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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46호] 2021.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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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만섭의 정치 프리즘]‘앵그리버드’ 홍준표의 입이 달라졌다?

허만섭  국민대 교양대학 부교수·전 신동아 기자 

▲ 홍준표 무소속 의원이 지난 2월 4일 국회 본회의에서 정세균 국무총리를 상대로 대정부질문을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모래시계 검사’로 세상에 알려졌다. 그 뒤 정계에 입문해 보수 제1야당 소속 대통령 후보, 당 대표, 경남지사를 지냈다. 자리의 무게로 보면 ‘원로’로 대접받을 만하다. 그러나 그에 대한 대중적 평가는 극과 극을 오갔다. 그를 ‘선호’하는 사람도, ‘혐오’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그런데 요즘 “홍준표가 달라졌다”라는 말이 나온다.
   
   ‘홍카콜라’라는 유튜브 채널 이름에서 잘 드러나듯 그는 ‘톡 쏘는 말’을 잘한다. 몇몇 노장 세대 사람들은 진보 권력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그의 노기 서린 말에서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앵그리버드’로 불리기도 한 홍준표는 ‘보수 원리주의’에 입각한 강경 발언을 했고, ‘강력한 리더십’을 내세웠으며, 스스로 “스트롱맨”이라 칭했다. 이 때문에 ‘팬덤’이 일부 형성돼 있기도 하다.
   
   무소속이지만, 홍준표는 뉴스 매체를 통하지 않고도 자신의 메시지를 다수에게 전파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쓰기만 하면 여러 언론이 알아서 인용해 보도한다. 어떤 정치인에게도 뒤지지 않는 ‘큰 스피커’를 여전히 가진 셈이다. 그의 말은 보수-중도-진보 진영에서 각기 다른 이유로 잘 소비된다. 홍준표는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여전히 ‘상품성’이 있다.
   
   
   자주 선을 넘던 어휘
   
   다른 한편으로, 그에겐 “보수정당에 대한 대중적 혐오가 커지는 데 일조했다”라는 비판이 따라다녔다. 이른바 ‘막말 논란’이 많았다. ‘같은 진영 내에서 좌충우돌한다’라는 이미지도 있었다.
   
   “아직도 틈만 있으면 비집고 올라와 당에 해악을 끼치는 연탄가스 같은 정치인들이 극히 소수 남아 있어 심히 유감스럽다.” 2018년 3월 자유한국당 대표 홍준표가 같은 당 친박계를 쏘아붙이며 한 말이다. 이런 말에 호응하는 사람들도 있었겠지만, 눈살을 찌푸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홍준표를 막말의 대명사로 규정하는 아래와 같은 평가가 계속 생산됐다.
   
   “언제 들어도 화난 것 같은 어조와 곧 터질 듯 달아오른 자유한국당 색 얼굴, 그리고 어김없이 펼쳐지는 막말의 향연을 듣고 있으면 제1야당 대표인지 어디 사이트 키보드워리어인지 헷갈릴 정도다.”(인터넷 사이트 직썰)
   
   적지 않은 사람은 “홍준표가 보수의 품격을 떨어뜨렸다”라고 주장했다. 홍준표의 잘못이 아닐 수 있지만, 요즘 젊은 세대 중 상당수는 품격 측면에선 보수 정당에 별로 높은 점수를 주지 않는다.
   
   그의 과거 메시지를 객관적으로 평가해볼 때, “홍준표는 ‘높은 수준의 대중친화적 어휘 구사력’을 발휘한 동시에 ‘선을 넘는 어휘의 남용’을 자주 범했다”라고 결론지을 수 있다. 이렇게 명과 암을 극적으로 오가는 사례는 드문 편이다. 홍준표의 이런 상반된 면모는 2017년 자유한국당 대선후보 시절 그의 발언에서 잘 드러난다.
   
   그의 대중적 어휘 구사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은유법의 사용이다. 대선 때 그는 스스로 창작한 은유로 많은 사람의 감탄을 자아냈다.
   
   “보수를 궤멸시켜 버리겠다는 말은 캄보디아의 킬링필드를 연상시킵니다.” 2017년 5월 2일 홍준표 대선후보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측 이해찬 선대위원장의 “수구 보수 궤멸” 발언을 공격하기 위해 한 말이다. 이 은유는 ‘궤멸’이라는 상대방의 표현을 대량학살인 킬링필드에 결부시킴으로써 시각적 기발함을 일으켰다.(책 ‘정치수사학’) 대선의 당락을 바꾸지는 못했지만, 이러한 말은 경쟁자인 문 후보의 대중적 이미지에 타격을 줬다.
   
   홍준표는 다른 경쟁자인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의 ‘경륜 부족’을 주장하기 위해 “안 초등”(2017년 5월 8일), “얼라”(2017년 5월 7일)라는 서민 정서에 와닿는 은유를 사용했다.
   
   나아가 홍준표는 “동남풍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대선판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2017년 4월 19일)라고 말했다. ‘동남풍’은 일차적으로 중국 ‘삼국지’의 제갈공명에게 적벽대전 승리를 안겨준 바람을 뜻한다. 여기에 더해, 한국의 동남쪽인 영남에서의 홍준표 지지율 상승을 떠올리게 한다. ‘동남풍’ 은유에 내재한 이러한 ‘자연스러움’과 ‘역동성’은 안철수를 넘어 2위로 도약하려는 홍준표의 의도에 정당성을 제공했다.
   
   반면 안철수는 자신의 선거운동을 대표하는 은유로 ‘녹색 태풍’을 들고나왔다. 제3정당인 국민의당의 상징색을 전면에 내세운 것인데, “녹색? 메시지가 애매하다”라는 평가가 많았다.
   
   
   여전히 소환되는 품격 문제
   
   흥미롭게도 홍준표는 지난 대선 기간 중 ‘동남풍’ 은유와 문재인 공격용 ‘강성 귀족노조’ 은유를 각각 12회, 24회 반복적으로 말했다. 일반적으로 언어 전문가들은 청취자에게 지루함을 준다는 이유로 은유의 반복을 금기시한다. 그러나 홍준표는 반복이 주는 지루함보다는 반복이 주는 메시지 틀 지우기 효과가 더 중요하다고 봤다. 유권자 집단 전체에 고루 퍼져 나가도록 반복적으로 언급함으로써 소수의 은유를 대선의 중심 메시지로 만들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직후 한 자릿수 지지율로 시작한 홍준표는 결국 2017년 대선을 득표율 2위로 마무리했다. 그는 ‘프레임 전쟁’에서 은유법을 전략적으로 사용해 안철수를 이긴 것이다.
   
   반면 이때도 그의 막말·혐오 발언 논란은 그치지 않았고, 이 발언들은 문재인을 추격하는 그의 동력을 떨어뜨렸다.
   
   대선 패배 후 홍준표는 당 대표가 되어 다시 정치의 전면에 섰다. 그러나 2018년 6월 지방선거 참패로 중도에 사퇴했다. 2020년 4월 총선 때 그는 경남 출마를 추진했으나 당의 공천을 받지 못했다. 탈당해 무소속으로 대구에서 출마해 당선됐다.
   
   대선후보·대표를 지낸 당의 공천에서 배제되는 시련을 겪으면서 홍준표의 말투는 부드러워졌다고 한다. 장점인 대중친화적 어휘는 그대로 살리면서 단점인 선을 넘는 어휘 남용은 현저히 줄였다는 것이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집값 폭등 원인을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부동산 정책으로 돌리자 홍준표는 “경복궁이 무너지면 흥선대원군을 탓하겠다”라며 자신의 녹슬지 않은 은유를 드러냈다.
   
   홍준표는 자신의 복당에 부정적인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대립적 관계로 비친다. 그러나 상대를 원색적으로 공격하지 않고 서울시장 보궐선거 야권 후보단일화를 ‘품격 있게’ 촉구한다. “김종인 위원장에게도 야권의 큰 어른으로서 사감을 접고 빅스리(나경원 전 의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오세훈 전 서울시장)를 모두 포용해 서울시장 탈환에 집중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
   
   월성원전 문건과 관련해 김 위원장에 대한 청와대의 법적 대응 방침이 나올 땐 “토씨 하나 틀린 말이 없다”라며 김 위원장 편을 든다.
   
   물론 홍준표의 품격 문제는 상대 측에 의해 지금도 소환된다. “단임제 대통령이 레임덕이 없을 수 있겠습니까? 이제 그만 억지 부리고 하산 준비나 하시지요”라는 그의 말에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현직 대통령에게 하산 준비나 하라니요. 야당 대선후보의 품격을 보고 싶다”라고 반격했다.
   
   “요새 말씀이 굉장히 거칠어지셨다. 대선후보 경선에 나가려고 하다 보니 좀 그래 됐죠?”라는 홍준표의 말에 정세균 총리는 “본인 말씀을 하시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라고 응수했다. 홍준표의 이런 정도의 말이 품격 없는 말에 해당하는가에 대해선 다른 의견이 있을 수도 있다.
   
   ‘앵그리버드’ 홍준표는 정말 달라진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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