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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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예비후보와 모두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이상돈 전 민생당 의원이 “서울시장 선거에서 야권 단일화가 어려울 것이며, 3자 구도로 치러진다 하더라도 국민의힘이 이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월 22일 서울 광화문에서 주간조선과 인터뷰를 갖고 “(여론조사를 바탕으로 한) 단일화는 성공하지 않는다. 된 적도 없고”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전 의원은 여당의 서울시장 유력 후보인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민주당 원내대표였던 2014년, 민주당 비대위원장으로 낙점됐다가 민주당 의원들의 반발로 임명이 철회된 적이 있다. 2016년에는 국민의당 창당에 합류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한솥밥을 먹은 인연도 있다. 이 전 의원은 국민의당 소속으로 20대 비례대표에 당선된 뒤 안 대표와 지속적인 마찰음을 내다 바른미래당 합당에 합류하지 않고 민주평화당(민생당)으로 간 뒤 21대 총선에는 불출마했다.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두 주역인 박영선·안철수 후보를 모두 겪은 정치인이다.

그는 서울시장 야권 후보 단일화의 모델로 떠오르고 있는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정몽준 후보 간 단일화 사례를 두고 “정몽준이 당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단일화 성공이 아니라 실패 사례라는 것이다. 그는 “정몽준 쪽 사람들은 전화번호 받고 여론 형성하고 그런 걸 잘 몰랐는데, 민주당은 풀뿌리 여론조사, 전화번호나 댓글로 여론 조성 등을 10년 먼저 배웠었다. 그게 문제가 됐던 것”이라고 했다. 당시 정 후보는 결국 대선 투표일 직전 단일화에 불복하면서 독자 출마했다.

이 전 의원은 2007년 이명박·박근혜 두 대선후보가 맞붙은 한나라당 경선 사례를 두고서도 “지금 박근혜 지지자들한테 물어보면 공정하다는 사람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 여론조사는 조사 방식이나 대상, 조사 주체에 따라 결과값이 크게 차이가 나는 만큼 공정한 단일화라는 것이 애초에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 전 의원은 우리나라 정치 사상 성공한 단일화 사례로 평가받는 DJP 연합에 대해서는 “그건 여론조사를 한 게 아니고 정치적 연합”이라며 “3당 합당이나 마찬가지”라고 평했다. 여론조사를 통한 후보 단일화와는 완전히 결이 다르다는 설명이다.

“의원 100명 공당이 단일화 어려울 것”

이 전 의원은 하지만 단일화 무산으로 인한 3자 구도 승부의 경우에도 “국민의힘 후보가 이길 수 있다”며 “여당을 지지하던 부동층이 많이 빠져나갔고 안철수 지지표와 국민의힘 후보 지지표는 서로 다르다”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현재 여론조사에서 안 대표를 지지한다고 나오는 사람은 정부도 안 좋아하고 국민의힘도 안 좋아하는 사람이 많은데, 이들은 실제로는 투표를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는 “일단 이 정부를 심판하겠다는 사람들은 3자 구도여도 당연히 국민의힘 후보를 찍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의원 100명 있는 공당이 후보를 냈는데 (안 대표와) 단일화를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국민의힘에서 TV토론만 잘하는 사람이 나오면 해볼 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후보라 해도 누구든 국민의힘 최종 후보만 되면 해볼 만한 싸움이 될 것이란 예측이다.

과거에도 3자 구도로 인해 반대쪽 후보가 반사이익을 받아 당선된 경우가 있었다. 대표적 사례가 1997년 대선 때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된 경우다. 당시 이회창 후보로의 단일화에 불복해 이인제 후보가 독자 출마한 결과 김 전 대통령이 당선됐다. 이 전 의원은 “그때는 DJP 연합에, 이인제, 경제위기까지 와서 김대중을 도와줘도 아주 간신히 이겼었다”며 “그때에 비하면 20년이 지났고 유권자들의 성향도 많이 변했다”고 했다.

이 전 의원은 “지난번 대선이랑 서울시장 선거 때 안철수가 안 나왔으면 홍준표, 김문수가 이겼겠냐. 못 이겼다”라면서 “하지만 지금은 이길 수 있다. 부동산·추미애 등 여권 실책이 너무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근데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이 후보를 안 낸다? 그러면 당 문을 닫아야 할 것”이라며 “대선이고 뭐고 아무것도 못하고 그냥 끝나는 것”이라고 했다. 이 전 의원은 “큰 공당에서 후보가 되면 포기하기 어렵고, 포기하면 당 자체가 무너진다”고도 했다.

이 전 의원은 지속적으로 안 대표를 무시하는 김종인 위원장의 행보에 대해 “안철수는 시장이고 뭐고 아무것도 안 된다고 보는 것”이라고 했다. 현재 국민의힘 일각에서 여론조사의 높은 지지율을 거론하며 안 대표를 포용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그럼 지난번 대선하고 서울시장 선거 때는 안 그랬냐”며 반문했다. 과거 선거 결과를 보면 현재 여론조사에서 안 대표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오는 표에는 기권 표가 적지 않은 반면 여야 제1당을 지지하는 표는 상대적으로 견고한 지지세를 갖고 있기 때문에 실제 득표율과는 차이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 전 의원은 안 대표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다. 그는 안 대표를 두고 “10년 동안 단일화, 창당, 탈당만 했다”고 혹평했다. 그는 안 대표에 대해 “인문사회 소양이 너무 없어서 토론이고 대화가 안 된다. 기자하고 밥 먹는 게 안 되는 사람”이라고도 했다.

이 전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 안 대표와 모두 오찬을 함께한 적이 있다고 한다. 그는 “세 사람의 공통점이 있다. 기자간담회를 안 한다는 것”이라며 “그나마 박근혜 전 대통령이 기분 좋으면 대화가 잘되는 편”이라고 말했다. 세 인물 모두 굉장히 샤이(쑥스러워)하고 자유로운 대화가 어려운 인물들이다 보니 주변 사람들이 ‘이건 안 됩니다’라는 말을 하기가 어렵다는 설명이다.

밥 먹어본 박근혜·문재인·안철수의 공통점

이 전 의원은 문 대통령에 대해서는 “문 대통령은 원래 말이 없다. 희한한 사람”이라고 했다. 한번은 과거 문 대통령과 2013년 다른 원로들과 함께 만찬을 한 적이 있는데, 문 대통령 자신이 먼저 요청해서 박영선 장관과 이 전 의원, 문 대통령 셋이서 한 시간 동안 차를 마시면서 대화를 했는데, 문 대통령 자신이 먼저 요청해서 이 전 의원을 불러놓고도 듣고만 있고 도통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문 대통령과 식사 자리에 동석했던 사람들이 문 대통령의 의중을 두고 ‘저 사람 뜻이 이건가 보다’ 하다가 나중에 보면 완전히 뒤집히기가 일쑤라는 설명이다. 그는 “이번 사면 논란 같은 경우도 이럴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도 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문 대통령의 말을 듣고 의중을 추측해서 사면론을 제기했다가 완전히 뒤집혀버렸을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이 전 의원은 안 대표에 대해서는 문 대통령보다 더 비판적인 시각을 보였다. 역사나 깊이 있는 인문사회 관련 대화만 나오면 초등학생 수준이 되어버린다는 것이다. 이 전 의원은 “컴퓨터 하는 사람이 대개 천재인데, 딱 자기 분야만 천재다”며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자기 철학이나 생각이 바뀌면 바뀔 수는 있다. 근데 그게 설명이 돼야 하는데 이 사람은 그게 안 된다. 지나간 과거에 대한 측방, 후방 레이더가 없다”며 혹평했다. 그는 “안철수는 나쁜 사람이 아니다. 다만 공직이나 정치 이런 걸 해서는 안 될 사람”이라고도 했다. 그런 인물 주변에 “현실정치를 아무것도 모르는 백면서생 교수들이 모여 쑥덕쑥덕 새 정치를 만든다고 해왔는데 실제로는 아무것도 해오질 못한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이 전 의원에게 ‘그래도 두 명은 전·현직 대통령이고 한 명은 서울시장 유력 후보가 아니냐’고 묻자 그는 “그러니까 이런 게 이미지 정치의 폐단”이라며 이런 말을 했다. “문재인이란 사람이 어떻게 별안간 대통령이 됐냐. 노무현 영결식에서 키 큰 사람이 단정하게 입고 그 비통함 속에서도 꿋꿋이 있는 걸 보고 지지자들이 ‘아 이제 저 사람이다’ 한 게 아니냐.” 그는 박 전 대통령과 관련해서도 “정수장학회 논란 때문에 내가 당시에 야당한테 얼마나 공격을 많이 당했는데 (박 전 대통령의 불통 때문에) 답답하다고 느낀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했다. 이 전 의원은 “다음 대통령은 이것저것 따질 것 없이 밥 먹으면서 대화되는 사람만 돼도 성공”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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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용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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