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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정치
[2653호] 2021.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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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이남자’가 촉발한 2030 반란, 대선공식도 깨나

신지호  평론가·전 국회의원 jayho63@gmail.com 2021-04-09 오후 12:52:48

▲ 지난 4월 6일 서울 서대문구 현대백화점 유플렉스 앞에서 열린 파이널 유세에 몰려든 오세훈 후보 지지자들. photo 뉴시스
“투표는 누군가를 뽑아주려 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를 떨어뜨리려 하는 것이다.” 미국의 저명한 정치평론가 프랭클린 애덤스가 오래전 남긴 명언이다. 선거의 본질은 심판과 응징이다. 선거판에서는 이쁜 놈 뽑아주려는 에너지보다 미운 놈 떨어뜨리려는 에너지가 훨씬 강하게 작동한다. 이번 4·7 보선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 4년의 폭정(暴政)과 난정(亂政)에 대해 서울·부산 시민들은 회초리, 아니 몽둥이를 온몸으로 내리쳤다.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한 줄 평을 하라면, “국민의힘이 이긴 것이 아니라 민주당이 진 선거”라 답하겠다. 선관위로부터 “내로남불, 무능, 위선”을 공인받고도 기승전 ‘내곡동’, 기승전 ‘LCT’로 일관했던 민주당의 후안무치에 국민은 철퇴를 가했다. 집권 5년 차가 되었거늘 아직도 전(前) 정권 탓만 일삼는 적폐 몰이에 유권자들이 들고일어난 것이다.
   
   이번 선거 결과가 시사하는 바는 다각적(多角的)이고 다층적(多層的)이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최순실 국정농단과 박근혜 탄핵으로 인한 반사이득, 그리고 “박근혜 정권보다는 낫겠지” 하는 ‘박근혜 기저효과’의 소멸이다. 이제껏 민주당은 그 반사이득과 기저효과에 힘입어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에서 손쉬운 승리를 거머쥐었다.
   
   

   ‘박근혜 기저효과’ 드디어 소멸
   
   그러나 집권세력은 권력에 취해 최소한의 상식과 염치도 상실하였고, 작년 하반기부터 민심은 급격히 흉흉해졌다. 술에 취하면 반나절 자고 나면 깨지만, 권력에 취하면 약이 없다고 했다. 다수 여론조사에서 현 정권의 도덕성이 전 정권보다 못하다는 결과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관성의 법칙에 따라 지난 4년의 연장선상에서 ‘남 탓 선거’를 치르다가 철퇴를 맞았다. 한마디로 매를 번 것이다. 문재인식 적폐청산 정치는 이제 그 수명을 다하였다. 민주당의 판단에 따라 폐기될 수도 유지될 수도 있겠으나, 현실정치에서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오히려 스스로 목을 옥죄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그런데 특정 정치세력의 선거전략 유효성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심층적 의미가 이번 선거 결과에 담겨 있다. 이 나라 정치 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역동적 에너지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오랜 세월 한국 정치에 적용되어 온 속설과 통념이 몇 가지 있다. 그중 하나가 투표율이 높으면 민주당에 유리하고 보수정당에는 불리하다는 것이다. 한국의 연령별 정치성향을 일반화해 보면 나이가 들수록 보수, 젊을수록 진보라는 공식이 성립한다. 또한 고령층의 투표율은 청년층의 투표율보다 항상 높았다. 따라서 투표율이 높아진다는 것은 진보 성향이 강한 젊은 층의 투표가 늘었다는 것을 의미하였고, 그런 선거에서 민주당은 좋은 성적을 거두어왔다.
   
   
   2030 반란과 40대의 고립
   
   그 공식이 이번에 깨졌다. 부분적으로 어긋난 게 아니라 완전히 빗나갔다. 이번 선거 결과를 좌우한 것은 다름 아닌 2030이었다. 현 정권의 불공정과 불의 그리고 내로남불에 대한 젊은 세대의 분노는 투표를 통한 응징으로 구체화되었다. 고령층의 보수정당 지지세는 여전한데 2030의 집권세력에 대한 대반란(?)이 더해지면서 민주당은 참패를 면치 못했다. 현 정권 지지세가 가장 강한 40대는 아래위로 낀 세대가 되었다. 정치적 선택에서 청년층과 고령층의 동조화 현상이 나타나면서 40대는 철저히 고립되었다. 이제껏 한 번도 나타난 적이 없는 새로운 현상이다.
   
   흥미로운 것은 2030 반란의 시작이 20대였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권 초기 20대 남자에서 시작된 반란은 20대 여자로 확산했고 급기야 30대로 치고 올라갔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40대와 동조화 현상을 보이던 30대는 최근 20대와 동조화되고 있다. 이번 선거는 2030의 ‘문(文)주주의’ 심판이었다.
   
   2030의 반(反)민주당 기류가 일시적 현상인지 지속될 것인지는 현재로서는 예단하기 힘들다. 분명한 것은 이들이 내년 3월 대선에서도 판도를 좌우하는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점이다. 민주당이 돌아선 2030의 마음을 다시 얻느냐, 아니면 야권이 보궐선거 승리의 여파를 몰아 대선에서도 2030의 견고한 지지를 받느냐는 차기 정권의 향배를 결정하는 최대 변수가 될 것이다.
   
   2030의 반란이 몰고 온 새로운 정치 현실은 최근 20여년간 한국 정치판의 또 다른 속설이었던 이른바 ‘정권교체 10년 주기설’이 내년 3월 대선에서 이어질지 아니면 깨질지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최초의 정권교체였던 1997년 12월 김대중의 대통령 당선 이래 3차례의 정권교체가 있었는데, 주기는 10년이었다. 김대중, 노무현의 10년을 거쳐 보수 정권으로 바뀌었고 이명박, 박근혜 9년(탄핵으로 1년 단축)을 거쳐 문재인 정권으로 교체되었다.
   
   10년 주기설대로 하면 내년에도 민주당 정권이 탄생해야 하는데, 최근의 기류를 볼 때 그야말로 오리무중(五里霧中)이다.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민주당 1, 2위를 달리는 이재명과 이낙연의 지지율을 합쳐도 윤석열에 못 미치는 결과가 다수 나오고 있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20〜30년 장기집권을 자신하던 민주당의 분위기는 180도 달라졌다. 50년 집권을 호언장담했던 이해찬 전 대표의 말을 빌리면, 민주당은 내년 대선까지 고속도로가 아닌 비포장도로를 달려야 한다.
   
   
▲ 지난 4월 8일 서울 중구 시청사로 출근해 소감을 밝히는 오세훈 시장. photo 뉴시스

   오리무중 되어버린 10년 주기설
   
   미국 대통령의 경우, 4년 단명으로 끝나는 경우보다 재임에 성공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최근 30년의 흐름을 보면 빌 클린턴, 조지 W 부시, 버락 오바마 모두 재선에 성공하였다. 그러나 편 가르기 정치를 일삼아 온 도널드 트럼프는 재선에 실패하였다. 5년 단임제인 한국의 경우, 인물은 바뀌지만 같은 당이 2연속 집권하는 것을 미국 대통령의 재선에 비유할 때, 꼭 그렇지 않은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여기서 잠시 서울시장 선거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대선을 치른 사례를 살펴보자. 2002년 6월 지방선거에서 야당인 한나라당은 서울, 경기, 인천 수도권 3곳을 포함해 11명(새천년민주당 4명, 자민련 1명)의 시도지사를 배출했다. 이후 ‘이회창 대세론’이 형성되었고, 집권 민주당 의원들이 대거 이탈해 한나라당에 입당하기도 했다. 이미 정권을 접수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12월 대선에서 속절없이 무너졌다. 무방비 상태였던 한나라당은 후보등록 직전 정몽준과 전격적 단일화를 이룬 노무현에게 허를 찔렸다. 노무현의 당선으로 민주당의 집권 기간은 10년으로 늘어났다.
   
   반대의 경우도 있었다. 2002년에 쓴맛을 경험한 한나라당은 2006년 6월 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 16명 중 오세훈 서울시장 등 12명(민주당 2명, 열린우리당 1명, 무소속 1명)을 배출한 후에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이듬해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의 승리를 이끌어내 10년 만에 정권을 되찾았다.
   
   마지막으로 이번 서울시장 보선과 흡사했던 2011년 10월 서울시장 보선을 살펴보자. 당시도 대선 1년을 앞두고 오세훈의 시장직 사퇴로 예정에 없던 선거가 실시되었다. 박원순 야권 단일후보에게 서울시장을 넘겨준 한나라당에서는 이대로 가면 2012년 4월 총선과 12월 대선에서도 질 것이라는 위기감이 감돌았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총사퇴하였고 ‘박근혜 비대위’가 출범했다. 당명도 새누리당으로 바꿨다. 다행히 국민의 지지를 회복해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하였다.
   
   이처럼 서울시장 선거 승리는 대선 승리로 이어질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렇다면 내년 대선에서 정권교체 10년 주기설이 이어질지 깨질지 여부를 좌우할 요인들은 무엇일까? 여야로 나누어 살펴본다.
   
   
▲ 박형준 부산시장이 지난 4월 8일 부산 연제구 부산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취임식에 참석, 취임선서를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李·朴처럼 文·李도 ‘거래’에 성공할까?
   
   민주당의 경우, 기존 강경노선으로부터의 질서 있는 퇴각 및 온건 실용노선으로의 리셋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질지가 관건이다. 특히 부동산정책의 경우 전면 폐기 수준의 환골탈태가 없으면 성난 민심을 수습하기 힘들다. ‘검수완박’ 역시 사실상 포기해야 한다. 문제는 이러한 작업을 해낼 리더십이 있느냐는 점이다. 정책 전환은 문재인 정권의 실패를 인정하는 셈이어서 당과 청와대의 조율 및 협력이 원만할지도 불투명하다. 자칫 노선 전환을 둘러싼 이견이 심각한 갈등으로 증폭될 수도 있다.
   
   더군다나 신임 당 대표와 원내대표 선출, 당내 대선 레이스 등 치열한 경쟁이 수반될 수밖에 없는 일정이 임박해 있어 쇄신 작업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일단 민주당은 친문인 3선의 도종환 의원을 위원장으로 비대위를 꾸린후 5월 2일 조기 전당대회를 치르기로 했다.
   
   당내 대선 레이스의 지각변동도 불가피하다. 이낙연은 보선 참패로 대선주자의 지위를 사실상 상실했다. 그 빈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정세균, 임종석, 추미애 등의 도토리 키 재기 식 경쟁이 본격화하면 친문은 파편화될 수밖에 없다. 이들이 유일하게 뭉칠 수 있는 대목은 대선후보 선출 연기다. 기존 당헌대로 하면 9월 9일까지 대선후보를 선출해야 한다. 군소후보들은 쇄신을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 등을 내세워 11월 선출을 주장할 것이다. 압도적 1강인 이재명이 이를 허용할 리 만무하다. 이미 내전을 각오해야 할 것이라는 경고를 날린 바 있다.
   
   이처럼 민주당의 거듭남은 첩첩산중이다. 오히려 쇄신 과정이 노선 투쟁과 세력 다툼의 장으로 변질될 위험성이 도사린다. 보선 패배 전보다 더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수 있다. 유일하게 판을 정리해 줄 수 있는 카드는 문재인과 이재명의 대타협이다. 이재명이 문재인의 퇴임 후 안전을 보장해 주고, 문재인은 이재명에게 정국 주도권을 허용하는 거래가 성사되는 시나리오다. 쉽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철천지원수처럼 보였던 이명박과 박근혜도 2011년 비슷한 거래를 성사시킨 바 있다.
   
   이재명은 거래 성사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할 것으로 보이는데, 문제는 문재인의 수용 여부다. 김영삼을 후계자로 밀어줬는데 훗날 감방에 간 노태우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문재인의 소극적 자세로 이 거래가 성사되지 않으면, 여권은 걷잡을 수 없는 내홍에 빠지게 된다. 특히 청와대가 이원집정부제 개헌을 들고나오게 되면, 이재명은 문재인의 탈당을 요구하는 등 두 사람의 관계는 치유 불가능한 수준으로 악화될 수 있다.
   
   한편, 국민의힘을 비롯한 야권의 상황은 어떠할 것인가. 일단 표정관리를 하고 있지만, 먼저 이번 승리가 집권세력의 실정(失政)으로 인한 반사이득 때문이었다는 냉철한 인식을 하는 게 중요하다. 야당은 박근혜 탄핵 이후 ‘보수의 빙하기’가 거론될 만큼 엄중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 자당 소속 의원으로부터 “존재 자체가 역사의 민폐”라는 공격까지 받았다. 총선 참패 후 비대위를 구성해 일련의 쇄신 작업을 했지만, 국민의 눈높이에는 한참 못 미치는 것이었다. 그러나 도를 넘은 집권세력의 폭정과 독주로 인해 어느 순간 최악에서 차악(次惡)으로 위치가 변경되었고 보선 승리의 기쁨을 누리게 되었다.
   
   
   야당 ‘더 큰 2번’ 만들 수 있느냐가 관건
   
   국민의힘에 가장 중요한 작업은 승리의 교훈을 제대로 새기는 것이다. 이번 승리는 자력으로 쟁취한 것이 아니라 안철수와의 협력을 통해 일궈낸 것이다. 보수의 단독 작품이 아니라 중도·보수 연합의 합작품이었다. 이 흐름을 확대 발전시켜 ‘더 큰 2번’을 만들 수 있느냐가 대선으로 가는 길목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먼저 안철수의 국민의당과 성공적 결합을 이루어내야 한다. 그러려면 선(先) 합당-후(後) 전당대회의 일정을 마련해야 한다. 장외주자 윤석열에게도 국민의힘으로 들어오라 재촉할 게 아니라 일정 기간 자율적 공간에서 움직이게 한 후 자연스럽게 결합하는 유연함을 발휘할 줄 알아야 한다.
   
   이번 보선에서 2030이 보낸 지지에 대해서도 깊이 고민해 보아야 한다. 2030은 보수화한 것이 아니라 문 정권에 대한 환상에서 벗어나 현실화한 것이다. 이번에 나타난 지지는 일시적인 것이지 구조적인 것이 아니다. 국민의힘이 또 추한 꼴을 보이면 언제든 돌아설 수 있다. 따라서 어떻게 2030의 에너지를 체계적으로 담아 대선으로 연결해낼지 방법을 찾아야 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권력은 외부의 공격보다 내부의 모순으로 망조의 길에 들어선다. 박근혜 정권이 그랬고, 문재인 정권도 그 길을 가고 있다. 문재인 정권은 임기 초반 80%가 넘는 국민 지지를 받다가 한 자릿수 지지율로 마감한 김영삼 정권의 길을 걸을 수도 있다.
   
   통념과 속설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언제든 깨질 수 있다. 허리 세대인 40대가 선거 판세를 좌우한다는 ‘40대 캐스팅보트론’은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통용되었으나, 급속한 고령화로 설득력을 잃은 후 아래위로 포위된 40대의 고립으로까지 바뀌었다.
   
   ‘정권교체 10년 주기설’도 얼마든지 깨질 수 있다. 자승자박을 거듭하는 문재인 정권의 행태는 그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문제는 종결자 역할을 해야 할 야당의 준비태세다. 극단주의와의 결별, ‘영남 철밥통’ 혁파 등의 창조적 파괴를 통해 더 큰 2번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5년 만의 정권교체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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