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5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오른쪽)가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입당 신청을 마친 최재형 전 감사원장에게 당 배지를 달아주고 있다. ⓒphoto 뉴시스
지난 7월 15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오른쪽)가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입당 신청을 마친 최재형 전 감사원장에게 당 배지를 달아주고 있다. ⓒphoto 뉴시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7월 15일 국민의힘에 전격 입당했다. 그는 이날 오전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를 만나 평당원으로 입당식을 갖고 “제가 정치를 시작하겠다고 마음먹은 이상 정치권 밖에서 비판적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보다는 정당에 들어가서 함께 정치를 변화시키는 주체가 돼야 하는 것이 바른 생각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최 전 원장은 또한 “무엇보다도 온 국민이 고통받고 있는 현실하에서 가장 중요한 명제인 정권교체를 이루는 그 중심 역시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되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최 전 원장이 국민의힘에 입당한 것은 감사원장직에서 사퇴한 지 17일 만으로 그 사이 부친상이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속전속결로 입당이 이뤄졌다는 평가다. 특히 그가 ‘평당원’ 자격임을 강조한 것은 국민의힘 대선 예비경선부터 차근차근 밟아 올라가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최 전 원장의 행보는 야권 경쟁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여러 면에서 대조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최 전 원장은 이날 “여러 가지 유불리와 관계없이 저의 뜻을 같이하는 분들과 빨리 만나서 함께 고민하면서 앞으로 이 나라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충분하게 논의하는 게 중요하다” 등의 언급을 했는데 이런 발언은 외부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윤 전 총장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윤 전 총장은 최 전 원장이 입당하기 전날 중앙일보와 한 인터뷰에서 “국민의힘 입당 문제와 관련해선 정치를 시작한다고 특정 정당에 쑥 들어가는 건 맞지 않는다”며 “(민심을 두루 듣고 결정하겠다고 밝힌) 6월 29일 정치 선언 때와 0.1㎜도 변한 게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느 단계가 되면 하지 말라고 해도 (입당 여부 등에 대해) 판단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판사와 검사의 차이가 그대로 드러난 것”

정치권에서는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 빨리 입당하게 될 경우 여러 후보 중 하나로 전락하게 되고, 예비경선 과정에서부터 검증에 시달릴 수 있기 때문에 외부에서 단일화를 하는 방법을 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윤 전 총장의 이런 전략은 지난 몇 번의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계속 줄다리기를 해온 전력 때문에 국민들에게 상당한 피로감을 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안철수 대표가 지난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내부 경선에 참여하지 않기 위해 버티다가 결국 오세훈 후보와 외부에서 결승전을 치르면서 말이 많았는데 윤 전 총장도 비슷한 흐름으로 가고 있다”며 “결국 자기 입장만 생각한다는 점에서 안철수 대표와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조언을 하는 그룹에서도 윤 전 총장과 최 전 원장 간에는 입장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 전 원장은 현재 김영우 전 의원이 가까이에서 돕고 있으며 무소속 중진 의원 등이 후방 지원을 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이번 국민의힘 입당처럼 정무적 타이밍이 중요한 순간을 잘 감지하는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 전 원장은 캠프 구성에 필요한 인력도 이들로부터 추천을 받고 있다. 하지만 윤 전 총장은 주로 전문가 그룹이나 과거 함께 일했던 변호사, 가까운 관료 그룹 등이 돕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치인들을 찾아다니며 조언을 듣고 있기는 하지만 일회성에 그치는 측면이 많다. 특히 정치인과 만나 “장모가 누구에게 10원도 피해를 준 적 없다”란 발언의 후폭풍을 겪은 후 털어놓고 조언을 구하는 정치인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

메시지에서도 두 사람은 확연히 차이 나는 측면이 있다. 윤 전 총장이 지난 6월 29일 출마선언을 하면서 언급한 키워드를 보면 ‘정권교체’ ‘권력 사유화’ ‘국민약탈’ ‘부패 무능세력’ ‘압도적’과 같은 날 선 단어들이 많았다. 반면 최 전 원장이 7월 15일 국민의힘에 입당하면서 언급한 키워드를 보면 ‘정권교체 이후 국민 삶’ ‘변화와 공존’ 등과 같은 단어들을 사용했다. 또한 “현재 정부가 수행하고 있는 정책들이 지속가능한가에 대해 많은 의문을 갖고 있다”며 같은 의미라도 훨씬 순화된 표현들을 사용했다.

이에 대해 국회의원 경험이 있는 한 변호사는 “검사(윤석열)와 판사(최재형)의 차이가 그대로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며 “아무래도 검사 출신인 윤 전 총장의 사고와 단어 선택이 훨씬 공격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윤 전 총장의 메시지가 선명하고 지지자들에게는 사이다 같은 느낌을 줄지 모르겠으나 중도와 진보를 아우르겠다는 사람이 선택할 수 있는 메시지로서는 지나친 느낌”이라며 “윤 전 총장이 중도층 공략을 비롯해 갈수록 확장성에 한계를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기류는 여론조사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윤 전 총장의 경우 지난 3월 검찰총장직 사퇴 후 줄곧 지지율 30%대를 기록하다가 최근 여론조사에서 20%대로 내려앉은 형국이다. 출마선언 이후에도 만남의 이유가 뚜렷하지 않은 ‘회동 정치’를 이어가며 기자들에게 보도자료만 뿌리는 식의 행보에 중도층이 등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국민의힘 입당에 뜸을 들이며 외곽에서 저울질을 이어가자 야권 지지층의 피로감도 누적돼 지지율 하락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장모 최모씨의 구속과 배우자 김건희씨의 의혹이 확산된 것도 악재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저울질에 대한 피로감 지지율에 반영?

박시영 윈지컨설팅코리아 대표는 주간조선과의 통화에서 “상식적으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행보가 더 적절하다고 보인다”며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아마 제3지대와 국민의힘 사이에서 저울질하는 것 같은데 꼭 국민의힘에 가는 게 아니라 제3지대로 가더라도 ‘가면 간다’라는 식으로 명쾌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이 계속 고공행진할 수만 있다면 지금 같은 행보도 나쁘진 않을 것”이라며 “제3지대에 있으면서도 충분히 지지율 고공행진을 이어갈 수 있다고 보지만 지지율이 최근 빠지고 있는 게 현실이고, 거기에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오늘 입당하면서 당분간 (최 전 원장) 지지율이 오를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박 대표는 “최 전 원장은 밖에 있으면 지지율이 미미하기 때문에 사실 선택지가 없었다. 속전속결로 입당을 결정한 건 좋은 선택이었다고 본다”며 “개인적으로 정치는 타이밍이라고 보는데, 현재 두 ‘선수’가 그런 측면에서 약간 비교가 된다”고 말했다.

박혁진 기자 / 배용진 기자
저작권자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