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동남권 메가시티 구축전략’ 보고에 참석한 송철호 울산시장(오른쪽)과 김경수 경남지사(가운데). ⓒphoto 연합
지난 2월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동남권 메가시티 구축전략’ 보고에 참석한 송철호 울산시장(오른쪽)과 김경수 경남지사(가운데). ⓒphoto 연합

1년 앞으로 다가온 2022년 6월 1일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울산과 경남 등 PK 지역의 광범위한 민심이반이 여론조사 결과 확인됐다. 주간조선과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모노리서치가 지난 5월 23일부터 25일까지 4·7 보궐선거로 지자체장이 교체된 부산광역시를 제외한 울산광역시와 경상남도 주민 각각 10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울산시 응답자의 65.1%와 경남도 응답자의 66.8%가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특히 울산과 경남 응답자의 각각 46.7%와 50.6%는 집권 5년 차에 접어든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에 대해서 ‘매우 잘못하고 있는 편’이라고 응답했다. ‘잘하고 있는 편이다’와 ‘매우 잘하고 있는 편이다’ 등 긍정적으로 응답한 사람은 울산이 29.6%, 경남이 28.7%에 불과했다. 울산과 경남에서 모두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도 30% 선이 무너진 것이다.

이들 지역에선 민주당 소속 현역 지자체장에 대한 교체 여론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송철호 울산시장과 김경수 경남지사가 다시 출마할 경우 지지하지 않겠다는 여론이 모두 과반을 넘겼다. 지난 4·7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 박형준 현 부산시장이 김영춘 당시 민주당 후보를 30%포인트 가까운 표차로 누르고 새로 부산시장에 선출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른바 ‘부울경’ PK 지역 전반에서 민심이반이 확인된 셈이다.

이번 여론조사는 울산과 경남을 나누어서 실시했고, 휴대전화 가상번호(울산 72.1%, 경남 75.2%)와 유선전화 RDD를 섞은 ARS 방식으로 진행했다.(2021년 4월 행안부 인구 기준, 셀가중 적용) 표본오차는 두 지역 모두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는 ±3.1%포인트다. 응답률은 울산은 5.2%, 경남은 4%다.

울산·경남, 선호 정당 국민의힘

내년 3월 대선과 6월 지방선거에서 자당 소속 지자체장이 있는 울산과 경남을 교두보로 삼아 양대 선거를 치르려고 한 민주당의 선거전략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여권은 지난 5월 23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열린 고(故) 노무현 대통령 12주기 기념식에 김부겸 신임 국무총리와 송영길 민주당 대표를 비롯해, 대선주자로 꼽히는 이낙연 전 대표와 정세균 전 총리 등이 총출동하는 등 세(勢)를 과시했다.

하지만 울산과 경남 주민들은 정당선호도를 묻는 질문에서도 민주당이 아닌 국민의힘을 선호한다고 응답했다. ‘현재 지지하거나 조금이라도 호감이 더 가는 정당이 어디냐’고 묻는 질문에 울산 지역 응답자는 41.9%가 국민의힘이라고 답했고, 경남 지역 응답자는 46.9%가 국민의힘을 꼽았다. 울산과 경남 지역 응답자 중에서 민주당을 지지한다고 밝힌 응답자는 각각 24.6%와 24.5%에 그쳤다.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인 민주당에 대한 울산과 경남 지역의 민심이반은 세대별로도 확인됐다. 울산에서는 만 18세 이상 20대라고 밝힌 응답자 중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해 부정적으로 답한 비율이 71.8%에 달했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부정평가가 전통적인 보수층으로 분류되는 60대 이상(76.4%) 다음으로 높은 것이다.

심지어 울산에 거주하는 20대(만 18세 이상 포함) 응답자 중 민주당을 지지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15.7%로 60대 이상(17.4%)보다도 더 낮았다. 반면 울산에 사는 20대(만 18세 이상 포함) 응답자 중 국민의힘을 지지한다고 밝힌 비율은 41.5%로 60대 이상(52.3%) 다음으로 높았다.

경남에서는 50대 응답자 중 73.9%가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전통적 보수층으로 분류되는 60대 이상(76%) 다음으로 높은 수치였다.

반대로 40대 울산 지역 응답자들은 42.6%가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울산 지역 전체 긍정평가(29.6%)를 월등히 웃도는 수치다. 경남 지역 40대 응답자들 역시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비율이 41.5%에 달했다. 40대 응답자 중에서는 현재 지지하는 정당으로 민주당을 꼽은 사람들도 울산 35.1%와 경남 36.6%에 달했다. 울산과 경남 모두 만 18세 이상 전 연령대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가장 높은 세대는 40대였다. 문재인 정부를 뒷받침하는 최대 지지층이 40대임이 울산과 경남에서도 어김없이 증명된 것이다.

송철호·김경수 재선 경고등

내년 지방선거를 1년 앞두고 울산과 경남에서 숫자로 확인된 민심이반은 집권 5년 차를 맞아 하락세에 접어든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뿐만 아니라, 민주당 소속 현직 자치단체장이 각종 송사에 발목이 묶여 있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소속 송철호 울산시장과 김경수 경남지사는 각각 지난 지방선거 때 청와대 선거개입 사건, 지난 대선 때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으로 법원을 들락거리고 있다. 모두 문재인 대통령의 이름이 함께 오르내리는 사건들이다.

재판 지연에 따라 송철호 시장과 김경수 지사는 임기를 끝까지 마칠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만, 민주당에 대한 실망감이 지역민들의 여론에 적지 않게 반영되고 있다. 실제로 ‘현직 시장과 도지사가 내년 지방선거에 재출마할 경우 지지하겠느냐’는 질문에 울산과 경남의 응답자들은 각각 20%와 30.7%만 ‘지지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울산과 경남이 각각 61.9%와 55.1%로 모두 과반을 넘겼다.

모노리서치의 이민호 상무는 “송철호 시장은 후보적합도와 교체지수 모두 경고등이 들어왔고, 김경수 지사는 후보적합도는 높지만 다자대결 구도에서 나온 결과라서 아직 방심하기 이르다”라고 말했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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