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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정치
[2646호] 2021.02.22

서울 160만표 잡아라! ‘동북 4구’ 대혈투

이동훈  기자 flatron2@chosun.com 2021-02-24 오후 12:53:53

▲ 지난 1월 31일 서울 도봉구 창동의 ‘플랫폼 창동61’을 찾은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 photo 뉴시스
오는 4월 7일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각 당 예비후보들의 화력이 서울 동북권에 집중되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권 후보적합도 1위를 달리는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는 지난 1월 31일 도봉구 창동의 ‘플랫폼 창동61’을 찾아서 바로 옆 노원구에 소재한 창동차량기지와 도봉운전면허시험장 일대에 3.3㎡당 1000만원대 토지임대부 공공분양 아파트를 짓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같은 당 우상호 예비후보는 같은 날, 노원구 월계동의 광운대역(옛 성북역)을 찾아서 서울지하철 1호선 지상구간을 지하화해 주택 등으로 조성하는 ‘철길마루’ 정책을 발표했다.
   
   야권 후보적합도 1위를 달리고 있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지난 2월 9일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로 불리는 노원구 중계동 백사마을을 찾아서 재개발 지원 의사를 밝혔다. 국민의힘 나경원 예비후보는 지난 1월 27일, 중랑천을 찾아서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및 수변공원화 계획을 발표했고, 1월 31일에는 노원구 공릉동의 태릉골프장을 찾아서 태릉골프장 아파트 개발 백지화와 녹지보존을 공약했다. 국민의힘 오세훈 예비후보도 지난 2월 3일, 노원구 상계주공 9단지 아파트의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를 찾아 태릉골프장 개발 백지화와 무소득 1가구1주택 재산세 전면감면 등의 공약을 밝혔다.
   
   
▲ 지난 1월 31일 서울 노원구 월계동의 광운대역을 찾은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 photo 뉴시스

▲ 지난 1월 31일 서울 노원구 공릉동의 태릉골프장을 찾은 나경원 국민의힘 예비후보. photo 뉴시스

   재정자립도, 아파트 매매가 최하위
   
   이 밖에 국민의힘 조은희 예비후보는 지난 1월 26일, ‘동북권 제4도심’ 계획과 함께 동북권에 제3 야구장을 돔구장으로 짓겠다고 공약하면서 그 대상 부지로 도봉구 도봉동의 성균관대 도봉선수촌을 꼽았다. 국민의힘 오신환 예비후보는 지난 2월 3일 “동부간선도로와 중랑천을 따라 14개 대학이 모여 있는 동북권을 청년창업 클러스터로 집중 육성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각 당 예비후보들의 발걸음과 공약이 서울 동북권 일대에 집중되면서 ‘동북대전(大戰)’이란 말까지 나올 정도다.
   
   서울 동북지역은 1973년 성북구에서 갈라져 나온 도봉구를 뿌리로 분구(分區)한 구들이다. 개발연대 때 서울 도심 무허가 판잣집 철거민 정착지로 시작된 곳으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추천사를 쓴 책 ‘강남의 탄생’에 따르면 노원구 중계동 일대만 해도 버려진 양돈장이 많아 도심에서 쫓겨난 철거민들은 이곳에 천막을 치고 정착했다고 한다.
   
   이후 전두환 정부 때 주택 500만호 공급 계획에 따라 상계동·중계동(노원구), 창동(도봉구), 번동(강북구) 일대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조성되면서 서울의 대표적 베드타운이 됐다. 인구 급증으로 인해 1988년에는 노원구가, 1995년에는 강북구가 각각 도봉구에서 떨어져 나오며 지금의 동북 4구 체제를 형성했다. 동일한 뿌리를 갖고 정서가 유사한 까닭에 성북구를 비롯 노원구, 도봉구, 강북구 등 동북권 4개구의 구청장들은 2016년 ‘동북 4구 행정협의회’를 결성해 지금도 유지하고 있다. 이들 동북 4구의 인구를 합치면 160만명으로, 서울 전체 인구의 6분의 1가량을 차지한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에 택지지구로 개발된 양천구 목동, 강남구 개포동, 강동구 고덕동 등지와 달리 2017년 기준 인구 대비 사업체 수가 0.05개에 불과해, 재정자립도가 떨어지고 상대적으로 낙후한 것이 이들 지역의 공통된 특징이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2018년 옥탑방 시장실을 설치한 곳도 강북구 삼양동이다. 노원구는 지난해 기준 인구 52만여명으로 서울시 25개 자치구 가운데 네 번째로 인구가 많지만, 재정자립도는 15.8%로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최하위다. 강북구(16.8%), 도봉구(18.4%), 성북구(20%)도 자치구 평균 재정자립도(28.4%) 한참 아래를 밑돈다.
   
   한국부동산원(옛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서울 25개 자치구 중 아파트 평균 매매가가 가장 낮은 곳은 도봉구(4억4021만원)로 서울시 평균(8억9725만원)의 절반, 가장 비싼 서초구(17억8341만원)의 4분의 1에 불과했다. 노원구(4억9083만원)와 강북구(5억1827만원)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도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최하위권에 속한다.
   
   사업체가 없어 도심과 강남 등지로 출퇴근하는 주민들이 많은데, 이 일대 교통상황은 별반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상계 신시가지 조성과 함께 중랑천을 따라 들어선 동부간선도로는 출퇴근 시간 상습정체를 빚는 구간이다. 국민의힘 나경원 예비후보 등이 공약으로 내건 동부간선도로 지하화는 10여년 전부터 나온 얘기지만, 현재는 도봉구 창동을 통과하는 하행선(성수 방향) 일부 구간만 지하화가 된 상태다. 1호선과 4호선(창동~당고개) 지상구간이 지역을 단절하는 문제도 크고, 창동민자(民資)역사는 착공된 지 16년 가까이 흉물로 방치돼 있다.
   
   
▲ 지난 2월 3일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상계주공 9단지 아파트를 찾은 오세훈 국민의힘 예비후보. photo 뉴시스

   민주당, 동북권 개발공약 혼선
   
   차기 서울시장으로서는 인구는 많은데 재정자립도가 열악한 서울 동북권 일대에 그만큼 신경 쓸 것이 많다는 얘기도 된다. 자연히 서울 동북지역의 표심을 공략하기 위한 전쟁에서 누가 최종 승자가 될지도 주목된다. 현재로서는 동북 4구의 현역 구청장은 물론 국회의원, 시의회까지 모조리 석권하고 있는 민주당이 조직력에서 확고한 우위에 서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가장 최근인 지난해 4월 총선에서도 민주당은 동북 4구에 걸린 9개 의석을 모두 석권한 반면, 국민의힘의 전신인 미래통합당은 단 한 석도 건지지 못했다.
   
   반면 동북권 개발공약의 핵심인 창동차량기지와 도봉운전면허시험장 일대 개발 방향을 놓고 여당인 민주당 내에서 혼선이 벌어지고 있는 현상은 주목할 만하다. 박영선 예비후보가 지난 1월 31일, 지하철 4호선 연장과 함께 남양주 진접으로 이전해 갈 창동차량기지(노원구 소재) 일대에 3.3㎡당 1000만원대 토지임대부 공공분양 아파트를 짓겠다고 공약하자, 노원구를 지역구로 하는 같은 민주당 우원식 의원(4선·노원구을)과 김성환 의원(재선·노원구병) 등이 일제히 “창동차량기지에 아파트는 짓지 않는다”고 부인하고 나서면서다.
   
   여당 원내대표를 지낸 우원식 의원과 재선 노원구청장을 지낸 김성환 의원은 지난해 정부가 급등한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 태릉골프장 일대를 아파트로 개발하는 계획을 내놨을 때도 반대입장을 밝힌 바 있다. 논란이 되자 우원식 의원은 해당 게시글을 삭제하고 지난 2월 3일, “노원의 숙원인 차량기지에 바이오 메디컬 클러스터를 만듦으로써 대규모 일자리 단지로 제대로 추진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글을 대신 올린 상태다.
   
   국민의힘 나경원·오세훈 예비후보는 대규모 아파트 건설에 반대하는 노원구의 민심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태릉골프장 아파트 계획을 백지화하고, 녹지를 보존하겠다는 공약을 일제히 내놓은 것이 대표적이다. 각종 인허가권을 쥔 서울시장이 태릉골프장 개발에 반대하고 나설 경우, 중앙정부 정책이라고 해도 탄력을 받기가 어렵다. 국토교통부가 ‘2·4 부동산 대책’ 발표 직전 “지자체의 재개발·재건축 인허가권 환수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시사한 것은 이에 대비한 사전포석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 들어 폭등한 서울 집값으로 동북 4구 주민들의 재산세가 급증한 것도 민주당에는 부담이다. 9억원 이상 주택에 대한 대출규제가 강화되면서 주택매수자들이 비교적 저렴한 소위 ‘노도강’ 지역 아파트를 집중 매입하면서 집값이 급등해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부담이 급증한 것이다. 지난해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재산세 증가율 상한선인 30%(6억원 초과)까지 폭증한 가구가 가장 많이 속한 자치구는 25개 자치구 중 재산세를 가장 많이 납부한 강남구가 아닌 노원구였다.
   
   민주당 예비후보들이 노후 아파트 민간 주도 재건축에 미적지근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도 표심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35층 층고규제 폐지 및 용적률 완화, 민간 재건축 활성화를 일제히 공약한 야권 예비후보들과 달리 민주당 예비후보들은 ‘공공주도’라는 정부 방침에 맞춰 민간 재건축에 확실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오승록 노원구청장에 따르면, 노원구에서만 재건축 연한이 도래한 아파트는 2020년 현재 46%, 2030년에는 88%에 달한다. 노원구 상계동, 중계동과 비슷한 시기 조성된 도봉구 창동, 강북구 번동 일대 아파트들도 서울시 재건축 허용연한 30년을 채우는 단지들이 속출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 우상호 예비후보의 경우 ‘공공주도 주택공급’을 골자로 하는 ‘2·4부동산 대책’ 발표 직후 ‘공공주도’ 공급대책을 옹호하며, 민간 주도 재건축·재개발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재차 피력한 바 있다. 우상호 예비후보는 지난 1월 27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를 찾아 35층 층고규제 폐지와 민간 재건축 활성화를 촉구한 국민의힘 나경원 예비후보의 행보를 비판하며 “반지하에 사는 서민들을 위한 주거정책이 먼저”라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2월 10일에는 “박원순 시장의 정책을 계승하겠다”며 “박원순이 우상호이고, 우상호가 박원순”이란 입장까지 밝혔다.
   
   노원구 주민으로 노원구에서 재선 의원을 지낸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이 지역 표심을 얼마나 가져갈지도 주목거리다. 안철수 대표는 각 당 예비후보 가운데 유일하게 동북권을 근거로 삼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지난 2013년 노회찬 전 의원의 의원직 상실로 치러진 노원구병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2016년 같은 지역구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 지난 2월 9일 서울 노원구 중계동의 백사마을을 찾은 안철수 국민의당 예비후보. photo 뉴시스

   노원구민 안철수 영향력은
   
안철수 대표는 2018년 바른미래당 후보로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해 민주당 박원순 후보와 자유한국당(국민의힘의 전신) 김문수 후보에 밀려 3위로 낙선했을 때도, 노원구에서만큼은 2위 김문수 후보보다 많은 표를 받았다.
   
   하지만 2018년 당시도 안철수 후보와 김문수 후보 간에 단일화가 불발되면서 민주당 박원순 후보에 손쉽게 서울시장을 내준 바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임시공휴일이 아니라 투표율이 낮을 수밖에 없는 보궐선거는 조직력이 중요하다”며 “안철수 예비후보는 단일화부터 먼저 매듭짓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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