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윤석열 전 검찰총장,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장, 이재명 경기도지사 ⓒphoto 뉴시스
(왼쪽부터) 윤석열 전 검찰총장,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장, 이재명 경기도지사 ⓒphoto 뉴시스

현재 여권의 유력 대권주자로 꼽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중 한 명이 본선 무대까지 오를 수 있을까.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총장직을 내려놓은 이후 차기 대선 지지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연달아 1위를 기록하며 여권의 대선 구도도 술렁이고 있다. 윤 전 총장이 야권의 대선후보로 나선다면, 그와 경쟁해 지지층을 결집할 수 있는 ‘진문(眞文)’ 정치인을 내세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여권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 이러한 주장이 나오는 데에는 △윤 전 총장의 정치적 폭발력 △이재명 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에 대한 친문 지지층의 불신이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 3월 15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발표한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윤 전 총장은 37.2%로 1위였다. 2위인 이재명 지사(24.2%)보다 13%포인트 앞선 수치였다. 이낙연 전 대표는 13.3%로 3위를 기록했다. 여권 내 유력 대권주자 2명의 지지율을 합쳐야 윤 전 총장을 겨우 앞서는 수준이었다.

정치권에선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이 이 정도로 높게 나올 줄 몰랐다”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지난해 말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물러나고 ‘추·윤 갈등’이 소강상태로 접어들 당시에는 윤 전 총장의 정치적 존재감도 줄어들 것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그가 얻고 있던 대권 지지도는 추 전 장관과의 갈등으로 인한 ‘반사 효과’에 불과한 것이라는 회의적인 전망이었다. 그가 현직 검찰총장이 아닌 ‘야인’으로 경쟁한다면 여권 주자들에게 금세 밀려날 것이라는 분석도 많았다.

하지만 윤 전 총장이 직을 내려놓은 뒤 별다른 정치적 행보를 보이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권 지지도에서 큰 차이로 1위를 기록하자 여권은 긴장하는 분위기다.

‘야인’ 윤석열의 경쟁력에 긴장하는 여권

당장 이재명 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의 경쟁력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고 “지금까지 주목받지 않았던 새로운 후보로 윤석열과의 경쟁구도를 끌고 가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몇 년째 차기 대선주자로 이름이 오르내린 이재명 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가 아닌, 새로운 인물로 대선 구도에 바람을 일으켜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윤 전 총장이 사퇴하기 전까지 부동의 1위였던 이 지사는 당내 친문 지지층들의 마음을 얻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친문 지지층들 사이에선 최근 불거진 ‘LH사태’를 이 지사가 측근 변호사를 통해 기획했다는 ‘음모론’까지 나올 정도로 그에 대한 불신이 깊다. 여기에 이낙연 전 대표 측과의 갈등설까지 퍼지자 이 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상 최대의 이간(離間) 작전”이라며 반박했다. 이 지사는 “민주당 내 갈등을 부추기는 근거 없는 낭설과 가짜뉴스가 넘쳐나고 있다”며 “사적 욕망보다 공익을 우선하는 진짜 민주당원은 원팀(one-team) 정신을 잃지 않는다”고 했다.

이 지사는 최근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와 응원을 보내는 데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친문 지지층의 마음을 사기 위한 노력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3월 15일 문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LH사태와 관련해 “정부는 단호한 의지와 결기로 부동산 적폐 청산 및 투명하고 공정한 부동산 거래질서 확립을 남은 임기 핵심 국정과제로 삼아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이 지사는 해당 기사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유하며 “대통령님의 결연한 의지를 지지한다”면서 “부동산 문제에 대한 저의 생각도 대통령님 말씀과 다르지 않다. 한마음 한뜻을 가진 ‘원팀’임을 다시 한번 느낀다”고 했다.

국무총리 시절 차기 대선 지지도 40%까지 기록했던 이낙연 전 대표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연이어 3위를 기록하고 있다. 한때 ‘대세론’까지 나왔던 이 전 대표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분석이 있다.

그중 정치권에서는 “문 대통령과 멀어질수록 이낙연의 인기도 줄어들 것”이라는 평가가 자주 회자된다. 총리 시절 문재인 정권의 ‘넘버2’로 활약하며 얻은 인기는 ‘문 대통령의 후광’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실제로 이 전 대표는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의 유례없는 압승을 이끈 주역이었지만, 당 대표를 역임하며 오히려 그의 지지율은 조금씩 하락했다. 특히 이 전 대표는 지난 1월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론’을 들고나와 논란을 빚은 이후 민주당 지지층 사이에서 불신을 사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민주당의 차기 대선 후보로 ‘빅2’가 아닌 ‘제3주자’가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현재 유력한 제3주자로 꼽히는 이는 정세균 국무총리다. 정 총리는 오랜 정치경험을 바탕으로 조직력과 인지도 면에서 부족함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약점은 낮은 지지율이다.

앞서 언급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차기 대선 지지도 여론조사에서 정 총리가 얻은 지지율은 2.4%에 불과했다. 정 총리가 4·7 보궐선거 이후 사의 표명한 뒤 본격적인 대권 행보를 시작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지만, 최근 LH사태로 인해 정국이 들썩이면서 그가 총리직을 예상보다 더 오래 수행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추미애 전 장관 역시 대선 출마 가능성이 있다. 추 전 장관은 지난 3월 18일 KBS 라디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대선 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에 “그 일은 많이 준비하고 국민 설득과 공감을 할 수 있는 정도에 이르러야 하는 것이고, 또 요구도 있어야 해 제가 먼저 꺼내는 건 옳지 않다”고 답했다.

“국민의 공감과 요구”라는 말로 즉답을 피했지만, 출마 가능성은 열어둔 것이다. 추 전 장관은 지난 3월 17일 제주 4·3 평화공원에서 제주 4·3 특별법 제·개정 유공 감사패를 받은 뒤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도 “시대가 요구하는 과제를 서로 이해하고 우리가 함께 풀어야겠다고 할 때 제가 쓸모 있다면 나설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낙연, 이재명 대체할 제3후보들은?

민주당 내에선 여기에 김경수 경남도지사, 김부겸 전 의원, 김두관 의원,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이광재 의원, 최문순 강원도지사를 비롯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까지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대체로 민주당 내 친문 주류에 해당하는 인사들이다. ‘비문’에 속하는 박용진 의원도 대선 출마 선언을 공식화했다.

다만 민주당의 ‘제3후보’가 친문 지지층 외에 비문과 중도층 표심까지 공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중도층 표심을 얼마나 끌어올 수 있는지 여부가 윤 전 총장에 대한 경쟁력 중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여론조사에서 자신을 중도층이라고 답한 응답자들 가운데 45.7%가 윤 전 총장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이재명 지사(23.1%)와 이낙연 전 대표(8.8%)에 대한 중도층 지지는 이에 훨씬 못 미쳤다.

곽승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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