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월 7일 실시되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야권이 후보단일화를 이뤄낼 경우 나경원 국민의힘 전 의원이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중 누가 출마해도 승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안 대표가 야권 단일후보로 나올 경우 현재 여권 후보로 거론되는 박영선 전 중소기업벤처부 장관과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모두 오차범위 밖에서 이기는 결과가 나왔다. 반면 국민의힘 후보 경선에 나선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나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여권 후보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서 승리할 수 있는 가능성이 달라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결과는 주간조선이 여론조사전문기관인 서던포스트알앤씨와 함께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2021년 1월 16일부터 18일까지 3일 동안 실시한 유·무선 여론조사를 통해 나타났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 성·연령·지역별 가중치 부여, 상자기사 참고)

야권 후보단일화 전제 설문조사

주간조선과 서던포스트알앤씨의 이번 조사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야권이 후보단일화를 한다는 전제로 사실상의 양자구도로 범위를 좁혀 실시했다. 일단 여당 후보로는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나선다는 걸 상수로 삼고, 야당 후보로는 국민의힘에선 나경원 전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조은희 서초구청장, 국민의당에선 안철수 대표 등으로 바꿔 가며 응답자들의 의견을 물었다.

이 결과 박영선 대 나경원은 36.1% 대 38.3%, 박영선 대 오세훈은 35% 대 31.5%, 박영선 대 조은희는 34.7% 대 23.7%인 것으로 각각 나타났다. 박영선 대 안철수의 가상대결은 33.5% 대 41.5%로 집계됐다. 안 대표가 오차범위를 벗어나 박 전 장관보다 앞섰고, 국민의힘 후보 중에서는 나 전 의원만이 오차범위 내인 2.2%포인트 차로 승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 전 시장은 박 전 장관이 나올 경우에는 패할 가능성이 더 높았다.

박영선 전 장관의 경우 후보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30% 중반 박스권에서 지지율이 머물러 있어 확장성에 한계를 보이는 양상을 드러냈다. 다만 최근 실시되고 있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30%를 간신히 넘기거나 20% 후반에 머물고 있는 당의 지지율보다는 높은 지지를 받았다는 점이 희망적인 요소였다.

서던포스트알앤씨 관계자는 “박영선 전 장관의 경우 주로 40대에서 높은 지지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역임, 중기부 버팀목 자금 등과 같은 정치적 행보가 긍정적으로 평가되어 ‘정치력’ 및 ‘행정 경험’을 바탕으로 서울시장 후보를 판단하는 응답자들에게 지지를 받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반면 나경원 전 의원과 오세훈 전 시장의 경우는 서울시장 후보 판단기준을 ‘도덕성’이라고 답한 사람들로부터 높은 지지를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안철수 대표는 30대의 응답자들 가운데서 높은 지지를 받았으며, ‘정책 및 공약’ ‘인지도’를 바탕으로 서울시장 후보를 판단하는 응답자들에게 타 기준 대비 더 많은 지지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당에서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후보로 나설 경우에는 결과가 달라졌다. 이 경우 조은희 서초구청장을 제외한 야당 후보 누가 나서더라도 이길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를 자세히 보면 우상호 대 나경원은 30.2% 대 40%, 우상호 대 오세훈은 28.2% 대 34.7%, 우상호 대 조은희는 30% 대 25.8%인 것으로 각각 나타났다. 우상호 대 안철수의 가상대결은 29.5% 대 42%로 집계됐다. 나 전 의원과 오 전 시장, 안 대표 모두 오차 범위를 넘어선 수치로 우 의원을 앞섰으며, 특히 나 전 의원과 안 대표는 10%포인트가 넘는 차이를 보였다.

우상호 의원은 거의 여당 지지율과 비슷한 수치를 나타내면서 박영선 전 장관이 받는 지지율에 미치지 못했다. 서던포스트알앤씨 관계자는 “우상호 의원도 박 전 장관과 비슷하게 40대 응답자들 사이에서 높은 지지를 받았으며, 4선 국회의원 및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역임 등과 같은 정치적 행보로 ‘정치력’ 및 ‘소속정당’을 바탕으로 서울시장 후보를 판단하는 응답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여론조사 결과만 놓고 보면 안철수 대표가 야권에서는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였다. 이번 조사에서는 여당과 야권단일 후보 외에 ‘그 외 후보’를 찍겠다고 답한 응답자들의 비율이 후보군에 따라 적게는 10%대 중반에서 많게는 20% 후반까지 나왔다. 그런데 안 대표가 야권 단일후보로 나올 경우 ‘그 외 후보’를 찍겠다는 비율이 각각 15.9%(박영선과 대결)와 15.5%(우상호와 대결)까지 낮아졌다. 나경원 전 의원이 포함된 조사에서는 ‘그 외 후보’ 비율이 각각 20.3%, 18.7%였다. 오세훈 전 시장이 포함된 조사에서는 26.9%, 24.1%였다. ‘그 외 후보’라고 답한 응답자 중에서는 중도층이나 정의당 유권자들의 비율이 높은데, 이 수치가 낮아졌단 의미는 안 대표가 중도층의 표를 흡수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야당 후보 중에서 상대적으로 열세로 평가받는 조은희 서초구청장의 경우 주로 18~29세 연령층의 지지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현재 구청장을 역임하고 있는 서초구 지역의 지지율이 타 권역 대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실제 행정서비스 측면에서 구민들의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이번 조사에서 특이한 점은 서울시장 후보를 판단하는 기준을 묻는 질문에 가장 많은 응답자가 소속정당(20.5%)이라고 답한 점이다. 공약이나 인물(도덕성·정치력)보다 특정 정당 소속 여부를 투표 기준으로 삼는 것은 영호남처럼 특정 정당에 대한 호불호가 뚜렷하지 않은 수도권에서는 흔치 않은 일이다. 이는 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서울시민들의 비호감도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서울시민들의 집권 여당에 대한 부정평가는 전국 평균보다 훨씬 높은 상황이다. 이번 보궐선거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미투’ 의혹에서 비롯됐음에도 후보들의 성인지 감수성 여부는 중요한 선택 기준이 아닌 것도 특이한 점이다. 응답자 중 이번 선거에서 성인지 감수성을 기준으로 투표하겠다는 응답률은 5.7%에 불과했다.

야당후보 단일화를 해야 야권의 승산이 높아진다는 이런 여론조사 결과와 달리 실제 단일화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안 대표는 지난 1월 19일 국민의힘에 “경선 플랫폼을 야권 전체에 개방해달라”고 요구하며 국민의힘과 합동 경선에 나서겠다는 뜻을 처음 밝혔다.

안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오픈 경선 플랫폼에 참여하는 후보는 저뿐만 아니라 무소속 후보를 포함한 야권의 그 누구든 참여할 수 있게 하자”며 “제1야당이 주도권을 갖고 야권 승리를 위한 게임메이커가 되어주면 기꺼이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예비후보들을 포함한 ‘원샷 경선’을 제안한 것이다. 야권 단일화를 조기에 성사시키고, 정권 교체를 위한 역량을 집결하자는 뜻이다. 그러나 김종인 위원장은 안 대표의 기자회견 직후 “국민의힘 절차를 다 마치고 난 다음에 단일화 문제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 꾀를 부리는 것”이라고 한마디로 일축했다.

주간조선은 서던포스트알앤씨에 의뢰해 오는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가 예상되는 여야 후보 간의 일대일 가상대결 결과와 서울시장 후보 판단기준을 살펴보는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1월 16일부터 18일까지 서울 거주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유·무선 임의전화걸기(RDD)를 활용해 실시했다. 표본은 2020년 12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 기준으로 성별, 연령별, 지역별로 비례할당 추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은 0.9%다. 상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박혁진 spaingog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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