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은 지금 고담시티(Gotham City·영화 배트맨 시리즈의 배경인 혼돈의 도시)다.”

한국경제신문 주필 출신으로 현재 보수 논객이자 유튜버로 활동하는 정규재(63) 펜앤드마이크 대표는 내년 4월 부산시장 선거에 범야권 후보 중 한 명으로 출마할 예정이다. 현재는 ‘개혁자유의책임당(가칭)’이라는 새로운 당을 창당하기 위해 매주 부산을 오가고 있다. 아직 공식 출마선언을 하지는 않은 상태로 지금은 출마선언문을 쓰는 중이다. 지난 11월 23일 서울 종각역 근처 펜앤드마이크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부산 출신인 정 대표는 공식선거에 출마하는 것이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부산시장에 출마하는 이유에 대해 “부산을 바꾸면 보수를 바꿀 수 있고 대한민국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부산시장 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과 격돌할 야권의 주축인 국민의힘에 대해 “이제 보수정당이 아니라고 본다”며 “지난 총선 때도 이념에 의해 국회의원들을 충원하지 않았고 이제는 경상도에 근거를 둔 중도 정당이자 민주당 2중대”라고 비판했다. 그는 “국민의힘은 보수의 이념인 자유,개방과는 이제 거리가 먼 정당이 됐고 그래서 새 보수정당을 만들려고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에 따르면 현재 범야권의 보수 성향 시민단체들이 모여 개혁자유의책임당이라는 이름의 당 창당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창당 준비 과정에서 내부에 이견이 있어 논의를 계속하는 중이라고 한다.

정 대표는 그럼에도 국민의힘과의 추후 선거 연대 가능성에 대해 완전히 가능성을 닫지는 않았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보수 분열 가능성에 대해 그는 “민주당이 어부지리를 얻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보수가 뭔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고통에 휩싸여야 하고 그 과정에 제가 한 몫을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보수도 선거를 좀 재미있게 해야 하지 않겠냐”는 말도 덧붙였다.

“부산은 대구·광주와 다른 상업주의 도시”

정 대표는 부산의 현 상황에 대해서는 매우 비관적으로 봤다. 그는 “생각보다 부산은 훨씬 더 부진하고 낙후돼 있다. 부산이 대한민국 제2의 도시라는 건 옛날 말”이라며 “아직도 인구는 2위지만 도시의 생기나 활력이라는 측면에서는 인천보다 오히려 떨어진다”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전국 평균 GDP가 3만 1000달러에 달하지만 부산의 GRDP(지역내총생산)은 2만 4000달러대에 불과하다. 전국 평균 가계소득이 연 6000만원인데 부산은 4900만원이고, 지역 내 대표적인 국립대학인 부산대가 다른 국립대인 울산대나 대구 경북대에 비해 경쟁력이 밀렸다는 얘기도 나온다. 게다가 시민들의 평균수명은 가장 낮고 청소년 범죄율은 가장 높다는 것이 정 대표의 지적이다. 정 대표는 “심지어 불도 가장 많이 날 정도로 부산은 모든 지표가 나쁘다”며 “한마디로 모든 게 엉망”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대한민국 제 2의 도시인 부산이 이처럼 어려운 상황에 처한 이유로 “정치권력이 세습되고 여야가 짬짜미로 할거통치를 해왔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부산은 김영삼 전 대통령 등 지역을 대표하는 정치인이 권력을 잡은 이후 수십년간 부모와 자식, 혹은 국회의원과 비서 순으로 정치 권력을 세습해왔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정 대표는 “부산에는 아직도 YS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져 있다”며 “정치권력이 세습되고 지역 토호들끼리 정치를 사유화해 온 것이 문제의 본질”이라고 비판했다. 심지어 민주당의 부산 대표주자 중 한 명인 김영춘 국회사무총장 역시 김영삼 전 대통령의 비서 출신이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언론사 카메라가 꺼지면 저녁에는 다같이 ‘형ㆍ동생’하면서 공생관계를 만들어왔다는 설명이다.

정 대표는 최근 부산에 내려가 창당 당원모집을 하면서 지역 민심이 심상치 않다는 점을 피부로 느꼈다고 했다. 그는 정치권력이 수십년간 세습돼 온 결과 발생한 대표적인 문제점으로 부정부패를 꼽았다. 뇌물공여 혐의로 사업주가 구속된 엘시티를 포함해 오륙도 스카이뷰 등 도저히 아파트를 지어서는 안 되는 곳에 지어진 건축물들이 많은데, 그것들은 대개 부정부패와 연루돼 있을 것이라고 많은 시민들이 느낀다는 설명이다. 그는 “엘시티처럼 빙산의 일각들이 나와서 검찰이 수사를 한 경우도 있지만 비리의 뿌리까지 완전히 수사가 됐다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지역 토호들이 부산을 완전히 여야로 나눠서 할거통치해온 것이 문제의 본질”이라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부산의 상황이 너무나도 악화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산은 가능성이 있는 도시이기 때문에 출마하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경상도의 대표 도시 대구, 전라도의 대표 도시 광주와 달리 부산은 개항기 이후부터 도시로 성장한 곳이기 때문에 변화의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출마를 결심하게 된 가장 중요한 이유라고 그는 밝혔다.

“대구에는 아직도 사농공상의 세계관이 있습니다. 대구에서 국회의원이 되려면 판검사 등 사(士)에 대한 커리어가 필요해요. 반면 광주는 아직도 농촌공동체적·촌락공동체적 세계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소위 진보, 혹은 좌익적 세계관의 백그라운드죠. 하지만 부산은 다릅니다. 본래부터 상업도시고 지역감정이 굉장히 낮은 도시입니다.”

정 대표는 “부산은 본래 호남출신도 많고 이북출신도 많은, 대한민국의 유일한 멜팅 폿(melting pot)”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부산이 사대부적 세계관이나 농업적 세계관을 지닌 대구·광주와 달리 상업주의적인 세계관을 지녀온 대한민국의 유일한 도시라는 설명이다. 도시 자체가 개항기 이후부터 커졌고 여러 지역 출신들이 섞이고 해양세력과 맞닿으면서 상업주의적인 세계관을 시민들이 저절로 체화해 왔다는 분석이다.

정 대표는 이런 부산시민들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부산을 대한민국 중앙과는 다른 완전한 해양도시로 탈바꿈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대한민국은 선진적 상업주의가 아니라 농촌적 규제로 대표되는 중앙 개입주의가 오히려 더 강화되고 있다는 것이 정 대표의 주장이다. 그는 “부산은 대한민국에 포획돼 있는 도시”라며 “중앙과 다르게 기업과 노동규제를 철폐하고 국제 기준에 따라야 부산이 살아난다”고 주장했다. 샌프란시스코, 시드니, 싱가포르, 홍콩 같은 태평양 연안 다른 도시들과 함께 해야 도시 경쟁력이 살아난다는 주장이다. 그는 “이 같은 비전을 가지고 시민의 선택을 받을 것”이라며 “조만간 출마선언을 공식적으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배용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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