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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정치
[2662호] 2021.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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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섭의 청년 유감]이준석 후배가 밝힌 “당대표 거머쥔 이준석의 영업기밀”

김재섭  국민의힘 전 최고위원·도봉갑 당협위원장  2021-06-11 오후 12:50:26

▲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주목받은 ‘이준석 현상’은 디지털 네이티브 정치인의 등장을 알리고 있다. 이준석 후보가 퇴근길 지하철 안에서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다. photo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진짜 이준석이 당대표가 되는 거야?”
   
   전당대회를 앞두고 하루에도 수십 번씩 받았던 질문이다. 의심 가득히 ‘이준석 돌풍’을 관망하던 사람들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준석 후보가 연일 압도적 1위를 차지하자 그 바람을 체감하기 시작했다. 이 글이 공개될 즈음이면 전당대회 결과는 나왔을 것이다. 이준석이 국민의힘의 당대표가 되든 되지 않든 ‘한때 스쳐가는 바람’이라 폄하하던 기성 정치인들도 ‘태풍’이 되어버린 이준석의 기세를 하나둘씩 수긍하기 시작했다. ‘버릇없고, 경험도 없다’던 30대 ‘0선 중진’이 우리 정치판을 흔들어 놨다. 정치권도 언론도 우리 정치사에 유례가 없던 기현상을 분석하느라 분주하다.
   
   
   ‘동네 형’ 이준석 관찰기
   
   정치권에서 이준석은 자연인을 넘어, 현상으로 다뤄지고 있다. 이준석 개인의 탁월함보다 그가 지니는 상징들이 우리 사회와 정치에 일정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세대교체, 격식의 파괴, 온라인 중심 선거, 2030세대의 지지율 등의 상징성이 그렇다. 실제로 이준석은 전당대회 선거기간 동안 우리 당에서 지켜온 상식과 관행들을 부쉈다. 참모를 두지 않고, 사무실도 없으며, 그 흔한 홍보 문자조차 보내지 않았다. 오직 방송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또한 그동안 국민의힘 대구경북 지역 당원들에게 쉬쉬해 왔던 박근혜 탄핵 찬성 발언을 정면으로 해버리는가 하면, 난데없이 전당대회 과정에 공정 이슈를 끌고 들어왔다. 그럼에도 지지율은 고공행진.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이준석 현상’을 분석하면서, 누군가는 그가 던진 공정과 젠더 문제에 우리 사회가 공감했기 때문이라고 하고, 어떤 사람은 그의 빼어난 인지도와 뛰어난 토론 스킬 때문이라고 하며, 혹자는 기성정치에 대한 반감과 세대교체에 대한 국민적 열망 때문이라고 한다. 각자가 일리 있는 분석이다. 하지만 가까운 거리에서 ‘동네 형’인 이준석을 바라봤던 내 관점에서, 이 모든 분석들은 이준석이라는 개인에 대한 이해가 결여된 ‘앙꼬 없는 찐빵’이다. ‘이준석 현상’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준석이라는 개인을 더 깊이 관찰해야 한다.
   
   이준석은 나보다 두 살이 많은 형이다. 이준석이 당협위원장으로 있는 노원병 지역구와 내가 있는 도봉갑 지역구는 바로 맞닿아 있다. 둘 모두 국민의힘 험지로 불리는 지역이며, 지난해 21대 총선에서 둘 다 나란히 낙선했다. 이준석은 2012년 박근혜 체제에서 김종인 위원장과 비대위원을 시작했고, 나는 2021년 김종인 체제의 비대위원으로 중앙 정치에 입문했다. 가까운 지역에 살며, 비슷한 나이와 유사한 이력으로 정치를 하는 까닭에 가까워질 기회도 많았다. 이준석의 추천으로 방송에도 한동안 함께 출연했다. 그러면서 ‘이준석 현상’이 있기 전에도 정치 선배인 이준석을 보고 배울 기회가 많았다. 드러난 현상에만 집중하는 세간의 분석보다 훨씬 근본적이고 개인적인 차원에서 이준석 돌풍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
   
   
photo 이준석 인스타그램

   디지털 언어와 장비 원어민처럼 구사
   
   ‘이준석 현상’을 제대로 짚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그가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를 이끄는 정치인이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디지털 네이티브란, 디지털 언어와 장비를 마치 특정 언어의 원어민처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1980년대 중반 이후 출생자들을 일컫는다. 미국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1985년생 이준석은 그런 점에서 그 스스로가 ‘진성’ 디지털 네이티브다. 이준석은 실제로 서비스 극초창기부터 페이스북을 이용했으며, 코딩 실력도 뛰어나다. 법조인, 대기업 임원, 사회운동가, 기타 전문직 출신이 주류를 이루는 기성 정치인들과 정치적 DNA가 다르다는 의미다. 그렇다보니 온라인 정치 공간에서 이준석의 영향력은 대단히 크다. 이준석은 정치인 중 가장 많은 소셜미디어 팔로어를 보유하면서 주당 15회를 넘나드는 살인적인 방송 및 유튜브 촬영 스케줄을 소화한다. 그가 온라인의 제왕으로,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 선거 국면을 주도해 나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사실 정치활동의 기반이 소셜미디어로 옮겨진 것은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요즘 정치인들의 절대다수는 소셜미디어를 이용하고, 전통 언론매체 역시 이를 활용하여 기사를 작성한다. 하지만 이들 정치인 중에서도 조직화된 지지자 그룹을 확보하는 사람은 극히 일부다. 강력한 팬덤문화를 가진 ‘문파’의 지지를 받는 문재인 대통령, ‘손가락 혁명군’이라는 이름의 지지자가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대표적이다. 이처럼 소셜미디어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강한 팬덤층이 형성되는 경우가 진보진영에서는 더러 있었지만, 보수진영에서는 이준석이 처음이다. 무엇보다 온라인 공간에서 가장 활동적인 2030세대가 팬덤의 주요 구성원이라는 점에서, 이전과는 다르게 훨씬 유행에 민감하고 열성적이다. 코로나19 국면으로 오프라인 선거가 극도로 제한되는 지금, 이준석은 모든 시합을 홈그라운드에서 치르는 형국이다.
   
   
▲ 김재섭 도봉갑 당협위원장(오른쪽)과 함께 포즈를 취한 이준석 후보. photo 김재섭

   그의 글에는 제목이 없다
   
   가까이서 지켜본 바에 의하면, 이준석이 디지털 네이티브로서 정치적 어젠다를 주도해가는 방식은 크게 3단계로 이뤄진다. 우선,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실시간으로 주요 이슈들을 파악한다. 다음으로 온라인 공간에서 등장하는 각종 이슈들을 정치적 어젠다로 세련되게 구체화한다. 마지막으로 해당 어젠다를 공론화해 다양한 온·오프라인 플랫폼을 통해 많은 지지자들을 결집한다. 소위 ‘조중동’을 통해 아침(조간)과 저녁(석간)에 정치 현안을 살펴, 보도자료를 내거나 세미나를 열어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기성 정치인들과는 이슈에 대응하는 메커니즘 자체가 다르다. 당연히 속도와 내용 면에서 천양지차다.
   
   각 단계를 하나하나 살펴보자. 우선 이준석은 기성 주요 언론매체에 등장하는 이슈 이외에도, 온라인 공간에서 분출되는 각종 현안들을 유심히 관찰한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어떤 키워드들이 커뮤니티를 장악하고 있는지, 어떤 기사나 글이 온라인에서 호응을 얻고 있는지를 시시각각 파악한다. 날것의 언어로 가감 없는 토론이 이루어지는 소셜미디어도 자주 확인한다. 많은 소셜미디어 팔로어를 보유하고 있는 까닭에 팬들을 통해 특급 ‘제보’들을 받는다. 그리고 이준석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소음’을 걸러내 ‘신호’를 찾아 그것을 명료한 의제로 만든다. 온라인 공간을 장악하고 있는 사람들이 2030세대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이준석이 2030세대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정치·사회적 어젠다에 대해 때맞추어 적확하게 메시지를 내는 것은 당연하다.
   
   다음으로 다양한 현안들을 정치적 어젠다로 공론화하는 과정도 특이하다. 이준석은 인플루언서로서 여러 소셜미디어 매체를 통해 의제를 빠르게 전파한다. 무릇 정치인의 소셜미디어에는 각종 행사에 참여한 사진, 보좌진이 작성한 보도자료 배포, 본인이 패널로 출연한 방송을 예고하는 ‘공지 게시판’ 형태가 돼야 자연스럽다. 그보다 발전된 형태라고 해봐야 ‘제목’이 붙어 있는 장문의 ‘지식 과시형’ 글이다. 하지만 이준석의 페이스북을 관심 있게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이준석은 게시글에 절대 제목을 달지 않는다. 그리고 대부분의 글이 대단히 짧고 명료하다. 글에는 문제의식을 온전히 담을 뿐 부차적인 설명을 극도로 자제한다. 이런 형태의 게시글 효과는 아주 강력한데 ‘제목’을 정하지 않으므로 해당 글이 유연하게 유통될 수 있도록 한다. 언론사 기자들은 상상력을 발휘하여 그의 글을 여기저기서 인용한다.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 명확한 ‘짧은 글’은 소셜미디어에서 여러 패러디를 만들어내는 부수적 효과도 있다. 그렇게 그가 설정한 정치적 의제는 빠르게 공론화된다.
   
   마지막으로 이준석은 지지자의 참여를 위한 플랫폼을 만들어 공론화된 의제에 더욱 불을 붙인다. 대개 온라인 공간에서의 정치적 참여라고 하면 특정 상징물이나 특정 문구를 게시하는 데 그친다. 그러나 이준석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다르다. 실제로 정치에 참여하여, 정치를 직접 바꾸고자 한다. 이준석의 정치적 지향점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이준석이 내세우는 어떤 특정 어젠다에 동의한다면 그 플랫폼에서 그때그때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국민의힘 당원인지 여부도 전혀 중요하지 않다. 이준석은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플랫폼을 만들고, 그 공간은 ‘공정한 경쟁’을 통해서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할 뿐이다. 지난 재보궐선거 기간에 그 플랫폼은 오세훈의 ‘유세차’였다. 이번 전당대회에서는 ‘온라인 당원모집’ ‘공개 청원’ ‘후원금 모집’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지지자들의 참여와 결집을 이끌었다.
   
   구체적 사례를 소개하자면 이렇다. 지난 5월 16일 모 언론사에서 진행한 당대표 후보자 여론조사 결과에서 이준석이 1위라는 소문이 돌았다. 마침 그날 저녁에 이준석과 식사 약속이 있던 터라, 결과 발표에 그의 반응이 어떨지 적잖이 궁금했다. 한창 밥을 먹는데 결과가 공표됐다. 이준석은 태블릿을 꺼내 구체적인 수치를 확인하고 곧바로 ‘이슈링크’에 접속했다. ‘이슈링크’는 뉴스나 각종 커뮤니티 등에서 시간대별로 가장 인기 있는 태그나 게시글이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는 웹사이트다. 당연히 거의 모든 커뮤니티에서 ‘이준석’ 키워드가 1위였다. 그리고 ‘짤’(익살스러운 이미지)과 함께 여론조사 결과에 대한 자신의 짧은 논평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적었다.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커뮤니티는 곧장 들끓기 시작했다.
   
   
   지지율 1위 발표 후 온라인서 한 작업
   
   이준석의 ‘짤’과 게시글은 다양한 커뮤니티에서 재생산되었고, 아주 한참 동안이나 이준석 관련 글과 태그는 1위 자리를 지켰다. 이어서 주요 언론사에서도 이준석의 논평을 기사화하기 시작했다. 그 상태는 다시 선순환을 일으켜 온라인 공간에서 이준석의 인지도와 영향력을 더욱 확대했고, 그것은 이어지는 여론조사의 결과로 고스란히 나타났다. 거기에 본인이 그전부터 참여했던 공중파의 TV 방송이나 라디오 방송,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효과적으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2030세대의 온라인 당원 가입이 쇄도하고, 1억원 이상의 후원액이 사흘 만에 마감됐으며, 지지율 격차는 더 벌어졌다. 이것이 내가 본 이준석의 정치 방식이고, 이준석 현상의 본질이다.
   
   그 어느 때보다 정치권의 세대교체에 대한 국민의 열망이 뜨겁다. 하지만 ‘이준석 현상’은 세대교체 그 이상을 시사한다. 정치의 양식이 바뀌고 있고, 정치참여의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있다. 변화의 맥을 제대로 짚어야 우리 정치도 발전한다. 그 진단 과정에서 이준석의 ‘영업기밀’을 너무 많이 공개한 것은 아닌가 하는 염려도 있다. 하지만 ‘이준석 현상’이 제대로 이해되어, 그의 전략이 여의도의 교범이 되고 우리 정치가 조금이라도 발전한다면 그도 보람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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