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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41호] 2021.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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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인 뉴스]또 산자부 출신… 광물공사 사장 공모 난맥상

박혁진  기자 spaingogo@chosun.com 2021-01-08 오후 5:02:23

▲ 지난해 11월 5일 오전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결정에 대한 경제성 조작 혐의와 관련해 검찰이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선 가운데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 앞에서 한 검찰 수사관이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photo 신현종 조선일보 기자
한국광물자원공사는 현 남윤환 사장대행 체제가 들어선 지 2년 반이 넘었지만 여전히 신임사장을 구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8월 두 번째 사장공모를 통해 이훈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내정됐다가 막판에 취소됐다. 이에 지난해 12월 세 번째 사장공모를 마감한 결과 황규연(60) 전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과 더불어민주당 당료 출신 인사 2명, 여기다 광물공사 내부 지원자 2명 등 총 5명이 지원했다.
   
   광물공사 내부 사정에 밝은 인사에 따르면, 지난 2차 공모 때와 달라진 것은 사실상 후보군에 황 전 이사장이 포함된 것 이외에는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데 황 전 이사장은 최근 한국섬유산업연합회장 공모에도 참여, 내정됐으나 인사혁신처 공직심사위원회 취업심사 과정에서 탈락했다는 것이 업계의 전언이다. 인사혁신처 심사에서 탈락한 인사가 또다시 공기업 사장에 지원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결국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와의 교감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전북 남원 출신인 황 전 이사장은 행시 30회로 산업통상자원부 산업기반실장, 통상정책국장 등을 지낸 산자부 고위 관료 출신이다. 자원 분야의 경력은 많지 않다.
   
   
   후보에 또다시 산자부 고위 관료 출신
   
   이런 이례적인 상황은 광물공사의 난맥상을 바라보는 산자부의 시각과 정권 핵심 과제를 등에 업은 채 인사 문제에 비교적 많은 권한을 휘둘러 온 산자부의 관행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광물공사는 현재 자본잠식 상태로 매년 1조원이 넘는 금융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처지이다. 현재 자본잠식 상태여서 2017년부터는 아예 부채비율을 산정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다. 광물공사가 마지막으로 공시한 2016년 말 부채비율은 1만453%였다. 광물공사 부채비율은 2014년까지만 해도 200% 안팎으로 유지되어 왔다.
   
   현재 광물공사는 매년 1조원의 금융부채를 해외기관에 상환해야 한다. 그동안 외화채 발행, 기업어음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금융비용을 돌려막기 했지만, 이젠 그마저도 어려운 상황이 됐다. 최근 호주 캥거루본드 발행 등을 시도했으나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금융 시장 사정이 악화되며 연기했다.
   
   다행히 지난해 2월 KB증권과 흥국증권 주관으로 만든 특수목적법인(SPC)으로부터 2000억원을 대출받아 한숨을 돌린 것 같지만 실상은 다르다. 2000억원은 부채를 막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인공호흡기를 떼는 순간만 조금 늦췄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또한 공기업이 증권사 등에 손을 내민 것 자체가 위기를 드러낸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이런 돌려막기는 사실상 폭탄이 터지는 시점만 늦출 뿐,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광물공사의 지분은 100% 정부가 갖고 있기 때문에 광물공사가 빌리는 모든 돈도 사실상 정부 책임이다. 이제는 돌려막기도 어려워 기관 부도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공기업이 기관 부도가 날 경우 그 피해는 해외 사업을 하는 다른 공기업에까지 미칠 가능성이 크다.
   
   광물공사가 이렇게까지 재정적으로 악화된 것은 고정식 전 사장(2012년 8월~2015년 10월) 시절 집중적으로 투자를 늘렸던 멕시코 볼레오 구리광산 프로젝트로 인해 부채가 계속 늘어났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고 전 사장의 전임인 김신종 전 사장(2008년 7월~2012년 7월)이 조기에 사업을 접지 않았다는 책임론도 거론된다. 문제는 두 사람 모두 산업부 고위 관료 출신이란 점이다. 사실상 산자부와의 교감이 이뤄지는 가운데 사업이 진행됐지만 현재까지도 이 사업을 둘러싼 산자부 책임을 묻는 목소리는 없었다.
   
   오히려 산자부는 문재인 정부 출범과 동시에 ‘해외자원개발 혁신TF’를 출범시키고 2008년부터 추진된 해외자원개발 사업의 계약서와 경제성 평가자료 등을 분석했다. 여기에는 광물공사를 비롯해 한국석유공사와 한국가스공사 등이 포함됐다. 해당 공사들은 ‘해외자원개발 추진 실태와 반성, 그리고 과제’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만들어 ‘혁신TF’에 제출했다. 하지만 이 모든 과정에서 자원개발 사업 부실 원인에 대한 산자부의 책임은 빠져 있었다.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왔던 김영민 전 광물공사 사장(2015년 10월~2018년 5월)도 산자부 국장 출신인데 역시나 이렇다 할 대안을 내놓지 못했다.
   
   
   산자부의 사장 인사 관여는 공공연한 비밀
   
   이런 상황에서 또다시 광물공사 사장공모에 산자부 고위직 출신이 지원했고, 그가 인사혁신처 심사에서 탈락한 전력까지 있다는 소문이 나면서 광물공사 직원들은 허탈감에 빠져 있다. 광물공사의 한 직원은 “산자부 출신들이 계속해서 사장을 맡으면서 회사가 어려워졌고, 그렇다고 수습하러 온 사람이 제대로 회사를 살린 것도 아니다”라며 “이런 가운데 또 산자부 출신이 사장에 임명된다는 것은 회사의 위기를 해결하려는 의지보다 내 사람 챙기기가 더 앞선 것 아니냐고 볼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광물공사 전직 임원은 “전문가를 영입해 회사를 살리는 것이 최우선이어야 하는데 새로 거론되는 인물이 전문가인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이번 공모에 지원한 인사들이 광물 분야나 구조조정 쪽과는 거리가 멀다는 평가가 많다. 산자부는 광물공사 추천위원회에서 올린 사장 후보들을 대상으로 사실상 청와대가 결정을 하는 것이라고 해명하지만, 사장 선임 과정에 산자부의 입김이 강하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나 다름없다.
   
   이런 관행이 가능한 이유는 결국 정책 실패의 책임에서는 자유로운 채, 새 정부의 핵심 정책을 수행하는 일이 반복되기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광물공사의 경우 산자부 에너지자원실 산하 정책관실에서 담당업무를 맡고 있는데, 에너지자원실은 최근 탈원전 관련 수사에 직접적 대상이 되면서 분위기가 어수선했다. 하지만 정부는 산자부에 책임을 묻기보다는 오히려 에너지 전담 차관직을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조직 확대는 최근 월성1호기 조기폐쇄 관련 검찰수사가 이어지면서 조직의 사기가 떨어진 산자부를 달래기 위한 조치로도 해석된다. 산자부를 출입하는 한 기자는 “에너지 차관까지 따로 둔다는 것은 그만큼 조직도 커지고 산하 기관, 협회도 늘어난단 얘기”라며 “이런 상황에서 사소한 인사 문제에 청와대가 태클을 걸거나 정책 실패를 논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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