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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40호] 2021.01.04

대통령 레임덕의 함수, ‘부정평가’ 55% 넘는 순간…

배용진  기자 max@chosun.com 2021-01-05 오후 12:44:50

▲ 지난해 12월 29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신임 국무위원과 함께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 최저점이 30% 중반으로 고착화하면서 레임덕이 본격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과거 정부들도 국정지지도가 30% 선으로 내려앉으면서 레임덕 현상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12월 들어 문재인 정부의 국정지지도는 급속도로 하락했다. 가장 최근인 12월 28일 리얼미터·YTN 조사에서 발표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지지도는 36.7%로 나타났다. 부정평가는 59.7%에 달했다. 긍정평가는 현 정부 출범 이후 최저치였던 지난해 12월 2주 차 조사(36.7%)와 동률을 기록했으며, 부정평가는 전 고점인 12월 2주 차 조사(58.2%)를 경신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현 정권에 대한 민심이반이 가속화하고 있다는 데에는 동의하면서도, 몇 가지 면에서 과거 정부와는 다른 국면이 펼쳐질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일단 현 지지율에 비추어봤을 때 문재인 정부에 행운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집권 말 전국 단위 선거가 없다는 점이다. 오는 4월 7일 서울 및 부산시장 보궐선거가 치러지기는 하지만 총선이나 지방선거와 같은 전국적 민심이 드러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명박 정부의 경우 집권 기간 동안 두 차례(2008·2012)나 총선을 치렀다. 2008년 총선에서는 여당인 한나라당이 과반을 넘는 대승을 거뒀고 친이계가 주류 계파가 됐다. 반면 2012년 총선은 여당인 새누리당이 과반을 차지했음에도 당의 주류가 친이에서 친박으로 넘어가며 레임덕을 불러일으켰다. 박근혜 정부는 집권 후반기인 2016년 총선에서 당 내분으로 참패하며 탄핵의 서막을 열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경우 집권 4년 차 직전 정권 후반기에 총선을 치렀지만 코로나19 정국에 힘입어 180석을 확보하는 압승을 거뒀다. 특히 총선 결과 ‘청와대 출신’ 인사들이 대거 국회에 진출하면서 ‘친문 세력’이 더욱 강고해졌다. 레임덕의 주요 현상 중 하나로는 차기 대선주자들이 대통령과 선을 그으며 차별화를 시도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친문 인사들이 청와대와 당을 장악한 현재 이재명 경기도지사, 이낙연 대표 등 차기주자들이 아직까지 문재인 정부와 별다른 차별화를 시도하지 못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친문의 지지를 받지 못하면 대선주자가 되기 어려운 현실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런 여권 내 권력구도가 곧 민심과 흐름을 같이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현재 문재인 정부에 대한 중도층의 민심이반 현상이 심각한 추세라는 데에 이견을 제기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없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모든 여론조사에서 대통령 국정운영에 대한 긍정평가가 줄어들고 부정평가가 늘어났다”며 “중도층의 민심이반이 심각하다는 건 팩트”라고 말했다.
   
   하지만 레임덕이 본격화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분석이 우세했다. 박시영 윈지코리아컨설팅 대표는 “지지율로는 위기가 온 게 분명하지만 아직은 레임덕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결과적으로 지지율로 나타나긴 하지만, 레임덕이란 건 반드시 지지율로만 표출되지는 않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성민 대표는 “여러 여론조사를 보면 대통령 국정수행에 대한 부정평가가 55%를 넘는 게 일부 있고, 긍정평가는 40% 미만인 경우가 많다”면서도 “정당 지지율은 ARS 조사에서는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을 역전했지만, 전화 조사에서는 그간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격차가 있었는데 좁혀진 정도라서 아직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화 조사는 ARS에 비해 상대적으로 중도층이 많이 응답하기 때문에 정치 고관여층이 주로 답하는 ARS 조사 결과를 시차를 두고 따라가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 박 대표의 설명이다.
   
   반면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어느 정권이든 국정수행 부정평가가 55%를 넘는 순간 무너졌다. 중도층이 돌아섰다는 것이기 때문”이라며 “문 대통령의 경우 55%에 육박하고 리얼미터는 59%를 넘어섰다. 레임덕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방역 실패, 추-윤 갈등, 부동산…
   
   그렇다면 현 정권에 과연 반등의 기회는 있을까. 여기에 대해서는 부정적 전망이 많았다. 일단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최근에 하락하는 원인으로는 코로나19 방역과 관련된 문제가 첫손에 꼽힌다. 박시영 대표는 “자영업자들과 소상공인의 피로감이 심각한 상황에서 백신 확보를 왜 제때 하지 않았느냐는 늑장 대응에 관한 비판이 나오는 게 크다”며 “청와대, 총리와 방역당국의 대응도 엇박자가 난 측면이 있는 데다 야당이 효과적으로 그 부분을 물고늘어졌다”고 말했다. 그간 대통령 지지의 근간을 이룬 요소가 코로나19 방역 대응이었는데, 이 부분이 훼손되면서 지지율이 급속도로 하락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최근 여론조사들을 들여다보면 ‘정부가 방역을 잘하고 있다’는 응답이 이전에는 70~80%에 달했는데, 최근에는 50%대까지 하락했다. 박 대표는 “꾸준히 문제가 되어온 부동산 문제 등은 그간의 지지율에 이미 반영이 된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최근의 지지율 하락 추세는 코로나19 관련 문제”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외에도 “문재인 대통령이 그간 긍정적으로 평가를 받은 원동력에는 오랫동안 무릎을 낮추고 공감능력과 소통능력을 지녔다는 점이 작용했다”며 “그런데 현재는 그런 부분도 좀 훼손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취임 이후 기자회견을 6번밖에 하지 않는 등 국민과의 소통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이 약점으로 작용한다는 설명이다.
   
   박성민 대표는 코로나19 사태와 함께 이른바 ‘추-윤 갈등’으로 점화된 검찰개혁 문제를 지지율 하락의 주원인으로 꼽았다. 박 대표는 “이 정부의 상징이 검찰개혁인데, 정경심 교수가 구속되면서 도덕적으로 완패했고, 윤석열 검찰총장의 징계 집행정지 신청이 인용되면서 법리적으로도 완패했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진보가 보수에 비해 도덕적으로 우위에 있다는 통념이 있었는데, 이런 도덕적 근거가 무너지면서 중도성향의 유권자들이 실망하는 계기가 됐다는 설명이다.
   
   전국 단위 선거를 여러 번 이기면서 ‘여권이 오만해졌다’는 점을 지지율 하락의 원인으로 꼽는 전문가도 있었다. 장성철 공감과논쟁정책센터 소장은 “180석이라는 압도적인 의석수로 국정운영을 하면서 권력을 행사하는 데 오만해졌다는 인식을 국민들에게 준 것이 지지율 하락의 원인이라고 본다”며 “다른 하나는 무능력하다는 프레임인데 처음에는 부동산 문제에서 촉발됐지만 최근에는 코로나19 백신 문제에까지 옮겨붙으면서 집권세력이 오만한 데다 무능력하다고 국민들이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지지율 하락 요인들을 종합하면 현 정권도 레임덕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판단하는 분위기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보통 집권 3년6개월이 되면 레임덕이 오기 시작하는데 어느 정부든 예외가 없었다”며 “이 정부는 역대 정부와 다르지 않느냐고 일각에서 조심스럽게 전망하는데 결국은 똑같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집권한 지 3년6개월이 되는 시점은 지난해 11월 10일이었다.
   
   김 교수는 “이 시점이 되면 집권세력이 ‘여기서 밀리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에 힘으로 밀어붙이려는 경향을 보인다”며 “박근혜 정부도 그랬고 다 그랬다. 예외가 없다”고 말했다. 박성민 대표도 “5년 단임제 대통령제에서 3년6개월을 넘어서면 차기 권력이 움직이고, 인사에 목을 매는 판검사 등 공무원들이 더 이상 통제가 되지 않는 특징을 보인다”고 말했다. 박시영 대표는 “4년 사사분기 정도 되면 대부분의 정부가 레임덕이 왔다”고 말했다.
   
   
   지지율 반등 가능성… “부정적”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반등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높지 않다’고 보는 목소리가 우세했다. 김형준 교수는 “회복하려면 대통령의 인식 변화에 따른 정책기조의 변화가 있어야 하는데 변창흠 임명이나 공수처장 추천을 밀어붙이는 걸 보면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박성민 대표도 “반등할 수도 있긴 한데 그럴 만한 참모진이 청와대든 당이든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장성철 소장은 “대통령이 추-윤 갈등과 관련한 사과에 진정성이 있다면 변창흠 임명이나 공수처장 추천을 밀어붙여서는 안 됐다”며 “앞으로 또 하나 지지율을 결정할 바로미터가 청와대와 내각 교체 문제인데 탕평 인사를 하지 않고 옛날에 일한 측근들을 데려다 쓴다면 결국 국민의 마음을 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지지율 반등을 견인해야 할 여당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윤석열 검찰총장 탄핵론을 두고 우왕좌왕하는 것이 현재 여당의 상황을 그대로 드러낸다. 지난해 12월 29일 김남국·김용민·황운하 의원 등 초선 의원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윤석열 검찰총장의 탄핵을 주장했다. 전날 “검찰총장 탄핵 요구를 거둬들이고 제도개혁에 집중하자”는 이낙연 대표의 당부를 하루 만에 뒤집은 것이다. 이에 대해 여권의 한 관계자는 “윤 총장 직무정지와 관련한 사법부의 판단이 당에서 예측한 것과 정반대로 나오다 보니 당내에서 윤석열 탄핵에 대한 입장이 서로 갈린다”면서도 “탄핵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주된 흐름은 아닌 것으로 안다. 그보다는 제도개혁에 속도를 내서 수사권·기소권 분리로 가자는 게 주된 분위기”라고 말했다.
   
   최근의 코로나19 백신 미확보 사태와 관련해 이낙연 대표, 한정애 정책위의장 등 여당 지도부와 의원들을 탓하는 당내 목소리도 거세다고 한다. 민주당의 다른 관계자는 “백신 관련 사태에는 정부보다도 당의 책임이 크다. 국정감사 때 백신을 확보했냐는 지적을 여당이 당연히 해야 하는데 하지 않다가 이런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이낙연 대표 스스로도 리더십 문제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크리스마스를 기점으로 민주당에 2만명이 넘는 당원이 새로 입당했는데, 이들이 입당하면서 일부 열성 당원들이 이낙연 대표에게 윤 총장 탄핵을 추진하라는 욕설이 섞인 메시지를 대거 전송했다는 것이 여권 인사들의 전언이다. 이 대표는 이 사안에 대해 “저를 포함한 민주당 의원들에게 수많은 당원과 지지자들께서 검찰 문제와 관련한 문자메시지나 전화를 주고 계신다”며 “모든 의견은 대한민국과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을 위한 충정의 표현”이라고 당 최고위에서 에둘러 표현했다.
   
   대통령 지지율이 반등할 기회가 남아 있다는 의견도 있다. 박시영 대표는 “아직까지 특별한 권력형 게이트가 없다는 점에서 여당이 대통령과 바로 각을 세우긴 어려울 것”이라며 “이재명 지사, 이낙연 대표 등 차기주자들도 정책적 대립각은 세울 수 있겠지만 아직 당과 각을 세울 타이밍은 아니라고 판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지난 총선 때 여당이 180석을 획득한 원동력이 당시 코로나19 방역에 성공한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이었다는 점도 당이 대통령과 각을 세우기 어렵게 만드는 요소라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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