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왼쪽).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오른쪽). ⓒphoto 뉴시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왼쪽).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오른쪽). ⓒphoto 뉴시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로 각각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결정됐다.

민주당은 3월 1일, 국민의힘은 3월 4일 각각 두 후보가 당의 서울시장 후보로 결정됐다고 발표했다. 이번 경선 결과를 두고 서울시장 선거를 둘러싼 양당 지지자들의 전략적 선택이 반영된 결과란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에서는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70%에 육박하는 높은 득표율로 최종후보로 선출됐다. 애초에 박 전 장관의 우세가 점쳐지기는 했지만 실제 뚜껑을 열어 보니 경쟁자였던 우상호 의원과의 격차가 여론조사보다 훨씬 크게 나타났다는 평가가 많다. 이번 경선 결과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이길 수 있는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는 민주당 권리당원들의 성향이 그대로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3월 1일 변재일 민주당 선거관리위원장은 경선 개표 결과 박 전 장관이 온라인 투표와 ARS 투표량을 합산한 결과 69.56%를 득표했다고 발표했다. 반면 우 의원의 득표율은 30.44%에 그쳤다. 변 위원장에 따르면, 총 권리당원 선거인수 14만7642명 중 이번 경선 유효투표수는 5만9222명이었다. 결국 박 전 장관이 우 의원을 두 배 이상 넘는 득표율로 훌쩍 앞선 것이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예상보다 큰 표차가 나와 놀랐다”고 말했다.

이 같은 경선 결과를 두고 한 전직 의원은 “민주당원들이 전략적 선택을 하는 경향이 국민의힘 당원들에 비해 강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민주당은 내가 관찰한 바에 의하면 여러 가지 집단지성이 좀 있다”며 “지난번 (전당대회에서) 이낙연 대표가 압도적으로 된 것도 의원들이 세를 형성한 것보다는 일반 당원들, 민주당 성향 선거인단의 집단지성이 작용한 결과다. 이길 수 있는 사람에게 표가 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민주당 전당대회 당시 당 안팎에서는 이낙연 대표의 우세를 점치면서도 김부겸 전 행정안전부 장관 역시 나름대로 선전할 것이란 예상도 많았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이 대표가 60% 이상의 압도적 지지를 받으며 당선됐다. 당시 박시영 윈지코리아컨설팅 대표는 “이 대표가 50% 정도는 얻을 거라 예상했는데 60%대까지 표를 얻으리라고 예상한 이들은 많지 않았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물론 이번 서울시장 선거의 경우 민주당 소속 전직 시장의 성추문으로 선거가 치러지는 것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여성 후보가 유리한 측면이 있다. 성추문으로 보궐선거를 치르게 된 입장에서 여성 후보를 내는 것이 선거에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이런 배경 역시 당원들의 전략적 선택을 이끌어 내는 데 어느 정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길 수 있는 후보’ 뽑아온 민주당원들

민주당원들의 ‘이길 수 있는 후보’를 뽑는 경향은 권리당원 투표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민주당은 ‘시스템 정당’을 표방한 이해찬 전 대표 때부터 일반 여론조사와 약 15만명의 권리당원으로 구성된 선거인단 투표 결과를 함께 반영하는 경선 방식을 당 대표 선거 등 주요 선거에서 채택해 왔다.

2018년 지방선거 역시 민주당원들의 ‘전략적 선택’이 발현된 또 하나의 사례로 꼽힌다. 당시 이재명 현 경기지사와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이 경기지사 후보 자리를 두고 맞붙었는데, 이 지사는 ‘혜경궁 김씨’ 등 트위터 계정 논란이 불거지면서 당내 열혈 친문 당원들로부터 융단폭격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60%에 육박하는 높은 득표율을 기록하면서 후보로 뽑혔다.

당초 선거를 앞두고 “대중 인지도는 이 지사가 압도적으로 우위에 있지만, 권리당원의 표심은 전 장관이 월등히 앞선다”는 전망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이 지사가 권리당원 득표에서도 2.52%포인트 차로 전 장관을 앞섰다. 이 같은 결과를 두고 “본선에서 자유한국당의 남경필 후보를 확실히 이길 수 있는 후보인 이 지사에게 표가 쏠렸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략적 선택’을 하는 민주당 권리당원들이 대선에서도 현재 지지도 1위인 이재명 지사를 밀 것인지는 지금으로서는 확언할 수 없다. 대선까지는 아직 1년 이상의 시간이 남아 있고, 4월 보선 이후 정치 지형이 급변하면서 새로운 후보가 나설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1월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에 올라온 한 게시물에는 ‘95%의 권리당원이 이 지사의 출당에 찬성한다’는 주장이 담기기도 했다.

반면 국민의힘 당원들에게는 상대적으로 이러한 ‘전략적 판단’의 경향이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이 기존에 많았다. 대표적 사례가 황교안 대표가 당선됐던 2019년 2월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전당대회다. 당시 전당대회에서 한국당 당원들은 전당대회에 출마한 오세훈 전 시장 대신 황 전 총리를 밀어줬다. 당시 일반 국민 여론조사에서는 오 전 시장이 50% 이상의 지지율을 얻은 반면 황 전 총리는 37.7% 지지에 그쳤음에도 황 전 총리가 당 대표로 선출되면서 “민심과 당심의 차이가 크다”는 분석이 나왔었다. 그 결과 강경보수가 득세한 한국당은 2018년 지방선거, 지난해 총선까지 연속해 전국 단위 선거에서 참패했다. 앞서 언급한 전직 의원은 이를 두고 “내가 볼 때 국민의힘은 박근혜 전 대통령 때 정상적인 집단지성이 무너졌다”며 “당원들, 지지층을 모아놓으면 황교안 같은 인물이 대표가 되고 그러면 본선 가서 다 깨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국민의힘이 선거를 위해 어떤 준비를 하더라도 정상적인 집단지성이 발동되기가 쉽지 않다는 의견이다.

오세훈 뽑아야 단일화에 유리 판단?

하지만 지난 3월 4일 발표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당내 경선 결과를 보면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이제 전략적 선택을 하려는 움직임이 엿보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토론에서 줄곧 1위를 달렸던 나경원 전 원내대표가 여성 가산점을 받고도 오세훈 전 시장에게 지는 ‘이변’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번 선거는 박원순 전 시장의 성추문 탓에 치러지는 선거이기 때문에 여성인 나 전 대표가 유리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나 전 대표가 오 전 시장을 앞서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런 명분론은 경선이 다가올수록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를 염두에 둬야 한다는 실리론에 밀리기 시작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의 단일화가 보다 수월할 수 있도록 오 후보를 밀어야 한다는 전략이 지지자들에게 먹히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결국 지지자들과 당원들의 이런 전략적 선택이 오 전 시장을 국민의힘 최종후보로 만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배용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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