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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정치
[2633호] 2020.11.16

민주당은 왜 이스타항공 문제에 입 닫았을까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이스타항공 조종사지부는 지난 10월 28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국토부 장관 및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면담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photo 뉴시스
지난 10월 29일 박이삼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위원장은 국회 앞에서 16일째 단식 농성을 벌이던 중 실신했다. 10월 14일 직원 1300여명 중 605명이 정리해고된 날부터 시작한 단식이었다.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 등에서 기장으로 일했던 ‘파일럿’ 박이삼 위원장은 빨간 조끼를 입고 천막에서 농성하는 처지가 됐다. 퇴원한 지 일주일 됐다는 그의 입술은 터져 있었다. 그는 “속이 더부룩해서 아직 밥을 제대로 못 먹었다”고 했다.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 사무실은 서울 강서구 방화동 이스타항공 서울 사무실과 마주 보고 있는 상가 1층의 김밥집 옆, 10㎡(3평) 남짓한 공간이다.
   
   박 위원장은 지난 10월 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하기도 했다. 정리해고의 부당함을 성토하던 박 위원장에게 민주당 의원들은 “연설하러 온 것도 아니고 어느 정도 해야지” “오버했다고 인정해라”고 윽박질렀다. 이스타항공의 창업주 이상직 의원은 지난 9월 자녀에 대한 편법 증여 등의 논란이 거세지자 민주당을 탈당했다. 이스타항공과 이 의원 일가를 둘러싼 논란이 연이어 불거지자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이 의원이 책임을 가지고 국민과 회사 직원들이 납득할 만한 조치를 취해주시길 바란다”라고 했고, 민주당 윤리감찰단에 회부된 직후 내려진 결정이었다.
   
   민주당 지도부 중 국회 정문 바로 앞에서 단식 농성을 벌이는 박 위원장을 찾아온 이는 아무도 없었다고 한다. 민주당 소속으로는 노웅래 의원이 유일하게 농성장을 찾아왔다고 했다. “그나마 ‘비문 계열’이라고 하는 민주당 의원들은 좀 관심을 가져줍니다. 그런데 유독 ‘친문’이라고 하는 이들이 이 문제에 왜 그렇게 예민하게 반응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노동자, 약자들의 편에 서주는 게 민주당 의원들이 내세우는 것 아니었나요. 국감장에서는 솔직히 국회의원 같아 보이지도 않았습니다.”
   
   정작 그의 단식 농성장을 찾아온 이들은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 정의당 김종철 대표를 비롯한 야당 의원들이었다. 박 위원장은 특히 국회 환노위 소속이자 한국노총 출신인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이 많은 도움을 줬다고 전했다.
   
   
   “국회의원 같지도 않았다”
   
   이스타항공은 지난 4월 이후 모든 노선의 운항을 중단하는 ‘셧다운’ 결정을 내린 이후 사실상 폐업 상태다. 코로나19로 국제선 운항이 어려워진 탓도 있지만, 저비용항공사의 경우 국내선 운항으로 호흡은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스타항공은 이마저도 중단했다. 이스타항공 사측은 이 결정이 기존에 M&A를 진행하던 제주항공 때문이었다고 주장한다.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측에 셧다운을 종용했고, 이에 따른 결정이었는데 정작 제주항공이 인수에 발을 빼면서 경영이 더 악화됐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두 회사의 인수합병은 무산됐고, 무더기 소송전만을 앞두고 있다.
   
   이스타항공과 제주항공 측은 결국 서로 감정까지 상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제주항공은 지난 1~2월 이스타항공에 대한 실사 과정에서 최악에 가까운 자본 상태와 대통령 사위가 일했다는 회사 ‘타이이스타젯’과의 불분명한 관계를 파악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시기에 이스타항공의 자본 상태, 모회사인 페이퍼컴퍼니 이스타홀딩스의 정체 등을 구체적으로 지적하는 언론 보도들이 나왔다. 이스타항공 측은 이 보도를 제주항공이 ‘인수대금을 깎기 위해 흘려줬다’고 봤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로 인해 항공업계가 장기 불황을 맞이할 기미가 보이자 이스타항공 측은 인수대금을 기존 695억원에서 수차례 낮췄다. 그럼에도 제주항공이 인수를 미루자 창업주 이상직 의원은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당선된 이후 여러 기업을 접촉, 제주항공과의 인수가 결렬될 경우 새로운 투자처를 찾아다닌 것으로 전해진다.
   
   이스타항공은 제주항공과의 인수합병이 공식적으로 무산된 이후 현재까지 새로운 인수자를 찾고 있다는 입장만 반복 중이다. 새로 인수합병되는 것만이 회사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300억원이 넘는 임금체불과 각종 미지급 대금 수백억원에 정치적 논란까지 엮인 회사를 인수하려는 이는 쉽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부영그룹을 포함해 일부 사모펀드사를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
   
   
▲ 지난 9월 24일 이스타항공 임직원 대량해고 사태 책임자로 지목돼 당 윤리감찰단 조사를 받던 이상직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 소통관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이상직의 ‘뒷배’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상직 의원의 ‘뒷배’가 청와대일 것이라는 말이 정설에 가깝다. 이 의원은 18대 총선 공천 컷오프, 19대 총선 당선, 20대 총선 컷오프를 거친 뒤 21대에 재선에 성공했다. 21대 총선에서 이 의원과 공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됐던 후보는 20대 총선에서 111표 차이로 낙선했지만, 경선도 거치지 못하고 컷오프됐다. 국회에 처음 발을 들였던 2008년 당시 그는 전북 출신으로 ‘친노’가 아닌 ‘DY(정동영)계’ 또는 ‘박지원계’로 통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기 전까지 그의 정치 이력은 초선 의원에 불과했다.
   
   그런 그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부터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위원장,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을 연이어 역임하는 등 ‘친문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일각에서는 이 의원이 21대 국회에 재입성한 후 차기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유력하다는 전망까지 나올 정도였다.
   
   별다른 계파에 속하지 못했던 기업인 출신 이 의원이 어떻게 몇 년 만에 ‘친문 핵심’이 되었는지에 대해선 여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가장 큰 관심거리가 지난해 3월부터 제기되어온 문재인 대통령 사위 서모씨가 일했다는 ‘타이이스타젯’이다. 지난해 1월에 대통령 딸의 가족이 동남아로 돌연 이민을 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 배경에 의문이 제기됐다. 이 사실이 알려진 이후 대통령 사위가 태국의 ‘타이이스타젯’에서 근무한 것이 알려졌다. 당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은 “이상직 이사장이 대통령 사위를 취직시켜준 대가로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직을 받은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이 의원과 청와대는 “타이이스타젯과 이스타항공은 관련이 없는 회사”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이스타항공이 타이이스타젯의 항공기 리스요금 등을 지급보증해 준 것으로 밝혀지면서 사실과 거리가 먼 해명으로 드러났다.
   
   이스타항공과 관련한 논란이 커지자 이 의원이 직접 나서 여권 수뇌부들에 문제 해결을 위한 조언을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월 8일 국정감사장에서는 이스타항공 김유상 전무가 노조와의 대화에서 “김현미 장관과 누나 동생 사이다.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분들을 회사가 만나고 있다. 노영민 비서실장까지 만났고 대통령만 빼고 다 만났다”고 말한 사실이 확인됐다. 김 전무는 “회사 정상화와 지원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린 것”이라고 했다.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는 매주 수요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이스타항공 운항 재개와 정리해고 철회 등을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개최한다. 직원들의 임금체불 문제가 불거진 지 8개월여 가까이 지났지만 정부·여당은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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