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훈 목사가 12월 31일 오전 공직선거법 위반과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 무죄 석방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전광훈 목사가 12월 31일 오전 공직선거법 위반과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 무죄 석방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의 무죄 판결이 4월 보궐선거 및 2022년 대선 과정에서 보수 단일화의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태극기 부대를 중심으로 한 극우 정치권에서 그가 차지하는 비중이 작지 않은 만큼 전 목사의 행보에 따라 보수 후보 단일화에 미묘한 영향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허선아 부장판사)는 지난 12월 30일 전광훈 목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전 목사가 광화문 광장 등에서 여러 차례 밝힌 “총선에서 자유 우파 정당을 지지해달라” 등의 발언이나 “문재인 대통령은 간첩” “대통령이 대한민국 공산화를 시도했다” 등을 법적으로 문제 삼을 수 없다는 판결이다.

재판부는 “당시 총선 후보자가 결정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정당을 지지해달라 호소하는 것은 공직선거법에서 규정하는 선거운동이라 볼 수 없고 지지할 정당조차 특정되지 않았다”며 “자유로운 의사 표현과 활발한 토론이 보장되지 않으면 민주주의가 존재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간첩이나 공산화를 시도했다는 표현이 사실을 드러내 보이는 표현이라기보다 정치 성향을 비판하는 비유 또는 과장이며 사실을 적시한 경우라 보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30일 무죄 선고를 받은 전 목사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을 나서며 “앞으로 우리에게 희망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윤석열 죽이면 다 될 줄 알지만 천만에 (그렇지 않다)”며 “결국 대한민국 헌법이 이기게 되어있다. 심지어 ‘대깨문(문재인 대통령 열성 지지자를 일컫는 속칭)’까지도 결정적인 순간에 가면 돌아올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선 극우 지지자들이 전 목사를 중심으로 다시 집결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전 목사를 중심으로 한 보수 세력들은 정권 후반으로 가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무죄를 주장하거나 사면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세력을 더 결집할 수 있다. 전 목사는 지난 4월 20일 보석으로 잠시 석방됐을 당시 “저보다 더 억울하게 구속된 사람이 박근혜 전 대통령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극우정당인 우리공화당은 지난 12월 25일 박 전 대통령의 석방을 요구하는 서명부를 대법원에 제출하기도 했다.

눈여겨볼 점은 이런 분위기 속에서 최근 우리공화당 공식 카페 등 극우 성향 커뮤니티에 다음과 같은 글이 다수 올라오고 있다는 점이다. “윤석열이 왜 야권에서 나오나?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해 우파 인사 수백 명을 수사하고 백 수십 명을 감옥에 넣었다” “탄핵 칼춤 춘자가 대통령이 말이 되나?” “반역자보고 대권후보라니” “거론 자체가 우파의 비극”….

윤석열 검찰총장은 2013년 여수지청장 시절 박근혜 정부의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사건 수사를 총괄한 바 있다. 극우 지지자들 사이에서 윤 총장은 ‘정적’으로 여겨지는 분위기다. 전 목사는 지난 12월 31일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3월 1일 전 국민을 대상으로 삼일절 국민대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그의 향후 행보가 야권 재편의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이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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