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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46호] 2021.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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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文의 20년 동지 신현수도 못 넘은 조국의 벽

▲ 신임 신현수 민정수석이 지난해 12월 31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지난 2월 16일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의 사의설이 불거지자 다음 날 청와대 측은 이례적으로 기자들과 티타임을 가졌다. 티타임에서 청와대 측은 신 수석이 사의표명을 한 것이 사실이란 점을 확인해줬고, 이 과정에서 크게 두 가지를 강조했다. 하나는 검찰 인사 문제를 둘러싸고 민정수석과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의 갈등이 있었다는 점, 두 번째는 이 과정에서 민정수석실, 특히 이광철 민정비서관과의 이견이 없었다는 점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신 수석의 관계를 잘 아는 인사들은 단순히 인사 문제로 민정수석이 사표를 냈다는 사실에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단 두 사람의 관계는 알려진 것보다 끈끈하다. 문 대통령의 최근 인사 스타일에서 알 수 있듯이 대통령은 한번 믿으면 웬만해서는 사람을 잘 내치지 않는다. 어쩌면 대통령과 신 수석과의 관계는 현재 대통령 주변 공직자들 중에서 가장 오래됐고 가깝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두 사람은 2004년 참여정부 청와대에서 민정수석과 사정비서관으로 처음 인연을 맺었고, 2012년 대선 때 신 수석이 문재인 캠프에서 법률지원단장을 맡으면서 더 가까워졌다.
   
   
   문 대통령과 신현수 수석과의 끈끈한 인연
   
   당시 캠프 관계자들에 따르면, 국회의원이나 김경수 비서관(현 경남도지사)처럼 외부에 드러난 인사 외에 캠프에서 핵심적 역할을 맡은 사람이 두 명 있었는데 한 사람이 신현수 수석, 다른 한 사람이 천경득 변호사(전 총무비서관실 선임행정관)였다. 신 수석은 당시 법률지원단장을 맡았지만 사실상 네거티브 대응팀을 총지휘하면서, 후보 가족 관련 문제까지 담당했다. 천 전 행정관은 후보 펀드운영팀장을 맡아 돈을 관리했다. 신 수석과 천 전 행정관은 대선 후에도 계속 대통령 주변의 사건을 맡아왔다. 2019년 논란이 됐던 이른바 ‘우리들병원 불법대출’ 의혹에 두 사람의 이름이 잠깐 등장한 것도 이런 맥락과 무관치 않다. 당시 천 전 행정관의 음성이 담긴 녹음파일에는 신 수석의 이름이 수차례 등장한다. 이는 신 수석이 단순히 대통령과의 관계가 가까울 뿐만 아니라 대통령의 신뢰를 등에 업고 대통령 주변의 인사들과 끊임없이 교류해왔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2017년 5월 문재인 대통령 당선 후 천 전 행정관은 곧바로 청와대의 돈과 인사를 담당하는 총무비서관실로 들어갔고, 신 수석은 2018년 청와대 대신 국가정보원 기획실장으로 갔다. 하지만 당시 민정수석실 진용을 꾸리거나 법무부, 검찰 인사를 하는 과정에서 문 대통령에게 가장 영향을 많이 끼친 참모가 신 수석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 출범 당시 혼란스러웠던 검찰 조직을 추스르기 위해 문 대통령은 봉욱 서울동부지검장을 대검 차장 겸 총장 권한대행에 앉혔는데, 이 과정에서도 신 수석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 수석과 봉 대검 차장 두 사람은 서울 여의도고, 서울대 법대 선후배 관계다.
   
   이런 관계를 알고 있는 사람들은 단순히 검찰 인사 문제를 놓고 신 수석이 사의를 표명한 것은 사태의 한 단면만을 보고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에 대해 신 수석에 대해 잘 알고 있는 한 인사는 주간조선과의 통화에서 “임명 한 달 반 만에 그만두면 그 파장이 어느 정도일지 모를 리 없는 신 수석이 대통령과의 근 20년 인연을 뒤로한 채 사의를 표명한 것은 생각보다 많은 부분에서 한계를 느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신현수 민정수석 사의설 표명 이후 보도되고 있는 기사나 검찰 안팎의 분위기를 보면 신 수석은 청와대에 들어간 후 상당한 무력감을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 복합적 원인에서 비롯됐겠지만, 그 주변을 취재해 보면 사실상 현 민정수석의 역할이 허수아비나 다름없다고 느꼈을 법하다. 사실 문재인 정부 초대 민정수석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왕수석’이란 말을 들을 정도로 국정 전반에 있어서 큰 영향력을 미쳤다. 전임 김조원·김종호 수석을 거쳤지만 조국 수석 시절 만들어 놓은 인적·제도적 틀은 더욱 공고해졌고 역설적으로 후임자들의 역할은 유명무실해졌다.
   
   
   신현수에게 무력감 안긴 조국 시절의 틀
   
   이번 사의설의 또 다른 원인으로 알려진 신 수석의 고위공직자수사처 개정안, 특별감찰관 임명안 주장이 묵살된 것도 민정수석실이 여전히 조국 수석 체제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언급되고 있다. 특별감찰관은 대통령의 배우자와 친족, 청와대 수석비서관 이상 고위공직자의 비위행위 감찰을 위해 박근혜 정부 때 처음 도입된 독립적 감찰기관이다. 신 수석을 잘 알고 있는 인사는 주간조선에 이런 말을 했다.
   
   “아이러니한 게 특별감찰관제는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이 야당 국회의원 시절(2013년)에 최초 발의해 여야 합의로 만들어진 법률에 따른 것이다. 특감반은 법률로 정해진 자리이기 때문에 제도를 없애지 않는 한 임명을 하는 것으로 법에 정해져 있다. 정하지 않으면 위법이다. 그런데 이석수 특별감찰관 낙마 후 아직까지 공석이다. 이 제도를 만든 사람이 현직 장관인데, 그는 이 위법 사항을 모른 체하고 대통령도 못 들은 척한다. 사실 민정수석이 특별감찰관을 임명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어떤 면에서 자기가 가진 권한을 내놓는 것이다. 그런 신 수석이 특별감찰제를 둘러싼 현 여권의 모순적 상황을 이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박범계 장관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특별감찰관에 대해 “이석수 초대 특감 당시 박근혜 국정농단의 단초를 잡아내는 의미 있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특감은 수사 기능 없이 조사 기능만 있기 때문에 기존의 민정 산하 공직기강 역할에서 약간 강화된 정도에 불과했다”며 “특감 제도는 애초에 감찰 대상과 기능도 협소했다. 그 역할을 모두 포괄할 수 있는 공수처가 설치를 위한 구체적 절차에 들어간 상황이기 때문에 폐지가 타당하다”고 입장을 바꿨다.
   
   
   특별감찰관제 둘러싼 갈등이 보여주는 것
   
   특별감찰관제가 무력화된 것은 일차적으로 대통령의 뜻으로 봐야 한다. 대통령은 틈만 나면 “민정수석실이 주도해 친인척 관리를 잘 해달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하지만 대통령이 이런 입장을 취한 데에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영향이 컸다고 봐야 한다. 조 전 장관은 민정수석으로 재직하던 2019년 4월 8일 노무현재단 유튜브 방송인 알릴레오에 출연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특별감찰관은 두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첫째는 (조사) 대상이 청와대 내 실장, 수석비서관 등등으로 좁혀져 있습니다. 두 번째는 수사권이 없습니다. 감찰에서 뭐가 나오면 다시 검찰로 넘겨야 합니다. 공수처가 만들어진다면, 특별감찰관은 자연스럽게 흡수 통합될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상 조 전 장관이 특별감찰관을 임명하지 않는 논리적 근거를 제공했다고 볼 수 있다.
   
   인적 시스템 역시 조 전 장관 시절과 달라지지 않았다. 신 수석과 인사 문제를 놓고 갈등설이 나왔던 이광철 민정비서관은 대표적인 친조국 인사다. 그는 지난해 12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이 국회를 통과하자 페이스북에서 “조국 전 수석과 그 가족분들이 겪은 멸문지화(滅門之禍) 수준의 고통을 특별히 기록해둔다”고 했다. 이 비서관은 공수처법 통과에 대해 “이제 입법으로 통과된 제도가 국민께서 변화를 체감하실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비서로서 이 책무의 이행에 최선을 다해 대통령님을 보좌하겠다”고 했다.
   
   다시 이번 신 수석 사의설을 해명하던 청와대 고위관계자의 말로 돌아가보면 그는 신 수석과 이광철 민정비서관 사이의 갈등설을 강하게 부인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그의 해명은 신 수석과 민정수석실 내 조국 라인 인사들과의 갈등을 확산시키지 않으려 한 말장난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의 한 인사는 “두 사람에게 갈등이 없었단 이야기는 박범계 장관이 청와대를 아예 건너뛰고 처음부터 끝까지 인사를 혼자 했단 얘기인데 이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오히려 박 장관과 청와대 내 조국 라인, 결과적으로 대통령으로부터 모두 배제당해 신 민정수석이 모욕감을 느꼈다는 것이 설득력 있는 얘기”라고 말했다.
   
   신 수석이 일단 2월 18일 휴가를 내고 심사숙고에 들어간 상황이지만 갈등이 표면화된 이상 문재인 대통령의 선택지는 좁아지게 됐다. 신 수석이 사의를 거둬들이고 복귀한다면 향후 있을 검찰 중간간부 인사나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등 주요 현안에 있어서 그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밖에 없다.
   
   
   신 수석 거취에 달린 검찰 중간간부 인사
   
   당초 검찰 중간간부 인사는 2월 셋째 주로 예상됐지만 신 수석과 박 장관의 마찰로 신 수석이 사의를 표명하며 자연스레 미뤄졌다. 법무부 관계자는 “지금으로서는 인사를 바로 진행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하지만 이미 법무부 내부에서는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실무작업을 주도했던 박은정 감찰담당관의 복귀 등 중간간부 인사를 놓고 여러 가지 말이 많았다. 현재는 ‘박은정 서울 남부지검 차장검사설’이 유력하게 나오고 있는데 이는 사실상 윤석열 총장 징계를 주도한 인사를 영전시키는 것이어서 검찰의 반발이 예상된다. 그렇다고 박 담당관을 유임하거나 징계성 인사를 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신 민정수석의 사표가 최종적으로 수리된다면 여권 전체가 여론의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으로 대표되는 이 정부의 이른바 ‘검찰개혁안’을 관철시키기 위해 대통령의 오랜 측근마저 토사구팽했다는 여론이 만들어질 수 있다. 이때부터는 그동안 현 정부의 악재로 작용했던 조국 전 장관, 추미애 전 장관 사태가 다시 여론에 소환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는 레임덕의 가속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민정수석실 내부에서 일어나는 권력투쟁을 제어하지 못해 정권의 몰락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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