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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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82)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6월 16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이 “김종인 전 위원장과 함께할 수 있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낸 것에 대해 “그건 뭐 그 사람들이 메시지를 낸 거고, 나 개인의 결심하고는 별개의 사항”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그는 윤 전 총장에 대해 “검찰총장 그만둔 지가 벌써 3개월 넘어간 것 아니냐”며 “대략적으로 성향이 어떻다는 건 이미 다 노정(露呈)이 돼서 나름의 판단을 할 수 있는 기준을 내가 갖고 있기 때문에 그것에 따라서 내가 알아서 판단하면 되는 것”이라고 했다. 김 전 위원장은 “(윤 전 총장이) 아직 공식적으로 (출마) 선언을 안 했기 때문에 잘 모르겠다”면서도 “공식적으로 선언을 하면 어떤 성향이란 걸 더 판단할 수 있게 되는데, 그때 판단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 (김종인 전 위원장과 함께할 수 있다는) 윤 전 총장의 제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제안을 했다고? 그런 얘기 들어본 적도 없다.”

- 정식으로 부탁이 오거나 그런 건 아닌가. “나는 누구한테 뭐랄까, 인볼브(involve·관여)할 생각이 없어요. 아시다시피 난 여러 차례 경험을 해 봤어. 박근혜 전 대통령 때부터 쭉 해왔는데, 사람이란 건 변할 수밖에 없는 거거든. 내가 인간에 대한 신뢰가 별로 없어요. 경험을 해봤기 때문에 더 이상은 목적의식 없이 함부로 인볼브하고 그러진 않을 거야.”

- 대선 과정에서 누굴 돕고 결별하는 과정이 이어지면서 본인에 대한 오해들이 좀 생긴 것 같다. “우리 언론들이 내가 어디에 애착을 갖고 있고 내가 누구에 대해서 구애를 한다는 등의 이상한 표현을 많이 쓴다. 내가 누구한테 구애를 했는데 잘 안되니까 딴소리를 한다고도 그러는데 뭘 착각하는 거야.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과정이나 그런 걸 몰라서 그래. 내가 박근혜·문재인을 다 도와서 그들이 영광을 갖게 해줬지만, 내가 그 사람들한테 판단이 틀리거나 하면 가차없이 헤어져 버리는 거지. 그 사람들에게 미련을 갖고 그래본 적이 없다는 거야. 그런 체험을 한 내가 뭐가 아쉬워서 무슨 구애를 하느니, 애착을 갖느니 그러느냐. 사람이라는 게 무슨 일을 하려면 근본적으로 목적의식이 있어야 해. 목적의식이 없이 아무하고나 뭘 하겠어?”

평소 남에 대한 칭찬을 잘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김 전 위원장은 국민의힘에 이준석 체제가 들어선 것에 대해서는 호평했다. 그는 “시대가 바뀌면 소위 정치하는 사람들도 많이 변화해야 하는데 과거에 집착하는 사람들이 많으면 결과적으로 정치도 나라도 발전이 안 되는 것”이라며 “그런 측면에서 보면 이번에 이준석 대표가 뽑힌 건 결과적으로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았나 그렇게 생각한다”고 했다.

- 이번 당대표 경선이 서울시장 선거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진 것 아닌가. “이준석 대표라는 사람이 벌써 10년 전에 당시 새누리당에 들어와서 여하간 선거를 세 번이나 체험했다. 정당의 속성에 대해서도 많이 알고 있고 또 이번 서울시장 선거 과정 속에서 참 특이하게도 당의 중진이라든가 밖에 나가서 외부의 당을 이끌었던 사람들 전부가 다 당을 별로 신뢰하지 않고 외부 사람인 안철수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서 그쪽으로 단일화했으면 그렇게 생각을 하지 않았나. 그런데 결국 우리 당 사람인 오세훈 후보로 단일화가 되는 과정에서 이준석 대표가 오세훈 캠프에서 그 과정을 지켜봤다. 이 대표가 머리가 상당히 총명한 사람이기 때문에 당의 실상이 뭐라는 걸 자기가 파악을 잘한 거야. 그걸 이번 선거에서 십분 활용한 거지. 나는 미리부터 그렇게 될 거라 생각했다. 또 그렇게 돼야 한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됐다. 이번 결과에 대해선 ‘될 것이 됐다’고 생각한다.”

- 세대교체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보는 것 같다. “그냥 단순하게 세대교체를 했다는 평가가 많은데, 이 대표는 자기의 노력에 의해서 그걸 달성했다고. 어떻게 인위적으로 세대교체가 된 게 아니고 지난 10년 동안 정치를 자기 나름대로 습득을 한 것이다. 그게 지난 서울시장 선거와 연결이 된 거야.”

- 나경원·주호영 후보가 이준석 대표를 많이 공격했는데. “그거야 그 사람들이 열세에 몰리니까 공격을 할 수밖에 없지. 이번에 원체 일반국민 여론이 기우니까. 근데 결국 내가 보기에 결과적으로 현명치 못한 선택을 한 거야.”

- 나경원 후보가 당원 표는 더 많이 받지 않았나. “그거야 우리 당원들 70% 이상이 60~70대 분들이니까. 그래서 처음에는 당원투표를 온라인으로 하자 했어. 근데 나중에 전화투표를 하다 보니까 거기선 나경원이 많아. 근데 그래도 3~4% 차이밖에 안 나.”

- 당원 표도 주호영 후보에 비하면 이준석 후보가 훨씬 많이 받았다. “그러니까 당원도 변한 거요. 우리 당원들 중에도 합리적으로 생각하시는 분들은 우리 당이 변화했다는 걸 표시하기 위해선 우리 당의 얼굴을 바꿔야 한다, 그래야만 집권이 가능하다고 하는 절박감에 젖어 있는 거죠. 그러니까 아주 오래된, 나이 많이 잡수신 분들 빼고는 자연적으로 당심과 민심이 별로 차이가 없어.”

- 호남에서, 또 젊은 세대 중심으로 당원 가입이 늘고 있다는 보도가 있다. “당이 바뀌는 거 같아 보이니까. 또 젊은 세대는 (대표가) 같은 세대이고 하니까. 내가 광주 쪽 얘기를 들어보면 자기들도 깜짝 놀랐다는 거지. 광주의 30~40대 젊은 세대가 국민의힘에 대해 관심을 갖는 걸 자기들이 피부로 느낄 정도라고 하니까.”

2012년 3월 김종인 당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왼쪽)과 이준석 위원(현 국민의힘 대표)이  회의실에 들어서고 있다. ⓒphoto 뉴시스
2012년 3월 김종인 당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왼쪽)과 이준석 위원(현 국민의힘 대표)이 회의실에 들어서고 있다. ⓒphoto 뉴시스

- 이준석 대표가 한국의 마크롱이 될 수 있다고 보는가. “마크롱 그 사람은 형태가 달라요. 그 사람은 자기가 새롭게 당을 만들어가지고 성공한 사람인데 지금 우리는 헌법상 만 40세가 되지 않으면 대통령 피선거권이 없기 때문에 그렇게 단순비교를 할 수가 없어.”

- 이 대표 당선으로 인해 당이 정리가 많이 됐다고 보는가. “이준석 대표 체제가 안착을 하기까지는 초기에 다수의 진통이라는 게 있을 수 있다고 봐요. 근데 내가 보기엔 심각한 상황을 견뎌내고 그러진 않을 것 같아. 비교적 빠른 시일 내에 안정을 이룰 거라고 본다.”

- 이 대표가 위원장님을 다시 모신다는데. “나는 솔직히 얘기해서 한번 나온 곳에 다시 들어가는 그런 사람은 아니다.”

- 이 대표가 직접 찾아와서 부탁드린다면 어떤가. “아니, 그러더라도 내가 조언을 해줄 수 있을진 모르지만 당에 복귀한다든가 그런 건 불가능한 사항이야.”

김 전 위원장은 인터뷰 내내 “이번에 나올 대선주자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대한민국 경제에 대한 조예가 깊어야 한다”는 말을 여러 번 했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득을 본 쪽도 있고 손해를 본 쪽도 있는데 일부 제조업, 거대기업을 제외하면 우리나라에 코로나19로 인해 피해를 입은 계층이 더 많다는 것이 김 전 위원장의 시각이다. 그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양극화가 더 벌어졌다”며 “이게 더 심각해지면 사회·정치적으로 적지 않은 문제가 될 테니 그런 문제를 어떻게 해야 풀지, 정부가 그와 같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이런 것에 대해 제대로 된 조예가 없으면 힘들 것”이라고 했다.

- 경제가 중요하다면 경제 전공자들이 대선주자로 유리하다고 보나. “대통령이 무슨 특정한 분야 전문가일 필요는 없다. 그러나 최소한 각 분야별로 나라를 잘 이끌어나가기 위한 상식은 갖고 있어야 한다는 거다. 흔히 ‘전문가 데려다 쓰면 다 할 수 있다’고 하는데, 그게 간단치가 않아요. 최소한도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은 그 분야에서 전문가를 찾아내 쓸 수 있는 능력은 있어야 해. 그러려면 본인 스스로가 그 분야에 대해서 최소한의 상식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 윤석열 전 총장은 이력이 많이 알려졌는데, 현재 야권주자로 언급되는 최재형 감사원장,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는 어떻게 보는가. “개인적으로 김동연 부총리와는 예전부터 잘 아는 사이고, 최재형 감사원장은 단 한 번의 면식도 없다.”

- 김동연 전 부총리는 어떻게 평가하나. “여러모로 봐서 자질은 충분하다고 할까. 부총리 그만두고 난 뒤에 꾸준히 자기 나름대로의 연구를 한 것 같다. 내가 이 나라를 어떻게 끌고 가는 게 좋겠다, 이걸 연구한 걸로 보인다. 근데 역시 공무원을 오래하다 보니까 소심하고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아 노출이 안 되고 있는 그런 상황이지. 최재형 원장은 내가 개인적으로 한 번도 본 적도 없고 잘 알지도 못하지만, 가까운 주변 사람들한테 얘기는 듣고 있다. 개인적인 사심이 없고 나라에 대한 충성심이란 게 대단하다고 하더라.”

- 현재 유승민, 원희룡 등 국민의힘 당내 후보는 어떻게 보는가. “자기 나름대로 대통령 꿈을 갖고 지금까지 온 사람들이지. 원 지사 같은 경우는 2007년 한나라당 경선 때 대통령 경선에 뛰어든 사람이지 않나. 이미 그때부터 대통령에 대한 꿈을 갖고 있었던 사람이기 때문에 내가 보기엔 본인도 상당한 공부를 했으리라 생각한다. 다만 시대의 변화, 국민들의 변화를 어느 정도 수용하고 대권을 도전하려고 하는지는 아직까지 나온 게 없어서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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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용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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