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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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7 보궐선거에서 압승한 국민의힘 차기 지도부 선출 일정이 가시화되고 있다. 4월 30일 새 원내대표가 선출되고 이후 진행될 차기 당대표 선출 일정도 점점 구체화돼가는 모양새다. 지금까지 당대표에 자천타천 거명되는 후보는 원내대표로 당대표 권한대행을 맡았던 주호영 의원(5선)을 비롯 조경태(5선), 권영세·홍문표(이상 4선), 조해진·윤영석(이상 3선), 김웅 의원(초선) 등이다.

이 중 주호영 의원(대구 수성구갑)과 조경태 의원(부산 사하구을)은 당내 최다선인 5선으로, 같은 5선인 정진석·서병수 의원이 당대표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더 주목받는 분위기다. 두 의원은 국민의힘 최대 지지기반인 TK(대구·경북)와 PK(부산·울산·경남) 출신이기도 하다. 게다가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4선의 김기현(울산 남구을)·권성동(강원도 강릉시) 의원 양강 구도로 치러지면서,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당대표 선거 역시 5선 의원 두 명의 2파전 양상으로 치러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 중 조경태 의원은 4·7 보궐선거 승리 당일 당직자 폭행으로 물의를 빚은 송언석 의원(재선) 사태 때 국민의힘 의원 중 최초이자 유일하게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강력한 징계”를 주장해 주목을 받았다.

또한 조 의원은 2013년부터 한·대만 의원친선협회장을 약 9년째 맡아오면서 코로나19 사태 와중에 대만 차이잉원 정부의 ‘T-방역’과 비교해 문재인 정부 ‘K-방역’의 허실을 날카롭게 꼬집은 바 있다.

최근 그는 전국을 돌면서 당원들과의 접촉도 부쩍 늘리고 있다. 지난 4월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조경태 의원은 “다음주 월요일에는 광주·전남을 찾아 당협위원장과 당원들을 만날 예정”이라며 “우리 당 입장에서 험지(險地)인 만큼 직접 가서 당원들을 격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차기 당대표를 뽑는 전당대회는 언제쯤 치러질 것으로 보나. “4월 30일 원내대표 선거를 치른 뒤, 6월 초쯤으로 예상한다. 사실 좀 늦다.”

- 지난 4·7 보궐선거 때 국민의힘을 지지한 2030세대의 표심을 반영해 다선(多選)들의 2선 후퇴론이 나온다. “나는 초선 때 배운다고 정신없었다. 초선 때 제대로 정치를 알 수 있나. 국회의장만 해도 초선이 맡는다고 하면 어색하지 않느냐. 당대표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사실 내가 5선이지만 올해 53세다. 초선인 김웅 의원(51)과는 2살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50대 초반 5선으로 젊음과 경륜을 동시에 갖춘 정치인이라고 자부한다.”

- TK 주호영과 PK 조경태 양강 구도로 전당대회를 치르면, 차기 대선 때 수도권 표심 잡기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 자체가 또 다른 지역주의를 조장하는 위험한 발상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지역에 기반하지 않은 정당은 없다. 미국만 해도 대통령선거 때 빨간색(공화당)과 파란색(민주당)이 확연히 나뉜다. 지역기반은 자연적 현상이라 본다. 더불어민주당만 해도 전라도에서 90% 이상의 몰표가 쏟아진다. 이는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당대표는 당원들이 판단할 문제다. 특정인 몇 명이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은 당원들을 무시하는 처사다.”

- 당대표 선거 때도 지난 4·7 보궐선거 경선 때처럼 일반국민 참여 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당대표 선거는 당원들의 대표를 뽑는 선거다. 민주당은 당대표 선거 때 당원 대 일반국민 비율을 9 대 1로 가져간다. 우리 당은 7 대 3으로 정하고 있다. 사실 나는 당원 비율을 100%로 하면 좋겠다. 원내대표 선거 때 타당 의원들의 의사를 물어보나. 100% 자당 의원들의 의사만 물어보지 않느냐. 학교 다닐 때 반장선거 하는데 다른 반 학생들의 의견을 물어보지는 않는다. 그건 상식이다.”

- 당원 비중을 높이면 TK의 주호영 의원이 상대적으로 유리하지 않나. “당원 비중을 높이자는 주장을 하는 것은 내가 유일하다. 국민의힘 당원들이 대구·경북에 가장 많은 것은 사실이다. 한데 전국을 다녀보니 대구·경북에서 나에 대한 여론이 생각보다 좋더라. 주호영 의원은 지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 멍에가 좀 있다. 유승민 전 의원과 함께 탈당했다가 돌아오지 않았느냐. 거기에 대한 반감을 가진 당원들이 좀 있어 보였다.”

- 4·7 보궐선거 전까지 거듭된 패배로 당원들이 많이 줄었는데. “당원들을 계속 무시하니까 당원들이 계속 줄어든다. 국민의힘 전체 당원이 28만명이다. 민주당은 100만명에 육박한다. 당원들의 권리행사를 못 하게 하니까 당원들이 빠져나간다. 이는 정당의 조직기반을 허물어뜨리는 일이다. 당원이 없는 정당은 해체해야 한다. 국회의원들만 남은 껍데기정당이 될 수는 없지 않나. 국회의원만 남아서는 당이 존속할 수 없다.”

- 만약 원내대표 선거 때 울산의 김기현 의원이 선출될 경우, 당대표까지 PK 출신이 가져갈 수 있겠나. “PK는 이미 민주당이 잠식하고 있다. 부산만 해도 16개 구청장·군수 가운데 13개 구청장·군수가 민주당 소속이다. 시의원도 8명인가 빼고 전부 다 민주당이다. 구의회 의장들도 90% 이상이 민주당이다. 부산은 더 이상 국민의힘 텃밭이 아니다. 민주당은 내년 대선에서 부산을 전략적 요충지로 본다. 이 같은 상황인데 PK를 TK와 통틀어 말할 수 있느냐. 낡은 분석일 뿐이다.”

-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국민의힘에 연일 독설을 퍼붓고 있다. “김종인 전 위원장을 직접 만나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 당이 잘되라는 애정 어린 충고 정도로 받아들인다.”

- 홍준표·윤상현 의원 복당에 관한 입장은. “우리 당에 들어오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다 받아들여야 한다. 대통합의 정치를 해야 한다.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되는 뺄셈 정치가 아니라 덧셈의 정치를 해야 한다.”

-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당과 합당에 관한 입장은. “합당은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당 쪽에서 먼저 얘기했던 사안이다. 우리 당원들이 바랐던 것은 아니다. 합당에 너무 방점을 찍으면 안 된다. 안철수만 가지고 대선에서 승리할 수는 없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홍준표 전 대표도 껴안아야 한다. 하다못해 최재형 감사원장까지 우리가 껴안을 수 있으면 통 크게 껴안아야 한다.”

- 국민의당과 합당 없이 내년 3월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보나. “지난 서울시장 선거만 해도 우리가 합당하지 않고 후보단일화를 해서 이긴 사례다. 합당을 하면 좋지만 합당에 너무 목을 맬 필요는 없다. 오히려 합당한다면서 서로 지분을 요구하다 보면 되레 구태정치로 전락할 가능성도 있다. 국민의힘 중심으로 해서 대선에 나오겠다는 분들을 다 받아들였으면 한다. 합당이 걸림돌 역할을 해서는 안 된다.”

- 야권 지지율 1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장고(長考)가 길어진다. 윤 전 총장을 영입할 복안이 있나. “국민의힘이 변화하지 않고 자강하지 않으면 윤석열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 들어오겠느냐. 이 때문에라도 나처럼 중도개혁적인 인물이 당대표가 되어야 한다.”

- 당대표가 되면 어떻께 대선 경선을 관리할 생각인가. “나는 계파에서 자유로운 정치인 중 한 명이다. 계파에서 자유롭다는 것은 당 운영을 공정하게 할 수 있다는 의미다. 대선주자 관리는 진짜 공정하게 해야 한다. 특정 계파에 소속되다 보면 한쪽으로 치우칠 수밖에 없다. 그러면 내년 대선에서 정권 창출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나는 이념에 치우치지 않는 실용적인 정치를 지향해 왔다. 정책적 부분도 이슈 파이팅을 열심히 해서 민주당을 앞서갈 수 있게 하겠다.”

- 전직 대통령 사면론이 제기됐는데, 이에 대한 입장은. “사면은 여권의 몫이다. 대통령의 고유권한으로, 우리가 먼저 나섰다가는 이용만 당할 가능성이 있다. 우리에게 득 될 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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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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