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성완 부산광역시장 권한대행 ⓒphoto 부산시
변성완 부산광역시장 권한대행 ⓒphoto 부산시

변성완 부산광역시장 권한대행의 광폭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부산시의 2인자인 행정부시장으로 있던 변성완 대행은 지난 4월 여직원 성(性)추행 의혹으로 오거돈 전 시장이 전격 사퇴하면서 시장 권한대행을 맡아 왔다. 이후 부산시의 각종 현안에 거침없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지난 11월 17일 국무총리실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가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며 박근혜 정부 때 국제용역으로 결정된 김해신공항을 사실상 백지화한 직후 “지난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고 부산과 나아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바꾼 것”이란 긴급 입장문을 내기도 했다.

이후 김석준 부산시교육감 등 부산시의 각급 기관장들을 부산시청으로 불러모아 ‘가덕신공항 조찬 포럼’을 열었고, ‘김현정의 뉴스쇼’(CBS), ‘김어준의 뉴스공장’(TBS) 등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부산시의 입장을 개진하는 등 선출직 시장 못지않은 행보를 하고 있다는 평가다. 대개 재보궐선거까지 남은 기간을 대과(大過) 없이 마무리하는 정도에 그쳤던 다른 시장 권한대행들과 사뭇 다른 움직임이다. 이에 변성완 대행이 내년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앞서 몸을 풀고 있다는 얘기가 부산시청 주변에서는 파다하다.

후보가 난립한 야권과 달리 여권에서는 후보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당초 유력했던 김영춘 국회사무총장(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라임 사태 때 이름이 오르내리며 적잖은 타격을 받았고, 김해영 전 의원(초선)은 40대(1977년생)로, 고령인구 비율 19.3%로 6대 광역시 중 가장 고령화된 부산 유권자들을 상대하기에는 벅차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밖에 박재호, 최인호, 전재수 등 부산 지역 민주당 재선 현역 의원 3명은 이렇다 할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변성완 대행은 보궐선거 도전의사를 굳이 숨기지 않고 있다. 변성완 대행은 주간조선과 통화에서 “내년은 공항 문제를 비롯해 월드엑스포, 북항 2단계 개발, 경부선 철도 효율화, 동남권 메가시티 등 부산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 어젠다들의 방향성이 결정되는 한 해”라며 “중차대한 시기 업무연속성이 중요하고, 시간을 허비하지 말라는 지역사회의 여러 권유가 있어서 깊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4년 재보궐 때 오거돈과 흡사

부산시의 역대 부시장 중 부시장 경력을 바탕으로 시장까지 올라간 사례가 적지않았다. 오거돈 전 시장만 해도 부산시 정무부시장, 행정부시장, 시장 권한대행을 차례로 거쳐 2018년 시장에 당선된 경우다. 부산시 지방공무원에 불과했던 오거돈 전 시장이 부산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던 것도 노무현 정부 때 옥중 자살한 안상영 전 시장이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된 후 졸지에 시장 권한대행을 맡으면서부터였다.

오거돈 당시 행정부시장은 2003년 10월부터 2004년 5월까지 시장 권한대행을 맡았고, 같은해 6월 부산시장 재보궐선거에서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 후보로 부산시장에 도전했다. 비록 낙선했지만 오 전 시장의 첫 번째 선출직 도전이었다. 시장 사퇴로 당시와 비슷한 상황에 처한 변성완 대행 역시 오거돈 전 시장과 비슷한 궤적을 거쳐 여당인 민주당 후보로 시장직에 도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오 전 시장과 변성완 대행이 행정안전부(옛 내무부) 출신이란 점도 같다.

게다가 변성완 대행의 부인은 열린우리당, 민주당, 새정치민주연합 당적으로 3선의 서울시의원을 지낸 조규영 전 서울시의원이다. 서울시의회 부의장까지 지낸 조규영 전 시의원은 지난 21대 총선 때,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가 거론되는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지역구였던 서울 구로구을(乙)에서 민주당 예비후보로 공천을 노린 바 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인 윤건영 의원(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이 전략공천되는 바람에 고배를 마셨다.

변성완 대행은 지난 4월 오거돈 전 시장의 사퇴 이후 7개월 넘게 권한대행을 맡으면서 시정 장악력도 공고해지고 있다. 부산시 홈페이지 첫 화면에는 ‘부산시장 권한대행 변성완입니다’라는 별도 페이지가 만들어졌고, 언론사에 제공하는 보도자료에는 ‘변성완’ 이름 석 자가 박힌 동정이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 나온다. 이는 지난 7월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자살로 졸지에 수도 서울을 이끌게 된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의 조용한 행보와는 큰 차이다.

신공항 선거로 변질되며 반사이익

보궐선거 최대 이슈로 ‘가덕도신공항’이 부상하면서 선거 양상도 현직 시장 권한대행에 크게 불리할 것 없는 구도로 바뀌고 있다. 민주당 소속 시장의 성추행과 문재인 정부 경제실정(失政)에 대한 심판론으로 흘러갔던 선거 분위기가 돌연 가덕도신공항에 대한 찬반 여부를 묻는 식으로 180도 뒤바뀌면서다. 야권 후보들마저 박근혜 정부 때 결정된 김해신공항 백지화에 덩달아 동조하면서, 부산시장 보궐선거는 여야 구분 없이 가덕도신공항에 누가 적극적인지 묻는 신공항 선거로 변질되고 있다.

이 점에서 변성완 대행이 여권 후보로 나설 경우 야권 후보보다 유리한 입장에 설 수밖에 없다. 사실 2018년 지방선거 때 가덕도신공항 재추진을 내걸고 김해신공항 문제를 총리실로 이관시켜 백지화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했던 사람이 오거돈 전 시장이다. 오 전 시장의 당시 선거공보에는 ‘가덕신공항을 건설하겠습니다’라는 문구가 들어간 반면, 당시 낙선한 서병수 의원(전 부산시장)의 선거공보에는 ‘김해신공항 건설 확정’이란 문구가 들어갔었다. 여권으로서는 2018년 승리의 재현을 기대해봄 직하다.

여권에서 변성완 카드가 거론되면서 박성훈 부산시 경제부시장까지 주목받는 기현상도 나타난다. 이는 안상영 전 시장의 자살로 치러진 2004년 부산시장 재보궐선거의 기억 때문이다. 당시 보궐선거 때는 시장 권한대행을 맡았던 오거돈 행정부시장이 여당인 열린우리당, 허남식 정무부시장이 야당인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해 맞붙었는데 허남식 전 시장의 승리로 끝났다. 정무부시장은 현재 경제부시장으로 명칭이 바뀌었다.

다만 뇌물수수로 낙마한 유재수 전 경제부시장의 후임인 박성훈 경제부시장이 국회 민주당 수석전문위원 출신이란 점을 감안하면, 양자가 2004년 재보궐선거 때처럼 각각 다른 당적을 달고 맞붙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평가다. 기획재정부 출신의 정무직 공무원인 박성훈 경제부시장은 지난 4월 오거돈 전 시장의 사퇴로 자동 면직처리된 지 불과 4일 만에 부산시로 재복귀했다. 여권의 돈독한 신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부산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변성완 권한대행이나 박성훈 경제부시장 모두 엘리트 관료 출신에 비교적 당색이 옅다는 점에서 부산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변성완이 오거돈, 박성훈이 유재수를 떠오르게 한다는 것은 불리한 점”이라고 했다.

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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