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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정치
[2645호] 2021.02.08

‘이재명 1위’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 지난 1월 20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경기도 전 도민에게 10만원씩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이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확고한 1등인 걸까.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에서 처음으로 이 지사의 지지율이 30%가 넘었다는 여론조사가 나왔다. 여론조사 전문회사 리서치앤리서치가 세계일보의 의뢰로 지난 1월 26~28일 전국 성인남녀 1010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이 지사는 32.5%로 1위였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17.5%,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13.0%로 그 뒤를 이었다.
   
   이번 조사에서 이 지사의 지지층은 전통의 여당 지지층과 상당 부분 일치한다. 직업에서는 화이트칼라(42.2%)가, 지역으로는 서울(25.1%), 인천·경기(40.0%), 호남(47.8%)에서 고른 지지를 보냈다. 특히 호남의 지지는 절반에 가까운데 이 지역 출신인 이낙연 민주당 대표에게는 뼈아픈 대목이다. 경북 안동 출신인 이 지사는 대구·경북에서도 20.8%를 얻어 이낙연 대표(6.1%)보다 나은 전국 경쟁력을 보여줬다.
   
   30%대 지지율은 ‘대세’를 가늠할 수 있는 잣대이며 공당의 대선후보 자리를 수성할 수 있는 지지율이다. 2017년 민주당 상황을 되짚어보자. 당시 문재인-안희정-이재명 3인의 당내 경선이 치열하게 펼쳐졌다. 안희정-이재명 후보는 쫓는 쪽, 반면 지지율 1위 문재인 후보는 지키는 쪽이었다. 추격해 오는 후보들의 지지율 상승은 문 후보 캠프에 위기였다. 그들이 내세운 전략의 핵심은 이거였다. “지지율 30%만 지키자.” 30%는 대권을 손아귀에 쥘 수 있는 숫자다.
   
   이 지사는 왜 이렇게 올라섰을까. 앞선 이 지사 지지층 설명에서 빠진 그룹이 있다. 연령별로 봤을 때 40대가 이 지사를 등에 업었다. 이 지사에게는 날개를 단 격이다. 앞선 세계일보 조사는 여야의 모든 잠룡을 줄 세워 선호도를 물었다. 40대 응답자 중 44.4%가 이 지사를 지지했다. 절반가량의 지지가 이 지사 한 사람을 향했다. 20대부터 60대 이상을 통틀어 가장 지지세가 강한 그룹이다. 40대가 두 번째로 많이 지지한 윤석열 검찰총장이 얻은 지지율은 15.3%다. 이낙연 대표는 12.6%를 얻는 데 그쳤다. 이처럼 40대는 이 지사에게 거의 올인한 상태다.
   
   

   연령효과서 벗어난 비보수화 세대
   
   현 시점에서 40대는 독특한 포지션을 갖고 있다. 그들만의 강고한 정치적 연대를 표와 지지로 보여준다. 지난 1년간 여론조사의 흐름을 볼 때 40대의 절반가량은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하며 이들이 민주당의 핵심 지지층이다. 매주 정기여론조사를 공표하는 갤럽의 데일리오피니언은 추세를 살피기에 좋다. 가장 최근의 결과를 보자.
   
   2021년 1월 넷째 주 조사에서 40대의 민주당 지지율은 46%였다. 국민의힘은 10%, 정의당은 7%, 국민의당은 4%를 얻었다. 대신 무당층이 27%에 달했다. 전체 정당지지도에서 민주당은 34%, 국민의힘은 20%를 기록했다. 40대 지지율(민주당 46% 대 국민의힘 10%)만 비교해 보면 이들의 민주당 지지 편향이 극단적으로 느껴질 정도다. 부동산 급등이나, 추미애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강대강 대결로 당이 어려울 때도 이들은 40%대가 훌쩍 넘는 지지율로 민주당을 떠받쳤다.
   
   왜 40대가 여권의 핵심 지지층인가를 묻는다면 정확한 대답을 내리긴 어렵다. 통계청이 2016년에 발간한 ‘한국의 사회동향 2016’에 실린 ‘정치 태도와 행위의 세대 간 차이’ 보고서를 보면 한국 사회에서 가장 진보적인 세대는 1970년대생(1970~1979년생)으로 분석됐다. 민주화 세대 대표격인 ‘86세대(1960년대생)’는 물론 그들보다 어린 1980년대 이후의 밀레니얼세대보다도 1970년대생은 진보적이다. 특히 1970~1974년생은 연령효과도 그다지 드러나지 않는다. 연령효과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생애주기에 따른 역할과 경험 때문에 점점 보수화돼 가는 현상이다. 대부분 연령대는 연령효과에서 자유롭지 못하지만 유독 1970년대생은 예외다. 그리고 지금 40대들은 대부분 1970년대에 태어났다.
   
   통계청 보고서에 따르면 다른 연령과 비교해 1970년대생들은 비보수화된 세대다. 2013년 기준 1970~1974년생의 보수적 정치성향은 19.7%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낮았다. 그 다음으로 낮은 세대가 1975~1979년생으로 26.6%만이 보수적 정치성향을 띠었다. 이들보다 젊은 세대와 비교해 보면 그 특질이 확연히 드러난다. 1985~1989년생, 보통 밀레니얼세대라고 통칭되는 그룹의 보수적 정치성향(30.4%)이나 1990년 이후에 태어난 그룹의 성향(26.9%)보다도 낮다. 10년을 거슬러 올라가 2003년의 결과를 봤을 때도 1970년대생은 다른 연령대보다 보수화가 덜 드러났다. 2003년 1970~1974년생의 보수 성향은 33.1%였고 1975~1979년생은 30.8%였다.
   
   반면 1970년대 이전에 태어난 세대는 연령효과가 뚜렷이 관찰된다. 1950년대 중반~1960년대 중반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는 2010년대 들어 50대의 주축을 이루면서 급격히 보수화됐다. 86세대인 1960년대 중후반에 태어난 세대 역시 마찬가지다. 10년의 간극을 두고 나이를 먹어도 일관적으로 비보수적 성향을 유지하는 1970년대생의 독특함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통계청 보고서를 쓴 김석호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들이 고도성장의 과실을 누렸던 위 세대와 다른 환경에 놓인 것에서 이유를 찾았다. “40대가 돼서도 다수가 기득권층으로 편입하지 못해 보수화가 더딘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책 발언은 직설적, 정치 발언은 신중
   
   비슷한 견해를 제시한 연구는 또 관찰된다. ‘세대별로 투표하는 정당이나 후보는 달라지는가’(최슬기·이윤석·김석호, ‘한국사회’, 2019)라는 논문 역시 한국 사회 비보수 블록의 대표격으로 1970~1974년생을 꼽는다. 이 논문은 투표한 정당 혹은 후보에 대한 세대별 확률효과를 산출했을 때 “보수정당에 투표하지 않을 확률이 가장 큰 세대가 1970~1974년생”이라고 결론내렸다. 86세대가 정치이념과 태도에서 가장 진보적일 거라는 통념에 반하는 결과다.
   
   이들은 왜 가장 비보수적인 성향을 보일까. 연구진은 “1970~1974년생은 본격적으로 취업을 하는 시기에 1997년 경제위기를 경험했다. 취업 시기에 경제위기로 직장경력 형성에 어려움을 겪게 되면서 이전 세대와는 구분되는 현실 비판적인 특성을 갖게 되었을 수 있다”고 추론했다. 앞선 기득권층에 편입하지 못했다는 진단과 궤를 같이 한다.
   
   2020년을 되짚어보면 이낙연 대표의 당초 지지율은 당내 2위였던 이재명 지사 지지율보다 두 배 정도 높았다. 이 대표의 위기는 국정 위기와 함께 시작됐다. 지지율 하락 시기가 문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 흐름과 연동했다. 부동산 상승 등 표심에 예민한 문제들이 터지면서 이 대표도 이에 연동해 하락세를 겪었다. 게다가 전직 대통령 사면론은 핵심 지지층을 건드렸다. 사면론에 관한 여론조사에서 ‘공감하지 못한다’는 대답이 가장 많이 나오는 연령대가 40대다.
   
   반면 이재명 지사는 여의도와 떨어져 있는, 경기도의 수장이란 장점을 누렸다. 코로나19 정국에서 그의 선명성과 추진력은 더욱 다듬어져 실이 아니라 득이 됐다. 과거엔 ‘변방 정치인’이라고 스스로를 부르며 거칠고 직설적인 표현으로 승부수를 던졌지만 체급이 높아진 지금은 달라졌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재명 지사는 메시지를 내야 할 것과 내지 않아야 할 것을 구분하고 있다. 정책에는 직설적이지만 정치에는 말을 아낀다”고 말했다.
   
   
▲ 2017년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선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은 문재인·안희정 후보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photo 김종호 조선일보 기자

   40대 68%가 “이재명 호감 간다”
   
   실제 이 지사는 사회적으로 예민한 정책적 의제에는 즉각 대응했다. 특히 코로나19가 확산한 뒤 ‘재난기본소득’ 이슈를 선점했고 ‘기본주택(장기공공형임대주택)’ ‘기본대출’ 등 기본정책 시리즈를 전국적 관심사로 끌어올렸다. 기본소득은 이낙연 대표와 직접적으로 맞부딪치며 차별화를 시도하는 지점이다. 이 지사는 재산이나 소득과 무관하게 정부 재정으로 전 국민에게 동일한 최소 생활비를 지급하는 기본소득 도입을 주장해 왔다. 반면 이낙연 대표는 이 문제에 신중하다. 기본소득이 기존 복지제도의 대체재가 될 수 없다고 보는 입장이다. 김낙년 동국대 교수는 “이재명 지사는 기본소득을 정치적으로 바게닝(bargaining)하며 잘 활용한 정치인”이라고 말했다.
   
   이런 기존 체제와 부딪히며 의제 설정을 해가는 과정은 40대 주도의 지지율 상승을 불러왔다. 한 민주당 당직자는 “윤석열 총장이 이재명 지사를 끌어올린 셈”이라고 말했다. 법무부와 검찰의 갈등에서 보듯 민주당 핵심 지지층에 지금은 기득권과 싸우는 ‘전시(戰時)’다. 전시에 어울리는 리더와 핵심 지지층의 결합이라는 시각 역시 이 지사에 대한 주목도를 높여준다.
   
   여권 전체 대표선수로서 이재명이 갖는 한계는 2020년을 기점으로 많이 바뀌었다. 지난해 12월 17일 여론조사 전문업체 4곳이 공동으로 실시하는 전국지표조사(NBS)는 주요 대선주자의 호감·비호감도를 물었다. 그런데 호감도 조사에서 이재명 지사가 52%, 이낙연 대표는 43%를 얻었다. ‘호감 가지 않는다’는 응답은 이 지사가 39%, 이 대표가 49%를 얻었다. 마진을 따지면 이 지사는 호감도가 더 높은 정치인, 이 대표는 비호감도가 더 높은 정치인이 됐다. 과거 ‘이재명 리스크’를 생각하면 엄청난 인식 변화다. 40대는 이재명 지사에게 68%가 호감을, 30%가 비호감을 표시했다. 전 연령을 통틀어 이 지사에 대한 호감도는 가장 높고 비호감도는 가장 낮은 세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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