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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62호] 2021.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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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이준석 버스’ 올라 탄 2030 스윙보터의 파워

김회권  기자 khg@chosun.com 2021-06-11 오후 4:55:45

▲ 지난 5월 28일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에 출마해 예비경선을 통과한 이준석 후보가 젊은 야구팬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photo 김동환 조선일보 기자
그들의 적극적 자세를 보여주는 ‘징후’는 이미 있었다. 지난 4월 7일에 치른 서울시장 재보궐선거는 느슨한 이들끼리 모여 만든 강고한 동맹이었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당선을 이끈 건 10대 일부를 포함한 ‘젊은 세대의 이탈’이었다. 이탈은 상당히 능동적이었다. 왜냐면 짧은 시간에 이루어진 반대편으로의 전환이었기 때문이다.
   
   이 젊은 세대는 전직 대통령이었던 박근혜 탄핵을 이끌어내기 위해 촛불을 들었고,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는 과정, 그리고 들어선 이후에도 지지를 보냈던 집단이었다. 현 정부 들어 치러진 전국 단위 선거(2018년 지방선거·2020년 총선)에서 든든한 지지층이 됐던 세대가 이탈하면서 민주당의 지지층은 40대만 고립된 채 남게 됐다.
   
   재보궐선거가 끝난 뒤 20대는 정치권의 요주의 대상이 됐다. 이들 세대는 지금 선거를 좌우할 스윙보터(swing voter·특정 정당 충성도가 낮은 유권자)로 대접받는다. 정당 입장에서는 스윙보터인 젊은 세대와 어떻게든 관계를 풀어야 했다.
   
   스윙보터들은 무르다는 게 정설이었다. 중간 지대에 위치한 이들은 진보개혁 진영이 잘하면 그들에게 표를 줬고 그렇지 않으면 아예 투표장에 가지 않고 기권하는 선택을 해왔다. 정치불신이 크고, 대세에 영향을 많이 받으며 자신의 이해관계를 우선시하는 층으로 이해됐다.
   
   
   “20대? 자신들의 힘 과시한 것”
   
   비록 수동적일지라도 스윙보터의 선택은 선거 승패를 가르는 필요조건이 될 때가 있다. 2002년 16대 대선에서 투표장으로 적극적으로 나간 스윙보터는 새천년민주당 노무현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 20대에서 67.6%를 얻은 노 후보는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를 2.3%포인트 차이로 이기고 당선됐다. 선거관리위원회가 이후 발표한 자료를 보면 16대 대선 연령별 투표율에서 20대 전반은 63.1%, 20대 후반은 51.9%로 다른 선거들과 비교해 사뭇 높았다. 반면 5년 뒤 벌어진 2007년 대선에서는 대세를 읽은 듯 투표장으로 가지 않았던 집단이었다. 같은 세대의 투표율이 5년 전과 비교(55.6%, 39.9%)해서 큰 폭으로 떨어졌다. 그들의 기권은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후보가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를 상대로 22.6%포인트 차 압승을 거두는 한 요소가 됐다.
   
   4·7 재보궐선거는 과거의 양태와 달랐다. 스윙보터는 진보개혁 진영에 표를 주지 않을 거면 보통 투표장에 가지 않는 소극적 방법을 썼지만 이번에는 보수 후보에 몰표를 던지며 민주당 응징이라는 적극적인 방법을 구사했다. 1년 전 총선과 비교하면 드라마틱한 변화다.
   
   표심의 좌우횡단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20대 남자들의 보수화로 설명하는 경향이 있다. 쉬운 해석이지만 극적 변화를 설명하기에는 ‘보수화’라는 세 글자로 부족하다. 이들은 자신들이 올라탈 버스를 찾기 시작했다. 가려는 방향이 맞으면 올라타서 함께 가는 거고 잘못된 방향으로 간다면 우르르 내리는 식이다.
   
   프레임 이론으로 잘 알려진 조지 레이코프 버클리대 교수는 이런 스윙보터들을 이념으로 분류하지 않는다. 이념적 좌표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들이 아니라서다. 보수와 진보 사이 중간의 어딘가에 존재하는 이데올로기 소유자가 아니라 사안에 따라 이쪽저쪽을 번갈아 오갈 뿐이라고 설명한다. 이런 오고 감을 적극적으로 구사할수록 정치적으로는 실용적인 집단이라고 평가받을 수 있다.
   
   지금 스윙보터로 평가받는 20대가 가진 특성이 이렇다. 그들이 세력화해서 만들어낸 몰표일 리는 없지만 개인의 선택이 각종 채널을 통해 뭉근히 만들어낸 결과다. 승리의 경험은 실용적 투표가 갖는 위력을 증명했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20대 민심이 특정 정당 지지로 고착될 가능성은 없다”며 “재보궐선거는 20대들이 국민의힘을 지지한 것이 아니고 자신들의 힘을 과시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 정치권은 지금 스윙보터인 2030세대의 표심 잡기에 한창이다. 지난 5월 25일 서울 영등포구 ‘무중력지대 영등포’에서 열린 ‘서울·부산 청년과의 간담회’에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photo 국회사진기자단

   여론이 만든 0선·초선 단일화
   
   성격이 전혀 다른 스윙보터들은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으로 활동반경을 넓혔다. 그렇게 이준석 바람이 불었다. 여론의 흐름을 따라가 보자. 이들 스윙보터들은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주시했다. 바탕에는 민주당에 대한 지독한 비토가 존재한다. 과거 보수에 표를 던져줄 바에야 기권했던 수동적 스윙보터들은 이제 그 비토 정서를 바탕으로 보수에 표를 던져주는 걸 우선순위로 삼는다. 그렇다고 기득권을 유지하며 변하지 않는 보수 정당이 투표의 대상은 아니다. 재보궐선거가 치러지기 직전까지 시장 후보는 앞서 나가도 정당지지도는 민주당에 뒤지던 게 국민의힘이었다.
   
   초선인 김웅 의원에게 변화를 기대하던 표심은 2030 여론을 대변하는 이준석이 ‘후보’로 등장하자 출렁거렸다. 일단 후보등록 전 여론조사들을 보자. 몇몇 조사에서 이준석은 등장과 함께 지지율 두 번째 위치까지 치달았다. 그리고는 이내 나경원 전 원내대표를 근사한 차이로 이기는 조사들이 출현하기 시작했다. 지난 5월 28일 열린 국민의힘 예비경선에서 이준석은 41%로 1위를 차지했다. 차점자인 나 전 대표는 29%를 얻었다. 당원 선거인단 50%·일반 국민 50%를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였다. 당원 조사에서는 이준석(31%)이 나 전 대표(32%)에게 뒤졌지만 일반 국민 조사에서는 51%를 얻으며 다른 후보들을 압도했다. 컷오프를 통과한 5명의 후보(이준석·나경원·주호영·홍문표·조경태)의 지지율을 합하면 94%다. 탈락한 초선 김웅·김은혜 의원의 지지세가 극히 미미했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다르게 보면 지지를 나누기보다는 이준석에게 몰아줬다는 뜻도 된다.
   
   예비경선이 끝나고 실시된 여론조사는 이준석을 밀었던 집단의 단면을 살짝 보여준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예비경선이 끝난 직후인 5월 28~29일 이틀간 실시한 조사에서 이준석은 39.8%로 1위를 차지했다. 모든 연령대에서 이 젊은 정치인은 다른 후보들보다 앞섰지만 특히 만 18~29세에서는 절반에 가까운 47.3%가 몰표를 던졌다. 지역적으로도 서울(45.3%), 대전·세종·충청(41.8%) 등에서, 이념적으로는 중도층(45.8%)에서 평균 지지율보다 높은 숫자를 얻었다. 모두 정치색이 옅어 스윙보터로 분류되는 집단들이다.
   
   ‘쿠키뉴스·한길리서치’의 조사는 추세에서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다. 5월 22일 8명의 후보를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와 5월 28일 컷오프를 통과한 5명의 후보를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가 비교 대상이다. 다른 후보들은 6일 사이에 지지율 변화가 크게 없었지만 오직 이준석의 지지율은 12.5%가 올랐다. 22일 조사에서 컷오프에서 탈락한 후보들의 지지율 합계가 13.2%였으니 오롯이 이를 흡수한 셈이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대표의 해석은 이랬다. “이준석과 함께 세대교체 바람을 일으켰던 김웅·김은혜 의원 지지가 대부분 이준석 쪽으로 돌아서면서 사실상 국민이 이들을 단일화시켰다. 이준석이 중진을 압도했던 현상은 재보궐선거 이후 국민의힘이 당 개혁이나 혁신 대신 당의 기득권을 강화하는 자강(自強)에 대한 민심의 심판이라 할 수 있다.”
   
   스윙보터들의 실용주의를 여의도 정치권은 읽어내지 못했다. 그걸 캐치하고 동의하며 같은 눈높이로 해석하고 정치권 내의 이슈로 치환한 건 36세의 젊은 정치인이었다. 표심의 향방은 뜻 그대로 마음이 움직이는 방향이다. 이준석은 국민의힘이 젊은 세대의 분노를 흡수할 수 있는 대안이 되려면 트렌디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당이 트렌디하게 바뀌어야 한다. 세대별로 이슈가 되는 걸 잘 캐치하고 거기에 맞는 대안을 내야 한다”는 게 그가 생각하는 정당의 방향성이다.
   
   이미 이준석은 재보궐선거에서 청년층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그리고 기성세대가 간과하는 것 등을 선거 캠프로 끌고 들어왔고 표심을 움직였다. 여성혐오라는 비판도 받았지만 그가 젠더 문제에 천착했던 건 그 세대 유권자가 필요해서다. 할당제 폐지처럼 능력주의 담론을 끌고 들어온 것 역시 표심의 방향성과 맞닿아 있다. ‘공정’이란 화두가 떠오른 지금, ‘배경’의 대척점에 있는 ‘능력’이란 단어는 이미 긍정적 이미지를 형성했다. 국민의힘 수도권 당협 위원장의 얘기다.
   
   “청년분과 간담회 등에 참석해 20대 참석자와 이야기를 할 기회가 더러 있었다. 때로는 토론 형식을 빌리기도 했다. 그때 느낀 점 중 하나가 개인의 능력으로 얻은 성취에 대해서는 절대적으로 신뢰하는 20대가 많았다. 40대인 나도 성취를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훨씬 그 정도가 강해서 처음에는 이야기를 나누면서 당황했던 적이 있다.” 능력주의로 하자는 건 정치권에서 그 누구도 말하지 않던 파격이다.
   
   
   역대급 투표율로 보여준 구심력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당대표 후보가 발휘하는 인력보다 쇄신을 요구하는 스윙보터들의 구심력이 더 크게 작동하는 장소다. 이준석이란 정치인은 그들이 올라탄 버스였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준석의 지지율은 시간이 흐를수록 스노볼처럼 커졌는데 스윙보터가 중심이 된 민심이 당심을 견인하고 있다는 분석은 유효했다. 한 친박계 인사는 “이준석이 치고 나가면서 당심하고 민심이 따로 논다는 결과가 나오면 큰일 나겠다는 위기감이 당원들 사이에 생겼다. 민심하고 당심이 다르게 나오면 ‘그러면 그렇지’라고 하며 순식간에 나가떨어질 수 있다는 역컨벤션 효과가 날 수도 있다. 여기에 젊은 층 표까지 떨어져 나가면 당이 굉장히 힘들어질 것 같다는 우려가 많더라”고 말했다.
   
   당심의 긴장감은 6월 7~8일 이틀간 국민의힘 당원 선거인단을 대상으로 한 모바일 투표의 흥행이 보여줬다. 이날 36.16%라는 최고 투표율을 기록했는데 ARS 투표를 진행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미 친박계와 비박계 후보가 나섰던 서청원·김무성 매치 때의 31.7% 투표율을 훌쩍 뛰어넘었다. 당 관계자는 민심이 견인한 결과로 해석했다. “중진들의 조직 동원도 있지만 계파 갈등이 극에 달했던 때보다 오히려 더 높은 투표율이 나왔다. 이준석 바람이 세게 불었기 때문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쇄신을 요구하는 현상을 만들어낸 건 결국 민심이었다. 모처럼 불어온 바람을 정치권의 체질 변화로 연결시키는 건 이제 새로 들어선 국민의힘 지도부의 실력에 달렸다. 만약 실력 미달로 판명되면 또 다른 버스를 찾아 떠나버리는 게 지금의 스윙보터다. 그들의 징벌적 투표가 민주당에만 향하란 법이 없다는 건 여야 모두에 안겨진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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