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2월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가 정회되자 회의장을 나가고 있다. ⓒphoto공동취재사진/뉴시스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2월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가 정회되자 회의장을 나가고 있다. ⓒphoto공동취재사진/뉴시스

지난 12월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낙태죄 개정 관련 공청회에서 오간 발언을 두고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정의당 간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일부 여성단체들까지 김 의원을 비판하고 나섰다. 김 의원은 지난 4월 경기 안산단원을 지역구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하면서 여성비하 성희롱 발언을 한 인터넷 팟캐스트 방송에 출연한 것으로 알려져 이미 한 차례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이번 발단은 지난 12월 8일 낙태죄 개정 관련 국회 공청회 자리에서 김 의원이 한 질의였다. 당시 김 의원은 김정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에게 “(정부가 제출한) 법안에 대한 남성의 인식을 알고 싶다”, “20~30대 남성이 낙태죄를 바라보는 남성들의 시선이나 평가가 있느냐”고 했다. 이에 김 연구위원은 “남성들의 인식이요?”라고 되물은 뒤 “2030 남성들도 낙태죄가 유지되는 것이 적절하지 못하다는 데 동의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 의원은 이 같은 김 연구위원의 답변에 “그게 주류의 시각이나 평가일까요”라고 했다.

김 의원의 이러한 질의에 대해 정의당 조혜민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공청회에서 오간 이야기는 여성들의 현실이 아니었다”며“어이없는 말들을 일삼았다”고 비판했다. 이 논평이 나간 이후 김 의원이 조 대변인에게 전화를 걸어 “발언을 왜곡했다”고 항의하며 “사과하지 않으면 중대재해기업처벌법과 낙태죄폐지법안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발언을 했다고 정의당은 밝혔다. 정의당은 김 의원이 30대 여성 원외대변인에게 갑질과 협박을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곧장 김 의원을 향해 ‘국회의원이 법안 처리를 인질삼아 사과를 요구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김 의원은 12월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성은 낙태죄에 대해서 질문이나 의견도 가질 수도 없다는 식의 정의당 논평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며 “정의당이 논평에서 '30대 어린 여성 대변인'을 강조하는 것이 불편하다. 어쩌면 정의당과 대변인의 무서운 논리라면 저는 '남성'이니까 불편함을 느껴서는 안 되는 존재일지도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낙태죄 개정안과 관련해 2030 남성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조사·연구된 것이 있나 물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여성계에서는 “임신 중단은 오롯이 여성이 결정해야 하는 문제인데 남성의 입장을 물어본 것 자체가 잘못”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여성계에서는 오히려 해당 법안에 대해 여성들의 의견과 요구가 제대로 수렴되지 않았다는 불만이 제기돼 왔었다. 이런 상황에서 남성들의 인식을 물어본 김 의원의 질의를 두고 ‘낙태는 남성의 동의와 무관하게 여성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자기결정권인데, 이를 침해할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성단체 (사)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은 “김남국 의원이 자신이 내뱉은 발언들이 왜 문제인지 지금도 알지 못한다면, 시민의 대표로서 부끄러움을 느껴야 할 것”이라며 “거대 의석을 가진 여당 남성의원이 소수 의석을 가진 야당 여성 정치인에게 그러한 무례를 행할 수 있다는 것이 무엇이 문제인지 아직도 모른다면, 그는 정치할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곽승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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