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메인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주간조선 로고

상단주메뉴

  • [현장]  박영선이 이긴 ‘창신2동’ 41표의 의미
  • facebook네이버 밴드youtubekakao 플러스친구
  • 검색
  1. 정치
[2654호] 2021.04.19
관련 연재물

[현장]박영선이 이긴 ‘창신2동’ 41표의 의미

글·사진 이동훈  기자 flatron2@chosun.com 2021-04-16 오후 2:58:01

▲ 서울 종로구 창신2동 전경. 옛 채석장 주변으로 노후 불량주택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서울 종로구 창신2동은 지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압승한 국민의힘 오세훈 시장이 패배한 5개 동 중 하나다. 오세훈 신임 서울시장은 서울 전역 425개 동에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눌렀으나, 구로구 구로3동과 항동, 강서구 화곡8동, 마포구 성산1동, 종로구 창신2동 등 5개 동에서 박영선 후보에게 근소한 차로 패했다.
   
   구로3동과 항동이 구로구을(乙)에서만 3선 의원을 지낸 박영선 후보(초선은 비례대표)의 옛 지역구인 구로구에 속해 있고, 화곡8동과 성산1동이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기반인 강서구와 마포구에 각각 속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종로구 창신2동에서의 패배는 아쉬운 대목이다. 오 시장은 지난 20대 총선 때 종로구에서 출마했었다. 게다가 창신2동은 오세훈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재임 중이던 2007년 마지막으로 지정한 ‘뉴타운(재정비촉진지구)’이기도 하다.
   
   반면 박원순 전 시장은 2013년 창신숭인 뉴타운을 지정해제하고, ‘도시재생 선도구역’으로 지정해 소위 ‘벽화 그리기식’ 도시재생 실험을 진행해왔다. 도시재생 실무를 담당한 SH(서울주택도시공사)의 당시 사장은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었다. 이에 지난 보궐선거 때도 박원순식 도시재생의 실패를 부각하려던 야권 후보들의 발걸음이 창신2동에 줄을 이었다. 하지만 정작 창신2동 주민들은 오세훈 시장이 아닌 박원순 전 시장과 같은 당 소속인 박영선 후보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박영선 후보는 창신2동에서 1815표를 득표해, 오세훈 후보(1774표)를 꺾었다. 득표율은 49.46% 대 48.35%, 표차는 불과 41표 차였다. 오세훈 시장이 패배한 서울 전역의 5개 동 가운데 가장 적은 득표 차였다. 결과적으로 보면 창신2동은 오세훈식의 뉴타운과 박원순식의 도시재생이 가장 치열하게 맞부딪친 현장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지난 4월 13일 창신2동에서 만난 한 60대 여성은 “창신2동은 대부분 주민들이 다세대·다가구 주택에 사는 세입자들”이라며 “오세훈 시장의 뉴타운 재개발이 다시 추진되면 당장 오갈 데가 없는 주민들이 박영선 후보를 찍지 않았겠느냐”고 했다.
   
   
▲ 산마루놀이터

   진보 정당의 고정텃밭 창신2동
   
   하지만 창신2동 일부 주민들은 박영선 후보의 41표 차 근소한 승리로 끝난 보궐선거 결과에 대해 정반대의 해석을 내리고 있었다. 민주당 계열의 전통적 텃밭과도 같은 창신2동에서 보수 후보가 불과 41표 차로 석패했으면, 사실상 오세훈 시장의 승리라고 봐도 무방하다는 해석이다.
   
   지난 4·7 보궐선거를 포함해 최근 치러진 몇 차례 선거에서 창신2동에서만큼은 보수 진영의 후보가 승리한 적이 거의 없었다. 지난해 21대 총선에서 종로구에 출마한 민주당 이낙연 후보(전 대표)는 창신2동에서 미래통합당 황교안 후보(전 대표)에게 2배 넘는 표차로 압승을 거뒀다. 20대 총선과 19대 총선에서 종로구에 출마한 정세균 국무총리는 창신2동에서 각각 오세훈, 홍사덕 같은 야권 거물을 상대로 역시 2배가량의 표차로 이겼다. 18대 총선에서는 보수 진영 박진 후보(현 국민의힘 강남구을 국회의원)가 손학규 후보를 누르고 종로구 국회의원에 당선됐지만, 정작 창신2동에서는 낙선한 손학규 후보가 박진 후보를 757표 차이로 눌렀다.
   
   창신2동 주민들의 진보 성향 투표 경향은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에서도 어김없이 반복됐다. 지난 2017년 19대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창신2동에서 홍준표 후보를 2배 넘는 표차로 꺾었다. 당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전체 2위를 차지했으나, 창신2동에서만큼은 전체 3등을 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에게도 615표나 밀렸다.
   
   박근혜 후보가 승리한 지난 2012년 18대 대선에서도 창신2동에서만큼은 문재인 후보가 1263표 차로 승리했다. 종로구청장 선거에서도 마찬가지다. 3선 구청장인 민주당 소속 김영종 종로구청장은 가장 최근인 2018년 지방선거에서 보수 정당 후보를 창신2동에서 3배 이상 표차로 압도했다.
   
   이를 보면 지난 4·7 보궐선거 결과는 분명 이례적이다. 이 같은 이유로 4·7 보궐선거 직후 창신2동에서는 박원순식 도시재생이 중단되고 오세훈식 뉴타운이 재개될 것이란 기대감이 팽배한 듯 보였다. 지난 4월 13일, 창신2동 한가운데 있는 ‘창신동 공공재개발 추진위원회’에서는 박원순 전 시장의 도시재생을 혹평하는 오세훈 시장의 선거유세 영상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추진위 관계자들은 주민들을 상대로 ‘도시재생활성화구역 변경 및 해제 동의서’에 서명을 받느라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강대선 추진위원장은 “도시재생한다면서 정작 도로 확장과 하수도 등은 하나도 손댄 것이 없다”며 “혹시 밖에서 똥냄새가 풍기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마스크를 벗고 냄새를 맡아보니 정체불명의 퀴퀴한 악취가 코를 파고들었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창신2동의 노후 단독주택 비율은 72.2%로 서울에서 성북구 정릉동(74.9%) 다음으로 많다. 창신2동 일대에는 재래식 화장실을 쓰는 노후 불량주택도 즐비하다.
   
   하지만 자동차 한 대가 통과하기 힘들 정도로 도로가 비좁고, 경사가 가팔라서 분뇨차의 진입조차 쉽지 않은 실정이다. 종로구청 청소행정팀의 한 관계자는 “창신숭인지역은 분뇨차가 못 들어가는 곳이 많아 대로변에 차를 세워두고 호스를 길게 뽑아서 수거해야 한다”고 했다. 하수관과 오수관이 제대로 분리되지 않고, 부식된 곳도 많아 똥오줌이 하수도에 섞여 악취를 풍긴다. 강대선 위원장은 “비가 많이 내리는 날에는 냄새가 어느 정도 가시는데, 부슬부슬 비가 내리는 날에는 하수도에서 올라오는 악취가 심각하다”고 했다.
   
   
▲ 창신소통공작소

▲ 주민공동시설 회오리마당

   도시재생에만 최소 800억원 투입
   
   하지만 이런 동네에서 박원순 전 시장 재임 중 도시재생 첫 사업이 시작됐고 창신2동은 주민들의 삶과 무관하게 보여주기식 도시재생에 시달렸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창신2동은 원래 일제강점기 때 경성부가 직영하던 화강암 채석장 위에 조성된 달동네다. 6·25전쟁 직후 전재민과 청계천 판자촌 철거민들이 하나둘 터를 잡기 시작했고, 1970년 11월 평화시장 재단사인 전태일 분신자살사건 이후 평화시장에 있던 영세 봉제공장들이 대거 창신2동으로 이주했다. 전태일 분신자살 이후 평화시장에 대한 근로환경 단속이 강화되자, 영세 봉제공장들이 단속이 느슨한 동대문 밖 창신2동으로 대거 이주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원래 동대문구에 속했던 창신동은 1975년 바로 옆 숭인동과 함께 종로구에 편입됐다.
   
   지금도 창신동 일대 영세 봉제공장만 대략 900여곳에 달한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정작 ‘동대문 패션산업 배후기지’라는 거창한 명성을 가진 창신2동의 주거환경은 서울 시내 어느 곳보다 열악하다. 옛 채석장을 낀 가파른 경사는 기본이고, 차 한 대 지나가기 어려울 정도로 좁은 도로에 원단과 부자재를 실은 수백 대의 오토바이들이 한데 엉켜 돌아가는 식이다. 미로같이 좁은 골목길을 누비는 오토바이 때문에 사고도 종종 터진다. 코로나19로 택배물량이 폭증한 요즘 택배기사들이 꺼리는 대표적 지역 중 하나다. CJ대한통운의 한 택배기사는 “창신동은 과거에는 수당을 더 줬는데 이제는 안 준다고 한다”며 “트럭이 못 들어가는 곳에는 손수레로 실어나르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서울 도심에서 어느 곳보다 저렴한 임대료 덕에 중국, 베트남, 네팔 등지에서 온 외국인 근로자와 유학생들도 많이 거주한다. 한 명이 겨우 지나갈 만한 가파른 계단길도 곳곳에 나 있는데, 컴컴한 밤에는 여성은 물론 건장한 남성조차 위험을 느낄 정도다. 한 여성 주민은 “좁은 길에서 술취한 사람이라도 만나면 겁날 때가 많다”며 “오토바이가 워낙 많아서 아이들은 절대 못 키운다”고 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박원순 전 시장은 창신2동의 역사성을 보존한다면서 근본적인 주거환경 개선보다는 보여주기식 사업에만 몰두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원순 전 시장의 도시재생 실험을 하면서 창신2동 일대는 과거 이 지역에서 볼 수 없었던 세련된 건물들이 하나둘씩 들어섰다. 창신2동과 창신3동 사이에 들어선 창신숭인 채석장전망대를 비롯해 산마루놀이터, 창신소통공작소, 회오리마당, 이음피움 봉제역사관 등이다.
   
   종로구에 따르면, 2019년 문을 연 채석장전망대에는 국비와 시비를 합쳐 약 11억원, 봉제역사관에는 약 32억원, 산마루놀이터에는 약 10억원, 창신소통공작소에는 약 8억원, 회오리마당 등 주민공동시설 4곳에는 약 8억원이 들어갔다. 이 같은 소위 ‘도시재생 마중물 사업’에 투입된 예산만 200억원이다. 창신골목시장 활성화와 에너지절약형 LED간판정비 등 소위 ‘연계사업’에 들어간 607억원은 별개다. 줄잡아 창신숭인 도시재생사업에만 최소 800억원 이상이 투입된 셈이다.
   
   하지만 직접 마주한 도시재생 결과물들은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했다. 주민 대부분이 50~60대인 곳에 10억원을 투입해 조성한 산마루놀이터에서 이날 뛰노는 아이들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이마저 평범한 놀이터와 달리 거대한 조형물 속에 놀이기구들이 있어서 코로나19를 이유로 셔터를 반쯤 내린 채 출입을 막고 있었다. 관리인도 보이지 않았다. 인근에서 만난 한 주민은 “아이들이 없는데 누가 놀이터에서 놀겠느냐”고 했다.
   
   산마루놀이터 바로 위 컨테이너상자를 올려 만든 소위 ‘생활창작예술공간’인 창신소통공작소 역시 이날 단 한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창신2동에서 가장 경사가 가파르다는 회오리길에 들어선 주민공동시설인 회오리마당 역시 대관 안내 광고만 내건 채 문이 굳게 잠겨 있었다. 회오리마당 2층에는 ‘창신동 라디오 덤’이란 마을공동체 라디오가 입주해 있었다.
   
   그나마 영세 봉제공장들이 밀집해 있는 창신2동 674번지 일대에 국내 최초 봉제역사관으로 조성된 ‘이음피움 봉제역사관’만이 문을 열고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사전예약제로 운영되고, 주차장도 없고 접근이 어려운 탓인지 관람객은 한 손에 꼽을 정도였다.
   
   
▲ 이음피움 봉제역사관

   도시재생에도 줄곧 인구 감소
   
일부 주민들은 박 전 시장의 이 같은 도시재생 사업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마을을 외지인들을 위한 동물원처럼 바꿔놨다”는 것이다. 박원순식 도시재생이 실패했다는 것은 숫자로도 어느 정도 드러난다. 재개발 결과 원주민들이 쫓겨나는 소위 ‘젠트리피케이션’을 막기 위해 도시재생을 했는데, 창신2동 인구는 박원순 전 시장이 뉴타운을 직권해제한 2013년부터 박 전 시장이 자살한 지난해까지 줄곧 감소세다.
   
   종로구청에 따르면, 2013년 12월 기준 창신2동의 주민등록인구는 1만679명이었으나, 2020년에는 8318명으로 줄었다. 반대로 이명박 전 시장 때인 2003년 ‘돈의문 뉴타운’으로 지정돼 경희궁자이 아파트로 재개발된 종로구 교남동의 인구는 같은 기간 5347명에서 1만477명으로 2배 급증했다.
   
   별무효과에도 불구하고 박원순 전 시장이 꽂아둔 도시재생 대못을 뽑기에는 난관이 한둘이 아니다. 일부 주민들의 요구대로 ‘공공재개발’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박원순 전 시장이 지정해둔 ‘도시재생 구역’에서 먼저 해제돼야 한다. 주민동의는 물론 종로구, 서울시, 국토부 등 관계기관의 문턱을 넘어야 한다. 종로구 주거재생과의 한 관계자는 “도시재생 구역으로 지정돼 있어서 공공재개발이 공식적으로는 불가능하다”며 “도시재생법상 주민들이 제안하면 변경할 수 있도록 돼 있는데, 변경이 해제를 포함하는지에 대해서는 자세히 나와 있지 않다”고 했다.
   
   공공재개발의 한 축이 될 LH(한국토지주택공사)도 공신력을 잃어버린 상태다. 게다가 영세 봉제공장들이 밀집한 창신2동 647번지 일대는 박원순 전 시장이 지정한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보물 1호로 지정된 동대문을 비롯 서울시가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 중인 ‘한양도성’과 지척이라 사업성을 높이기가 쉽지 않다는 평가다.
   
   ‘전태일재단’을 비롯해 ‘전국민족민주 유가족협의회(유가협)’가 있는 ‘한울삶’ 등 진보 진영에서 발언권이 센 일부 단체도 창신2동에 자리 잡고 있다. 고문치사사건의 희생자인 박종철 군 등 민주화운동 중 희생된 130여명의 영정을 모신 ‘한울삶’ 역시 박원순 전 시장 재임 중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설사 주민들의 압도적 동의를 받아 재개발에 착수한다 해도 나름 연고권을 가진 이들 단체를 설득하는 일도 쉽지 않아 보였다. 거의 폭탄해체 수준이 될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도 적지 않았다. 창신동 공공재개발 추진위 측은 “현재 도시재생구역에서 해제해 달라는 주민 1000여명의 동의서를 받은 상태”라며 “추가로 동의를 받아 공공재개발을 추진해갈 것”이라고 했다.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NFT 새로운 가능성과 규제 샌드박스
신협 어부바 콘텐츠 공모전
마감을 하며
검은 호랑이의 해 정장열 편집장

격화되는 대선전에 오미크론 사태까지 더해져 연말이 어수선합니다. 한 해를 정리할 때면 지나온 날을 되돌아보지만 다가...

주간조선 대학생 기사 공모
주간조선 칼럼마당
기업소식
네이버 포스트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