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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48호] 2021.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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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인 뉴스]김진욱의 공수처, ‘친문’ 치는 부메랑 되나

곽승한  기자 seunghan@chosun.com 2021-03-05 오후 2:56:22

▲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지난 2월 2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수사와 기소가 완전히 분리되면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 중 하나가 공소 유지가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수사·기소 분리로 공소 유지가 어려워져 무죄가 선고되면 결국 반부패 역량이나 국민들이 보기에…(좋지 않다). (여권의 중수청 추진은) 보완이 필요하다.”(3월 2일 정부과천청사 출근길)
   
   “대한민국 법치주의, A는 아니고 B 또는 C 학점.”(2월 25일 관훈포럼)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의 최근 발언을 종합하면 ‘정권이 듣기 좋은’ 말은 사실상 없다. 그는 지난 3월 2일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여권의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추진과 관련해 “보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는 6월 중수청 신설에 관한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의지를 밝힌 여권을 향해 ‘속도 조절’ 의사를 밝힌 것이다.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이른바 ‘검수완박’을 두고 여권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대립구도가 형성된 시점에서 김 처장의 이러한 발언은 윤 총장 측 의견에 힘을 실어준 것과 다름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 처장은 지난 2월 25일에는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포럼에서 ‘문재인 정부 이후 헌법과 법치주의 구현 상태를 학점으로 평가해달라’는 질문에 “A라고는 할 수 없고 B〜C 정도”라고 답했다. 그는 “‘법의 지배’ 척도로 보면 우리나라는 아마 최상도 아니지만 최하도 아닌 것은 분명하다”면서 “(우리나라는) 민주공화국 완성을 향해 가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김 처장은 또 ‘청와대에서 전화가 오면 받을 것이냐’는 질문에 “대통령과 핫라인은 현재도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대통령이 비공개로 식사를 한번 하자면 응할 것이냐’는 질의에도 “그런 요청은 없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중수청 추진은 보완이 필요”
   
   지난해 11월경부터 공수처장 후보군에 김 처장의 이름이 오르내릴 당시만 해도 그의 존재감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그가 어떤 인물인지 평소 알려진 바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김 처장은 여권(법무부 장관) 이 아닌 대한변호사협회의 추천으로 공수처장에 임명됐다.
   
   당시 대한변협 회장이자 공수처장 추천위원을 맡았던 이는 지난 2월 임기를 마치고 물러난 이찬희 현 법무법인 율촌 고문이었다. 이 전 회장은 처장 추천 과정에서 야당 측 추천위원 일부와 갈등을 빚기도 했지만, 법조계에서 그를 ‘친정권 성향’이라고 보는 이는 드물다. 마찬가지로 “평소 언행으로 보건대 ‘진보 성향’이나 ‘친정권’ 인사로 분류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김 처장을 접해본 법조계 인사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일각에서는 김 처장이 판사 출신으로 수사지휘 경력이 없고, 변호사와 헌법재판소 연구관 등으로 생활해 조직운영 경험이 없다는 점을 비판한다. 실제로 김 처장은 1999년 조폐공사 파업 유도 사건 특검에서 약 3개월간 특별수사관으로 참여한 것이 수사 경험의 전부다. 하지만 이는 기우에 불과하다는 의견 역시 적지 않다. 고위공직자 수사를 전담하는 공수처의 특성상, 처장에게 요구되는 건 직접적인 수사 능력보다 정치적 외풍에서 조직을 막아내는 역할이라는 이유에서다.
   
   한 법조계 인사는 “김 처장이 윤석열 검찰총장처럼 자기 의견을 거침없이 설파하면서 ‘들이받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권력이 시키는 대로 ‘네’ 하며 떠받들 사람은 결코 아니다”라고 전했다.
   
   여권에서 공수처 신설을 추진할 때부터 극렬 반대해왔던 국민의힘이 김 처장 청문 보고서를 채택했던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라는 말이 나왔다. 국민의힘은 김 처장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 보고서에 ‘부적격 의견’을 담긴 했지만, 결과적으론 청문 보고서 채택에 반대하지 않았다.
   
   
   첫 번째 결단은 ‘이성윤 수사’
   
   김 처장은 2017년 자신의 논문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 기각에 대해 “탄핵 요건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봤다”는 취지로 비판한 바도 있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해 3가지의 헌법 또는 법률 위반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헌법질서에 역행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의사를 인정할 수 없으므로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에 대한 위협으로 평가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김 처장은 헌재가 언급한 ‘적극적인 의사’가 주관적 요소로 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 탄핵 요건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본 해석이라고 지적한 것이다. 김 처장은 또 이 논문에서 “탄핵소추 대상이 되는 고위공직자가 대놓고 헌법 원칙이나 원리를 문제 삼으며 부인·공격하는 언행을 하거나 존립을 흔드는 것은 아니어도, 사실상으로는 이에 반하는 언행을 반복적으로 또는 광범위하게 저질러서 민주주의나 법치주의 원칙이 중대하게 훼손되는 결과가 되는 경우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물론 김 처장의 이러한 지적을 ‘노 전 대통령은 탄핵됐어야 한다’는 뜻으로 보기는 어렵다. 다만 그가 노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해 ‘기각 결정의 근거가 지나치게 제한적’이라고 본 것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최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자신이 피의자로 전환돼 수사가 진행 중인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을 “공수처로 이첩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공수처가 도피처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이 지검장은 2019년 6월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 재직 당시 수원지검 안양지청이 수사 중이던 김 전 차관 출금 사건에 대해 수사 중단 외압을 행사한 의혹을 받고 있다. 이러한 의혹과 관련해 직권남용 혐의의 고발장이 접수되면서 이 지검장은 피의자로 신분이 전환됐다. 하지만 이 지검장은 검찰의 소환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서 ‘공수처 이첩’을 주장한 것이다. 이에 검찰은 지난 3월 3일 ‘공수처 외 다른 수사기관이 검사의 고위공직자범죄 혐의를 발견한 경우 그 사건을 공수처에 이첩한다’는 규정에 근거해 해당 사건을 공수처에 이첩했다고 밝혔다. 이 지검장의 요구와는 무관하게 공수처법에 따라 이첩한 것이라는 취지였다.
   
   다만 공수처는 현재 처장과 차장, 파견된 수사관 10여명 외에는 조직 구성이 덜 된 상태다. 사건을 수원지검으로 ‘재이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김 처장은 “(사건을) 묵히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검찰에 재이첩할 것인지 여부에 대해선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공수처가 수사 능력이 아주 없는 상황도 아니다”라고 한 것이 전부다.
   
   한편 이성윤 지검장은 본인 사건의 공수처 이첩 직후 ‘검찰로 재이첩할 수 없다’는 입장문을 냈다. 결국 김 처장은 이성윤 지검장 관련 수사를 검찰로 재이첩할 것인지 또는 공수처에서 직접 맡아 자신의 말대로 ‘묵히지 않을 것’인지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김 처장의 ‘첫 번째 결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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