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위치한 정치 카페 ‘하우스’ 내부 모습. ⓒphoto 이경호 영상미디어 기자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위치한 정치 카페 ‘하우스’ 내부 모습. ⓒphoto 이경호 영상미디어 기자

국민의힘 친유(유승민)계 의원들이 설립을 주도한 서울 여의도의 정치카페 ‘하우스(How’s)’가 주목받고 있다. 국민의힘 중진 중에 원외로 밀려난 서울시장·대권 주자들이 선거를 앞두고 사람을 모으고 메시지를 낼 만한 공간이 필요한데, 하우스가 그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하우스는 ‘○○포럼’과 같은 이름의 외곽조직과는 다른 형태라는 점에서 차별화되는 면이 있다. 기존 포럼들이 인물을 구심점 삼아 활동한다면 하우스는 장소를 구심점 삼아 사람들을 모으겠다는 계획을 갖고 만들었다. 일단 전·현직 국회의원을 포함한 157명의 조합원이 출자했다. 시민 누구나 방문할 수 있다. 이름 ‘하우스(How’s)’는 ‘세상의 모든 질문을 해결한다’는 의미로 지어졌다. 시민들이 하우스를 방문해서 정치가 해결할 수 있는 모든 문제를 다룬다는 의미라고 한다. 국민의힘 당명과 로고 디자인 제작에 참여한 김수민 국민의힘 홍보본부장이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통상 여당 원내 인사들은 국회나 정책 집행 현장 등 다양한 공간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지만, 야당 주자들은 상대적으로 주목받기가 쉽지 않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로 외부 행사가 어려워지면서 원외 주자들은 정치적으로 목소리를 낼 공간이 마땅치 않다는 하소연을 해왔다. 야당 소속인 데다 원외에 있는 주자들은 출판기념회나 전국투어 콘서트 등 외부 공간이 아니면 사실상 주목받기 어려운데 올해는 대규모 행사가 금지되면서 그나마도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까지 하우스에서 활동해 주목받은 주자들은 대부분 원외 주자들이다. 하우스 이사장인 오신환 전 의원을 포함해 야권의 주요 잠룡들인 유승민 전 새로운보수당 대표, 오세훈 전 서울시장 모두 원외 주자들이다. 하우스에서 행사를 열 계획이었던 나경원 전 의원 역시 지난 총선에서 패배의 쓴잔을 마셨다.

당초 하우스는 설립 과정에서 친유승민계 의원들이 주축이 됐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이사장인 오신환 전 의원을 비롯해 유의동 의원, 김웅 의원 등 하우스 협동조합 출자에 참여한 많은 의원이 ‘친유계’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설립 초기 하우스는 유 전 대표의 대권 출마 관련 전진기지인 것처럼 알려지기도 했다.

하지만 깊게 들여다보면 좀 더 복잡하다. 일단 하우스 이사장인 오신환 전 의원은 하우스가 유승민계 의원들의 대선 전진기지라는 해석을 부인하고 있다. 오 전 의원은 전화통화에서 “하우스는 특정인을 위한 공간이 아니다”라며 “진영을 확장하고 국민들과 현장 속에서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정권을 탈환하는 기반과 토대를 만들기 위해서 활동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협동조합이라는 특성 자체가 특정 개인이 아니라 누구든지 활용하라는 것”이라며 “외연을 확장하고 그 안에서 시민과 소통하면서 정신적 토대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하우스가 오 전 의원이나 유 전 대표 등 특정 유력 주자들의 선거 출마를 위한 조직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실제로 하우스는 유 전 대표, 원희룡 제주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대권주자급 잠룡들은 조합원으로 받지 않고 있다. 하우스가 특정 개인의 대선 출마를 위한 조직이라는 시각을 경계하는 차원에서다. 코로나19로 매장 내 대부분의 행사가 중단되기 직전까지 하우스는 제대로 운영한 기간이 한 달이 채 안 됐지만 수많은 강연과 토론회가 이곳에서 열렸다. 특정 개인의 조직이었다면 이처럼 다양한 인사들이 오가고 소통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게 하우스 측의 설명이다.

원외 주자들의 무대로 활용되지만 하우스는 국민의힘 원내와도 긴밀한 연관이 있다. 개소식 무렵에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참석했고, 원내에서 유의동·김병욱·김웅·이영·황보승희 의원 등 많은 의원이 참여했다. 현재 국민의힘 당내 의원들 중 상당수가 친유계로 분류되는 만큼 원외에 있는 유 전 대표를 비롯해 하우스의 중량감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특정인 아니라 외연 확장을 위한 조직”

“외연 확장을 위한 공간”이라는 오 전 의원의 설명처럼 하우스는 진보·여권 인사들도 종종 찾을 만큼 여야를 넘나드는 정치적 공간의 역할을 해왔다.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이 하우스를 두 차례 찾아 토론회 등에 참여했고, 개소식 때는 진보정치학계의 거두인 최장집 고려대 교수가 특강을 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하우스를 찾은 바 있다.

반면 다른 해석도 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하우스는 당내에서 오 전 의원의 서울시장 출마를 위한 곳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야권의 유력주자인 유 전 대표가 계속 서울시장 출마를 고사하면서 대신 친유계로 분류되는 오 전 의원이 서울시장 출마를 위한 조직으로 이 협동조합을 활용한다는 것이다. 물론 오 전 의원은 이 같은 시각을 부인하고 있다.

유 전 대표가 서울시장은 건너뛰고 대권으로 직행한다는 입장을 지속하면서 친유계 의원들의 정치적 행보도 바빠지고 있다. 또 다른 친유계 대표주자 중 한 명인 이혜훈 전 의원은 최근 서울시장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이 전 의원의 캠프 사무실은 하우스 근처의 한 빌딩에 있다. 이외에 지상욱 여의도연구원장 역시 대표적인 친유계 인물로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이 있는 주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하우스에 자주 등장한 야권 잠룡으로는 원희룡 제주지사도 빼놓을 수 없다. 원 지사는 지난 10월 20일과 26일 연속으로 ‘AI혁명과 미래교육’ 토론회와 ‘전태일 정신’을 주제로 한 토론에 참석한 바 있다. 이외에도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등 야권의 중량급 인사들이 하우스를 찾았다.

현재 하우스는 매장 내 음료 취식이 전면 금지되면서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의 영향을 받고 있다. 백경훈 하우스 사무국장은 “하우스에서 예정된 세미나와 토론회 등 행사가 많았는데 대부분 취소됐다”며 “타격이 엄청난데 언제까지 이래야 할지 기한을 모르겠다”고 말했다. 하우스에 관해 잘 아는 다른 한 관계자는 “하우스 공간 임차료만 해도 한 달에 2000만원이 넘는 것으로 안다”며 “원래 직원이 총 6명, 합치면 한 달에 나가는 돈이 3000만~4000만원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신환 전 의원이 처음에 하우스를 만들 때 협동조합 형식으로 300명한테 30만원씩 모은다 했는데 실제로 100명 이상이 모였고 이 중에서 한 50명이 돈을 내서 1억원은 모은 것으로 안다”며 “오 전 의원 사비도 들어갈 텐데 경영이 제대로 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배용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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