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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41호] 2021.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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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호의 正眼世論]친문 一色에서 二色으로, 균열하는 민주당

신지호  평론가·전 국회의원 jayho63@gmail.com

▲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지난 1월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문재인 시대의 민주당과, 김대중과 노무현이 이끌던 민주당의 가장 큰 차이점은 당내 다양성의 존재 여부다. 문재인 집권 이전의 민주당 내부는 대개 주류와 비주류로 나뉘었고, 유력 대권주자와의 친소 관계에 따라 친(親) 누구, 비(非) 누구 등으로 분류되기도 했다. 2015년 문재인 대표 시절에도 민주당 내에는 친문과 비문이 공존했다. 그러나 문재인 집권 이후 비문은 거의 사라졌고, 2020년 총선을 거치면서 민주당은 친문 일색으로 정체성의 완전 통일을 달성하였다. ‘문빠’ ‘대깨문’으로 불리는 열혈 지지층과 그들의 목소리를 받드는 의원들의 일사불란함은 당의 전투력을 배가시켰다. 여러 계파가 상호작용하던 민주당이 친문 일색의 ‘문주당’으로 변모한 것이다.
   
   일색화는 자유민주주의를 신봉하는 사람들에게는 경계의 대상이다. “유일사상체계 확립을 위해 사상의 일색화를 이루어내자”는 조선노동당의 표어에서나 등장하는 용어이기 때문이다. 어쩌다 한국의 집권당은 다양성의 공존이 사라진 일색화된 정당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민주당의 일색이 최근 이색(二色)으로 분화하고 있다. 계기는 집권세력의 완패로 끝난 ‘추·윤 대전’의 처참한 결과다. 지지율 폭락과 심각한 내상을 입고 전열을 재정비하고 있는 집권세력은 향후 대응을 놓고 사사건건 옥신각신하고 있다. 윤석열 개인에 대한 공격을 자제하고 제도개혁에 집중하자는 파와 윤석열을 탄핵으로 응징해야 한다는 파가 서로를 향해 맹동주의, 패배주의 같은 자극적 용어를 구사하며 한바탕 논쟁을 벌였다. 대통령이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며 대국민 사과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집권당이 강온 양 파로 나뉘어 다투고 있는 것이다.
   
   강온 양 파의 2라운드는 신년 첫날 이낙연이 쏘아 올린 이명박·박근혜 사면론으로 이어졌다. 겉으로는 국민통합을, 속으로는 중도층의 지지 회복을 노린 사면론은 당내의 격렬한 반발에 부딪혀 이틀 만에 “당원 뜻에 따르겠다”고 후퇴하는 촌극을 빚어냈다. 이 과정에서 이낙연은 문빠들로부터 “배신자” “정계 은퇴하라”는 집중 포화를 받았다. 지난해 9월 한 토론회에서 강성 친문에 대해 “상식적인 분들” “당의 에너지원”이라고 치켜세웠는데, 이제 그들의 공적 1호가 된 것이다.
   
   윤석열 탄핵과 전직 대통령 사면을 둘러싼 민주당의 내홍(內訌)은 일시적 현상이 아닌 구조적 변화로 읽힌다. 향후 민주당의 전략적 침로(針路)에 대한 이견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문재인과 이낙연은 지난해 12월 12일과 26일의 독대 회동에서 국면전환책을 논의하였다. 두 사람은 국정운영 동력을 회복하기 위해선 정권 지지에서 이탈한 중도층을 다시 끌어와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강성 친문들은 그렇게 하면 핵심 지지층이 균열해 달아난다고 맞서고 있다.
   
   문재인 정권 들어 중도층의 다수는 정권에 대해 우호적 태도를 보였고, 이는 ‘중도+진보’ 연합을 형성해 선거 승리의 견인차가 되었다. 그러나 부동산 실정과 윤석열 찍어내기의 피로감이 쌓이며 중도의 다수는 반문으로 돌아섰고, 대통령과 집권당 지지율 폭락의 기폭제가 되었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나는 중도층 민심은 보수친화적이다. 올 4월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와 내년 대선에서 야당 후보를 찍겠다는 응답이 여당 후보 지지 응답의 2배가량 된다.
   
   윤석열 탄핵 반대와 전직 대통령 사면 추진은 핵심 지지층의 일부 이탈을 감수하고라도 중도층을 끌어오겠다는 전략적 결단이었다. 하지만 현재까지 나타난 결과를 보면 상처만 남기고 실패로 끝난 것으로 보인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1월 1~2일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선후보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윤석열 총장이 30.4%의 지지율로 처음으로 30% 선을 돌파하며 1위에 올랐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20.3%,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15%로 집계됐다. 직전 조사와 비교해 윤석열은 오르고 이낙연은 내려갔다. 윤석열은 보수성향 응답자(46.2%)와 중도성향 응답자(33.6%)에서 1위를 기록했다, 진보층에서는 이재명이 38.1%의 지지율로 이낙연(20.2%)을 앞질렀다. 민주당 지지층에선 이재명 45.3%, 이낙연 34.8%로 선두가 바뀌었다. 이낙연의 사면론에 반발한 진보층과 민주당 지지층이 이재명 쪽으로 이동한 것이다. 같은 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부정평가는 61.7%로 현 정부 출범 이후 리얼미터가 실시한 조사에서 최고치를 나타냈다.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평가는 34.1%로 취임 이후 최저치였다.
   
   이 결과는 의도했던 중도무당층에서의 지지율 상승은 이루어지지 않고 핵심 지지층의 이탈만 초래했음을 보여준다. 중도는 오지 않고 진보는 달아나는 이중고에 직면한 것이다. 물론 한두 개 여론조사 결과만으로 중도로의 외연확장 전략이 실패했다고 단정하긴 이르다.
   
   청와대와 민주당 지도부는 앞으로도 강성 일변도의 기존 기조와는 다른 시도를 할 것으로 보인다. 중앙일보 1월 5일 자 보도에 따르면, 대통령이 조만간 ‘청와대의 탈(脫)정치’를 선언하고 ‘정책 청와대’를 표방할 것이라고 한다. 집권 후반기로 갈수록 논란이 거세질 정치 사안에서 손을 떼고 정책에만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TV조선의 1월 3일 보도에 따르면, 1월 하순에 있을 검찰 고위급 인사에서 추미애에게 좌천당한 한동훈을 일선 지검장으로 직무복귀시키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조선일보 1월 6일 자 보도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최초의 검찰 출신 민정수석인 신현수는 최근 “윤석열과 대립각을 세울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박범계가 윤석열과 협의해 좋은 인사를 하겠다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정권 수뇌부는 대깨문을 앞세워 강공책을 밀어붙이는 기존의 전략에서 탈피하여 화합과 소통을 강조하며 일련의 유화책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2011년 펴낸 ‘운명’이라는 책에서 “김대중 정부도 중반으로 가면서부터는 역시 검찰을 관리하고 통제할 필요성을 절감했는지 고위 검찰 출신을 민정수석으로 임명하는 과거 체제로 되돌아가 버렸다”고 비판했는데, 집권 5년 차 대통령을 보위할 민정수석에 윤석열과 호형호제하는 검찰 출신 인사를 앉힌 것이다.
   
   그러나 정권 수뇌부의 유화책에 대한 친문 근본주의자들의 반발은 갈수록 극렬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동훈의 지검장 복귀설에 대해 열린민주당 황희석은 “검찰개혁에 재를 뿌리는 행위”라며 “이런 꼴 보려고 두 명의 장관을 희생시켰느냐”며 발끈했다.
   
   균열(龜裂)은 거북의 등에 있는 무늬처럼 갈라지는 것을 의미한다. 분열(分裂)은 갈라지는 것을 넘어 찢어지는 것을 말한다. 친문 일색에서 유화파와 강경파로의 균열은 이미 시작되었고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조만간 우리는 분열을 목도하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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