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이한솔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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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범(55) 국민의힘 의원과는 지난 1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출범할 당시 인터뷰를 추진했지만 일정이 맞지 않아 무산됐었다. 2개월 만에 다시 그에게 인터뷰를 요청한 이유는 또 하나의 새로운 권력기관인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출범을 여권에서 예고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직을 내려놓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시기상 두 달 전보다 지금 만나게 된 것이 더 적절해 보였다. 지난 3월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유 의원에게 윤 전 총장의 정계 진출 여부부터 차기 검찰총장 인사, 중수청 추진 등 각종 현안에 대해 물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시작된 이야기는 ‘윤석열’이었다.

“나를 윤석열의 정치권 인맥으로 평가하던데(웃음). 정치권 인맥으로 보자면 맞을 수도 있다. 1999년에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에서 같이 일하면서 해양수산부 공무원 비리 사건 등 큰 사건을 함께 수사했다. 그 이후에도 당시 특수2부 간의 모임을 20년간 이어오면서 오랫동안 만나왔다. ‘윤석열 인맥’이냐고 물어본다면 그냥 알고 지내는 수준은 넘는다. 그건 인정한다.”

검사 시절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부장, 서울중앙지검 3차장 검사 등을 역임한 유 의원은 2017년 정권 교체 이후 ‘적폐 검사’로 몰려 좌천당했다. 검사 옷을 벗고 2년여 뒤 정치에 도전, 지난 총선에서 국회에 입성했다. 윤석열 전 총장과는 20년 가까이 이어온 인연이지만 정치인이 된 이후에는 사적으로 연락하지 않았다고 한다. 최근 윤 전 총장이 총장직을 내려놓은 이후에야 통화를 나눴다고 했다.

‘윤석열 인맥’의 ‘정치인 윤석열’ 분석

“이제 좀 쉬겠다고 하더라. 지친 목소리였다. 권력으로부터 1년 넘게 지속적으로 탄압받으면서 수도 없는 굴욕을 당했는데, 얼마나 힘들겠나. 지금쯤 몸이 안 아픈 곳이 없을 거다.”

유 의원은 한비자를 인용하며 ‘정치인 윤석열’을 이렇게 전망했다.

“한비자는 권력 창출에 필요한 3가지를 세(勢), 법(法), 술(術)로 꼽았다. 먼저 세력을 규합하고(세), 원칙과 명분을 가지고(법), 각각 위기상황에 대응할 전략(술)을 발휘해야 권력을 차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법’에 있어선 법치주의를 지키고 정의를 되찾겠다는 의지에 대해 윤석열이 보여준 자세와도 일치한다. 다만 ‘세’와 ‘술’은 아직 미지수다. 지금까지 공직자 신분이다 보니 세를 제대로 준비할 여건이 아니었다. 여러 가지 들리는 바로는 좌파 진영 중에도 친문 세력에서 떨어져 나온 비문과 중도파들이 윤석열을 새로운 제3지대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곧 윤 전 총장이 차기 대권주자로 명백하게 가시화되면, 여권뿐만 아니라 야권의 대권 경쟁자 그룹이 그를 공격할 것이다. 이는 ‘술’의 영역인데, 윤석열 개인의 역량만으로 될 것은 아니다.”

유 의원은 윤 전 총장의 강점으로 ‘내공’을 꼽았다. “내가 윤석열이었으면 그 정도 버텼을까, 솔직히 자신 없다. 나도 이 정권이 출범한 이후 ‘적폐’로 몰리면서 싸운 경험이 있지만, 윤석열만큼의 강단은 공직자뿐만 아니라 정치인 중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특히 정치인에게 가장 중요한 ‘말빨’이 세다(웃음). 다변이면서 달변이다. 정치인으로서도 장점을 분명 가지고 있다.”

유 의원은 향후 국민의힘과 윤 전 총장이 소통하는 과정에서 “화학적 결합이나 긴밀한 협의를 하는 데 내 역할이 필요하다면 당연히 도울 것”라고 덧붙였다.

윤 전 총장의 사표가 수리됨에 따라 차기 검찰총장 인선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유 의원은 “이 정권은 검사 출신이 아닌 사람을 임명하고 싶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차기 검찰총장은 정말 ‘푸들’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을 고를 것이다. 대표적으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꼽히는데, 그는 내부적으로 이미 신망과 지도력을 잃은 상태다. 마지막까지 이 정권의 도구로만 활용되다가 끝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구체적인 거명까지 하면서 차기 검찰총장에 대한 나름의 하마평을 이어갔다. “조남관 대검차장은 이전 법무부 검찰국장 시절엔 정권 입장을 반영할 수밖에 없는 지위였는데, 대검차장을 맡으며 상당 부분 윤 전 총장과 입장을 같이하다 보니 이 정권에는 신뢰를 잃었을 것이다. 윤 전 총장으로 인해 이 정권 사람들은 ‘검사’라면 아예 믿지 않으려 할 것이다. 그래서 개인적인 예상으로는 총장직에 검사를 앉히지 않을 수도 있다. 앉힌다면 정말 믿을 수 있는 사람, 예를 들면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이 해당한다. 비검사 출신으로 가능한 시나리오는 판사 출신인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이다. 한동수는 조국 수석이 떠나면서 앉힌 사람이고, 대검 내에서도 윤 전 총장과 끊임없이 대립각을 세우며 추미애의 입장에서 일한 사람이다.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성향도 맞는다. 김오수와 한동수, 둘 중 한 명이 총장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검수완박’되면 권력 수사 더 못 할 것”

유 의원은 결국 여권의 중수청 추진이 윤 전 총장이 직을 내려놓는 결정적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추미애 전 장관 당시 정권 관련 수사를 하던 검사들은 전부 좌천시켜 수사팀을 사실상 해체하고, 대검 주요 보직에는 친정권 인사들을 앉혀 완전히 식물총장으로 만들었다. 윤 전 총장의 지휘권을 박탈하는 지휘권 행사만 세 번이나 했다. 하다하다 마지막에는 징계 처분까지 해서 쫓아내려고 했는데 결국 실패했다. 이후에 박범계 장관이 임명됐는데, 이번엔 총장 패싱에 이어 민정수석까지 패싱하면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유임시키고 검찰총장 징계에 앞장선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을 서울 남부지검장으로 영전성 발령했다.”

그는 “윤 전 총장이 박 장관의 인사까지는 받아들이려 했을 텐데, 여당에서 중수청까지 통과시키겠다고 하자 더 버텨낼 방법이 없었을 것”이라며 “윤석열 개인에 대한 공격과 달리 이건 자기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윤 전 총장이 정치를 하려고 마음먹었다면 대략 그쯤이 아닐까 판단된다”는 것이다.

유 의원은 중수청에 대해 “중수청장에는 결국 공수처와 같이 여당이 원하는 사람이 앉게 될 것”이라면서 “정치적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사람이 과연 독립적·중립적으로 수사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는 수사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수사를 통해 기소하고 재판을 받게 해야 하는데, 재벌이나 권력자에 대한 수사는 길게는 1년까지 이어진다. 재판은 4~5년까지 간다. 재판 과정에선 수사보다 훨씬 강한 법률적 투쟁이 벌어진다는 뜻이다. 법리적 투쟁, 증거의 적법성, 증인의 증언에 대한 논박이 법정에서 벌어지기 때문에 수사할 때보다 더 많은 노력이 기울여진다. 그런데 검찰의 수사권을 뺏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의 완전한 박탈)’이 되면, 수사청에서의 수사 내용을 기소하는 검사가 수사 상황을 전혀 알 수 없으니 재판정에서 피고인 측 변호인에 대해 제대로 대응하기 어렵다. 그러면 현재와 비춰봐서 훨씬 더 많은 무죄가 나올 거고,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못 하게 되는 원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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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승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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