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공인 통계에서 처음으로 서울 아파트 평균가격이 9억원을 넘어선 지난 3월 2일 오후 서울 중구 남산서울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모습. ⓒphoto 뉴시스
국가 공인 통계에서 처음으로 서울 아파트 평균가격이 9억원을 넘어선 지난 3월 2일 오후 서울 중구 남산서울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모습. ⓒphoto 뉴시스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서울이라는 도시와 서울시민의 가까운 미래를 결정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또 내년 대통령 선거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도시의 발전은 외견상으로 혹은 소프트웨어 측면으로 쉽게 확인되기도 한다. 미국 뉴욕과 동남아시아 도시국가 싱가포르는 쉼 없이 발전하고 있다.

뉴욕 맨해튼은 과거부터 초고층빌딩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지만 지금도 외견상의 도시 성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허드슨강을 사이에 두고 뉴저지주와 마주하는 맨해튼 서편 허드슨 야드(야적장)는 신도시급으로 변신 중이다. 뉴욕시는 민간 사업자들이 이곳에 2025년까지 무려 28조원을 투입해 현대적 광장, 공연예술센터, 쇼핑센터, 호텔, 주택을 짓도록 했다. 250개 계단이 벌집처럼 얽혀 있는 대형 구조물인 베슬(Vessel)은 뉴욕을 찾는 관광객이 반드시 가봐야 하는 새로운 명소가 됐다.

‘마리나베이’로 불리는 싱가포르의 도심은 바다, 요트, 현대적 건물들, 아이콘인 마리나베이샌즈호텔, 멀라이언(상반신은 사자, 하반신은 물고기인 가공의 동물) 동상 등으로 아름다운 풍광을 연출한다.

이런 싱가포르는 요즘 도시의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홍콩에 대한 중국의 정치적 지배력이 강화되면서 홍콩에서 빠져나온 금융자본은 주로 싱가포르로 향한다고 한다. 여기에다 전 세계 핀테크 기업들이 마리나베이로 몰려들고 있다. 해마다 열리는 ‘싱가포르 핀테크 페스티벌’은 이 도시가 글로벌 핀테크 허브가 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최근 몇 년 다른 경쟁 도시들이 이렇게 발전하는 동안 서울은 무엇을 했을까? 허드슨 야드 개발에 비견되는 용산 철도기지창 개발은 답보 상태다. 여의도를 특구로 만들겠다는 구상도 각종 규제정책과 상충하면서 거의 진척이 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민의 주거환경은 갈수록 열악해지고 있다. 상당수 아파트는 구식이 되어가고 주택가는 점점 슬럼화하고 있다. 이명박 서울시장 시절 만들기 시작한 ‘뉴타운’ 이후 제대로 된 주택 공급이 이뤄지지 않았다. 서울에선 신축 아파트 단지가 부동산 가격 상승을 주도하는데, 이는 쾌적하고 현대적인 주택에서 살고 싶어 하는 시민들의 욕구가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다.

경쟁 도시들이 발전할 동안 정체와 퇴보

이젠 낡은 주택가 담장에 벽화를 그리는 식의 ‘도시재생’만으로는 서울의 국제경쟁력을 높이기 힘들다. 시민들은 서울의 정체와 퇴보를 오랫동안 지켜봐 왔다. 이 도시는 한 차원 더 성장할 때가 됐다. 서울은 싱가포르와 경쟁할 수 있는 국제디지털금융중심지가 될 수 있다. 한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는 여의도와 용산은 마리나베이만큼 특색 있는 핫스팟이 될 수 있다.

서울에 거주하는 3~4인 가족은 현대적인 신축 소형 주택을 소유해 안정적으로 살기를 원한다. 그렇다면 자꾸 ‘공공임대’만 고집할 게 아니라 이들의 욕구를 실질적으로 충족해줄 주택 공급 정책이 나와야 한다. 2020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서울의 주택 매매가격 및 임대가격 급등으로 많은 무주택자는 ‘벼락거지’가 된 기분을 느낀다. 영혼이라도 끌어모아 빚을 내 당장 집을 사둬야 할 것 같은 불안을 경험하는 중이다. 집을 가진 사람들도 앞으로 크게 오른다는 각종 주택 관련 세금에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우리 국민은 전 재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만큼 징벌적 부동산 과세는 상당수 주택소유자에게 큰 재정적 타격이 될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 적지 않은 사람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심정적으로 지지한다.

서울시는 친환경 측면에서 북한산-북악산-남산-용산민족공원을 잇는 도심 녹색 축을 구상하고 있다는데, 개인적 생각으로는 도보나 자전거만으로 한강을 건널 수 있는 ‘보행자 전용’ 한강 대교도 만들어 그 녹색 축을 한강 이남으로 확장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거의 모든 분야에서 서울은 어떤 ‘혁신’을 원한다.

시는 지금 ‘2040 서울 플랜’을 만들고 있다. 2040년까지 서울을 어떻게 발전시킬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계획이다. 차기 시장이 아마 이 계획을 확정해 집행할 것이다.

서울의 향후 20년을 결정할 선거

결국 4월 보궐선거를 통해 누가 서울시장이 되는가에 따라, 서울이라는 도시의 향후 20년이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또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현재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을 띤다. 여당 후보의 승리는 현 정책의 강화로, 야당 후보의 승리는 현 정책에 대한 재논의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이러한 결과는 많은 시민의 현실적 삶의 문제에 어떤 방식으로든 큰 영향을 주게 된다.

다른 흥미로운 점은, 이 선거의 후폭풍이 내년 대통령 선거에까지 이어진다는 점이다. ‘주식 차트’에 비유하자면, 보수 야권의 주가는 이명박·박근혜 대통령 집권으로 상한가 가까이 올랐다가 탄핵사태로 인해 20일 이동평균선 아래로 힘없이 내려앉았다. 이후 대선·지방선거·총선 연패로 60일선도 지키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야권이 바닥을 확인하고 반등하는 계기가 될 수 있지만, 반대로 더 추락해 상장폐지 위기로 몰리는 변곡점이 될 수도 있다.

이번에 선출되는 서울시장의 임기는 1년 남짓이다. 만약 중도·보수 야권 후보가 서울시장이 되어 올 상반기에 안정적이면서도 개혁적인 모습을 보여준다면, 가을께부터 그는 의지와 무관하게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소환될지 모른다. 야권 진영은 윤석열(현 검찰총장) 한 명에게 의존하는 것이 너무 위험하다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에 대체재를 두려 할 것이고 어려운 선거에서 이긴 서울시장만 한 대체재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야권은 새 서울시장과 퇴임하는 윤석열 양자구도로 재편될 수 있다.

반대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서울시장이 되면 사실상 극적인 역전승으로 인식되어 그 역시 여권 지지층 사이에선 위상이 높아질 것이다. 정부는 기존 정책을 그대로 추진할 동력을 얻는다.

부산시장 선거와 서울시장 선거에서 모두 패하는 것은 야권에 대한 국민적 심판으로 인식돼 야권의 대선 승리 가능성은 예전보다 더 낮아진다. 부산에서 이기고 서울에서 지는 것은 그보다는 덜 충격적이겠지만, 야권은 상당 기간 정국주도권을 내준 뒤 내년 3월 대선에 직면할 수 있다.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서로에 대한 네거티브 흑색 비방전 대신 정책 경쟁을 선택하고 단일화에서 진 후보가 승리한 후보의 본선 선거를 성심껏 도와주는 모습을 보인다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하더라도 중도·보수 야권의 후유증은 줄어들 수 있다.

허만섭 국민대 교양대학 부교수·전 신동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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