야에 윤 총장이 얼마나 전문가적 식견을 보여줄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국회를 거치지 않아 여의도 정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것도 단점이다. 여의도 정치를 모른다는 것은 조직력에 한계가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윤 총장의 가족을 둘러싼 의혹들도 아직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어쩌면 이런 단점들만 놓고 보면 그는 여전히 미완의 우량주에 불과하다. 분명한 것은 윤석열이란 존재가 일단 2022년 대선의 ‘상수’가 되면서 대선판을 뒤흔들 변수로 떠올랐다는 것과 그동안 이낙연 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엎치락뒤치락하며 대선 레이스를 끌고 가던 판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보수 야당의 후보가 될 가능성은 낮아
   
   최근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을 묻는 한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은 24.7%의 지지율을 기록해 여권의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지사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범야권으로 분류되는 주자가 1위를 차지한 것은 현 정부 들어서 처음 있는 일이다. 무엇보다 주목할 만한 점은 25%에 달하는 지지율 수치다. 지난 대선에서 새누리당 대선후보로 나왔던 홍준표 의원(무소속)이 대선 전 마지막 여론조사(2017년 5월 3일 서울신문-YTN 공동조사)에서 얻은 지지도도 19.6%에 불과했다. 정치에 입문하기도 전에 이 정도 지지율을 얻은 인물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정도였다. 이번 여론조사 결과를 놓고 정치권에서 각종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반 전 총장이나 안 대표와 비교하며 윤석열 신드롬이 ‘찻잔 속의 태풍’에 불과할 것이란 비관론이 있는가 하면, 마땅한 대선주자가 없는 야권의 상황을 감안하면 과거와는 다르다고 보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어쨌든 정치권은 대권주자 윤석열이란 ‘상수’를 놓고 각자 계산기를 두드리게 됐다.
   
   그런데 윤 총장을 둘러싼 각종 시나리오는 두 가지 질문이 해결됐을 때 비로소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하나는 윤 총장이 과연 대선에 뛰어들 것인가와 다른 하나는 그가 현재 보수 야당의 후보로 나설 것인가다.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은 점점 명확해지는 분위기다. 윤 총장은 대통령이 해임하지 않는 한 내년 7월 말 임기까지 자리를 지킬 가능성이 거의 99.9%에 가깝기 때문에 본인이 직접 출마 관련 언급은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윤 총장이 국감 후반부에 “임기를 마친 후엔 정치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국민을 위해 어떻게 봉사할지 퇴임 후 방법을 생각해 보겠다”고 답하자 이를 사실상 정계 입문으로 해석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정치권 내부의 분위기는 점점 무르익고 있다.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주변에서 그의 출마를 부추기고 있으며 그도 어느 정도 마음을 굳혔단 얘기가 여기저기서 들리고 있다. 본인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충암고 동문들이나 서울대 법대 동문들, 법조계 지인들이 윤 총장의 대선 출마를 전제로 움직이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언론도 대선주자급 현미경 검증을 벼르고 있다. 윤 총장이 2012년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장을 할 때와 2019년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수사했던 한 대기업이 공교롭게도 모두 무혐의가 나왔다는 의혹에 대해 최근 한 언론이 별도의 취재팀을 꾸려 취재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그렇다면 윤 총장이 대선에 출마한다면 과연 지금 구도에서 야당 후보로 나올까. 이 가능성 역시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보수층 유권자들이 윤 총장을 지지하기 때문에 윤 총장이 국민의힘 후보로 나올 것이란 발상은 순진한 생각”이라며 “윤 총장이 국민의힘 후보로 언급되는 순간 국민의힘은 사분오열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윤 총장에 대해 반감을 갖는 의원들이 적지 않다. 윤 총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서울중앙지검장을 꿰차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의 이른바 ‘적폐청산’ 수사를 진두지휘했다. 이 때문에 윤 총장을 여전히 문 정부 탄생의 일등 공신으로 보는 인사들도 여럿 있다.
   
   윤 총장만 바라보기에는 제1야당으로서 무력감만 드러내는 것 아니냐는 당내 분위기도 만만치 않다. 주호영 원내대표가 한 라디오에 출연해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자리에 있는 분들이 현직에 있는 동안 정치 관련 이야기가 나오는 것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다” “갑자기 정치권에 들어오는 것 자체에 찬성하지 않는다”라고 선을 그은 것도 이런 분위기 때문이다. 주 원내대표는 임기가 끝난 뒤 윤 총장의 행보에 대해서도 “선택은 본인의 자유지만 그런 (정치 입문) 선택은 옳지 않다”라면서 “자기 영역을 끝까지 고수하고 지키고 존경받는 그런 국가적 원로가 필요하다고 본다”는 말까지 했다. 대선을 준비하는 다른 후보들 역시 윤 총장의 무혈입성을 가만히 지켜볼 리가 없다. 국민의힘으로 대선 출마를 준비하는 무소속 홍준표 의원이 윤 총장의 국감장 발언을 두고 “사퇴하고 당당하게 정치판에 뛰어들어라”라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야권에서 제기되는 ‘헤쳐 모여’ 주장
   
   윤 총장이 국민의힘을 먼저 택할 가능성도 희박하다고 봐야 한다. 국민의힘이 오래된 공당으로서 조직력을 갖고 있다는 것은 장점이지만,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비토 세력을 끌어안지 못하는 모습이 계속되고 있고 중도세력이 갖는 비호감도 여전하다. 현재 윤 총장을 지지하는 층은 이념적으로 중도와 중도적 보수층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중도적 보수층과 극우층이 두 축이다. 양자 사이에 괴리감이 있다. 지난 대선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한 홍준표 의원이나 지난 총선에서 새누리당을 이끈 황교안 대표 역시 이 문제를 풀지 못해 선거에서 졌다. 김종인 대표 역시 이 문제를 풀지 못하고 있다.
   
   결국 이런 딜레마는 야권이 헤쳐 모이는 상황을 만들 가능성이 크다. 여당과 극우세력을 제외한 중도층 그리고 정권교체에 뜻을 같이하는 일부 진보층이 새로운 세력을 만들어 여기에 윤 총장이 합류하는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이미 야권에서 정계개편을 논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대표적 인물이 안철수 대표다. 국민의당에 따르면 안 대표는 지난 11월 6일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의원들이 참여하는 연구모임 ‘국민미래포럼’ 비공개 간담회에서 “(야권을 향한) 비호감을 줄일 노력을 해야 한다”라며 “그 방법의 하나가 새로운 플랫폼, 사실 새로운 정당”이라고 말했다. 안 대표는 11월 12일에도 국민의힘 김무성 전 의원이 주도하는 ‘마포포럼’(더 좋은 세상으로)에 강연자로 나서 “(야권 혁신 플랫폼이) 느슨한 연대에서부터 새로운 당을 만드는 것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모두 표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언론에서 자신이 신당 창당을 주장한다고 한 것은 잘못 보도됐다면서도 “화두를 던지고 고민이 시작됐으니 좋은 효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에서도 이런 주장이 나오고 있다. 마포포럼 역시 새로운 대선주자를 만들겠다는 플랫폼을 자처한다는 차원에서 제3지대 출현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역의원 중에서는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가장 적극적이다. 장 의원은 지난 11월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에게) 당의 존망을 통째로 맡길 수 없다”며 “국민의힘, 국민의당, 무소속, 범야권이 다 모이자”면서 야권 통합을 부르짖었다. 그는 “국민의힘, 국민의당, 무소속, 범야권이 다 모이자. 공동책임으로 운명을 맞이해야 한다”라며 “그래야 결과에 대해 여한이 없다”고 강조했다. 장 의원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제안한 신당 창당에 대해서도 긍정적 반응을 보인 바 있다.
   
   이런 현상에 대해 한 정치평론가는 “정권교체라는 깃발 아래 모이는 진보세력 일부와 중도의 지지를 받는 사람이 나타나야만 승산이 있다는 차원에서 정계개편이 일어나거나 새로운 정당이 출현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는 상황”이라며 “특히 윤석열이란 주자가 외부에 있는 만큼 이를 담을 만한 그릇이 생기면 윤 총장의 합류 가능성은 훨씬 커진다”고 분석했다.
   
   윤 총장의 부상에 당혹스러운 것은 여권도 마찬가지다. 일시적 현상으로 평가절하하는 분위기가 강하지만 박스권에 멈춰 있는 당 대선주자들의 지지율을 보면 고민이 깊다. 특히 당내 최대 계파인 친문 세력들이 김경수 경남지사의 2심 유죄 판결로 애매한 상황이 됐다. 이 때문에 친문 세력을 중심으로 제3, 제4 후보의 등장 가능성도 주시하는 분위기다. 정세균 국무총리의 경우 최근 지방 방문과 여야 의원과의 접촉을 늘리고 있다. 강원지사를 지낸 이광재 의원과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추미애 법무부 장관, 박용진 의원 등도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민주당은 내년 4월 보궐선거를 앞두고 윤 총장의 지지도 1위에 반영된 보수층과 유동층의 쏠림 현상이 지속할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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