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학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박성민 청와대 청년비서관, 김용태 국민의힘 최고위원 ⓒphoto 뉴시스
이동학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박성민 청와대 청년비서관, 김용태 국민의힘 최고위원 ⓒphoto 뉴시스

내년 대선의 승패를 좌우할 스윙보터로 떠오른 2030세대의 표심을 붙잡기 위한 정치권의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청년정치’로 일컬어지는 젊은 세대의 정치 참여가 하나의 현상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제1야당 당대표가 되면서부터다. 그전에도 조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4월 7일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20대 중 상당수가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에게 몰표를 던지면서 젊은 유권자들의 힘이 선거에서 변수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청년정치 경쟁에서 현재까지는 30대 당대표를 배출한 국민의힘이 한발 앞서나가고 있는 형국이다. 국민의힘에서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이외에도 만 31세의 김용태 경기광명을 당협위원장이 최고위원에 이름을 올렸다. 여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만 39세의 이동학 청년최고위원을 지명했고, 청와대가 만 25세의 박성민 전 민주당 최고위원을 청년비서관에 임명했다.

‘쟁취한’ 사람들 vs ‘앉혀진’ 사람들

청년들을 중용하려 한다는 점에 있어서는 같지만 여야의 방식이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의 이동학 최고위원, 청와대 박성민 비서관은 모두 당대표가 ‘지명’하거나 청와대가 ‘임명’한 사람들이다. 이 최고위원은 송영길 대표가, 박 비서관은 과거 이낙연 전 대표가 지명해 민주당 청년최고위원이 된 전력이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준석 대표는 물론 김용태 최고위원도 투표를 통해 당원들이 ‘선출’한 사람들이다. 국민의힘 지도부에 있는 청년들은 자기 힘으로 자리를 ‘쟁취한’ 사람들인 반면, 민주당의 주요 포스트에 있는 청년들은 누군가로부터 자리에 ‘앉혀진’ 사람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다. ‘국민 혹은 당원들이 선출한 사람’이라는 사실은 어느 정도의 정당성을 부여한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지난 6월 16일 주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이준석 당대표 선출에 대해 “단순히 세대교체를 했다는 평가가 많은데, 중요한 건 인위적으로 세대교체가 된 게 아니라 자기의 노력을 통해 오늘날 그걸 달성했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누군가에 의해 세대교체가 된 것이 아니라 이준석 대표 스스로 10년간 정치를 나름대로 습득했고,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당대표 선거가 연결됐다는 것이 중요하다는 분석이었다.

청와대의 박성민 청년비서관 임명을 둘러싸고 청년들로부터 반발이 나오는 이유는 이 정당성이 결여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 6월 22일 국민의힘 보좌진협의회는 성명을 내 “청와대가 25살 대학생을 1급 청와대 비서관 자리에 임명했다”며 “‘이남자(20대 남성)’ 지지율 하락 등 심상찮은 2030의 민심을 다독이기 위해 여권이 두 팔을 걷은 것으로 해석되는데 이런 식의 인사는 청년들의 마음을 얻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분노만 살 뿐”이라고 비판했다.

물론 박 비서관이 25세에 1급 비서관이 됐다는 사실만 부각되면서 그의 정치권 경력이 상대적으로 평가절하됐다는 비판도 있다. 지난 3월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 피해자가 기자회견을 했을 때 박 비서관은 당 최고위원으로 공개적으로 피해자에게 사과하는 성명을 낸 적이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 때 서울시에서 근무했던 이대호 전 서울시 미디어비서관은 “박성민 청년비서관은 사회생활 경험이 적고 대통령비서실도 직장이니 적응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박 비서관은 ‘용기’라는 희소한 장점을 가진 인물이기 때문에 중요한 역할을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 전 비서관은 “최고위원 시절 소수의견을 내는 일이 쉬웠을 리 없다”며 “저는 이런 용기를 가진 사람은 대통령의 참모가 될 자질이 있다고 생각한다”라고도 했다. 만 38세인 민주당 장경태 의원도 지난 6월 23일 페이스북에서 “박성민 청년비서관은 2019년 8월 민주당 청년대변인 공모를 통해 우수한 실력으로 선발됐다”며 “본인의 정견을 당차고 조리 있게 발표해 다수의 면접위원이 공감했다”고 했다. 박 비서관의 직속 상사인 이철희 정무수석 역시 라디오 인터뷰에서 “어느 날 갑자기 ‘누구 찬스’를 써서 데려온 게 아니라 박 비서관도 당에서 활동했다”라며 “사회 활동을 하면서 평가받고 검증받은 사람”이라고 했다.

송영길 대표가 지명한 이동학 민주당 최고위원도 과거 ‘소신 발언’으로 유명세를 탄 적이 있다. 이미 6년 전 당 주류인 586세대를 향해 “586 물러나라”며 자기 목소리를 낸 것이다. 이 최고위원은 2012년 민주당 전국청년위원회 부위원장을 시작으로 정계에 입문했고, 2015년에는 새정치민주연합 청년혁신위원을 맡았다.

180석 민주당에는 최고위원들 외에도 김남국·오영환·장경태 의원 등 30대 초반 젊은 선출직 의원들이 있다. 국민의힘에도 배현진·지성호 의원 등 30대 의원이 있지만 민주당에 더 많다. 이준석 대표는 당대표 후보 시절인 지난 6월 6일 페이스북에 “밑바닥을 다져가면서 준비하는 민주당의 젊은 정치인들이 수적으로 훨씬 우세하다”라며 “장경태 의원은 자신감, 김남국 의원은 성실성, 박성민 전 최고위원은 표현력, 이동학 최고위원은 행동력이 장점”이라는 평가를 하기도 했다. 당시 이 대표는 “비록 문재인 정부의 노선 설정이 잘못되었기에 언뜻 보면 그것을 방어하느라 삽을 뜨고 있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다고 하더라도, 만약 문재인 정부가 정신을 차리거나 정권이 바뀌거나 저들이 대선주자만 올바르게 세워도 그들은 더 이상 문재인 정부의 실책을 옹호하지 않아도 되기에 무서운 주체로 돌변할 수 있다”고 했다.

소외받는 분야에 대한 관심은 공통

방식은 다르지만 양당 젊은 정치인들은 기성 정치인들에게 상대적으로 소외받는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민주당 이동학, 국민의힘 김용태 두 최고위원 모두 기후환경 분야에 관심이 많다는 것이 하나의 사례다. 이동학 민주당 최고위원은 2017년 8월부터 한국을 떠나 2년간 61개국의 157개 도시를 다녀온 뒤 ‘쓰레기책’을 썼다. 이 최고위원은 이 책에서 기후위기가 오고 있는 이유, 성장과 소비로 지탱되는 자본주의가 쓰레기 문제를 낳고 있는 이유 등을 조명했다. 최고위원이 되기 전까지는 ‘쓰레기센터 대표’로 활동하기도 했다.

김용태 최고위원도 전당대회를 앞두고 부산·경남 지역에서 유세를 할 때 기후변화 관련 내용을 중심으로 연설해 주목받은 바 있다. 보수정당에서 흔치 않은 기후변화 의제를 꺼냈다는 점에서다. 김 최고위원은 현재 기후변화와 관련해 대학원에서 공부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기후환경은 미래세대가 영향을 받는 의제이기 때문에 2030세대가 더 논의 중심에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조만간 지도부에 기후환경이나 탄소중립 관련 당내 TF나 위원회를 꾸리자고 건의할 예정”이라고 했다.

배용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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