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 사의 파동을 거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소통 방식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번처럼 대화 상대방이 특정한 제의를 했을 때 별다른 반응이 없다가 갑자기 결정을 뒤집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는 유난히 말수가 적은 문 대통령의 독특한 소통 방식에서 빚어진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2월 17일 청와대는 신 수석이 사의를 밝혔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신 수석은 민정수석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수 차례 사의를 밝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법무부 인사와 검찰에서 원하는 게 다를 수 있는데 민정수석이 중재를 하려고 한 듯하다”며 “결과적으로 보면 법무장관 안이 조율 안된 상태에서 보고가 되고 발표가 되면서 민정수석이 사의를 표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민정수석 사의 파동에서 특이한 점은 신 수석의 사의를 접한 문 대통령의 반응이다. 신 수석이 처음 사의를 밝힌 건 지난 2월 8~10일경이었는데, 문 대통령은 이때는 사의를 수용할 뜻을 보이며 후임자 물색을 지시했다고 한다. 하지만 다음날 문 대통령은 다시 신 수석을 불렀고, 사의 표명을 만류한 것으로 알려진다. 신 수석의 사의를 대하는 처음과 이후 반응이 달랐던 것이다.
돌이켜보면 연초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제기한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론에서도 문 대통령의 비슷한 소통 스타일이 엿보인다는 분석이 있다. 당시 사면론을 얘기한 이는 이 대표 혼자였지만, 이 같은 주장을 청와대와의 교감 없이 단독으로 제기하는 것은 어렵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사면론은 대통령 고유 권한이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사면론을 제기하기 직전 청와대에서 대통령과 단독 회담을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두 전직 대통령을 “사면해서는 안 된다”는 응답이 “사면해야 한다”는 응답을 훨씬 웃돌았고, 이 대표는 자신의 주요 지지층인 호남에서 지지율이 크게 하락하는 타격을 입었다. 문 대통령은 이후 청와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사면론에 대해 “지금은 사면을 말할 때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문 대통령이 대통령이 되기 전 식사 혹은 환담 자리를 함께 하기 위해 수 차례 만난 적이 있는 한 전직 의원은 “문 대통령은 정말 말이 없고 대화 상대방이 말을 해도 가타부타 대답을 하지 않을 때가 많다”며 “이번 민정수석 사의 파동과 이 대표의 사면론은 모두 비슷한 맥락에서 나온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유난히 말수가 적고 좀처럼 가타부타 대답을 않다가 상대방이 행동을 한 뒤 결정을 뒤집는 경우가 잦은 문 대통령의 소통 스타일이 현 정국을 꼬이게 만든다는 분석이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