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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페셜 리포트]  선거가 만든 괴물 ‘가덕도 특별법’ 이 몰고 올 후폭풍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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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47호] 2021.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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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리포트]선거가 만든 괴물 ‘가덕도 특별법’ 이 몰고 올 후폭풍들

2월 26일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의 국회 본회의 통과가 확실시되면서 전국 어디서나 특별법을 앞세워 신공항을 건설할 수 있는 판도라 상자가 열렸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현 환경부 장관)이 대표 발의하고, 이낙연 대표 등 민주당 의원 137명이 공동으로 이름을 올린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은 지난 2월 1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를 통과했고, 2월 26일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지난 2월 19일,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역사가 바뀐다”라며 “가덕도신공항이 마침내 시야에 들어왔다”고 밝혔다.
   
   오는 4월 7일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여야 지도부와 예비후보 전원이 특별법에 찬성 입장을 밝힌 터라 본회의 통과는 확실시된다. 하지만 수조원대 사업비가 들어가는 신공항을 부지 확정도 하기 전에 특정지역의 이름을 법안명에 넣어 특별법으로 추진하는 것은 전례가 없다는 지적이다.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을 만드는 과정에서 원용한 ‘수도권신공항 건설촉진법’도 명목상으로는 특별법이 아닌 ‘촉진법’이었다. ‘수도권신공항 촉진법’은 노태우 정부 때인 1991년 정부 입법으로 제정된 법으로 인천국제공항을 조성하는 근거가 된 법이다.
   
   
   인천공항도 명목은 ‘수도권신공항’
   
   하지만 4차례 사전타당성 조사 끝에 1991년 수도권신공항 부지가 경기도 화성 시화지구를 제치고 인천 영종도와 용유도 사이 간석지로 확정되었음에도, ‘수도권신공항 촉진법’에는 ‘영종도’ 같은 특정 섬의 이름은 들어가지 않았다. 수도권신공항 촉진법은 제2조 ‘수도권신공항의 정의’에서도 ‘수도권 지역에 새로이 건설되는 공항’이라고만 폭넓게 규정했을 뿐, 영종도 같은 특정 섬을 명기하지는 않았다. ‘예정지역 등의 지정’을 규정한 제3조에서도 ‘교통부 장관은 신공항 건설사업을 추진하기 위하여 필요한 지역을 수도권신공항 건설예정지역으로 지정할 수 있다’고만 했다.
   
   심지어 같은 조항은 ‘예정지역을 지정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미리 서울특별시장·인천직할시장(현 인천광역시장) 및 경기도지사의 의견을 듣고,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협의한 후 대통령령이 정하는 신공항 건설에 관한 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는 지역 간 협의조항은 물론 중앙정부의 견제장치까지 겹겹이 설치했다.
   
   하지만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의 경우, 부산·울산·경남(PK)과 대구·경북(TK) 간의 극심한 지역갈등은 차치하고, ‘가덕도’라는 지극히 협소한 특정 지역이 법안명과 법안 본문에 들어가 있는데 이는 전례가 없는 일이다.
   
   현행 특별법 가운데 특정 섬의 이름이 들어가는 것은 ‘독도 등 도서지역의 생태계 보전에 관한 특별법’과 ‘서해 5도 지원특별법’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특별법’ 정도다. 이마저 ‘도서지역 특별법’은 독도를 비롯 전국의 모든 무인도서가 대상이고, ‘서해 5도 지원특별법’은 백령도를 비롯해 대청도·소청도·연평도·소연평도 등 다섯 개 섬을 아우른다. 백령도 하나만 해도 면적이 51㎢로, 가덕도(21㎢)의 두 배가 넘는다. 제주도는 ‘도(島)’를 넘어서는 ‘도(道)’급이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때인 2012년 주호영 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비롯해 최경환(전 기획재정부 장관), 조원진(현 우리공화당 대표) 등 대구·경북 지역 의원 15명이 발의했다가 임기만료 폐기된 ‘남부권신공항 건설촉진법’도 명목상 특별법이 아닌 ‘촉진법’이었다. 심지어 ‘남부권신공항 건설촉진법’은 제2조 ‘남부권신공항의 정의’에서 ‘남부권신공항이란 남부권(영남권, 호남권, 충청권 일원을 말한다) 지역에 새로이 건설되는 공항’이라고 영남뿐만 아니라 호남과 충청까지 폭넓게 대상 지역을 아울렀다. 특별법 제정의 역풍을 나름 고려한 셈이다.
   
   하지만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여야가 가덕도신공항에 ‘대못’을 박기 위해 ‘촉진법’을 넘어서 ‘특별법’이란 방식과 함께 협소한 특정 지역까지 법안명에 넣는 무리수를 두면서 ‘법의 보편성’ 원칙을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되돌릴 수 없는 불가역적 국책사업으로 못 박는다”는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의 언급까지 나온 상황이다.
   
   
   TK “대구경북신공항도 특별법”
   
   보궐선거를 앞두고 국제용역을 거쳐 확정된 국책사업을 뒤엎기 위한 특별법 방식의 신공항 우회추진이 현실화하면 특별법 방식의 신공항 추진이 유행병처럼 번져나갈 수 있다. 지난해 9월에는 무소속 홍준표 의원이 대표발의하고 국민의힘 의원 15명이 이름을 올린 ‘대구통합신공항 특별법’이 발의돼 법안 심사 중이다. 이와는 별도로 지난 1월 28일에는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이 대표발의하고 국민의힘 의원 23명이 이름을 올린 ‘대구경북신공항 건설 특별법’도 국회 국토교통위에 접수됐다.
   
   홍준표 의원은 지난 2월 23일, “대구시장, 경북지사, 대구·경북 정치인들이 ‘대구경북신공항 특별법’ 통과를 위해 단 한 번이라도 합동 대책회의를 한 일이 있느냐”며 “직(職)을 걸고 특별법 통과에 임하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같은 날, 국민의힘 소속 권영진 대구시장, 이철우 경북지사도 국회에서 ‘대구경북신공항 특별법 제정 촉구 성명서’를 발표하고, “군(軍)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기부 대 양여 방식으로 진행되는 군공항 이전과 함께 국가와 지역의 새로운 성장 거점이 될 민간공항이 제대로 만들어질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적극적이고 종합적인 지원을 위한 대구경북신공항 특별법 제정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 역시 ‘대구경북신공항 특별법 제정을 촉구한다’는 입장문을 내고, “‘군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기부 대 양여 방식으로 추진해오던 것을 전액 국비지원으로 변경하는 것이므로 군공항법을 대체하는 새로운 법률의 제정이 당연히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여야 의원과 지자체장, 대선후보 출신 등을 막론하고 특별법 신공항 추진은 불치병이 되는 분위기다.
   
   
▲ 지난 2월 19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에게 가덕도신공항 특별법 통과를 촉구하는 민주당 부산시장 예비후보들. (왼쪽부터) 박인영, 김태년, 김영춘, 변성완. photo 뉴시스

   특별법, 31개 관련 법 무력화
   
   ‘특정 지역’을 못 박은 ‘특별법’을 통한 신공항 건설은 자칫 되돌리기 힘든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특별법’은 특정 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한시적으로 기존에 있던 관련 법령을 일거에 무력화하는 무소불위의 ‘불도저법’이다. 인천공항 건설에 근거법이 된 ‘수도권신공항 촉진법’도 명목상 ‘촉진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법률과의 관계를 규정한 제8조에서 ‘사업계획의 승인을 얻은 때에는 다음 각호의 승인·허가·인가·면허·협의·동의·해제·심의 등(이하 ‘인허가’ 등이라 한다)을 받은 것으로 본다’고 규정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인천 영종도와 용유도 사이 간석지에 인천공항을 건설할 때도, ‘국토이용관리법’ ‘도시계획법’ ‘공유수면관리법’ ‘하천법’ ‘도로법’ ‘도시철도법’ ‘자연공원법’ ‘농지의 보전 및 이용에 관한 법’ ‘농지확대개발촉진법’ ‘사방사업법’ ‘산림법’ ‘수도법’ ‘하수도법’ ‘항만법’ ‘항공법’ ‘도시교통정비촉진법’ 등 16개 관련 법률이 일제히 무력화됐다. 1991년 보다 법 조항이 크게 늘어난 관계로 이후 ‘특별법’ 제정에 따라 무력화되는 법령은 더 많을 수밖에 없다.
   
   민주당이 발의한 ‘가덕도신공항 건설촉진 특별법안(案)’에 따르면, ‘건축법’ ‘경제자유구역의 운영 및 지정에 관한 특별법’ ‘공유수면 사용 및 매립에 관한 법’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 ‘농지법’ ‘대기환경보전법’ ‘도로법’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 ‘도시교통정비 촉진법’ ‘도시철도법’ ‘산림보호법’ ‘산지관리법’ ‘수도법’ ‘위험물안전관리법’ ‘자연공원법’ ‘장사(葬事) 등에 관한 법’ ‘초지법’ ‘폐기물관리법’ ‘하수도법’ ‘하천법’ ‘항로표지법’ ‘항만법’ 등 31개 관련 법령이 일제히 무력화된다.
   
   법무부도 국회 국토교통위 심사과정에서 “제정안은 가덕도신공항 건설이라는 개별적·구체적 사건만을 규율하는 개별사건법률로 볼 수 있는데, 이는 그 자체로 위헌은 아니지만 적법절차 및 평등원칙에 위배될 우려가 존재하는 점에서 이에 위배되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국가재정법’ 등의 절차를 간소화하거나 생략할 수 있는 내용을 규정하고 있는데, 해당 법률들에서 규정하고 있는 절차 및 그 취지가 형해화될 소지가 없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법무부 장관 발의, 법무부는 우려
   
   법무부가 우려를 표한 특별법에 문재인 정부 국무위원들이 대거 이름을 올린 것도 아이러니다. 이번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에는 한정애 환경부 장관이 대표발의자로 이름을 올렸고, 박범계 법무부 장관,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도 공동으로 이름을 올렸다.
   
   그나마 당정은 한정애 환경부 장관이 대표발의한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에 대해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 비판 때부터 보조를 맞춰온 환경단체들이 반발해온 점을 감안해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할 수 있다’는 조항은 존치시키되, 환경영향평가는 실시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진다.
   
   자연히 특별법에 따라 기존의 김해공항 확장안을 폐기하고 협소한 가덕도 내에서 새로 공항부지를 찾아야 하는 국토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에서 신공항 부지로 특정된 가덕도의 면적은 21㎢로, 인천 영종도와 용유도 사이에 인천공항을 건설할 때 ‘수도권신공항 촉진법’에서 규정한 수도권 면적(1만1839㎢)의 500분의 1이다. 국토부도 국회 국토교통위 법안심사 과정에서 “공항은 가능한 여러 대안 검토를 거쳐 입지를 결정한 후 특별법을 제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2월 26일 ‘가덕도신공항 특별법’ 본회의 반대토론을 앞둔 국회 국토교통위 김희국 국민의힘 의원(전 국토해양부 2차관)은 “여당이 구체적인 기본방침을 안 정하고 공항만 만들라고 하면 국토부는 후속절차를 차일피일 미루고 4월 보궐선거가 끝나면 기본계획 수립한다고 몇 년 허송세월하다가 결국 이 법안을 쓰레기통에 처박아 버릴 것”이라며 “공항 건설의 가장 기본적인 방침도 정하지 않고 100명이 넘는 여당 의원들이 발의한 가덕도 관련 법안은 당장 폐기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회 국토교통위 심상정 정의당 의원도 “공항 건설은 행정절차를 거쳐 입지를 먼저 선정한 후에 특별법 제정 등 법 제도적 행위가 뒤따르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어떤 사전 결정도 없이 갑자기 가덕도신공항을 부지로 확정하는 특별법이 만들어지는 것은 절차상 매우 중대한 문제”라고 지적하며 가덕도신공항을 ‘선거공항’ ‘매표공항’으로 혹평했다. 심상정 의원은 2016년 김해공항 확장안 발표 때 “박근혜 정부에서 한 일 중 가장 책임 있는 결정”이라고 격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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