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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49호] 2021.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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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단독 윤석열 “노무현은 천재 메시… 문 정권은 흉내도 못 내”

박혁진  기자 spaingogo@chosun.com / 배용진  기자   / 곽승한  기자   2021-03-12 오후 12:50:45

▲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11월 8일 청와대 본관 집현실에서 열린 공정사회를 향한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참석해 윤석열 검찰총장(오른쪽)과 악수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정무적 감각이 없다”는 말을 종종 해왔지만, 사실 그는 탁월한 정무감각의 소유자다. 지난해 1월 6일 검찰총장 집무실에서 주간조선과 한 시간가량 대화를 나눴던 그는 현 집권세력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타고난 정치적 감각은 메시이고 호날두인데, 이 정권 사람들은 그걸 따라하려고 하지만 그만큼 되지는 않는다. 유스팀에서 아무리 잘해도 호날두나 메시가 될 수는 없는 것과 같다. 스페인 축구의 메시는 (재능을 알아본 팀에) 딱 스카우트돼 가지고 배웠다. 마드리드의 호날두도 사실은 시골 동네 이런 데서 컸는데 천부적으로 그런 걸(재능을) 가졌기 때문에 발탁이 됐다. (노 전 대통령은) 누구한테 발탁받지 못했지만 천부적으로 커온 그런 탁월한 정치인이다. 친노네 뭐네 하면서 누구의 정신 이런 말 하는데, 최고의 축구선수는 천부적인 스트라이커이고 타고난 거다. 축구하는 걸 보고 연구한다고 해서 그게 나올 수가 없듯이 천재가 뛰는 경기라고 하는 건 그걸 봐서 작전으로 운영하기가 불가능하다.”
   
   당시 윤 전 총장은 “이 정권 사람들은 노무현을 자기 동업자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는 말도 했다. “록펠러라는 거인이 미국을 먹여살렸는데 자기가 록펠러랑 동업자라고 착각하는 사업가들처럼 이 정권 사람들도 자기가 (노무현) 부하가 아니라 동업자라고 착각하는 그런 게 있다”는 의미였다.
   
   그의 이런 발언에서는 두 가지가 느껴진다. 하나는 정치판을 읽는 탁월한 감각, 다른 하나는 이미 이때부터 현 집권세력의 한계를 봤다는 점이다. 지금 와서 그의 이런 발언을 다시 되돌아보면 윤 전 총장은 차근차근 ‘총장 이후’를 준비해왔다고 볼 수 있다. 윤 전 총장의 한 지인은 “최근 (윤석열의) LH 발언은 현 정부의 행태를 보고 시대정신을 꾸준히 고민하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발언”이라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3월 7일 조선일보와의 통화에선 “공적(公的) 정보를 도둑질해서 부동산 투기 하는 것은 ‘망국의 범죄’”라며 “보라. 이런 말도 안 되는 불공정과 부정부패에 얼마나 많은 국민이 분노하고 있는가”라고 했다. 3월 10일 세계일보와 통화에서는 “성실함과 재능만으로 지금보다 나은 삶을 살아보려는 청년들에게 이번 LH 투기 사태는 게임룰조차 조작되고 있어서 아예 승산이 없다는 걸 보여준 것”이라며 “이런 식이면 청년들은 절망하지 않을 수 없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 나라 발전의 원동력은 공정한 경쟁” “이런 일이 드러났을 때, 네 편 내 편 가리지 않고 엄벌되는 걸 만천하에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尹, LH 사건만 코멘트
   
   정치는 생물이란 흔하디흔한 정치판 속설처럼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 것이 정치의 세계다. 윤 전 총장이 뜻을 품었다 하더라도 상황이 받쳐주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공교롭게도 문재인 정부가 불러낸 ‘시대정신’은 윤 전 총장을 결국 정치권으로 끌어들였다.
   
   문민정부가 들어선 이후 당선된 대통령은 대체로 그 시대 대중이 원하는 가치, 이른바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인물이란 평가가 많았다. 평가하는 사람마다 표현이 다를 수 있지만 김영삼 전 대통령은 민주주의,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정권교체, 노무현 전 대통령은 기득권 타파 정도로 압축할 수 있다. 두 번에 걸쳐 대세론을 등에 업고 대선에 나섰던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는 네거티브 대응 실패를 비롯해 전술에도 문제가 있었지만 이런 시대정신과 거리가 있었기 때문에 대통령이 되지 못했단 평가가 많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경제살리기, 박근혜 전 대통령은 경제민주화 등이 대선 당시 최대 이슈였다. 결과론적으로 보면 이들은 당시 시대정신을 관통하는 공약이나 구호 등을 통해 선거 전략을 펼쳤고 이것이 유권자들에게 먹혔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반사이익으로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의 시대정신은 공정, 평등, 정의였다. 대통령 취임식에서 언급했던 “기회는 평등할 것, 과정은 공정할 것,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란 유명한 말에 이런 시대정신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문제나 LH 투기 사태에서 집약돼 나타나고 있는 국민들의 분노는 문 대통령 집권 기간에 이런 시대정신이 하나도 구현되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3월 7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부인 김건희씨가 운영하는 전시기획사 코바나컨텐츠에서 나와 엘리베이터로 향하고 있다. photo 연합

   차기 대선, 다자구도 가능성
   
   정치권에서도 달아오르는 기본소득 논쟁도 결국 공정과 평등이란 개념과 무관하지 않다. 아이러니하게도 문 대통령에게 국민들이 바랐던 시대정신은 다음 대선에도 유효하거나 더 강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커졌다. 현재 윤석열 전 총장이 대선 지지율 1위를 달리는 것도 결국 공정, 정의를 원하는 시대정신이 반영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윤 전 총장을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비교하는 시각들이 있지만 반 전 총장이 ‘세계의 대통령’이란 이미지 외에 어떤 시대정신을 반영하는 인물인지는 얼핏 떠오르지 않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2022년 대선은 양자구도보다 다자구도로 치러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정치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4월 7일 치러질 서울 및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따라 제3지대가 만들어지거나, 경우에 따라 여당도 갈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자구도를 전제로 △문재인 지지층에서 이탈한 2030세대 △국민의힘으로 옮겨가지 않는 중도층 △부동산 문제에 분노하는 수도권 유권자 등의 변수는 내년 선거가 세보다는 인물 위주의 선거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 3월 11일 보도된 오마이뉴스의 여론조사 결과는 이를 뒷받침한다. 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들은 윤 전 총장이 ‘제3세력 후보일 경우 찍겠다’는 응답이 45.3%, ‘국민의힘 후보일 경우에도 찍겠다’고 한 응답이 45.2%로 나왔다. 두 문항이 거의 비슷한 결과다.(자세한 조사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오마이뉴스 측은 이런 결과를 두고 “윤 전 총장이 제3세력 후보를 선택하든 국민의힘 후보를 선택하든 각각 새로 들어오는 표와 빠져나가는 표의 규모가 작고 서로 비슷해 상쇄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라며 “3월 초 현재 윤석열이라는 인물의 존재감이 매우 강력해 소속 정당이라는 변수를 압도하는 상황임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내년 대선이 인물구도로 치러진다면 결국 유권자들은 ‘누가 더 공정하고 정의로운 후보인가’란 질문과 마주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윤석열은 진짜 이런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인물일까? 윤 전 총장과 검찰에서 오래 호흡을 맞췄던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주간조선에 “현재 시대정신은 공정과 정의의 훼손을 바로잡고, 헌법정신과 법치주의가 파괴되는 걸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대정신에는 윤석열이 딱 맞는다. 이 정권의 불법적이고 독재적인 탄압에 저항해서 이겨낸 사람이라는 측면에서 그렇다. 이러한 원칙과 명분, 즉 ‘법’에 있어선 법치주의를 지키고 정의를 되찾겠다는 의지에 대해 윤석열이 보여준 자세와도 일치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윤 전 총장이 어느 세력과 대선을 준비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그가 과연 국민의힘과 합류할지 아니면 독자 세력을 구축해 대선에 뛰어들지에 대해서 의견이 분분하다. 이상돈 전 민생당 의원은 주간조선과의 통화에서 “대선을 앞두고 별안간 창당할 수도 없는 거고, 정당을 무시할 수 없는 데 윤 전 총장 본인은 이쪽도 저쪽도 결정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며 “결국 대선을 앞두고서는 국민의힘에 가까워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역시 지난 3월 10일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와 함께 서울 중구 명동 상가 일대를 둘러본 뒤 취재진과 만나 제3지대론에 대해 “호사가들이 말한 것”이라며 “제3지대론으로 성공한 예가 없다”라고 일축했다. 반면 유상범 의원은 주간조선에 “여러 가지 들리는 바로는 좌파진영 중에도 친문세력에서 떨어져나온 비문과 중도파들이 윤석열을 새로운 제3지대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 또한 주간조선 인터뷰에서 “대선판이 가까워질수록 구심점은 당이 아니라 후보가 된다”고 했다.
   
   하지만 주간조선이 윤 전 총장 주변인 등을 통해 취재한 바에 따르면 윤 전 총장은 이런 예측들과는 다소 다른 접근법을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문재인 정부에 대한 민심이반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고, 국민의힘이 그 민심을 흡수하지 못하는 상황에선 조직적으로 어느 세력과 손을 잡느냐보다는 시대정신을 잘 담아낼 수 있는 정치권 안팎의 인물을 어떻게 모을 수 있느냐가 고민거리란 얘기다. 애매모호한 차이지만 공당이란 텐트 아래 들어가기보다는 시대정신이란 텐트 안에 누구와 함께 들어갈 것이냐의 차이로 볼 수 있다.
   
   
▲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이 2019년 7월 25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검찰총장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한 가운데 부인 김건희씨가 윤 총장의 옷매무새를 다듬고 있다. photo 뉴시스

   개인 의혹은 진행형
   
   문재인 정부가 소환한 공정이라는 시대정신은 선명한 가치가 아니라 다소 주관적이라는 점에서 구체적인 정책으로 담아내기가 쉽지 않다. 문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비정규직을 없애겠다며 찾아간 인천국제공항은 지금 직원들 간 내분이 어느 때보다 심해졌다.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기존 직원들이 반발했고 이는 20대 청년들의 공분을 불러왔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나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자녀 문제도 그랬다. 기계적으로 공정을 외쳤던 문 대통령은 아이러니하게도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 윤석열을 최대의 적으로 만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공정은 양날의 칼과 같다. 윤 전 총장이 고민하고 있다는 공정의 문제에서 그는 과연 자유로운 사람인지, 과연 그는 이 가치를 잘 담아낼 수 있는지는 검증이 더 필요하다.
   
   우선적으로 그는 사적 영역에서도 공정한 삶을 살아왔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어떤 면에서는 윤 전 총장도 여기서 자유롭지 않다. 이미 처와 장모 관련 의혹이 정치권과 언론에서 제기돼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 중이다. 윤 전 총장의 처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는 현재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해 수사를 받고 있고, 장모인 최모씨는 요양급여 부정수급을 비롯한 몇 가지 문제로 이미 기소가 되거나 수사 중이다. 이 사건을 오래 취재해온 한 탐사보도전문 기자는 이 사건에 대해 “친정권 인사인 이성윤 지검장 체제에서 수사가 이뤄지기 때문에 그 수사의 진정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 있지만, 피해자들이 존재하는 사건인 만큼 결과가 어떻게 나와도 간단히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검찰총장 청문회를 통해 제기됐던 윤 전 총장의 지인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도피 사건 관련 의혹도 다시 불거질 전망이다. 시효가 끝난 문제로 치부할 수 있지만, 정치인의 검증은 법적 시효와 관련이 없다. 김부선씨와의 관계가 아직도 이재명 경기도지사 주변에서 언급되는 것과 비슷하다.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사람들을 모으는 것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현재 윤 전 총장을 돕는 인맥은 검찰에서 함께 일해 왔던 법조계 인사들이나 충암고, 서울대 법대 동기 등이 꼽힌다. 여기에 어떤 방식으로든 기존 정치인들이 합류할 전망이다. 주변이 엘리트 코스를 밟은 사람들로 가득하다.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일 수도 있지만, 그 주변인들이 이 시대 보통사람이 원하는 공정의 가치를 오롯이 담아낼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그가 불러모은 주변인들이 ‘불공정’ 프레임에 들어간다면 그 부담은 윤 전 총장이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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