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이한솔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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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진(50)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3월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주간조선과 만나 차기 대권주자 중 현재 지지율이 가장 높게 나오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해 “그분이 대한민국의 외교·국방·안보, 교육, 청년들의 갈등에 대해 어떤 말을 할 수 있겠냐”면서 “저하고 한 시간만 토론을 붙여 달라”고 주문했다. 느닷없이 나타나 대권 반열에 오르는 제3후보는 정치와 국민에 대한 모욕이라는 것이 박 의원의 주장이다.

박 의원은 “나쁜 놈 처벌하라는 것 말고 무슨 경험이 있으시냐. 검사는 죄 있으면 잡아들여 취조하고 처벌하면 끝나지만 정치는 그렇지가 않다”며 “(윤 총장이) 검찰 경험이 많으실 수 있지만 그 경험은 국회의원이 가져야 하는 경험, 정치인이 가져야 할 태도에 비하면 엄청나게 쉬운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윤 전 총장이 LH 투기 의혹과 관련해 최근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밝힌 메시지에 대해서도 “다 잡아들여라, 얼마나 시원하냐. 하지만 윤 전 총장에게 ‘부동산 정책 어떻게 해야 합니까?’ 물으면 다 잡아들일 거냐”고 반박했다.

이 말도 맞고 저 말도 맞는 온갖 갈등 상황에서 문제를 조율하고 조정해 합의점을 찾아내야 하는 정치의 역할은 검사 경험과는 완전히 다른 일이라는 게 박 의원의 주장이다. 박 의원은 “자기가 정치를 할 생각이 있으면 분명히 얘기해야 하고, 국민이 검증할 수 있는 시간을 드려야 한다”며 “우리 사회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진흙탕 같은 싸움터에 들어가서 결과를 만들어내는 준비와 능력이 없으면 정치를 해서는 안 되고 대통령을 하겠다고 하면 안 된다고 본다”고도 했다. 자신이 일찌감치 대선에 뜻이 있다고 밝히고 다양한 분야에 관한 책을 내는 것도 준비과정의 일환이라는 설명이다.

유치원3법 스타, 민주당 내 소신 행보

박 의원은 현재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부산, 전남 고흥, 여수, 충북 청주 등 전국을 순회하며 자신을 알리는 활동을 하고 있다. 대권 도전의 밑바탕이 될 전국 바닥 민심을 다지기 위해서다. ‘온국민행복정치연구소’라는 이름으로 대선을 위한 싱크탱크도 이미 만들었다. ‘88만원 세대’로 유명한 경제학자 우석훈 교수가 소장을 맡고 있다. 박 의원은 “대선 본격 출범 전까지 전국 절반 정도의 광역지자체에 지부를 신설하는 게 목표”라고도 했다.

재선의 박 의원은 2012년 민주당 대변인으로 중앙당 당직 생활을 시작했다. 당시로서는 흔치 않은 원외 대변인이었다. 박 의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60년대 초반 원외 대변인을 맡은 뒤 원외 대변인으로는 내가 처음인 것으로 안다”고 했다.

그가 본격적으로 유명세를 탄 것은 2018년 국정감사에서 사립유치원의 회계 비리 감사 내역을 공개하면서다. 이 국정감사로 사립유치원의 불투명한 회계 처리 문제가 공론화됐다. 이로 인해 유치원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이 통과됐고 통일된 국가관리 회계시스템인 에듀파인 사용이 의무화됐다. 박 의원 본인도 그간의 의정활동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유치원3법 통과를 꼽는다. 그는 “얼마 전 사립유치원 단체와 간담회를 했는데 그분들도 ‘학부모들에게 떳떳해져 좋다’고 하더라”라며 자부심과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박 의원은 20대 국회 후반기 ‘조금박해’의 일원으로 불렸다. ‘조금박해’는 박 의원과 조응천 의원, 금태섭·김해영 전 의원 등을 말한다. 민주당 주류인 친문의 여러 행태에 쓴소리를 해온 이들은 민주당 안에서 소신파로 분류돼 왔다. 박 의원은 “정치는 유불리를 떠나서 해야 할 말은 하고 할 일은 묵묵히 해야 한다고 본다”며 “앞으로도 젊은 정치인들이 할 말은 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고 저도 그렇게 하려고 한다”고 했다. 실제 그는 조선일보 10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는 등 민주당 친문 의원들과는 다른 행보를 보여 강성 당원들로부터 ‘문자 폭탄’을 받기도 했다.

이런 강성 당원들에 대해 박 의원은 “문자 열심히 보내는 분들도 일부 계신 것 같은데 그것도 당을 사랑하는 방식이고 정치에 참여하는 방식”이라며 “그분들은 그분들 할 말을 하시는 거고, 국회의원이나 책임지는 지위에 있는 사람은 그런 의견들을 참고하되 소신을 굽히거나 정직하지 못하면 안 될 것 같다”고 했다. “요즘에도 강성 당원들의 문자를 자주 받냐”는 질문에 박 의원은 “너무 단순하게 정보를 접한 후 저를 공격하거나, 친일파다 빨갱이다 하면 답답하다”면서도 “100% 찬성, 지지를 받는 정치인이 있겠나. 나에 대한 비판도 애정의 한 방식이라 여기고 감수하려 한다”고 했다.

박 의원은 최근 문제가 된 LH 직원들의 신도시 예정부지 투기 사건과 관련해서도 “쥐 잡는 데 검은 고양이 흰 고양이가 중요하냐. 얼룩고양이도 등장시켜야 할 판”이라며 검찰을 수사에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역시 ‘검찰개혁’을 외치며 검찰의 수사권을 박탈한 민주당 내 강경파들과는 다른 입장이다.

박 의원은 역사인식과 관련해서도 민주당 주류와는 다른 행보를 보여 왔다. 지난해 가을 연세대 온라인 강연에서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 “미래를 바라보고 결단과 선택을 한 대통령”이라고 평가한 것이 대표적이다. 두 전직 대통령을 독재와 친일에 앞장선 인물 정도로 평가하는 민주당 주류의 정서와는 반대되는 이야기였다. 박 의원은 “특히 박정희 전 대통령은 과거 어려운 시기에 국가예산 5분의 1을 쏟아부어 고속도로를 뚫었고 그 덕분에 산업화를 이룰 수 있었다는 점, 김대중 전 대통령은 국가예산 70조2000억원이던 시절 10년간 80조원을 쏟아부어서 전국에 인터넷을 깔아 정보화를 이뤘다는 점에서 특히 대단하다”고 했다. 그는 “물론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두 분은 독재와 친일 논란이 있고 그런 부분은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공은 공대로, 과는 과대로 봐야 하지 않겠냐”고 했다.

“체급 키우려 대선 출마? 국민에 대한 모욕”

이처럼 소신 행보를 지속하면서 박 의원은 최근에는 김원웅 광복회장으로부터 일종의 ‘저격’을 당하기도 했다. 김 회장이 최근 라디오 방송에서 “민주당 내 친일 비호 정치인이 있다”며 “서울 강북구 P 국회의원”이라고 박 의원을 지칭한 것이다. 박 의원은 이에 대해 “(내가) 아니라고 (김 회장이) 얘기 안 하더라”라며 “어이없고 황당한 뉴스다. 저한테 빨갱이라 하는 얘기는 자주 듣지만 친일파라고 하는 얘기는 처음 듣는다. 진짜 황당하고 근거 없는 이야기”라며 불쾌한 심경을 내비쳤다.

박 의원은 “대통령은 무엇보다 미래지향적이어야 하고 국민 통합에 앞장서야 한다”는 주장을 수차례 강조했다. “국민통합이라는 측면에서 문재인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냐”는 질문에 박 의원은 “2012년 처음 대통령 후보가 됐을 때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에 가장 먼저 참배했던 걸로 기억하고 이번 취임사에서도 국민통합 메시지를 냈던 걸 보면 그렇게 하려는 움직임은 있었다고 본다”며 “아직도 많은 과제가 남아 있다는 정도만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박 의원은 자신의 대권 도전을 ‘체급 올리기’ 정도로 보는 일각의 시선에 대해 “저는 이번에 승부를 볼 것”이라며 “대통령을 하겠다고 하는 자가 체급 키우려고 대선에 나간다는 건 국민과 정치에 대한 모욕”이라고 했다. 그는 “2년 전부터 고민했고 단단하게 각오하고 준비를 하고 있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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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용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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