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차기 대선 구도에 미묘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그동안 2강으로 분류됐던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저마다의 강점을 내세운 제3의 후보들이 그 틈을 파고들고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는 지난 22일 무선(79.3%)·유선(20.7%) 전화면접조사 방식으로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13명에게 ‘차기 대통령 후보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 이 지사(26.2%)와 이 대표(14.5%)는 약 11.7%포인트 차이로 각각 1~3위를 기록했다. 2위는 윤석열 검찰총장(14.6%)이었다. 한 때 20% 초반의 지지율로 엎치락뒤치락 했던 두 사람 간 격차가 어느 새 10% 넘게 벌어진 것.

하지만 지금의 선거구도가 내년 대선 때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보는 전문가들은 많지 않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민주당 내 최대계파인 친문세력들의 지지를 업은 제3의 후보가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두 후보 모두 전통적인 친문계 정치인이 아니었다는 한계 때문이다. 오히려 이 지사의 경우 친문지지층과는 좋지 않은 관계를 유지해왔다.

현재 가장 가능성 있는 후보로는 정세균 국무총리가 꼽힌다. 정 총리는 현재 문재인 정부 코로나19 방역 대책을 사실상 총지휘하다시피하면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기업인 출신에다 다선의원(5선), 장관, 당대표, 국회의장까지 지낸 터라 스펙으로만 따지면 정치권에서 정 총리에게 명함을 내밀 사람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정 총리는 문재인 정부 초반에는 국회의장을 맡으면서 정권 핵심법안 통과에 역할을 한 만큼 친문계로부터 호감도도 나쁘지 않은 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재확산으로 중단된 ‘SK계’ 의원 공부 모임인 '광화문포럼'도 두 달 만에 활동에 들어갔다. SK계로 불리는 이들은 친문과 비문을 가리지 않고 당내 다양한 세력들과 물밑 대화를 하며 세 확장의 기반을 마련 중이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도 후보군에 언급되고 있다. 그는 지난 14일 “윤석열 검찰총장에 이어 최재형 감사원장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발언을 통해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당장 온라인에서는 이런 발언을 한 임 전 실장에 대한 친문지지층들의 환호가 이어지고 있다. 그는 1월 22일에는 페이스북에 “선별(혹은 차등) 지급이냐 보편 지급이냐, 매번 논란이 있다”면서 “고통과 피해가 큰 곳에 더 빨리 더 과감하게 더 두텁게 지원하는 것이 더 긴요하고 더 공정하고 더 정의롭다”고 말했다. 이는 이 경기지사가 최근 2차 재난기본소득 보편지급 결정을 발표한 뒤 나온 발언이어서 이 지사를 견제하려는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임 전 실장이 정계 복귀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다. 지난해 6월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한 뒤에는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를 방문하면서 재단과 MOU를 맺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김부겸 전 행정안전부 장관도 잠재적 후보군으로 빠지지 않고 거론되고 있다. 지난해 당대표선거에서 패한 후 잠행하던 김 전 장관은 1월17일 열린 KBS신년토론회에 나와 사실상 정치활동 재개를 알렸다. 그는 여기에서 전직 대통령 사면론에 대해 “대통령이 판단할 때 국민 통합에 도움이 되고 경제회복, 국난극복에 도움이 된다는 분위기가 되고 국민이 양해할 정도는 되어야 한다”며 신중론을 펼쳤다.

비주류로 꼽히던 김 전 장관은 문재인 정부 초대 행정안전부 장관을 지내며 사실상 검찰개혁의 한 축으로 활약했다. 이 때문에 친문계에게 좋은 평가를 받아왔다. 일각에서는 영남 출신의 김 전 장관이 호남 출신 정 총리와 손잡고 차기 대선을 준비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대선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해 말 청와대에 들어가 문재인 대통령을 독대한 후 대선 출마에 마음을 굳혔다는 후문이다. 김 의원은 현재 각계 각층 인사들을 접촉하며 지원조직을 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인영 통일부 장관 등도 잠재적 후보군으로 꼽히지만 현실화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 민주당 내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박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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