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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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은 경찰공무원 출신이다. 1981년 경찰 간부 후보 29기로 임관한 뒤 안산경찰서장을 시작으로 충북지방경찰청장, 경찰청 정보국장, 경기남부지방경찰청장 등 요직을 두루 역임했다. 경찰 재직 시절 그는 경찰의 수사권 독립을 처음으로 거론했는데, 1998년 김대중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파견 당시 국정과제에 경찰 수사권 독립 관련 내용을 포함시킨 것이 그 시작이었다. 이후 2013년 명예퇴직 전까지 검찰과 대립각을 세웠고, 그 과정에서 올바른 권력 분산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했다.

이런 그가 최근 정부·여당의 권력기관 개편안을 바라보는 시선은 회의적이다. 지난 12월 9일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까지 신청해 막아섰던 국정원법 개정안과 공수처법 개정안, 경찰법 전부개정안 등에 대해 이 의원은 “현 정권 비호를 위한 개악”이라며 “그 수혜는 국민이 아니라 권력층”이라고 비판했다. 권력은 상호 견제를 통해 균형을 이뤄가야 하는데 지금의 여권은 기존 체제를 송두리째 뒤집어 정의롭지 못한 권력 체제를 자초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사실상 대공수사 폐지”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인 이 의원이 당장 상임위에서부터 반대했던 건 여당이 발의한 국정원법 개정안이다. 이 개정안은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민주당은 3년의 유예기간을 두겠다는 방침이지만 이 의원은 “이관이 아니라 사실상 폐지에 가까운 조치”라 평한다.

“관련 업무 종사자와 예산, 장비를 어떤 식으로 넘길지 등에 대한 명시나 관련 논의가 전혀 없었다. 민주당은 2013년 간첩 조작 사건 같은 국정원의 인권침해 가능성을 차단하고자 이 법안을 내놓은 건데 경찰이 대공수사권을 맡는다고 이런 부작용이 차단되는 게 아니다. 주체가 누가 되든 수사를 하면 체포, 구금, 수색 등의 강제처분으로 인권침해 요소가 수반되기 마련이다. 권력기관 간 상호 협력체제나 제도적 견제 방안을 꾀했어야 한다. 남북 분단 상황임을 고려할 때 국정원의 존립 목적 자체도 무의미하게 만든다.”

이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경찰 대공수사 인력·예산 현황에 따르면, 정·현원과 예산은 현 정부 집권 이후 지속해서 줄었다. 2017년 6월 대공수사 요원 정원과 현원은 각각 622명, 580명이었지만 올 6월 474명, 452명으로 급감했다. 같은 기간 예산은 95억7100만원에서 67억3000만원으로 축소됐다. 대공수사 인력·예산 규모를 매년 늘렸던 지난 정부와는 상반된 조치다. 이 의원은 “경찰 조직의 해외 인프라나 내부 역량을 고려하면 대공수사를 잘 완수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며 “이관과 관련한 여권의 정치적 목적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또 개정안에서 국정원 방첩활동 범위를 ‘산업경제정보 유출, 경제질서 교란 및 방위산업 침해에 대한 활동’으로 구체화한 것과 관련해선 “정부 초기 방침과 달리 국정원의 국내 정보수집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활로를 열었다. 민간 사찰의 단초가 될 수 있다. 경제질서 문란에 대한 조사는 공정위나 관세청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경찰위원회 실질화로 통제장치 마련해야”

정치권 안팎에선 여권이 경찰에 지속해서 권한을 실어주는 것을 두고 이른바 ‘공룡 경찰’을 우려하기도 한다.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이미 경찰에 1차 수사종결권을 부여한 데 이어 대공수사권까지 이관한 데 따른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이 의원은 “검경이 각자 제 역할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경찰 조직에 대한 민주적 통제장치가 마련되지 못한 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당초 정부는 행안부 산하의 경찰행정 심의·의결기관인 ‘경찰위원회’를 경찰청 산하의 실질적 통제기구로 재설치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여기에 인사권, 감찰요구권 등의 권한을 부여하고 경찰의 정치적 중립과 민주·공정성을 확보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경찰위는 여전히 자문기구로만 남아 있고 경찰법 개정안을 비롯해 그 어디서도 관련 내용을 찾을 수 없다. 여권은 대신 수사 기능을 전담할 국가수사본부를 경찰청에 신설해 내부 견제를 꾀하겠다는 건데, 그럼 국가수사본부는 누가 견제하냐는 문제가 남는다.”

그의 이런 지적은 국가수사본부장의 코드인사 우려와 통제의 어려움 등에서 비롯된다. 여당이 발의한 경찰법 전부개정안에 따르면 경찰 조직은 국가수사본부의 지휘·감독을 받는 ‘수사경찰’, 경찰청장 지시를 받는 ‘국가경찰’, 시도지사 소속의 시·도자치경찰위원회 관리를 받는 ‘자치경찰’로 나뉜다. 이 의원은 “국가수사본부는 경찰청 산하에 있지만 경찰청장은 수사본부장을 지휘·감독할 수 없다는 점에서 누구도 수사를 책임지지 않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수사본부장을 내부 경찰로 충원할 시 경찰청장이 후보자를 추천하고 행정안전부 장관이 제청해 대통령이 임명하는데 여기선 코드인사가 이뤄질 우려도 크다”고 말했다. 결국 외부 통제기관의 견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 의원은 과거 일선 경험 등을 고려하면 국가경찰, 자치경찰의 구분도 무의미하다고 말한다. “난센스다. 과거 경찰은 이미 자치사무를 지자체에 모두 넘겼다. 운수·미용·도선업 허가 등이 그 일례다. 지금에 와서 자치사무 전담 경찰을 다시 떼어낼 이유가 없다. 이들이 도맡을 여성·청소년 범죄도 지방 사무라 보기 힘들다. 범죄로부터의 안전과 형벌법 집행은 국가 사무에 가깝다. 이는 학문적인 분류이며 지자체의 독자성이 강한 미국, 유럽 등 해외 국가에서나 효과를 볼 수 있는 개편이다.” 지금의 방식은 지방청이 경찰청장과 국가수사본부장, 시도지사 등 세 명의 지휘를 동시에 받으면서 혼란만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이 의원의 지적이다.

“공수처는 정권 비호처”

이 의원은 이런 상황에서 정부·여당의 공수처 설립은 사실상 권력기관 모두를 ‘정권 비호처’로 만들 조치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 의원은 당이 공수처 설립에 반대할 때 ‘차라리 여야 논의에 얼른 응해 제대로 된 운영 방안을 확립하자’는 입장이었다. 이 의원은 “고위공직자 비리를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수사·기소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그 취지는 공감한다”면서도 “하지만 여권이 발의한 공수처법엔 독소조항이 있고 이는 공수처의 악용 여지를 키우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가 문제 삼는 건 공수처법 24조다. 해당 조항은 ‘공수처장이 수사처에서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해 이첩을 요청할 경우 해당 수사기관은 이에 응해야 한다’ ‘수사기관이 고위공직자범죄 등을 인지한 경우 그 사실을 즉시 수사처에 통보해야 한다’ 등으로 규정돼 있다.

“공수처가 사실상 검경의 수사 사안을 마음대로 가져갈 수 있는 거다. 여기에 이번 개정안으로 공수처장 임명 과정에서 야당의 비토권(거부권)은 무력화됐다. 정권 코드에 맞는 처장을 앉히고 공수처로 현 정권 연루 수사를 막을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 지금 정부에선 옵티머스 정·관계 의혹, 월성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등이 이첩 대상이 된다.”

이 의원은 권력기관의 바람직한 개편 방식에 대해 다음과 같은 주장을 편다. “권력 주체 간 상호 견제와 균형, 이를 통한 경쟁 체제를 확립하는 식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간 제도는 각자의 윤리·소명·책임의식과 함께 조금씩 진일보하며 부작용을 최소화한 부분도 있다. 하지만 여권은 이를 송두리째 뒤집으려 한다. 여기서 간과되고 있는 검경의 상호 견제와 민주적 통제 절차 마련에 더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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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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