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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47호] 2021.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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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김태기 교수 “이재명 기본소득은 궤변… 현 정부의 뇌관은 세금”

곽승한  기자 seunghan@chosun.com 2021-03-03 오후 12:52:57

photo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최근 나오는 이재명 지사의 기본소득 정책은 비 맞고 있는 사람한테 우산을 뺏어가는 모양새다. 기본소득을 도입한다면 현재 한국의 기본 복지 체계를 전면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
   
   그와의 인터뷰는 자연스럽게 ‘기본소득’으로 시작됐다. 지난 2월 23일 만난 김태기(65)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대표 정책인 기본소득에 대해 “한마디로 궤변”이라고 일축했다. 김 교수는 “진짜 어려운 사람들은 기본소득으로 기존의 복지제도를 대신할 수 있을까? 이런저런 명목으로 월 100만~200만원 가까이 지원받고 있는 사람에게 ‘기본소득’이라며 50만원만 지원하면, 그는 어떻게 되는 건가”라고 했다.
   
   김 교수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아이오와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노동 연구가 그의 전공이다. 이후 YS 청와대에서 교육·노동개혁 TF 실무를 담당했고, 서울시노사정위원회 위원장, 한국노동경제학회 회장 등을 맡았다. 최근에는 ‘불평등의 기원, 10 대 90 사회’라는 책을 펴냈다. 김 교수는 이 책에서 코로나19 사태 이후 더 심해진 경제 양극화를 지적하고 있다. 김 교수는 지난 2월 23일 주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각종 경제 현안과 관련해 자신의 의견을 막힘 없이 내세웠다.
   
   “심지어 야당에서도 기본소득을 이야기하는데, 그 사람들 논리도 기가 막힌다. 4차 산업혁명으로 로봇들 때문에 사람들의 일자리가 없어져서 기본소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건 하나의 가설이고 상상일 뿐이다. 그 이야기를 가장 많이 한 나라가 독일이다. 그런데 정작 독일에선 이제 그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다.”
   
   그는 최근 기획재정부와 여당이 충돌하고 있는 재난지원금과 관련해서도 쓴소리를 이어갔다. “지금 같은 상황에 지원금을 누가 반대하겠나. 힘든 사람들한테 지원하자는 것에 대해 어느 국민도 토 달지 않는다. 그런데 재난지원금 1차 때는 하필 선거(21대 총선)와 맞물려서 ‘기본’을 붙여버렸다. ‘재난기본소득’이라고. 거기서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나는 아예 가게 문 닫고 아무것도 못하는데, 어떤 사람들은 재택근무하면서 월급 꼬박꼬박 받아가는데, 왜 똑같이 받지?’ 여기서부터 문제가 시작됐다.”
   
   청와대는 지난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1.0%로 OECD 국가 중 2위를 기록한 것을 두고 “값진 성과”라고 자평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김 교수는 “비교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우리의 코로나19 방역이 모범적인 것처럼 이야기해왔다. 실제로 코로나19 확진자 수 추이를 보면 우리 상황이 미국이나 유럽보다는 훨씬 낫다. 그런데 하루에 몇만 명씩 확진자가 나오는 미국도 우리처럼 재난지원금을 4차, 5차까지 주지 않는다. 그런 그룹과 비교하면서 선방했다고 말하는 건 앞뒤가 안 맞는다.”
   
   
   “값진 성과? 비교가 잘못됐다”
   
   김 교수에 따르면 우리의 비교 대상은 대만이나 베트남이 되어야 한다. 경제 규모나 코로나19 확진 증가세 등을 종합해 볼 때 이들 나라가 우리의 비교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미국, 유럽에 비하면 우리가 좋아 보인다. 그런데 코로나19 피해가 비슷했던 베트남이나 대만은 왜 3% 성장을 했나. 대만은 왜 수출량이 20%나 늘어났나. 우린 7%가 줄었다.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는 겸허한 자세로 해야 한다. 나라가 휘청거리고 있는 처참한 미국이나 유럽 국가와 비교해서 잘했다고 자화자찬할 문제가 아니다.”
   
   김 교수는 코로나19 대책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건 피해 보상보다 경기를 ‘V’ 자로 회복시킬 수 있는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경기가 ‘V’ 자로 반등해야 장사가 되고 일터로 돌아갈 수 있는 건데, 경기 침체로 인해 잘사는 사람과 못사는 사람의 격차가 더 벌어진 양극화가 가장 큰 문제다. 그런데 이 문제에 대한 논의는 실종됐다. 정부 말대로 국민에게 위로금 주고 피해보상 해주면 ‘V’ 자 반등이 가능한가? 이에 대해서는 아무 말이 없다.”
   
   김 교수는 현 정부에서 ‘뇌관’은 세금 문제가 될 것이라고 진단하면서 이렇게 설명했다. “지금 세금은 폭발 직전의 폭탄과 다름없다. 특히 부동산의 경우 세금 폭탄 수준이다. 중산층은 세금 전반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진 않아도, 부동산 세금만큼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건강보험도, ‘난 얼마 안 쓴 거 같은데 왜 이렇게 많이 나오지?’라는 의문을 갖는다. 고용보험도 원리에 맞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자영업자까지 고용보험에 가입하게 하고 있다. 그럼 결국 중산층의 부담만 올라간다. 세금에 대한 중산층의 반발은 정부가 정말 해야 할 세제 개편은 안 하고 월급 생활자나 집 한 채 가진 사람들을 비틀기 때문에 나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과거 새누리당 후보로 총선 출마에 나선 적이 있다. 현 정부와 여권에서 나오는 정책을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하는 그에게 “야권에서 나오는 정책도 별반 다를 게 없다는 비판이 많다”고 물었다. 그는 “우파는 우파의 포퓰리즘이 있는데, 지금 국민의힘은 그것도 아니고 좌파의 포퓰리즘을 흉내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야를 막론하고 들고나오는 정책이 포퓰리즘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 현재 집권당이 내놓는 포퓰리즘 정책 대부분은 좌파의 것이다. 반면 유럽과 트럼프의 미국은 우파 포퓰리즘의 시대였다. 국민의힘은 이상하게도 민주당을 따라가는 포퓰리즘 정책을 펴고 있다. 지난 총선 전 재난지원금에 대해서도 ‘민주당의 두 배’를 외쳤던 게 지금 야당이다. 국민의힘은 그래서 총선에서 진 것이다.”
   
   김 교수는 이 같은 분석의 근거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포퓰리즘 성격이 짙은 정책에 가장 반대하는 연령층이 20대다. 20대는 그런 정책이 결국 빚만 남기고, 그 몫을 자신들이 감당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다. 그렇다면 적어도 국민의힘은 ‘우리가 미래 세대에 빚은 안 남기겠다’고 선언해야 한다.”
   
   
   “좌파 포퓰리즘 흉내 내는 국민의힘”
   
   대화는 자연스럽게 청년 일자리 문제로 이어졌다. 지난 2월 10일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 1월 청년층의 고용률은 41.1%로 1년 전에 비해 2.9%포인트 떨어졌다. 1월 청년층 취업자는 64만2000명으로 1년 전과 비교해 31만4000명 감소했다. 이는 1999년 2월(-32만2000명) 이후 가장 크게 떨어진 것이다. 김 교수는 청년 일자리에 대해 “청년 입장에선 갈 수 있는, 가고 싶은 일자리가 없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질적으로 좋은 일자리는 노동 기득권이 다 차지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대기업이다. 노조가 일자리를 움켜쥐고 청년들에게 자리를 내주지 않는다. 그래서 대안이 되는 게 스타트업과 같은 성장형 일자리인데, 제대로 키우지 못하고 있다. 모든 게 규제로 막혀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청년들 입장에선 쓸모 있는 기업이 없어 보이는 거다. 그나마 있는 게 중소기업인데, 들여다보면 겨우 살아 있기만 하는 ‘좀비기업’과 다름 없는 곳이 많다. 중소기업이라고 해도 성장할 수 있고 내가 가서 일을 배울 수 있다면 청년들이 왜 마다하겠나. 그런데 고용지원금 줄 테니까 어디든 일단 가서 일하라고 하면 청년들이 받아들이겠나.”
   
   김 교수는 “정책이 임기응변식으로 나올 뿐,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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