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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정치
[2662호] 2021.06.14

경기도 기초단체장 ‘反이재명’ 전선?

이성진  기자 reveal@chosun.com 2021-06-15 오후 12:55:23

▲ 지난 6월 8일 경기도 기초자치단체장들과 정세균 전 총리(앞줄 왼쪽에서 네 번째), 이광재 의원(앞줄 왼쪽에서 여섯 번째)이 비공개 간담회를 마친 후 함께 기념 촬영을 했다. photo 이광재 민주당 의원
지난 6월 8일 오전 7시30분 서울 여의도 CCMM 빌딩 12층에선 이례적인 비공개 간담회가 열렸다. ‘정세균 이광재와 묻고 답하는 경기도 기초단체장과 간담회’. 경기도 내 더불어민주당 출신 기초자치단체장 17명이 여권의 대권주자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이광재 민주당 의원을 동시에 초청해 최근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현재 경기도 기초자치단체장 중 민주당 출신은 모두 29명이다. 참석자들 말에 따르면 간담회는 약 2시간 동안 이뤄졌고 단체장들과 정 전 총리, 이 의원은 서로 질의응답을 주고받으며 각자의 소신을 서슴없이 밝혔다고 한다. 이들은 수도권 발전과 민주당 혁신 등을 논의하기 위해 간담회 자리를 가졌다곤 하지만, 정작 경기도 광역단체장이자 여권에서 대권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이재명 지사를 배제했다는 점에서 이 모임에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는 시선이 적지 않다.
   
   이날 모임을 주도한 건 조광한 남양주시장과 서철모 화성시장이다. 자리에는 이 둘을 포함해 고양·과천·광명·광주·부천·성남·수원·안산·안양·여주·용인·의왕·이천·파주·하남 시장 등이 참석했다. 이 중엔 과거 이 지사와 대립각을 세운 이들도 적지 않았다. 모임을 기획한 조 시장만 해도 지난해 ‘경기도형 재난기본소득 사업’ 추진 당시 재난기본소득을 이 지사의 역점 정책인 지역화폐가 아닌 현금으로 지급하면서 이 지사와 적지 않은 갈등을 빚었다. 장덕천 부천시장도 당시 지역화폐 지급 방식에 반대한 바 있다.
   
   염태영 수원시장의 경우 인구 100만명 이상인 수원 등의 대도시에 ‘특례시’ 명칭을 사용하는 것을 두고 이 지사와 이견을 보였고, 은수미 성남시장은 2018년 지방선거 과정에서 이 지사와 함께 ‘조폭 유착 의혹’으로 수사를 받으며 거리가 멀어졌다. 조 시장은 주간조선과의 통화에서 “부득이한 사정이 있거나 이재명 지사를 지지하는 단체장들을 제외하곤 이날 모두 참석했다”며 “경기도 내 민주당 소속 기초자치단체장 29명 중 이 지사를 지지하는 사람은 실질적으로 2~3명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곽상욱 오산시장, 안병용 의정부시장, 한대희 군포시장 등이 그가 말하는 친(親)이재명계 단체장이다. 한대희 군포시장의 경우 당 밖에서 이 지사를 지원하는 이해찬 전 대표와의 개인적 친분이 이 지사 지원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지지하는 단체장 2~3명에 불과”
   
   이날 간담회엔 초청인사 면면을 봤을 때 정치적 해석을 불러일으킬 소지들이 다분했을 뿐 아니라 다뤄진 내용도 이 지사를 겨냥하는 것이 많았다고 한다. 이 지사의 역점 정책인 기본소득 정책도 논의 주제 중 하나였다. 간담회 한 참석자는 “기초자치단체장들이 현장에서 직접 도의 기본소득 정책을 시행하면서 느낀 우려점들을 함께 공유했다”며 “재원조달 방안 등 구체화하거나 개선할 부분이 많았다는 이야기가 오고 갔다”라고 말했다. 정세균 전 총리가 지난 5월 밝힌 “기본소득은 가성비가 너무 낮고 우리 시대 최대의 과제인 불평등 해소에 도움이 안 된다. 민주당의 당론이 될 수 없다”는 주장에 어느 정도 공감했다는 이야기다.
   
   정 전 총리가 일찍이 개헌 방향 중 하나로 제시한 ‘중앙정부·지방정부 간 수직적 분권’도 이날 간담회에서 다뤄졌다. 조광한 시장은 “지방정부가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로 이원화된 구조에 대한 비판이 있었다. 경기도 등의 광역자치단체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사이에 껴들면서 소통, 행정의 효율성을 저해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행정력 낭비다. 지난 3년간 이 지사의 경기도가 해온 일을 반추하면 더욱 그렇다”며 “개헌으로 경기도 같은 광역단체를 없애 지방정부를 일원화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정 전 총리와 이광재 의원은 이와 관련해 6월 말 자치분권 실현 방안 논의 자리를 한 번 더 마련하겠다는 계획도 이날 간담회에서 세웠다. 또 이재명 지사가 꺼리는 경선연기론과 정 전 총리의 대권 출마 공식화까지 이날 거론됐다는 것이 참석자들의 설명이다.
   
   경기도 안팎에선 경기도 기초자치단체장들의 이 같은 움직임이 경기도의회에서 비롯됐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도의회에선 반(反)이재명 전선까지는 아니더라도 물밑에서부터 이 지사를 반대하는 기류가 일찍부터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도의회 의원 142명 중 민주당 소속 의원은 132명이다. 전체 의원의 90%가 넘는 인원이 민주당 소속인 만큼 이 지사에 대한 지지세가 높을 것도 같지만 실상은 반대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 이 지사가 중앙정치와 달리 도의회 정치에 무관심한 점, 의원들과 소통이 부족한 점, 정책 집행 과정에서 보여온 강경함 등이 이유이다.
   
▲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5월 12일 전국 지지모임 민주평화광장 출범식에서 참석자들과 인사하는 모습. 모임 발기인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경기도의회 의원은 30여명에 불과하다. photo 뉴시스

   민주당 90%인 도의회의 지지도 불투명
   
   도의회 민주당 소속 한 의원은 “이 지사가 사실상 당내 비주류이다 보니 임기 초반만 해도 이 지사를 지지했던 의원은 극히 일부였다”며 “그것도 지역구 광역단체장이 재판을 앞두고 있으니 참고 도와주자는 동정론에서였다”라고 말했다. 야당의 한 의원은 “이 지사에게 반기를 들기 어려운 건 이 지사가 성남시장 시절 자신의 정책 등에 반대하는 이들에 대한 고소·고발을 서슴지 않았고, 지금의 이재명 대세론을 무시했다가 내년 대선 3개월 후에 실시되는 지방선거 공천에서 떨어질 거란 우려 등에서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7월 이 지사가 대법원으로부터 무죄 취지의 파기환송 선고를 받은 후에는 동정론마저 사라지면서 이 같은 분위기가 더욱 공고화됐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나마 이 지사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뤄지는 공간은 도의회 도정 질의에서다. 국회와 달리 도의회에선 민주당 의원들의 이 지사 정책 비판이 적지 않다. 회의록에 따르면 지난 4월 14일 351회 제2차 본회의에서만 해도 다음과 같은 질의가 이뤄졌다. “기본시리즈가 진짜 새로운 것입니까? 그 공정과 새로움을 우리 1380만 경기도민들, 이분들이 시간이 지난 이후에 5년 뒤에도 이 정책이, 10년 뒤에도 이 정책이 제대로 시행될 수 있을까요? 적어도 지금 보여지는 정책에는 허점과 빈틈이 너무 많습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지난 5월 출범한 이 지사의 전국 지지 모임인 ‘민주평화광장’에 대한 도의회 의원들의 참여율로도 이어졌다. 민주평화광장은 지난 5월 12일 출범했는데 민주당 소속 도의원 132명 중 모임 발기인 명단에 이름을 올린 사람은 30여명에 불과했다. 채 절반도 함께하지 않은 셈이다. 반면 같은 달 23일 출범한 이낙연 전 대표의 ‘신복지경기포럼’엔 이보다 많은 50명에 가까운 의원들이 이름을 올리며 이 지사 모임과 대비됐다.
   
   앞서의 민주당 의원은 “이 지사의 기본소득 정책을 지원하는 최배근 건국대 교수 강연에 70명에 가까운 경기도 의원들이 참석했지만 이들이 그대로 지지 모임으로 들어가진 않았다”라고 말했다. 겉으로 나타나는 지지율과 다르게 당과 경기도 안팎에서 이 지사를 바라보는 시선은 그렇게 호의적이지 않다는 이야기다. 여기엔 이 지사가 정 전 총리나 이 전 대표와 달리 비문 인사라는 점이 한몫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여권서 지역화폐 정책에 거리두기 한 까닭
   
   이런 분위기는 한때 이 지사 정책에 대한 무조건적인 반대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 지사가 성남시장 시절부터 주요 공약으로 삼았던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 활성화 정책이 대표적 일례다. 지역화폐는 2018년 전까지만 해도 지방정부의 경제 정책으로만 논의됐다. 국회와 중앙정부가 여기에 주의를 기울이기 시작한 건 문재인 대통령이 이를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시키면서다. 청와대는 2018년 자영업비서관을 신설해 이 정책에 대한 국비지원 방안 등을 논의했고, 국회에선 이를 뒷받침할 ‘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을 마련했다. 지금에 와선 전국 지자체가 10조원이 넘는 지역화페를 발행하고 있지만, 논의 초기엔 ‘지역화페 띄우기’가 ‘이 지사 띄우기’로 비치는 것을 우려하는 시선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여권의 한 인사는 “지역화폐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보다 이 정책이 이 지사의 정책으로 부각되는 것을 경계하는 심리가 있었다. 지역화폐를 지지하는 것이 이 지사 편을 들어주는 모습이기를 바라지 않았다. 그래서 이낙연 전 대표와 이 지사가 민감하게 부딪치던 당시엔 청와대도 그렇고 당에서도 그렇고 그냥 입을 닫는 이들이 많았다”라고 귀띔했다. 그만큼 반이재명 전선이 여권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지난해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지역화폐 정책을 비판하는 내용의 보고서(‘지역화폐 도입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를 내놓기 전 작성한 사전 보고서를 보면 경기도의 지역화폐 발행 동기를 ‘정치적 목적’으로 단정하다시피 했는데, 이것도 마찬가지 맥락에서 해석되기도 한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보고서를 작성하기 전 포퓰리즘으로 방향을 설정하고 진행한 측면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반이재명 전선은 최근 이 지사 지지율에도 영향을 미치는 분위기다. 이 지사 지지율은 지난해 대법원 선고 이후 20%를 돌파했지만 좀처럼 25~3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박스권에 갇혀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6월 1주 차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지사 지지율은 26.1%로 윤석열 전 총장 지지율 31.1%를 뛰어넘지 못했다. 이 조사에서 이낙연 전 대표는 10.2%, 오세훈 서울시장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4.0%, 홍준표 의원과 정세균 전 총리 3.5% 등을 기록했다.
   
   이와 관련해 김형준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이 지사에 대한 검증은 강화되면서 반이재명 전선은 친(親)개헌 대 반(反)개헌, 친기본소득 대 반기본소득 등으로 다층화할 것”이라며 “이 지사가 확장성을 갖고 이를 뛰어넘어야만 대선에서도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당 안팎에선 점점 뚜렷해지고 있는 반이재명 전선 내부에서 단일화가 이뤄질 가능성도 적지 않게 제기된다. 지난 6월 8일 경기도 기초자치단체장들이 정 전 총리와 이 의원을 동시에 초청한 것에도 이런 배경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당장 당에 이 지사의 대항마로 꼽히는 인물이 없는 것도 사실이지만, 외견상의 지지율만으로 이 지사를 평가하기엔 아직 이르다”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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