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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59호] 2021.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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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다음 레임덕은 탈원전? 文 면전서 터진 송영길發 폭탄

이동훈  기자 flatron2@chosun.com 2021-05-21 오후 12:51:58

▲ 지난 5월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초청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는 송영길 민주당 대표(왼쪽)와 문재인 대통령. photo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5선) 체제 출범 후 문재인 대통령의 레임덕이 가속화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지난 5월 10일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 강행할 뜻을 내비쳤던 장관 임명마저 민주당 초선의원들의 예기치 못한 집단 반발에 밀려버렸다. 그 결과 지난 5월 13일 박준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가 자진사퇴하는 일이 벌어졌다. 오는 6월 1일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과세기준일을 앞두고 송영길 대표가 임명한 김진표 부동산특위 위원장(5선) 주도로 문재인 정부 들어 폭등한 집값에 맞춰 과세기준을 현실화하려는 움직임도 나온다.
   
   앞으로 주목되는 것은 탈(脫)원전 정책의 선회 여부다. 송영길 대표가 그간 탈원전 정책 속도조절을 수차례 주문해 왔다는 점에서 다음은 ‘탈원전’에서 당청이 충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대통령 면전서 ‘소형 원전’ 거론한 송영길
   
   송영길 대표는 박준영 후보자 낙마 다음 날인 5월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민주당 지도부 초청간담회에서 “미국 바이든 정부가 탄소중립화를 위해 원전 SMR 분야를 전문 연구하고 있다”며 “중국, 러시아가 지배하는 원전 시장에 대해 SMR 분야 등 한·미 간 전략적 협력을 통해 견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간 한·미 정상회담을 불과 일주일 앞둔 시점이었다.
   
   송영길 대표가 문 대통령 면전에서 언급한 SMR은 ‘소형 모듈 원자로’를 뜻하는 말이다. 송 대표는 2019년 1월에도 ‘미세먼지와 지구온난화의 주범 석탄화력 줄이고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전환정책을 지지하면서 원자력산업 일자리 유지 조화를 위한 충심의 제안’이란 장문의 글에서 SMR을 언급하며 문재인 정부를 뒤흔든 바 있다.
   
   당시 글에서 송영길 대표는 “화력발전 에너지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과정에서 안정적 에너지원인 원자력발전은 장기간 공존할 수밖에 없다”며 “스마트원자로 기술과 핵추진 항공모함, 잠수함, 북극항로 쇄빙 LNG선과 컨테이너 상선에 적용될 청정에너지로서 SMR 기술을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충심의 제안’에서 송 대표는 “산지가 70%인 국토에서 산허리를 깎아 태양광을 설치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며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를 촉구하기도 했다.
   
   송 대표의 이 같은 제안에 대해 지난 5월 2일 민주당 당대표 선거 때 맞붙었던 우원식 의원(4선)은 당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송영길 의원의 신한울 원전 발언은 시대의 변화를 잘못 읽은 적절치 못한 발언”이라고 비판하는 등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 반면 당시 민주평화당 의원으로 있던 박지원 현 국가정보원장은 “원전은 오늘날 인류가 소비하는 에너지공급원 중 가장 안전하고 저렴하다”며 “송영길 의원의 소신발언에 지지를 보낸다”고 밝혔다.
   
   여의도 정가에서는 송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 면전에서 내뱉은 탈원전 ‘폭탄발언’을 아직까지는 ‘개인적 소신’ 정도로 치부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국민의힘 간사를 맡고 있는 박성중 의원(재선)은 “아직까지 과방위 소속 민주당 의원 중에서 탈원전과 관련해 전향적인 입장을 보이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면서도 “우리가 탈원전에 관해 그렇게 떠들고 난리를 쳐도 꿈쩍도 안 했는데, 송영길 대표가 저러는 것을 보니 분위기가 변하는지도 모르겠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김대중 정부 때 과학기술부 장관을 지낸 김영환 전 의원(4선)도 지난 5월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원전을 제자리로 돌려주십시오’라는 장문의 글을 올리고 “어제 송영길 대표와 문재인 대통령의 청와대 만찬을 보고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떠올랐다”며 “송영길 대표의 목소리를 듣고 있자니 ‘벌거벗은 임금님’ 앞에서 역린(逆鱗)을 건드리지 않기 위해 몸을 사리는 신하의 모습이 역력했다”고 평가절하했다.
   
   
▲ 지난 4월 14일 열린 ‘혁신형 SMR(소형모듈원자로) 국회 포럼’. photo 한국원자력연구원

   ‘정세균계’ ‘송영길계’ 등 다른 목소리
   
   하지만 민주당 내에서도 탈원전 이견은 송영길 대표 혼자만의 목소리가 아니다. 지난 4·7 재보궐선거 참패 직후부터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궤를 달리하는 목소리들이 하나둘씩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 4월 14일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열린 ‘혁신형 SMR 국회 포럼’에서도 이 같은 맥락의 발언이 나왔다.
   
   ‘혁신형 SMR 국회 포럼’은 송영길 대표가 문 대통령 면전에서 언급한 바 있는 SMR을 국회 차원에서 초당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모임이다. 국회 과방위원장을 맡고 있는 민주당 이원욱(3선) 의원과 금오공대 총장을 지낸 국민의힘 김영식 의원(초선)이 공동위원장으로 있다. 여야 의원 11명이 회원으로 있는데, 민주당 의원으로는 송영길 체제 출범 후 반도체특위 위원장을 맡은 변재일 의원(5선)을 비롯 이광재(3선), 김병욱·조승래(이상 재선), 이용빈(초선) 의원 등이 참여 중이다.
   
   ‘혁신형 SMR 국회 포럼’ 공동위원장으로 있는 이원욱 의원은 이 자리에서 “우리나라는 APR-1400이라고 하는 세계 최고 한국형 원자로를 개발한 경험, 수출까지 한 경험을 갖고 있다”라며 “기술력을 축적해 SMR을 다시 출범시켜서 대한민국 산업을 선도하고 인류의 가장 큰 고민인 기후변화를 제어할 수 있는 그런 나라로 거듭났으면 좋겠다”라고 언급했다.
   
   최근 여권 내 최초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론을 꺼낸 바 있는 이원욱 의원은 4·7 재보궐선거 직후 국무총리를 사퇴한 후 대권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는 정세균 전 총리의 측근이다. 노무현 정부 때 산업자원부 장관을 지낸 정세균 전 총리 역시 과거 원전에 대해 긍정적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심지어 이원욱 의원은 이 자리에서 영화 ‘판도라’를 언급하면서 “영화 ‘판도라’를 생각하면 공포가 진정으로 과학을 집어삼킨 것 같다”라며 “그로 인해 생겼던 신한울 3·4호기, 신고리 5·6호기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들이 지금까지도 대한민국 사회를 강타하고 있다”라는 지적을 했다. 민주당 중진의원으로서 문재인 정부 탈원전 정책의 발단으로 평가받는 영화 ‘판도라’에 대해 부정적 언급을 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6년 12월, 부산에서 영화 ‘판도라’ 시사회에 참석한 후 무대에 올라 “세계에서 가장 심하게 원전이 밀집된 고리지역 반경 30㎞ 이내에는 340만명이 살고 있어 만에 하나 원전사고가 발생한다면 최악의 재난이 될 것”이라며 “판도라 뚜껑을 열지 말아야 할 것이 아니라 판도라 상자 자체를 치워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국회 과방위 소속의 한 국민의힘 의원은 “과방위 소속 민주당 의원 중에는 과방위원장으로 있는 이원욱 의원이 탈원전에 전향적 입장이고, 민주당 과방위 간사로 있는 조승래 의원도 비교적 전향적”이라며 “민주당 내 계파에 따라 분위기가 좀 다른 것 같은데 ‘정세균계’가 원자력에 대해 좀 긍정적이고, 조승래 의원은 과학기술 집성촌인 대전 유성구갑을 지역구로 하다 보니 그리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조승래 의원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 비서실장 출신으로 ‘안희정계’로 분류됐는데, 지난 5월 11일 대권 도전을 선언한 양승조 충남지사 지지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진다.
   
   ‘원조 친노(親盧)’로 최근 차기 대권 도전의사를 밝힌 이광재 의원(3선)도 ‘혁신형 SMR 국회 포럼’에 참석하고 있는데 역시 탈원전 정책에 비교적 유연한 입장으로 알려진다. 이광재 의원은 지난 4월 8일 이미경 환경재단 대표와 나눈 ‘미래대담’에서 “일부에서는 풍력이나 태양광 같은 자연에너지는 땅도 많이 차지하고 효율이 좀 떨어지니까 새로운 에너지 생산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라며 “가령 빌 게이츠 같은 경우에는 소형 모듈 원자로(SMR) 같은 대안을 이야기한다”며 SMR에 대한 관심을 표시했다.
   
   
   ‘원조 친노’ 이광재도 SMR에 관심
   
   원자력 학계의 한 원로교수는 “민주당 유동수 의원도 지나가는 말로 ‘원자력이 필요하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인천 계양구갑을 지역구로 하는 유동수 의원(재선)은 송영길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는데,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의 ‘2050 탄소중립’ 선언 직후, “우리는 탈원전이 어려운 나라”라며 “탈원전 네이밍(명칭) 자체도 잘못됐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한국원자력산업협회(KAIF)의 한 고위 관계자는 “SMR도 원전의 일종이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SMR과 ‘탈원전’을 분리해서 접근하는 경향이 강하다”라며 “정작 SMR을 찬성하는 의원들조차 ‘탈원전’에 관해서 언급하면 깜짝 놀란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들을 종합하면, ‘탈원전’에 대한 민주당 의원들의 언급이 과거에 비해 조금 자유로워진 것은 사실로 보인다. 원자력 업계의 한 관계자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태 때 양이원영 의원이 모친 땅투기 의혹으로 도덕성에 흠결이 간 직후부터 탈원전 성역이 깨어지기 시작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양이원영 의원(비례)은 환경운동연합 탈핵운동가 출신으로 ‘핵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 공동집행위원장을 지낸 탈핵 진영의 상징적 인사다. 원자력 시민운동을 하는 한 인사는 “송영길 의원이 민주당 대표가 된 것을 보면 민주당 국회의원들 사이에 탈원전 반대 커밍아웃이 시작될 듯하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이 같은 움직임은 문재인 정부의 대선공약이었던 ‘한전공대’ 설립이 계속 논란을 일으키는 상황에서 전기요금 인상 등 ‘탈원전 청구서’가 날아올 즈음이면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현행 전기요금은 2013년 이후 그대로인데, 지난 1월부터 연료비 연동제를 시행하면서 요금인상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커진 상태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선임연구원 출신의 국민의힘 김영식 의원은 “대한민국의 원자력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인데 답답해 죽겠다”며 “아무래도 문재인 정부가 망하는 길은 부동산과 탈원전이 될 것 같다”라고 했다.
   

   SMR은 무엇인가?
   차세대 첨단 원전… 미·러·중서 70여종 개발 중
   
▲ 두산중공업이 참여하는 미국 뉴스케일사의 SMR 플랜트 가상조감도. photo 두산중공업

   SMR은 ‘소형 모듈 원자로(Small Modular Reactor)’의 약칭이다.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지목한 차세대 첨단 원전으로, 10년 후 세계 원자력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되는 발전 방식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가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주목한 기술이기도 하다.
   
   SMR은 원자로와 증기발생기, 냉각재 펌프, 가압기 등 주요 기기를 하나의 용기에 일체화한 원자로로 공장 제작, 현장 조립이 가능하다. 소형이라는 특성을 이용해 신재생에너지와 연계한 분산형 전원 구축에 적합하다. 수소 생산, 해수담수화 등 전력 생산 이외의 산업에도 다양하게 접목할 수 있다. “대규모 전력망을 구축할 필요가 없어 중동처럼 사막 속에 도시들이 띄엄띄엄 있는 곳이나 섬과 같은 곳에 적합하다”는 것이 강재열 한국원자력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의 설명이다.
   
   게다가 저렴한 건설비로 투자리스크가 적어 원자력 발전 분야의 세계적 트렌드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임채영 한국원자력연구원 혁신원자력시스템연구소장에 따르면, 세계 노후 상용원전은 상당수(48기)가 500㎿급 이하로, 전기출력 300㎿ 이하의 전력을 생산하는 SMR이 노후 상용원전을 대체할 원전으로 시장에서 큰 잠재력을 가진다고 한다. 영국 국립원자력연구소는 오는 2035년까지 65~85GWe(1GWe는 원전 1기 설비용량)의 SMR이 건설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현재 미국, 러시아, 중국 등에서 70여종의 SMR을 개발 중이다.
   
   한국도 지난해 12월 28일, 정세균 당시 국무총리 주재로 제9차 원자력진흥위원회에서 혁신형 SMR 개발을 공식화한 바 있다. 국내에서는 두산중공업이 미국 뉴스케일사(社)의 SMR 사업에 주요 기기 공급사로 참여하고 있다. 두산중공업 측은 “뉴스케일사를 통해 미국 및 세계시장에서 최소 13억달러(약 1조4700억원) 규모의 SMR 주요 기자재를 공급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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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호랑이의 해 정장열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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